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우스
1. 개요
2017년에 발간된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의 후속작 느낌이 강하다.'''호모 데우스. 이것이 진화의 다음 단계다.'''
사피엔스에서 저자는 인류가 세 번의 혁명(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해 지구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해서 실권을 잡은 인류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를 논한다
2. 프롤로그: 인류의 새로운 의제
저자는 지금까지 인류의 가장 큰 적이었던 기아,역병,전쟁이 현대 인류에게는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기아: 현대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기아가 그다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을 뿐더러,(정치적 기아 제외) 천재지변에 의해 생물학적 빈곤선 아래로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국제기구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에 예전처럼 불안정한 삶을 살지는 않을 것이다.
역병: 과거의 스페인 독감,페스트같은 대역병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으며, 만일 일어나더라도 각국 정부는 ‘신의 섭리다’ 하며 체념하지 않고 ‘누구의 무능 때문에 방역체제가 붕괴되었는가?’를 따질 것이다. 그 결과 이후 다시 한번 전염병이 닥쳐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겠지만, 인류는 그것에 의해 생존을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전쟁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핵무기의 발달은 세계대전을 집단 자살과 같은 짓으로 만들어놓았고,[1] 이 때문에 최근의 대기업 임원, 대통령은 정책을 세울 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고려 대상으로 삼지 않을 뿐더러, 자본의 정보화는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시켰다. 현대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국가들은 대부분 석유, 희귀 광물 등 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먹고사는 국가들끼리 벌어진다.
위 내용들은 사피엔스에서도 한 번 언급한 내용이라 전작을 읽은 독자가 보기엔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호모 데우스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한다.
기아; 현재 굶어죽는 이들은 별로 없다. 때문에 윤리적 차원에서 빈부격차가 심각할 만큼 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의미에서의 빈부격차가 생기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비만이다. 현재 가난한 지역 사람들은 주식으로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주식으로 먹지만 부자 동네는 훨씬 더 영양가 밸런스가 맞는 건강한 식단을 통해 자기관리를 한다. 때문에 현재는 비만율이라는 새로운 빈부격차가 발생했으며, 현대에 ‘’’알카에다의 폭탄이 터져서 죽을 확률보다 비만으로 죽을 확률이 1천 배 이상 높다’’’는 사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해준다.
역병: 상술했듯이 더 이상 역병은 인류에게 큰 타격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대에 질병으로 죽는 사람보다 니이 들어 죽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이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자연적인 역병이 아니라, 그 모든 병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정보를 가진 과학자들이 임의로 만드는 생화학무기이다.
전쟁:에 대해서는 저 정도로 임팩트 있는 언급을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저자는 또 다른 묵직한 의제들을 제시한다.
1. 영생: 현대 생명공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영생에 관한 연구도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50년까지 기대수명을 150세로 연장하겠다는 대담한 선언을 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2. 줄기세포 연구: [2] 처음 목적은 장애인의 장애 극복이었으나, 수정되어 있는 아기에게 열등한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줄기세포 이식을 통해 더 우월한 자손을 만들도록 변질될 수 있다.
3. 행복: ADHD 치료약, 비아그라의 예를 들며 역시 장애인의 장애 극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약품들을 정상인이 복용함으로서 더욱 더 우월한 기능을 장착할 수 있을 것이며, 행복의 증진 또한 약물을 통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GDP가 GDH(Happiness)로 대체될 시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3. 1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를 정복하다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고, 다른 동물보다 어떤 점이 우월한 것인 것 과학적으로 논의한다. 2장은 <사피엔스>와 내용이 거의 겹치므로 전작을 이미 읽었다면 3장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3장 ‘인류의 광휘’ 에서는 ‘도대체 인류가 뭐가 특별해서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는가?’ 하는 주제를 철학/생물학/사회과학 등 다방면에서 분석하고 비판한다. <이기적 유전자>의 ‘밈’ 파트를 흥미롭게 읽었다면 그에 대한 후속편 느낌도 날 것이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 에 대한 논의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왔다. 저자가 소개하는 이론들은 다음과 같다.
인간만이 의식을 갖고 있다는 주장
인간만이 ‘’’자’’’의식을 갖고 있다는 주장[3]
인간만이 감정 및 고등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주장[4]
저자는 이 모든 주장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말하며, 객관적 사실들을 통합해 ‘’’인류가 가지고 있었던 특성은 조직적으로 협력하는 능력(인지혁명)’’’ 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앞의 설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박한다.
인간만이 의식을 갖고 있다는 주장 – 널리고 널린 동물실험을 통해서 100% 틀렸음이 증명됨
인간만이 ‘’’자’’’의식을 갖고 있다는 주장 및 인간만이 감정 및 고등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주장 – 이 문제에 대해 저자는 ‘그 어떤 실험도 회의론자들을 만족시킬수는 없다’ 고 말한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발견된 모든 증거들은 ‘경험이 존재함’ 을 통해서도 설명이 되지만, ‘자의식이 존재하지 않음’ 이라는 논리로도 설명이 되기 때문. 이에 저자는 ‘’’그럼 인간은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어떻게 단정지을 수 있지?’’’ 하는 질문을 던짐으로서 반대파의 말문을 막히게 한다.
이에 대응하는 저자의 주장은 사피엔스 문서에 널리 설명되어 있으므로 생략.
이후 아주 의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세 가지 관념’’’에 대한 이야기이다. [5]
이런 이야기를 한다. ‘중세시대에 종교 전쟁을 생각해보라. 지금은 종교를 두고 싸우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하지만, 과거에 종교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모두 ‘’내가 죽으면 광명이 비춰서 천국으로 가는 문이 열릴 것이다’’ 라고 확신했기에 그렇게 싸울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한 10대 청년이 난민을 보호하러 국제기구에 가입하고 시리아로 가려고 한다면 모두들 그를 영웅 취급할 것이다.[6] 그러나 과거 또는 미래에서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정신병자 취급받았을 것이다. 이와 같이 ‘’’미래에는 자유, 평등을 지금 우리가 종교전쟁, 공산주의를 바라보듯이 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실재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믿으면 실재처럼 보이는, 그런 것을 ‘’’상호 주관적 지표’’’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지표, 이 2가지만 존재한다고 착각해서 이분법적인 발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뜻. 또한 이러한 상호주관적 지표는 ‘’’인간에게만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4. 2부. 호모 사피엔스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다
4장 ‘스토리텔러’ 에서는 앞 장에서 말한 상호주관적 지표에 의해 역사를 변화시킨 사건들에 대해 다룬다. 사건 위주로 나열되어 있으므로 가볍게 읽으면 될 듯.
5장 ‘뜻밖의 한 쌍’ 에서는 종교와 과학이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판단 알고리즘을 제공한다.
1. 윤리적 판단: ex) 인간은 신의 명령에 따라야 함.
2. 사실적 진술 ex) 약 3천 년 전 신이 인간에게 동성애 행위를 삼가라고 말했다.
3. 실질적 지침 ex) 인간은 동성애 행위를 삼가야 한다.
이 중 1번 논제는 자연과학이 왈가왈부할 소재가 없다. 이러한 질문은 종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번 논제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 저 논제가 주장하는 근거는 ‘성경의 <레위기>에 그렇게 적혀 있다’ 는 것인데, ‘성경의 말은 신의 섭리이기 때문에 신은 그렇게 주장한다’ 라는 명제가 참이어야지 저 말이 타당성을 지닐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성경의 말은 신의 섭리’라는 말이 성경의 내용과 작성된 시점의 불일치를 근거로 거짓임을 입증했으며, 결국 3번 결론은 과학적 타당성을 잃게 된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예시들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종교는 과학에게 윤리적 명분을 제공하고, 과학은 종교에게 힘을 가져다준다.’
이 말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보자면, ‘과학은 인본주의 교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과학을 이용한다.’ [7]
6장 ‘근대의 계약’ 의 요지는 단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인류는 힘을 얻는 대신 의미를 포기하는 데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7장에서는 인본주의를 통해 그 계약의 맹점을 파고들 수 있었다(세계의 의미를 앓지 않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인본주의를 세 가지 분파로 나누어서 설명한다.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 자유주의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 사회주의
진화론적 인본주의 – 원론적인 나치즘
이 세 가지 사상을 구분하기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예시를 든다.
사례1: 한 음악학 교수가 빈 오페라하우스에서 베토벤 5번 교향곡 <운명>을 듣고 있다. ‘’빠바바밤!’’ 하는 음파가 그의 고막에 부딪히자 신호가 청각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고, 곧 부신이 그의 혈관에 아드레날린을 퍼붓는다. 그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목에 난 털이 곤두서고,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빠바바밤!’’
사례2: 1965년, 무스탕 차 한 대가 태평양 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젊은 남성이 척 베리의 음반을 틀고 볼륨을 최대로 높인다. ‘’Go! Go! Jonny! Go!’’ 음파가 그의 고막에 부딪히자 신호가 청각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고, 곧 부신이 그의 혈관에 아드레날린을 퍼붓는다. 그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목에 난 털이 곤두서고,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Go! Go! Jonny! Go!’’
사례3: 콩고 열대우림의 깊은 숲속에서 피그미족 사냥꾼 한 명이 그 자리에 못 박힌 것처럼 서 있다. 그는 근처 마을에서 들려오는 소녀들의 성년식 노래 합창을 듣고 있다. ‘’예 오, 오. 예 오, 에.’’ 음파가 그의 고막에 부딪히자 신호가 청각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고, 곧 부신이 그의 혈관에 아드레날린을 퍼붓는다. 그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목에 난 털이 곤두서고,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예 오, 오. 예 오, 에’’
사례4: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밤, 캐나다 로키 산맥의 어느 곳. 늑대 한 마리가 언덕 꼭대기에 서서 발정기 암컷의 하울링을 듣고 있다. ‘’아우우우! 아우우우!’’ 음파가 그의 고막에 부딪히자 신호가 청각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고, 곧 부신이 늑대의 혈관에 아드레날린을 퍼붓는다. 그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목에 난 털이 곤두서고, 전율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아우우우! 아우우우!’’
각 사상에게 이 네 가지 사례들이 중요한 정도를 물어본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음대 교수 = 운전자 = 콩고 사냥꾼 > 늑대
인간의 경험은 모두 동등하게 가치 있음.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음대 교수, 운전자, 콩고 사냥꾼 > 늑대
그들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나에게 묻지 말고 당 문화부장에게 물어라’’’ (…)
진화론적 인본주의: 음대 교수 > 운전자 > 콩고 사냥꾼 > 늑대
그들도 인간의 경험이 동물의 경험보다 중하다는 것은 시인함. 그러나 인류도 진화의 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인간이 늑대보다 우월한 것처럼, 인간의 문화들 가운데서도 일부 문화가 다른 문화보다 더 수준이 높다. 인간 경험에는 분명한 위계질서가 존재하고, 우리는 그 사실에 대해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
이 중 진화론적 인본주의에 대해 저자가 지적하는 바는, ‘’’나치즘의 공포 때문에 진화론적 인본주의 마저 미친 사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 뭐가 옳고 뭐가 그르냐는 따질 수 없으며, 단지 현재로서는 저 중 자유주의적 인본주의를 반박할 만큼 타당한 사상이 아직 없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여담으로, 저 네 개의 사례들은 모두 골든 레코드에 실려 있다.
5. 3부. 호모 사피엔스 지배력을 잃다
6. 평가
[1] 저자는 <사피엔스>에서 이를 가리켜 팍스 아토미카로 칭했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단어이다. [2] 아마 상용화 전까지 끝없는 논쟁을 일으킬 사안일 것이다.[3] 여기서 말하는 자의식은 자신이 하는 행동은 단지 현재 몸의 명령을 따를 뿐이며, 과거와 미래를 통해 경험이 쌓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4] 사실상 2번째 주장과 거의 다를 게 없는 입장이다. [5] 사실 이 내용 역시 사피엔스 책에 서술되어 있긴 하다만 이 책에서 더 진전된 논의를 던지기에 서술함. [6] 비슷한 사례로 그레타 툰베리가 있다. [7] 이 말도 21세기에는 데이터교에 의해 깨질 거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