핀볼
Pinball
1. 핀볼의 탄생
[image]
파보면 역사가 의외로 길다. 핀볼은 바가텔(Bagatelle)이라는 이름의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게임을 원류로 보고 있다. 이 바가텔이라는 게임은 경사진 테이블을 판으로 해서 발사구에 상아 구슬을 하나 넣고 큐로 밀어서 판에 세워져있는 핀을 맞춰 쓰러뜨리거나 구멍에 구슬을 넣는 게임이었다. 1869년에 들어서는 스프링을 당겨 구슬을 발사하는 바가텔이 만들어졌는데, 이 스프링을 당겨서 구슬을 발사한다는 방식 자체는 핀볼과 흡사하다. 그냥 구슬을 쏘기만 하면 끝인 게임이긴 했지만... 그래서 이 게임은 일종의 당구로 분류하기도 한다.[1]
어쨌거나 이 게임은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는 미국 독립전쟁 당시 지원을 해준 프랑스군이 바가텔을 가지고 배를 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이때 미국에도 바가텔이 알려져서 미국에서도 유행을 타기 시작한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2. 초기 핀볼 시대
1930년대에 들어서는 바가텔을 상업용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였고, 최초로 동전을 넣어 작동하는 바가텔 게임기가 만들어진다. 당시 이 게임은 구슬 게임(Marble Games), 핀 게임(Pin Games) 등으로 불리었으며 기본적인 방식은 바가텔과 동일. 그리고 1931년 데이비드 고틀리프가 배플 볼(Baffle Ball)이라는 이름으로 바가텔을 상표등록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기 한대의 가격은 17.5$였으며 주로 술집, 약국 같은 사람들이 많이 기다려야 하는 곳에 배치되었는데, 기다리느라 심심한 사람들이 하다보니까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퍼져서 대략 5만 대 정도를 팔아치우는 데 성공했다. 이 배플 볼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핀볼 머신으로 불리게 된다.
1932년에는 대략 150개의 회사가 이 핀볼머신을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핀볼 전성기가 시작되었다. 이 핀볼머신의 수요지는 대개 시카고였으며, 현재까지도 시카고는 핀볼 명소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1934년 핀볼 열풍도 거품이 좀 빠지면서 위의 150개 회사중 겨우 14개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3. 근현대 핀볼 시대
[image]
(고틀리프의 험프티 덤프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틸트(Tilt, 판 흔들기) 방식의 핀볼이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핀볼이 또다시 전성기를 맞는다. 전후 1947년에 고틀리프는 '고틀리프의 험프티 덤프티(Gottlieb's Humpty Dumpty)라는 핀볼게임기를 제작했는데, 이 핀볼기계는 역사상 최초로 '플리퍼(Flipper)' 라고 불리는 공을 되튕겨내는 판때기가 달린 핀볼기기였다. 덕분에 게임을 더 오래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재미있어졌다. 그러니까 여기서부터 현대 핀볼이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 1962년 베가본드(Vagabond)에서는 공으로 맞추면 보너스 공을 얻는 '드롭 타깃'이라는 개념이 새로 생겼고, 1963년 시계 때리기(Beat the Clock)에서는 한번에 공을 여러개 발사하는 멀티볼 개념이 새로 생겼다.
1950~60년대를 거쳐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핀볼 기기에도 작은 전자장치를 장비할 수 있게 됨으로써, 디지털 점수판과 하이스코어라는 개념도 생겼다. 이 장치를 처음으로 추가한 것은 1977년 발매된 핫 팁(Hot Tip)이라는 핀볼 게임기다.
미국에서 보통 핀볼 메이커라 하면 고틀리프와 스테른(Stern), 볼리-미드웨이의 3대 메이커를 꼽는다는듯 하다.
다만 고틀리프는 파산하고, 볼리-미드웨이도 사실상 아케이드 사업을 접어서(미드웨이의 아케이드 산업은 로-쓰릴즈로 이관) 저 3대 회사중에서는 스테른만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4. 디지털 시대의 핀볼
1980년대 비디오 게임의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핀볼의 시대도 끝을 맞았다. 핀볼이 있던 자리에는 스페이스 인베이더, 팩맨, 갤러그 등 시대를 풍미했던 비디오 게임들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핀볼은 잊혀지나 싶었다. 그렇다고 핀볼이 아예 자취를 감춘 건 아니고... 고틀리프는 여전히 핀볼 기계를 만들어 팔았고, 비디오 게임으로도 여러 핀볼 게임이 등장했다. 즉 플랫폼이 아날로그 핀볼기계에서 디지털 비디오게임기로 바뀌었을 뿐이지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이 점을 알고 여러 회사들이 핀볼 게임 소프트를 제작했다. 특히 비디오 게임으로 플랫폼이 바뀐 만큼 기존까지 존재했던 표현 문제나 현실에서 불가능한 연출 문제 같은걸 깔끔하게 해결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화려한 그래픽과 게임성을 자랑하는 핀볼 게임들이 많이 등장했다. 비디오로는 인디아나 존스의 핀볼 모험(Indiana Jones:The Pinball Adventure)이나 스타트렉 핀볼 같은 당시 유명한 영화나 만화 캐릭터들을 내세운 캐릭터 핀볼 게임까지 나왔으며, 핀볼기기 자체는 1990년대까지 계속 생산되었다.
그러나 아케이드가 몰락한 90년대말~2000년대 들어서는 핀볼기기는 주로 도박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비디오게임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많이 보급되어서 핀볼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줄어들었기 때문. 파칭코도 일종의 핀볼 머신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현대 핀볼보다는 바가텔에 가까운 모양새에 플리퍼가 없고 도박 요소가 들어갔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MS-DOS시절에는 도스용 핀볼게임으로 에픽 게임스가 발매한 에픽 핀볼[2] , 익스트림 핀볼이 인기를 끌었다. 그외에도 트리스탄 핀볼도 소소하게 올드 PC게이머들에게 인지도가 있었다.
이후 맥시스에서 만든 핀볼 게임 중 우주 테마가 한 때 3D 핀볼이라는 이름으로 Microsoft Windows의 번들 게임으로 들어간 적이 있었다.
2010년대 이후로는 비주얼 핀볼이라고 핀볼을 에뮬레이션(?)하는게 있다. 일단 본체를 핀볼기계 비스무리하게 만들고 이에 맞는 모니터를 2대 (1대는 점수표시/타이틀표시용, 1대는 게임화면 이런식으로)만 끼우고, 내장 소프트웨어로 핀볼을 에뮬레이션하는듯하다. 그렇게 되면 한 핀볼기계에서 비디오 핀볼게임처럼 여러개의 핀볼게임을 즐길수 있는 식. 즉 일종의 핀볼 에뮬통인 셈이다.
근래 MAME에도 1980년 전후에 나온 옛날 핀볼게임의 롬이 올라와있는데, 단독으로 실행하면 디지털 숫자판밖에 안나와서 아마도 이러한 비주얼 핀볼 관련이 아닐까 추정된다.
실제로 핀볼 관련이 맞다. 핀볼 점수판/백보드 출력을 담당하는 바이오스 롬인데 pinMAME라는 별도 프로그램을 통해 주로 실행한다
한편, PC나 콘솔 게이밍의 디지털 핀볼에서는 2010년대 이후로는 핀볼 FX 시리즈가 석권하다시피했다. 핀볼 FX는 기본적으로 무료 게임 테이블 약간이 제공되며, DLC개념으로 실제 핀볼머신의 복각들과 타 판권물과의 콜라보레이션(ex. 베데스다 소프트웍스 콜라보 테이블) 핀볼 테이블을 구매할수 있는 식이다. 핀볼 FX2는 개인정보 정책 관련해서 말이 많았지만, 핀볼 FX3에서는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간듯 싶다.
그외에 소닉 더 헤지혹 2의 네번째 스테이지인 카지노 나이트나, 소닉 히어로즈의 카지노 파크와 빙고 하이웨이를 플레이하다 보면 도중에 핀볼을 즐길 수 있다. 이 때는 소닉 본인이나 그의 친구들이 핀볼공이 된다. 참고로 소닉 시리즈 중에는 소닉 더 헤지혹 스핀볼과 소닉 핀볼 파티처럼 대놓고 핀볼을 주된 소재로 삼은 게임도 있다. 단 소닉 핀볼 파티는 소닉이 직접 핀볼공이 되는 게 아닌 평범한 핀볼이다.
5. 기타
한국 오락실에도 커다란 오락실이나 놀이동산, 호텔 오락실같은데에서 극소수가 들어와있으나, 오락실 침체기인 2000년대가 되기도 전에 씨가 마른것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 경, 신촌 엔터 오락실에 (아마도) 국내 유일의 핀볼머신이 다시금 들어와있었으나[3] 지금은 신촌 엔터가 폐업해서 한국에서의 핀볼머신은 다시금 전멸했다. 일본 오락실의 경우는 내수형 게임들로도 시장흐름에 문제가 없지만, 간혹 몇몇 대형오락실이나 레트로 컨셉 게임센터의 경우 드물게 서양 핀볼게임을 수입 가동하는 경우도 있다.
19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문구점에서 팔던 앞면에 핀볼이 붙어있는 두툼한 플라스틱 필통을 기억할 것이다. 5000~10000원 상당의 가격이었고 초등학교 쉬는 시간이면 만화책과 게임기 필통과 더불어 인기만점이었다. 요즘도 팔린다. 예시 단 정통핀볼은 아니고 대전형 핀볼이다.
상당수의 게임용어들이 이 핀볼게임기의 용어에서 유래했다. 아케이드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INSERT COIN''', '''1-UP''', '''하이스코어''' 등의 오락실 용어 대부분은 '''사실 거의 다 이 핀볼에서 유래한 용어들이다.''' 무엇보다 게임 오버가 이 핀볼 게임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영어에서 간혹 쓰이는 Tilt[4] 라는 표현도 핀볼을 통해 유행된 것이다. 지금은 잊혀진 표현이지만...
국내에서 발매된 핀볼중 유일하게 Banzai Run 이라는 핀볼이 있는데. 모터 싸이클을 소재로 한 게임이다. 이 게임의 구조는 2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볼을 2층으로 끌고 올라가는 특이한 컨셉으로 수 많은 핀볼러들의 사랑을 받은 게임이다.
초기 기종에는 게임오버 방지를 위한 킥백이 왼쪽에 배치되어 있었으나 초대 Williams 기종에만 있고 후대의 게임 제작 업체에서는 게임오버 죤의 프로텍션이 없어진 것이 특징이다. 대신 하이 스코어링 미션이 더 다양해 졌기 때문에 스크린 형태의 그림으로 진화한 과정에서 단순히 영어와 숫자로 표기된 초대의 핀볼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다고 쉬운가 하면. 굉장히 어렵다. 핀볼용 구슬도 굉장히 비싼데다가. 유지 및 보수 비용이 일반 아케이드 오락 기종과는 달리 램프까지 손봐야 할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도 힘든데다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플레이 타임 때문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손절할 정도이다. 현재의 오락실에서는 이러한 PINBALL 게임 조차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스팀에서 Arcade Pinball 시리즈를 출시했기에 구입해서 플레이 하면 되지만, 오락실에서 하는 핀볼 보다는 재미가 없다. 대신 무한 크레딧에다가 자신의 하이 스코어링을 해외 유저들과 경합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도전과제 역시 만만치 않은 것들이 한가득이다. 또한 랜덤성이 유난히 강한 게임중의 최강으로, 몇판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게임오버 되었다면서 불평 불만이 가득한 것은 덤이기도 하다.
옛날 영화, 특히 프랑스 영화에서 플레이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라던가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소년, 소녀를 만나다'라던가...
줄리 델피, 에단 호크 주연의 로맨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도 핀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6. 관련 문서
[1] 애시당초 바가텔은 작은테이블에서 당구를 즐기기위해 고안된 게임이다.[2] 총 13 테이블이 있는데, 그중 에니그마테이블은 스테이지마다 지정된 퍼즐 요소를 헤쳐야 하는 게임이다. 겉보기에는 비현실적 저세상 핀볼게임이지만, 룰적으로는 묘하게 단순해진것 같기도하다.[3] STERN제 캐리비안의 해적 핀볼 게임.[4] 원래 의미는 "기울어졌다"는 단어인데, 핀볼에서는 "반칙"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핀볼 구슬이 게임판 밑의 구멍으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플레이어가 핀볼 테이블의 한쪽을 들어올릴 경우, 기계에 설치된 기울기 센서가 이를 감지하여 "tilt"라는 메시지를 표시하고 남은 구슬을 모두 몰수한다. 때문에 전자식 핀볼이 대유행하던 70-80년대에는 tilt라는 표현이 "반칙쓰다 망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번들로 유명한 3D 핀볼에도 구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