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노지말
1. 곁 뜻
아무리 강한 장력의 쇠뇌에서 발사한 화살이라도 사정거리 끝에 이르러서는 비단 천에조차 구멍을 뚫을 수 없다는 의미.
2. 속 뜻
아무리 강한 힘도 시간이 흐르면 쇠퇴하기 마련이다. 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날뛰다 실패할 때의 반면교사로도 사용할 수 있다.
3. 출전
원전은 사마천의 사기 《한장유열전(韓長孺列傳)》[1] 이다.
한고제 유방이 흉노를 정벌하러 갔다 역관광당하고 진평의 계책으로 간신히 살아나온 뒤부터 전한에서는 흉노와 화친하고 공물을 바쳐왔다. 그래도 때로는 강경한 선우가 나타나 지속적으로 국경 분쟁이 일어났다. 한무제 치세에 들어 이 상황을 타파하고자, 흉노 토벌계획을 수립하고 대신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열었는데, 이에 한안국이 화친을 주장하면서 말했다.
"흉노를 공격하려면 수천 리를 행군해야 하는데, 강한 군대라 해도 그렇게 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무거운 쇠뇌에서 쏜 화살이라도 끝에 가서는 비단 하나를 뚫지 못하는 이치입니다(强弩之末力不能入魯縞)."[2]
한무제는 이 말을 무시하고 왕회(王恢)가 입안한 흉노 군대를 유인해낸 후 복병으로 치자는 계획에 따라 30만이라는 무지막지한 병력을 동원해 흉노를 정벌하러 갔다. 반대는 했지만 이 30만의 총지휘관도 한안국이었다. 그러나 흉노의 군신선우는 작전을 한눈에 꿰뚫었고, 계획이 통째로 수포로 돌아갔다. 일으킨 병력이 병력이었던 만큼 비용과 손해가 막심했고, 왕회는 주위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고 말았다.
4. 기타
여기까지라면 그냥 좀 조심스럽고 사려 깊은 신하가 옳은 소리 했구나 싶지만 사실 뒷이야기가 있다.
한무제는 포기를 모르는 남자라서 3~4년 뒤[3] 에 이광과 위청을 포함한 군대로 흉노를 쳤고, 그로부터 10년 뒤에는 이광, 위청 및 곽거병이 흉노를 박살내버린다. 흉노는 무제 대의 공격을 일단 막아내 나라를 지키긴 했지만 하도 피해를 많이 입어 한선제 때 동서로 나뉘고 만다. 강노지말 그런 거 없고 의지의 승리… 긴 했지만….
그러나 이 정벌로 전한도 타격을 엄청나게 입어서 소금과 철을 국가가 전매하는 등 재정 확충을 위해 백성들 주머니를 약탈해야 했고, 무제 사후 100년을 버티지 못하고 왕망에게 망한다. 한안국의 말도 충분히 일리있던 이야기였던 셈.
제갈량도 위와 싸울지 말지의 문제로 고민하던 손권에게 이 고사를 들어가며 응전할 것을 종용했다.
참고로 사마천이 고자가 된 사연 역시도 이와 관련되어 있다.
군사학에서는 이 사자성어에서 언급한 것처럼 적의 공세가 잦아드는 시점을 공세종말점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