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A(기업)
1. 소개
ETA SA. 스위스의 시계 무브먼트 제조사. 시계 브랜드가 아닌 이유는, 우리가 아는 시계 완제품을 전혀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제품'''만''' 빼고 다 만드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시계의 본체에 해당하는 무브먼트 제작에 있어서 부동의 1위이기 때문에 그냥 시계회사라고 부른다.
2. 역사
많은 시계회사들이 그런 것처럼 ETA의 역사도 명확치는 않으나, 다음 회사들이 모태인 것으로 알려쳐있다.
- 에테르나(Eterna) - 1856년 스위스 그렌첸에서 우르스 실트, 지라드 박사가 창업한 시계 무브먼트 공장 Dr. Girard & Schild이 후 시계 회사로 사업을 확장하며 에테르나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으며, 이후 ASUAG에 가입하면서 시계회사인 에테르나 SA와 에보슈 제조업체인 ETA AS로 분리
- 에보슈 SA(Ebauches SA) - 스위스 그렌첸의 에보슈 제조회사 A. Schild(1896년 설립)와 Adolphe Michel SA(1898년 설립), 그리고 최초의 에보슈 생산업체로 알려진 Fontainemelon 지방의 FHF(1793년 설립[1] ) 등이 연합해 1926년 설립한 회사
ETA 전신은 에테르나였으나, 무브먼트 제조부문이 분리 매각되어 현재의 ETA에 이르고 있으며, 본가인 에테르나는 침체기를 거쳐 중국에 매각되었다. 에테르나는 현재에도 ETA와는 별개의 개성적인 자사 무브먼트를 사용하여 시계를 제조하고 있으나 위상은 이전같지 않다.
3. 무브먼트
3.1. ETA 2824-2
ETA의 대표적인 기계식 무브먼트 제품 중 하나로서, 자동 태엽 감기 기능과 25개의 주얼 베어링을 사용한 제품이다. ETA의 전신인 Eterna의 1427 설계에 기반한 제품으로 1961년에 처음 등장했다.
ETA 2800 계열 부므먼트는 진동수 (6진동/8진동/10진동), 날짜/요일창 유무, 자동/수동 여부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있으나, 그 중 '''8진동/날짜/자동 무브먼트'''인 2824가 가장 널리 사용된다. 너무 널리, 대량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날짜창이 없는 시계를 만들 때 No Date 버전인 2821을 쓰지 않고 그냥 2824를 쓴 뒤에 다이얼에서 창만 막아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 여기에 요일 기능이 추가되어 8진동/날짜+요일/자동인 버전은 2836이며, 자동 모듈이 없는 8진동/NoDate/수동 버전은 2801이다.
Standard, Elaborated, Top, Chronometer의 네 가지 등급으로 제조되며 Elaborated등급과 Top 등급을 구분짓는 차이점은 배럴 스프링과 충격 보호 장치, 팔렛 스톤과 베어링/헤어스프링, 레귤레이터 구조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무브먼트 이름에 -2가 붙은 이후로 Standard 등급과 Chronometer 등급의 레귤레이터 구조는 에타크론으로 동일하다. 각 등급의 제품들은 아래와 같이 조정되어 출하된다.
- Standard 등급은 두가지 자세에서 평균 일오차 +/- 12초, 일 분산 최대 +/- 30초 이내를 가지도록 조정된다.
- Elaborated 등급은 세가지 자세에서 평균 일오차 +/- 7초, 일 최대 분산 +/- 20초 이내를 가지도록 조정된다.
- Top 등급은 다섯가지 자세에서 평균 일오차 +/- 4초, 일 최대 분산 +/- 15초 이내를 가지도록 조정된다.
무브먼트의 지름은 25.4mm, 높이는 4.6mm로, 들어가기만 하면 무조건 시계가 손목 위의 밥솥이 되는 마법의 ETA 7750(두께 7.6mm)보다는 훨씬 얇지만, 동사의 2892의 3.6mm에 비하여 두께가 두꺼운 편인데 이는 수동 무브먼트인 ETA 2801-2에 와인딩 기구와 로터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설계사상을 통해 다소의 두께를 희생하지만 높은 신뢰성과 정확성이라는 명성을 얻은 것이 롤렉스이다. 이미 검증된 수동 무브먼트의 구조를 거의 수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능과 안정성은 보장되어 있으며, 최근 유행하는 인하우스 무브먼트들에 있어서는 하나의 벽이라고도 볼 수 있다.
3.2. ETA 2892
2824보다 뒤늦은 1975년에 등장한 무브먼트로, 비교적 신형의 무브먼트 디자인으로 21개의 주얼 베어링을 사용하는 자동 무브먼트이다. 후술하겠지만 보수적인 설계의 2824에 비해 보다 현대적인 설계 컨셉을 갖고 있다. 1963년 등장한 Eterna-Matic 3000 에 탑재하기 위해 새로 개발된 Eterna 1466U가 그 원형으로, 그 개량형인 1504가 후에 ETA로 합병재편되면서 2890이 된다. 여기에 퀵셋 데이트를 더한 것이 2892인 것이다. 1983년에는 개량형인 2892-2가 등장했고 현재는 2892A2 버전으로 생산되고 있다.
2824-2와는 달리 Standard 등급은 제조되지 않으며, Elaborated와 Top, Chronometer 등급으로 나뉘어 출하된다. Elaborated와 Top 등급을 나뉘는 차이점은 밸런스 휠과 헤어스프링, 레귤레이터 메카니즘이다. 또한 등급이 올라감에 따라 코스메틱 데코레이션의 정도도 차이가 난다. 각 등급의 제품들은 아래와 같이 조정되어 출하된다.
- Elaborated 등급은 네가지 자세에서 평균 일오차 +/- 7초, 일 최대 분산 +/- 20초 이내를 가지도록 조정된다.
- Top 등급은 다섯가지 자세에서 평균 일오차 +/- 4초, 일 최대 분산 +/- 15초 이내를 가지도록 조정된다.
- Chronometer 등급은 COSC 사양서에 따라 다섯가지 자세에서 평균 일오차 – 4/+6초, 일 최대 분산 +/- 5초 이내를 가지도록 조정된다. 2824-2와 마찬가지로 해당 등급 제품은 시리얼 넘버에 의해 관리된다.
무브먼트에서 크기가 작고 두께가 얇다는 것은 그만큼 제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와 동일하다. 2892의 무브먼트 가격은 2824보다 비싸게 책정되어 있고 실제 이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시계들은 포지션 상으로도 좀 더 고가의 제품이며, 상대적으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 및 가치를 가지는 시계 제조사에 범용 무브먼트로 제공된다.
이 무브먼트를 많이 사용하는 메이커로는 브라이틀링이 있고, IWC도 포르투피노, 인제니외르(인제니어) 등에 사용했다. [6] 스와치 그룹 내에서는 론진이 많이 쓰며 Presence나 Elegance 라인의 드레스워치는 8mm를 넘지 않는, 오토매틱치고 꽤 얄팍한 두께를 가지고 있는 것도 많다. 오메가에서도 이스케이프먼트를 코액시얼 방식으로 수정한 Calibre 2500[7] 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였고, DeVille Prestige 제품군에는 얇은 두께 때문에 사용되고 있다. 오메가 시마스터 다이버 300 구형에도 사용되었으나 2018년 발표된 신형부터는 쓰이지 않는다. [8]
다만 안정성과 신뢰성은 2824-2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는데, 주로 이는 소형화를 위해 밸런스 휠의 크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체형 자동 감기 구조를 지닌 2892는 로터 회전축에 설치되는 볼베어링과 리버싱 휠 등 자동 감기 관련 부품들이 브릿지 내부로 파고 들어왔기 때문에 부품들을 배치할 내부 공간이 협소해지고 밸런스 휠의 크기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브먼트의 정확도는 대체로 밸런스휠의 크기, 진동수와 비례[9] 하는데 2824에 비해 진동수는 동일[10] 한데 밸런스 휠의 크기는 작아졌기 때문에 2824보다 못하지 않겠냐라는 의혹을 사 왔다.
그러나 ETA는 오차 보증에 대해서는 2824와 동일한 성능 보증을 하고 있고, 밸런스 휠이 작고 가벼워진 만큼 태엽의 파워 리저브 타임은 증가[11] 했으며 더 얇고 착용감이 우수한 시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사용에 있어서 성능상의 이슈는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실사용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오차 정밀도보다는 와인딩 효율이다. 2892의 로터가 만드는 토크가 충분하지 않아 태엽을 효율적으로 감지 못한다는 불만이 종종 사용자들에게서 나온다. 특히 사무실 책상에 앉아 근무하는 시간이 길어 활동량이 적은 사용자의 경우가 그렇다. 오메가등 일부 메이커는 로터 외각부의 중량체 부분을 살짝 키우는 등 수정을 가하여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3.3. ETA 7750
기계식 자동 크로노그래프 시계이라면 속에 들어있는 무브는 십중팔구(…) 이것이다. 칼럼휠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크로노그래프과 달리, 세 겹의 캠 시스템과 레버 이스케이프먼트를 사용하여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메인플레이트와 캘린더 플레이트, 그리고 크로노그래프 탑 플레이트로 구성되어있다. 레버가 캠을 앞뒤로 움직여 스톱워치 메커니즘이 작동된다.
단방향의 자동 감기를 지원하고 25개의 주얼 베어링이 사용되었으며, 기본적인 날짜판 이외에도 트리플 데이트(날짜, 요일, 달력, 문페이즈)까지 조합되기도 한다(IWC가 이러한 마개조(…)를 일삼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 방향으로만 감기가 된다는 특성 때문에 나머지 한 방향으로는 공회전을 하게 되는데, 이 때 발생하는 진동으로 인해 정숙한 시계를 원하는 사람들이 7750을 극구 피하는 원인이 되지만 되려 이 진동이 시계가 살아 숨쉬는 것 같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취향에 따라 참조하도록 하자. 흔한 오해 중 하나는 단방향으로만 감기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추측인데 실제로 7750의 감기 효율 자체는 2892 이상으로 우수하다고 한다.
2892와 마찬가지로 세 가지 등급으로 나뉘어 조정, 판매된다.
- Elaborated 등급은 네 가지 자세에서 평균 일오차 +/- 5초, 일 최대 분산 +/- 15초 이내를 가지도록 조정된다.
- Top 등급은 다섯 가지 자세에서 평균 일오차 +/- 4초, 일 최대 분산 +/- 15초 이내를 가지도록 조정된다.
- Chronometer 등급은 COSC 사양서에 따라 다섯 가지 자세에서 평균 일오차 – 4/+6초, 일 최대 분산 +/- 5초 이내를 가지도록 조정된다.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역사에 있어서 감성팔이(…)의 으뜸은 제니스의 엘 프리메로라고 할 수 있으나, 사실 사연 많기로는 ETA 7750 또한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는편이며 그명성을 널리 떨치는 편이다.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1969-1974년 동안, 알려진 다수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들이 등장한다. 1969년에는 호이어, 브라이틀링, 해밀턴이 공동개발한 크로노매틱, 세이코의 6139, 그리고 제니스의 엘 프리메로가 발표되었으며, 1973년에는 레마니아의 5100이 발표되었다. 이때 아직까지는 수동 무브먼트를 주로 제조하던 밸쥬(Valjoux) 역시 자동 크로노그래프 개발에 착수하게 되고, 이를 실제로 진행한 것은 이전 롤렉스의 시계 엔지니어였던 에드몬드 캡트였다. 베이스 무브먼트로는 수동 무브먼트인 밸쥬 7733이 사용되었고 대량생산에 촛점을 맞추어 당시 주류였던 컬럼휠 방식 대신에 캠 휠이 채용되게 되었다. 캡트는 인근의 도시까지 도보로 왕래하며 그곳에 있던 원시적인 컴퓨터를 대여하여 무브먼트 설계에 활용하였고, 1974년에 완성하게 된다. 그러나 1973년의 그 유명한 쿼츠 쇼크로 인해 기계식 시계 시장은 크게 위축되었고, 밸쥬 역시 7750의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이 때 캡트는 제니스의 찰스 베르모가 그랬던 것처럼 제작에 필요한 도면과 도구들을 개인적으로 보존하였고, 이 덕에 7750은 오늘날 수 많은 스위스산 손목 밥솥(...)의 심장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3.4. ETA 7001
수동 박형(thin) 무브먼트. 원래 프쥬(Peseux)[14] 가 설계/제조하던 무브먼트였으나 ETA에 합병되어 지금은 ETA가 만들고 있다. Peseux는 이 외에도 7036등 여러 박형 무브먼트를 갖고 있었으나 ETA합병후 라인업이 정리되면서 현재도 생산되고 있는 것은 이 7001 뿐이다.
7001은 ETA 에보슈 중 유일하게 Top 그레이드만 공급하고 있는 모델이다.
두께는 2.5mm로, 일반 시계회사들이 범용으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박형 무브먼트다. 박형 무브먼트의 제조는 생각 이상으로 까다롭고 품질관리가 어려우며, 완성된 무브먼트의 내구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박형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컴플리케이션 대접을 받으며 일부 하이엔드 제조사들 외에는 무브먼트의 설계/제조를 거의 손대지 않는다. [15] 때문에 범용 무브먼트 에보슈로서 박형 무브먼트를 써야 한다면 현재로서는 7001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이엔드 초박형 무브먼트는 2.2mm 언더.... 일부는 2mm 언더급의 두께를 보이기 때문에 수동 2.5mm를 초박형 무브먼트라고 불러주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초박형은 아니더라도 박형이라고 불러주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이 무브를 사용한 시계의 두께는 5.8mm ~ 7.5mm 정도의 슬림한 드레스 워치가 된다.
프레드릭 콘스탄트, 루이 에라르, 융한스, 에포스 등의 메이커가 수동 슬림 시계에 사용하고 있으며, 노모스의 자사 무브먼트인 알파 무브먼트의 베이스가 되는 무브먼트이기도 하다. 루이 에라르 일부 모델은 7001을 베이스로 레귤레이터(regulator) 형태로 변형된 무브먼트를 사용하며 [18] , 리메스(Limes) 일부 모델은 7001에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추가한 것도 있다. 융한스에서는 J815라는 이름을 붙이고, 몽블랑에서는 MB 23.01, 오메가에서조차 Cal.651이라는 이름으로 De Ville 제품군에 사용하였다. 티파니의 180주년 기념 사각형 시계에 들어간 최초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역시 윤열[19] 을 살펴보면 7001을 수정한 것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3.5. ETA 6497/6498
원래 회중시계용으로 개발되었던 수동 무브먼트.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품이 크고 두껍게 만들어져 있고, 구조가 심플하여 고장이 적고 내구성이 우수한 무브먼트이다. 본래 유니타스(UNITAS)사가 개발/생산했던 무브먼트였으나 유니타스가 ETA에 합병되며 현재는 ETA가 제조하고 있다.
태생이 회중시계용이었던 만큼 손목시계에는 어울리지 않는 크기의 무브먼트였으나, 액션 스타 실베스타 스텔론이 그 엄청난 굵기의 팔뚝에 큼지막한 다이얼의 파네라이 시계를 착용하고 나와 시계에 오버사이즈 열풍을 일으키며 손목시계에도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손목시계로 만들 경우 다이얼 크기는 최소 41mm, 보통 42~43mm 가 되며 오버사이즈는 44~46mm 가 된다.
회중시계의 용두는 보통 12시에 오며, 6시 방향에 작은 초침 (스몰 세컨드)가 오는 디자인이다. 이것을 손목시계용으로 차용하여 방향을 90도 돌려 용두를 3시 방향에 놓으면 초침은 9시에 오게 되는데, 이것이 6497의 형태다. 6498은 이것을 소폭 수정하여 용두가 3시에 왔을 때 초침이 6시에 오도록 한 것이다. 6497 과 6498 은 기본 구조가 거의 동일하며 와인딩계 (메인베럴, 클릭, 와인딩 기어) 만 서로 대칭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6497-1 은 18,000 bph의 저진동 무브먼트였으나 개량형인 6497-2는 21,600 bph로 진동수가 향상되었다.
커다란 태엽 덕분에 충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과 크고 두꺼운 부품 덕에 내구성과 신뢰성 확보가 용이하여 여러 시계 메이커에서 다양한 수정과 개조, 변형을 가한 버젼이 등장했다. 빅데이트 모듈을 올리거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추가하거나, 점핑 아워 모듈을 올리거나, 퍼페츄얼 캘린더 모듈을 더하거나, 다양한 스켈레튼 개조 버젼들이 있으며, Benzinger 처럼 스켈레튼화 및 하이엔드 피니싱 가공을 더하는 장인의 경우 그의 작품 대부분이 6498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모리스 라크로아(Marurice Lacroix)의 사각형 초침 기어 시계인 마스터 피스 루 카레 (Master Piece Lou Carré)에 사용된 ML156 무브먼트나, 레트로그레이드(retrograde) 캘린더 무브먼트인 ML150, 151, 152 등도 기본 구조는 ETA6498에 기반하고 있다.
4. 위엄
완제품을 안 만들기 때문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실제로는 시계 산업의 숨겨진 최종보스이자 스와치 그룹의 핵심전력. 스위스 시계 무브먼트 생산에 있어서 부동의 1위다.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쓰는 최고 하이엔드급 브랜드를 제외하면 다들 어느 정도씩은 ETA의 무브먼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으니 사실상 다른 시계 회사들의 목줄을 잡고 있는 셈. 단적인 예로 LVMH 그룹 소속의 브랜드인 태그호이어의 베스트셀러인 카레라 라인의 Calibre 6 같은 경우가 ETA 무브먼트로 만들어졌다. 경쟁 그룹인 LVMH이 이러고 있으니 말 다했다. IWC의 대부분 무브먼트는 ETA (Valjoux) 7750 을 그냥 가져다 박은 것도 있고, 수정한 것도 있다. 다른 독립 회사들도 오데마 피게 같은 괴물이 아닌 이상 ETA나 Ronda 등에서 무브먼트를 사다 대부분의 제품을 만든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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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계에 있어서 ETA의 점유율. # 2014년 만들어진 스위스 시계 무브먼트의 72% 가량을 혼자 다 만들었다. 그나마 이게 2010년부터 비계열사에 대한 무브먼트 공급을 줄여서 나온 수치다. 보기에 따라서는 Rolex의 위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Rolex보다 스위스 시계 무브먼트를 많이 만든 회사는 무브먼트 전문 업체밖에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ETA가 생산량마저 넘사벽이다보니 가격에서든 성능에서든 ETA 물건을 이길 자가 없는 수준이기 때문. 스위스 법에 따르면 무브먼트가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것만 스위스 시계라는 인장(swiss made)을 찍을 수 있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고 해서 독일이나 일본 무브먼트를 사다 쓸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무브먼트를 직접 생산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가격이 싼 스위스제 무브먼트를 써야 하는데... '''이쯤 되면 ETA 무브먼트 외엔 선택지가 없어진다.''' 스위스에는 Ronda나 IsaSwiss 같은 다른 무브먼트 회사도 있지만, 이들은 해외 업체들에게 무브먼트를 공급하는 게 보통이다. 이 회사들은 생산 기지로 스위스를 고집할 필요도 없어서 중국이나 태국에도 공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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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대세인 ETA 7750.[22] # 이 외에도 양방향 로터의 범용 오토매틱 무브먼트 2824-2나 쿼츠 무브먼트인 G10.211 등이 유명하다.
덕분에 2003년부터는 스위스 정부로부터 시장 독점 혐의로 조사까지 받았다. 사법 처리될 정도로 큰 잘못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관행을 시정해야 했다는 모양.
5. 여담
티쏘가 가성비 최고 소리를 듣게 하는 주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성비가 좋으려면 성능이 좋은 데다 규모의 경제까지도 달성하는 ETA 무브먼트를 안 쓸 수가 없는데, '''그걸 가장 많이 공급받는 게 계열사인 티쏘이다'''.
2010년대부터 시작된 시계 메이커들의 매뉴팩쳐화[23] 열풍의 주범이다. 70년대 이후 스위스 시계 대부분의 무브먼트를 공급해 온 ETA가 2010년부터 비계열사 업체들에 대해 무브먼트 공급을 제한하면서 스위스 시계 업체가 앞다퉈 자체 무브먼트 개발에 나선 것. 위에서 설명한 카레라 라인 같은 경우도 원래 ETA 무브먼트로 만들어지다가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 자체 무브먼트로 바뀌었다. 반대로 여태껏 ETA에 밀려 스위스 시계에 무브먼트를 공급하지 못 해온 Sellita나 여태껏 쿼츠 무브먼트만 만들어 왔던 Ronda, IsaSwiss 같은 업체들은 이번 기회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고 앞다투어 신형 무브먼트를 출시하는 중이다.
5.1. 시장 독점 혐의 조사
속칭 ETA 에보슈 파동.
2002년 스와치 그룹은 '우리가 원하는 업체에만 ETA 에보슈를 공급하겠다.'라는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ETA는 무브먼트 에보슈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었기에, 스위스 공정위(COMCO)는 통제를 가하여 ETA가 업체들을 차별하지 않고 무브먼트를 공급하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ETA SA의 모기업인 스와치 그룹의 회장이었던 니콜라스 하이예크는 이것이 스위스 시계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다. 기술 개발을 등한시 한 채 ETA 에보슈를 사다가 껍데기만 씌워 파는 비즈니스로는 스위스 시계 산업에 미래가 없다고 보고 극약 처방을 감행한 것이다.
난데없는 폭탄 선언을 맞이한 스위스 시계 업계는 ETA가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고 극렬하게 반발했고, 이듬해인 2003년, 스위스 연방 정부는 ETA SA는 물론 모기업인 스와치 그룹 유한회사의 회장인 니콜라스 하이예크까지 대상으로 하여 업계의 관행에 관해 수사를 시작했다. 경쟁사들은 에보슈의 공급 중단이 자신들의 명줄을 끊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불평했고, 하이예크는 스위스 시계 제조사들은 업계 전체가 ETA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시계 제조능력을 일신하는 것을 통해 업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2005년 스위스 공정위는 조사가 끝난 후, ETA에게 2008년까지 평년과 같은 수준의 에보슈 및 부품 공급을 유지하라고 지시하였고, 2010년까지 점진적으로 공급량을 줄일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위원회의 판단으로는, $250 이하 가격대의 에보슈의 경우 ETA의 대안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공급을 중단하는 경우 스위스 독점 방지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결정은 일부 시계 제조사로 하여금 인하우스 무브먼트 제작을 위한 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촉발시키기는 하였으나, 2010년이 다 되어도 ETA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해소되지 않았다. 최초의 판결에서 명시했던 기간은 연장되어, 2012년 7월에 스위스 공정위는 새로운 감축안을 강제한다. ETA가 그룹사 외부 공급량을 2010년 수준에 비하여 2014~2015년에는 30%, 2016~2017년에는 50%, 2018~2019년에는 70% 수준까지 줄일 수 있도록 허가한다. 기타 부품의 경우, 2023년까지 이전 대비 30퍼센트까지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ETA가 원하는 것은 부속품과 에보슈의 그룹 외부 판매 여부, 판매량을 자신들의 뜻대로 결정하는 자율권을 얻는 것이지만, 이 시점은 2019년 이후로 연기된 것이다.
스위스 공정위와의 협약은 2019년 12월 31일에 종료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를 불과 12일 앞둔 2019년 12월 19일, 스위스 공정위는 협약을 다시 1년 연장하여 2020년 12월 31일에 종료할 것을 강제했다.
그간 셀리타를 비롯하여 STP [24] , 테크노타임, 소프로드(Soprod) [25] , 콘셉토(Concepto) 등이 ETA의 클론, 또는 대체품을 개발하여 공급을 시도했으나 2015/2016년 닥친 시계업계의 불황은 이들 업체에 타격을 가했다. 2020년 현재 안정되고 쓸만한 ETA의 대체품의 공급원은 연 100만개를 생산하는 셀리타지만, 여전히 생산량은 ETA의 1/6에 불과하며 가격도 오히려 ETA보다 비싸다.
스위스 공정위는 ETA 외부 공급량의 단계적 감축을 통해 업체간 경쟁 구도를 이끌어내고자 했지만 아직 경쟁 업체의 힘이 약한 상태에서 ETA에게 에보슈 공급 결정권을 되돌려줄 경우, 압도적인 생산량을 바탕으로 무브먼트 가격을 인하하여 경쟁 업체를 고사시켜 버릴 것을 우려했다. 이 때문에 셀리타 등을 보호하기 위해 협약을 1년 연장하며 2020년부터는 ETA가 외부에 에보슈 공급을 하지 못하도록(0%) 강제했다. [26] ETA가 완전한 공급 자유를 누리게 되는 것은 2021년부터가 되는 것이지만, 이것도 결국은 두고 봐야 알 것이다.
지난 18년의 기간동안 많은 메이커들이 대안을 찾아 움직였기 때문에 향후 극단적인 시장 파동은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파동의 여파는 매우 크고 긴 것 같다.
[1] 이 회사의 생산라인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ETA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ETA의 역사를 설명할 때 17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표현한다. [2] 해밀턴 카키 제품군에 주로 사용됐다. 최근 들어서는 티쏘의 Calibre 80과 동일한, 실리콘 재질의 밸런스 스프링으로 항자성을 개선하고 파워리저브가 80시간으로 늘어난 H-21 탑재의 신제품 비중이 늘어가는 중이다.[3] 단, Tag Heuer에서는 2824-2와 2836을 구분하지 않고 Calibre 5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또한 셀리타의 SW-200또한 혼용한다.[4] 이렇게 되면 용두를 뽑아 시각을 조정할 때 고스트 포지션이 생긴다. 날짜가 없는 시계인데 용두가 1단-2단으로 구별되어 1단에서 있지도 않은 날짜창을 돌리는 동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5] 2824 두께는 4.6mm[6] 현재는 ETA의 그룹 외부 공급제한 정책 때문에 클론 제품인 셀리타 SW300을 사용한다.[7] ETA 2892 수정의 끝판왕으로 인정받는다.[8] 오메가는 2018년 신형 시마스터 다이버 300에 신형 무브먼트인 캘리버 8800을 적용했다. 8800은 그룹내 하이엔드 무브먼트 설계/제조 부문인 프리데릭 피게가 설계하고 ETA가 제조하는 오메가 신형 무브먼트인 8500의 개량형이다.[9] 밸런스 휠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진동수를 높여 정확성을 확보한 무브먼트로는 제니스의 엘 프리메로가 있다.[10] 8진동 = 4Hz = 28,800vph[11] 2824는 38시간 → 2892는 42시간[12] 브라이틀링은 과거 해밀턴, 태그 호이어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축해 Calibre 11이라는 자동 크로노그래프를 개발한 바 있으나 곧 찾아온 쿼츠 쇼크로 인해 최근까지 범용 무브먼트를 사용해왔다. 크로노미터 인증은 가장 많이 받는 축에 속해왔으나 최근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개발의 유행에 따라 조금씩 비중을 줄여가고는 있다. 그리고 새로이 개발한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공급받아 사용하는 곳이 롤렉스의 하위 브랜드인 Tudor. 브라이틀링은 Tudor로부터 타임 온리 무브먼트를 공급받아 사용한다.[13] 브라이틀링과 마찬가지로 Calibre 11을 포기하고 범용무브먼트를 공급받아 사용해왔다. 최근은 Cal.1887을 비롯, Calibre Heuer 01, Calibre Heuer 02 등의 자사 무브먼트 비율을 늘여가고는 있지만...여전히 7750의 사용 비율은 무시할 수 없을만큼 크다.[14] Peseux를 푸조라고 읽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본 시계잡지에서 푸조(プゾー)라고 표기한 영향인 듯 하다. 실제의 발음은 프쥬, 프죄 정도에 가깝다. 프랑스어로 푸조라면 Pougeot나 Pouzeaux 가 되어야 할 것이다.[15] 예거 르 쿨트르, 바셰론 콘스탄틴, 피아제, 불가리가 초박형 시계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16] 플레이트 형태에서는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주얼 베어링의 위치를 통해 윤열이 7001과 동일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17] 인하우스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플레이트 분할 만을 수정한 7001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18] 가난한자의 눈사람 - 자케 드로 그랑 스콩드의 별명 - 이라고 불림 [19] 톱니바퀴의 배열이라는 뜻. 주로 톱니바퀴의 직경, 기어 이빨의 크기와 개수, 톱니바퀴 회전축의 배치를 말한다. 무브먼트의 기본적인 역학적 구조를 이루는 부분이므로 무브먼트에 여러가지 수정 - 브릿지 형상의 변경, 밸런스 휠 교체, 레귤레이터 교체, 스켈레튼화나 각종 데코레이션 피니싱 가공 추가, 클릭 구조 변경, 기능 모듈의 추가 등 - 을 가하더라도 윤열은 거의 바뀌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 무브먼트가 독자적 설계구조를 갖고 있는지 아니면 기존에 있던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수정한 것인지를 파악할 때 가장 먼저 윤열을 본다. [20] Hermann Grieb와 Jochen Benzinger 의 협업으로 제작된 하이엔드 수준의 스켈레튼화를 가한 시계. 얼핏 봐서는 6498 무브먼트라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의 고급 수정이 가해졌다. [21] 무브먼트 완제품만 해서 이 정도고 반제품 상태인 에보슈까지 포함하면 이 비율은 더 높아진다.[22] 2000년대 이전까지는 Valjoux 7750라고 불렸다. 사족을 달자면, 위의 사진은 자동감기용 로터(회전추)를 제거한 상태의 것인데, 잘 보면 오리지널 ETA 7750 에보슈가 아니다. 독일의 뮐 글라슈테에서 수정을 가한 7750. 특기할 수정부분은 레귤레이터(오차조정장치)에 우드페커(woodpecker - 딱다구리)라 불리는 미세조정 장치를 도입했다. 구조적으로는 스완넥(swan neck - 백조 모가지) 레귤레이터와 큰 차이는 없지만 2824, 7750에 이런 미세조정장치를 도입한 것은 흔하지는 않은 편. [23]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생산, 테스트에 이르는 시계 제작 공정 전부를 내부에서 처리 가능한 시계 브랜드를 가리킨다. 대부분의 제품이 무브먼트 전문 회사의 무브먼트를 사서 만들기 때문에 이런 말이 붙었다. #[24] 엠포리오 아르마니, 버버리 등의 시계 메이커를 계열사로 거느린 파슬(Fossil) 그룹의 무브먼트 제조 부문. ETA클론인 STP11-1을 만들고 있으며 품질은 ETA 엘라보레 등급에 준하는 품질이 나온다는 것이 중평 [25] Soprod A10 의 경우 구조는 ETA가 아닌 세이코 4L계 설계를 빌려왔으나 핸즈 규격, 용심 높이, 무브먼트 직경이 ETA와 동일하여 ETA을 쓰던 제품에 투입하기 편하게끔 되어있다. [26] 단, 직원수 25명 미만 규모의 메이커에게는 공급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