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
腔線, rifling.
1. 설명
총열 안쪽(총강)의 나선형 홈. 탄환이 발사될 때 나선형 홈을 따라 회전하여 회전 관성을 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안정된 탄도'''를 가지게 된다. 구체가 아닌 물체는 날아가는 방향에 대해 자세가 바뀌면 공기 저항이 불균일해져서 제멋대로 날아가게 되는데, 따라서 명중률을 보장하려면 일정 방향으로 자세를 유지시켜야 한다.[2] 이 때 물체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경우 외력이 가해져도 그 영향을 매우 적게 받게 되며,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 바로 강선이다.
무조건 회전수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며 필요한 최소한의 회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요 이상의 회전을 주게 되면 회전에 에너지가 지나치게 치중되어 유효사거리가 줄어들고 착탄 시 수직이 아닌 좀 더 얕은 각도로 입사하게 되며 편류현상을 더 크게 받아 총알의 궤적이 좌 또는 우측(강선방향에 따라 다름)으로 더 많이 휜다. 반대로 회전이 불충분하면 탄도가 불안정해져 탄착군이 벌어진다. 심하면 비행 중 탄이 뒤집어져 탄미로(...) 착탄할 수도 있다.
강선은 소총, 기관총 등의 총열 뿐만 아니라 기관포, 대포 등의 포신에도 있다. 현대전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화기에 강선이 있다고 보면 된다. 단, 최근의 전차포는 APFSDS 및 HEAT의 사용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강선이 없는 활강포가 대세가 되었다. 벅샷[3] 을 주로 사용하는 산탄총도 대개 강선이 없는데 슬러그탄을 주로 사용하는 경우 강선이 파여진 총열이 사용되기도 한다[4] . 그리고 보병용 박격포도 포탄을 포구에서 떨어뜨려서 발사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대부분 강선이 없다.
일반적으로 탄환이 무겁고 길수록 더 많은 회전을 주어야 탄도가 안정되기 때문에 구경이 클수록 강선의 수도 증가한다. 보통 현대의 소총에는 4~6조 그 중에서도 주로 6조 강선을 쓰며 M2 브라우닝 중기관총이 8조, 50~75mm 정도의 포들은 24조, 90mm 전차포가 32조, 105mm급 이상의 포들은 36조 우선을 가진 경우가 많다.
현대의 소총은 거의 라이플로 총칭되는데, 라이플은 원래 강선이란 뜻이다. 그만큼 소총의 경우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강선을 갖고 있다.
2. 역사
2.1. 강선의 발견
강선의 기원은 불분명하다. 누가 언제부터 왜 이런 것을 만들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정확한 정론이 없어 여러가지 설이 존재한다. 원시적인 강선이 등장한 것은 대략 16세기 유럽의 총이었다.
이 때 강선의 목적은 탄도 안정이 목적이 아니었다. 초기의 탄환은 총열과 구경이 같으면 전장식의 경우엔 장전도 힘들고, 과거 금속 제련, 가공기술이 낮던 시기에는 높은 가스압력으로 총열이 폭발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약간 작은 구경으로 만들어졌다. 이때 탄환이 다시 흘러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헝겊이나 종이를 끼웠는데, 이것이 쉽게 배출되게하기 위해 직선형 강선을 새겨넣은 것이 극초기 강선의 목적이었다.[5]
또한 머스킷의 낮은 연소율을 가진 흑색화약이 폭발하면서 그을린 화약과 납탄의 찌꺼기가 총구에 끼는 것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런 홈도 파져있지 않은 총구는 발사되면서 점점 흑색화약이 끼었고, 사수는 좁아진 총열에서 총알을 발사하기 위해 점차 작은 총알을 집어넣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열 안에 직선 홈을 파 표면적을 늘리면 그 곳에 화약 찌꺼끼가 들어가 좀 더 오래 총열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던 것 같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총열에 더 많은 직선 홈을 팔 수록 좋았지만, 총열에 추가로 강선을 파는 것은 총열의 내구성을 약화시켰고 추가 공정은 생산성의 저하로 이어져 총기의 값이 비싸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선이 아닌 회전하는 홈을 파면 홈의 갯수에 비해 더 많은 홈을 가진 것 같은 효과가 나온다는 것이 발견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총에서 발사되는 총알은 회전하게 되었고, 왠지 모르지만 좀 더 정확하게 사격된다는 것이 발견된다.
2.2. 해석
이런 강선의 기묘한 현상은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져 유럽의 군사력의 강화로 연결된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영국의 동인도회사의 포병 장교로 활동했던 뛰어난 학자 벤자민 로빈스가 있었다. 1742년에 벤자민 로빈스가 쓴 책인 <새로운 포격 원리>(New principles of gunnery)>에서 그는 뉴턴 물리학과 미분, 보일의 법칙 등을 이용하여 발사체와 공기저항의 관계에 대해 정밀하게 탐구했고, 갈릴레이가 제시했던 포물선이 틀렸다는 결론을 내린다. 또한 기존의 무강선 소총이었던 머스킷의 총알 궤적이 왜 불안정한지에 대해서도 분석하게 된다.[6]
이후 1747년에 이르러 로빈스는 왕립학회에서 발표한 논문 <선조를 새긴 총신의 특성과 이득>(Of the nature and advantage of a rifled barrel piece)에서 포와 총에 '''강선을 파야 하며''', 총알을 달걀형으로 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유럽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독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3년 후에 유명한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에게 새로운 포의 원리 번역을 맡기는 등 강선기술은 유럽 전체로 파급된다. 이로써 유럽은 당시 동시대 그 어떤 지역보다 더 위협적인 포와 총을 가지게 되었다. 한 예로는 프랑스의 라 히테 시스템(La Hitte system)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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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테 시스템에 따라 만들어진 포탄과 히테 시스템에 따라 만들어진 대포.[7] 포신 내부가 육각형으로 파여 있고, 이 홈에 포탄에 달린 금속 돌기가 맞물리게 하여 강선 효과를 낸다. 구조가 단순하지만 일반 활강포보다 제조 및 관리가 어렵고, 무엇보다 투박하고 묵직한 쇠붙이들이 맞물려서 엄청난 힘으로 비벼지다 보니 포신의 마모가 심해 포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강선의 비싼 비용과 느린 재장전 때문에 강선의 효용성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선이 파진 머스킷을 장전하려면 강선이 안 파진 머스킷보다 더 큰 힘으로 형겊/가죽으로 싼 탄을 'bullet starter'라는 별도의 도구로 밀어넣어야 했고, 그 때문에 19세기 초의 나폴레옹 조차 비싸고 재장전이 느린 강선 머스킷보다는 무강선 머스킷을 더 선호했다고 한다. 남북전쟁 초기에 사용된 베이커 라이플의 경우도 3분에 한발이라는 끝내주게 느린 공속을 자랑했다.
게다가 '''강선을 파는 일''' 자체가 엄청난 중노동이었다. 옛날엔 기계를 이용해 인간이 직접 강철 총신에 강선을 새겼는데 당연히 머스킷에 비해 제작 난이도와 속도가 끝내주게 느렸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더욱 가속화되어 자동화 기계들이 나오고 결정적으로 19세기 말에 미니에 탄이라는 강선에 특화된 탄환이 등장하면서 라이플 소총의 전성기를 이끌어내게 되었다.
2.3. 한국의 경우
유럽 외에서도 강선과 유사한 방식을 도입해 명중률을 높여 보려는 시도는 있었다. 대표적인 게 1470년 이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대한민국 경주 출토 경주 이총통(참조링크)인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포신의 단면이 삼각형이다.[8] 이는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화살을 쟁여 쏘는 게 일반적이었던 당시,[9] 3개의 화살깃이 포신에 정확히 맞물려 강선과 같은 효과를 내게 하기 위한 구조였다. 다만 이렇게 하면 전용 삼각형 격목을 따로 만들어야 하고, 다른 탄종과 호환이 힘들어 장기적으로 쓰이지는 않았다.
그 외에는 화살이 아닌 철환을 주로 쏘는 차승자총통(참조링크)이나 소승자총통/승자총통 중 일부에서 현대의 페인트볼용 에어건처럼 총신을 일부러 약간 굽게 해 철환 발사 시 회전이 걸려 탄도 안정을 노린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들이 몇 점 있으나, 이 경우 전장식인 총통의 구조 때문에 재장전이 힘들어 많이 쓰이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구조가 의도된 것이 아니라 나중의 충격으로 총신이 굽은 거 아니냐는 설도 있다. 당장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중인 청계천 출토 만력19년명별총통도 총신 일부가 파손된 채로 발견되어 나중에 외부 충격으로 파손된 거 아니냐는 설이 있다.덧글참조
3. 제작의 어려움
강선은 제조하기도 힘들다. 길고 가느다란 파이프 구멍 '''안쪽에''' 균일한 크기로 얇고 가는 홈을 정밀하게 파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래서 제1차 세계 대전 전까지는 숙련자가 강선파는 도구를 가지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정밀하게 파내는 수고를 해야 할 지경이었으며,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대규모 공장에서 거대한 기계를 가지고 여러 개를 한꺼번에 드릴링하거나, 강제로 밀어서 짜낸다든지, 강선 모양의 형틀을 내부에 삽입한 후 외부를 때려서 찍어내거나 화학, 전기적 작용을 이용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고하자.
그래서 전쟁시에 소총을 대량생산할 때 가장 시간이 걸리는 것이 총신이었으며, 레지스탕스 등의 게릴라 조직에서 홈메이드 소총을 만들 때 가장 문제가 된 것이 총열과 탄창이었을 정도로 강선 파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이들에게 이미 강선이 파여진채로 지급된 스텐 기관단총 같은 물건은 더 좋은 총이 널린 정규군들에게는 악몽이였겠지만 그거라도 아쉬웠던 레지스탕스에겐 축복이였다.
4. 오해
묘하게 잘못된 상식이 많이 퍼져있다.
강선은 총알 궤도의 정확성을 위한 것이지 총알의 위력을 강화시키고자 새긴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총탄은 몸속 조직을 드릴이나 믹서처럼 갈아버린다!'라고 잘못 알고있는데, 실제로는 원추형의 총탄이 공기 속을 나아가는 도중 중력에 의해 뒷부분이 내려앉으며 난류가 발생해서 탄도가 뒤틀려 빗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앞뒤로 길쭉한 유선형의 형상(Boat Tail)을 갖는 소총탄의 탄자의 경우, 강선에 의한 회전력이 없으면 탄자의 앞부분이 위로 들리면서 회전하는 현상, 즉 탄자가 뒤로 덤블링을 하는 현상이나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편주현상이 일어나게 되며, 그것을 막기 위해 강선에 의한 회전을 걸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탄자에 회전이 과하게 걸리면 오히려 명중률이 떨어진다.
신교대에서 흔히 듣는 잘못된 지식 중 하나가 K2는 회전력이 강해서 총에 맞은 앞면은 구멍이 작고, 뒷면은 크다는 것인데 회전과는 관계없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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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병과를 나온 예비역이라면 다양한 총격에 의해 발생한 실제 총상의 사진이 실린 책자를 봤을 테니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새끼손가락 끄트머리만 한 소총탄이 얼마나 무서운 놈인지 잘 알 것이다. 이런 것 없이 지근거리에서 맞으면 깨끗하게 직선으로 관통할 가능성이 높고, 이게 주요 장기를 피해간다면 치명상을 못 입히는 경우도 많다.
5. 어원
소총 등의 총기에 관심이 있는 위키러라면, 오늘날 소총을 지칭하는 영단어인 "라이플"이 바로 "강선을 파다"라는 뜻인 동사 "rifle"에서 왔음을 알 것이다. 원래 "강선이 파진 총열을 가진 총(rifled-barrel gun)"으로 불리던 것이 "rifle"로 축약된 것이다. 우리말로 비유하자면 소총을 그냥 "강선"이라 부르는 셈이다.
그런데, 어학에 관심이 있는 위키러라면 강선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에는 동사 "rifle"이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강선의 발명과 함께 rifle이라는 단어도 태어난 것은 아니니 말이다.
Rifle이라는 단어가 영어에 등장한 것은 14세기경으로 알려져 있으며, 영어와 불어에서 "긁어내다, 뜯어내다(약탈하다)"를 의미하는 동사였던 "리플러(rifler)"가 원형이라 한다. 리플러의 기원으로 추측되는 단어로는 옛 게르만어에서 "톱질하다"라는 뜻의 동사인 "riffilōn(리필론)"과 옛 네덜란드어로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rijffelen(리이펠렌, 긁어낸다는 뜻)" 등이 있다.
오늘날에도 영어에서 동사로 "라이플"이 강선을 판다는 의미 외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남의 물건을 (훔치기 위해) 허겁지겁 뒤지다"라는 뜻이며 거의 항상 전치사 "through"와 함께 사용된다(예: He rifled through her purse.)
6. 기타
- 강선에 의해 탄환에는 흠이 새겨지게 되는데 이것은 각 총기마다 다르다. 이를 '강선흔', '선조흔'이라 하며 총기의 지문으로도 불린다.
- 산탄총에 쓰이는 슬러그 탄중 라이플드 슬러그탄(Rifled Slug)이 있는데, 발사후 날아가면서 공기저항으로 회전이 걸린다. 물론 진짜 강선 새긴 총보다 못하지만 그런대로 효과가 있다고 한다.
[1] 사진의 것은 소총보다 많은 24조 우선의 강선으로, 포신 두께가 비교적 얇은 것을 보면 야포나 전차포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발사 시 압력이 낮은 박격포일 가능성이 크다. 국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박격포 중에서 강선식 박격포는 4.2인치 박격포이다. 24조 우선의 강선을 가지고 있으며 사진의 것은 4.2인치 박격포의 포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2] 원래 활에서 화살에 화살깃을 붙여온 것도 화살의 비행 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깃을 붙이면 탄 모양을 만들기 어렵고 옆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차 활강포에 사용되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 정도에나 화살 모양이 적용되었고, 총알에는 진행방향을 축으로 하는 회전을 주어 자세를 유지시킨다. 전차 날탄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무게가 4~9kg씩 돼서 측풍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지만 소총탄용 플레셰트는 빗방울에도 탄도가 휘어버릴 만큼 가볍기 때문.[3] 산탄, 작은 구슬을 여러 개 발사하는 탄.[4] 강선이 없을 경우 강선을 파는 복잡한 공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산탄총이 그렇게 싸게 팔리는 것이다. 때로 강선이 없는 산탄총에 강선 효과를 주기 위해 슬러그 탄체 자체에 강선이 파여 있는 것도 있다.[5] 강선이 파인 총기는 16세기 말엽부터 출시되기 시작했다. 초기 비강선 무기에서 총열 내부에 베이는 천 조각을 줄이기 위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빈의 가스퍼 졸너(Gasper Zolloner)가 내부에 2줄의 직선 강선을 만들어 천 조각 배출을 도와 이 문제를 도왔다.', '총백과사전'-크리스 맥나브, 휴먼앤북스 p97[6] 머스킷은 강선이 없었기에, 거리가 50m만 넘어가도 마치 닌텐도 야구게임 변화구처럼 탄도가 엿가락 마냥 휘어버린다. 서바이벌 게임이나 동원예비군 시가전 교장에서 페인트볼 총을 쏴 본 사람은 특히 와닿을 것이다. 18세기 프로이센 육군에서 명중률 실험이 있었는데 머스켓총으로 길이 30m, 높이 2m의 표적을 만들고 66m(75yd) 137m(150yd)에서 사격했을 때 전자는 약 60%, 후자는 40% 정도가 표적에 탄환이 명중했다. '총백과사전'-크리스 맥나브, 휴먼앤북스 p216[7] 사진 출처는 위키백과 해당 항목.[8] 포신 외부와 내부 모두가 다각형인 사례는 흔치않다.[9] 포에 화살을 쟁여 쏘는 것은 한국 고유의 것은 아니었다. 당장 서양 최초의 화포인 러셀트 소총통에도 화살을 쟁여 쏘는 그림이 남아있다.[10] 5.56 mm 탄은 인체에 적중하면 탄자가 깨지게 설계되어 있어서 깨지면서 생긴 파편이 구멍을 크게 벌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