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인

 

裘千仞
1. 개요
2. <사조영웅전>의 구천인
3. <신조협려>의 구천인
4. 안습한 전적


1. 개요


김용의 소설 <사조영웅전>,<신조협려>의 등장인물이다.
철장방이라는 방파의 방주이며 독문무공인 철장공과 물 위를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경공실력 덕분에 철장수상표(鐵掌水上漂)라는 별호가 있다.
열 세 살 때 우연히 철장방의 전대방주 상관검남의 목숨을 구해주었고, 그 보답으로 상관검남의 모든 무공을 전수받았다. 스물 네 살 때 이미 무공 실력으로 사부를 능가했으며, 다음해 상관검남은 세상을 떠나면서 방주 자리를 구천인에게 물려주었다. 상관검남은 충의가 있는 인물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두터웠으나, 구천인은 무학에만 전념하여 철장수상표의 이름을 강호에 널리 떨쳤다.
철장공으로 천남(天南)에 이름을 떨치는 형산파(衡山派)의 고수들을 한꺼번에 물리쳤으며, 형산파를 몰락시켰다. 사조영웅전 시기의 20년 전에는 구강(九江)에서 성도(成都)까지 구천인의 영패만 있으면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통행할 수 있고, 그 지역의 모든 흑도와 백도를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복속시켜 위세를 떨쳤다.
애초에 철장방의 전대방주 상관검남의 뜻은 금나라를 치고 송나라를 구하기 위해서였으나 구천인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 금나라를 도와주거나 영고가 낳은 주백통의 아이를 죽이는 등 악행을 저질렀다. 사조영웅전의 서브 빌런에 가까운 포지션.

2. <사조영웅전>의 구천인


1차 화산논검왕중양천하오절이 그를 초청했지만 자신의 철장신공을 수련하는 중이었고, 그들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출전을 포기한다. 그리고 십 여 년 동안 철장산에 은거하며 혹독한 수련을 거듭하여 2차 화산논검 대회를 기다렸다. 사조영웅전 시기에는 무공이 원숙해짐에 따라 천하오절에도 뒤지지 않는 수위에 이르렀다고 한다.
구천리라는 형이[1] 자신의 명성으로 사기를 치고 다녔지만 그 사기가 워낙 교묘하기 이를 데 없어 철장수상표의 이름이 더욱 드높아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구천장은 곽정황용, 강남칠괴의 묘수선생 주총에게 사기행각이 들통나게 되고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나중에 양강이 개방 방주의 자리를 탈취하려 할 때 진짜 구천인이 나타났다. 개방 방주 대회에서 양강을 혼내주고 개방의 사대 장로까지 쓰러뜨린다. 그리고 양강에게 완안열에게 받은 뇌물을 건내주며 금나라를 방해해오던 개방이 강남으로 물러나도록 만든다. 그리고 분노한 노유각이 달려들자 자신의 무공으로 그를 살해하려다가 곽정에게 저지당한다. 그리고 황용이 나서서 양강을 내세워 개방을 차지하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양강을 데리고 도망친다. 이때 황용은 구천인과 구천장을 착각해 구천인의 철장을 몸으로 받아내려다 간신히 목숨만 건지고 단지흥(일등대사)의 일양지로 치료를 받아 간신히 살아난다.
도화도로 가는 배를 찾고 있던 곽정과 황용을 철장방의 문도들이 조종하고 있던 배에 태우고, 급류에 빠뜨려 두 사람을 죽이려 했지만 황용이 음모를 이미 눈치채서 두 사람과 싸우게 되었고, 붙잡아 두었던 영고가 구천인의 웃음소리를 듣고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범인이 구천인이라는 것을 알고 달려드는 바람에 급류에 빠져 가까스로 헤쳐나오게 된다.
강남 연우루에서 전진칠자와 황약사가 대결할 때, 완안열의 호위로 나타나 완안열을 죽이려는 곽정을 저지하기도 했다.
주백통에게 쫓겨서 서역까지 도망갔다가 또 계속 쫓겨서 화산논검이 벌어질 화산까지 간다. 화산에서 다시 그를 쫓아온 영고에게 붙들리고, 곽정, 주백통, 단지흥, 홍칠공등의 고수들에게 포위당했을 때 나만 사람 해친 나쁜 놈이냐, 너희들 중에 사람 안 해친 놈 있으면 나와보라는 식으로 말해 전부 당황하는 틈을 타 도망치려 했다.[2]
하지만 홍칠공이 자신은 지금까지 수많은 살인은 했지만 자기 손에 죽은 자들은 전부 죽어 마땅한 악당뿐이라는 당당한 말과 철장방을 중건한 구천인의 사부 상관검남의 뜻을 생각해보라는 호통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살하려는 걸 일등대사가 거둬 자은이라는 법명을 받고 중이 되어 일등대사와 함께 떠나게 된다.
이 부분의 일화가 김본좌의 너희들의 하드에 야동 없는 자 나에게 돌을 던지라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덕택에 구천인의 별명은 김용빠들 사이에서는 구본좌라고 불리게 되었다.[3]

3. <신조협려>의 구천인


출가한 후 법명을 자은(慈恩)이라 했다. 단지흥의 제자로서는 서열이 제일 마지막이 되지만 본래 무림 고수였던 점을 고려하여 다른 제자들은 자은을 사형으로 섬기고 있다.
성심껏 불도를 섬기며 수양에 힘썼지만, 지금까지 악한 짓을 너무나 저질렀기 때문에 악한 마음을 쉽게 떨쳐버릴수 없었다. 다급한 상황이 되거나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악기가 솟아 올라 자제하지 못하므로, 수갑과 차꼬를 만들어서 스스로 손발을 묶어 악한 마음이 들어도 악행을 하지 못하게 했다.
단지흥이 제자 주자류가 보낸 서신을 받고 구천인과 함께 절정곡으로 가다가, 한 사냥꾼 오두막집에 들렸는데 그곳에는 양과와 소용녀 그리고 개방의 배신자 팽 장로가 있었다. 팽 장로는 구천인을 섭심술로 유혹하여 자신에게 불손하게 구는 부하 거지를 쳐죽이게 만들었고, 자기 자신도 살심이 폭주한 구천인의 손에 목숨을 잃어버린다.
살심이 폭주한 구천인은 단지흥에게도 마구 장력을 발해서 살해하려 한다. 단지흥은 구천인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반격하지 않고 있었고, 보다 못한 양과가 나서서 구천인을 제압한다.[4] 구천인은 양과에게 제압당해 죽음의 공포를 느끼자, 그 두려움에 크게 각성하여 제정신을 되찾는다.
양과, 소용녀와 함께 절정곡으로 가면서 경공을 하다가 문득 호승심이 나서 소용녀와 경공술로 달리기 대결을 한다. 구천인은 너무 앞서가는 것만 신경쓰다가, 뒤에 주백통이 나타나서 소용녀를 상자에 태우고 쉬게 해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체력을 회복한 소용녀가 자신이 지쳐서 발이 늦어진 때에 맞춰[5] 앞서서 나오자 자신의 경공술이 패배했다는 사실에 크게 충격을 받는다.
구천인은 자신의 철장과 경공술이 천하제일이라고 자부해왔는데, 하룻밤 사이에 철장은 양과에게 지고 경공은 소용녀에게 지자 크게 낙심한다. 그리고 자신이 앞만 보고 달리는데만 집착해서 주백통이 소용녀를 태우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걸 알고, 바라는 것에 집착하면 결국 다른 것을 놓치고 만다는 진리도 깨달아 풀이 죽게 된다.
절정곡에서 여동생인 구천척과 만나, 구천척의 부추김에 다시 살심이 동해 곽양을 해치려 하지만 황용이 기지를 발해 미친 영고의 흉내를 내자, 자신의 죄가 다시 떠오르자 깨달음을 얻어 득도하게 되었다. 여동생이 뭐라고 하든, "나는 이제 구천인이 아니라 자은이오."라면서 탈속한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부에 스승을 위해 정세를 살피려고 혼자 나섰다가 중원에 돌아온 금륜법왕과 맞닥뜨려 대결하게 된다. 간접적인 사건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자세한 정황은 알 수 없지만, 사흘 밤낮으로 법왕과 장력을 겨루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었다는 듯하다. 용상반야공을 익힌 법왕과 사흘 동안 겨뤘다는 점에서 고강한 실력은 변함이 없는 듯하지만, 대오각성한 이후로는 살심을 버리고 불법만을 추구한 탓인지 결국 패배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전반부에서도 살심이 동할까 두려워 사슬로 몸을 묶고 다녔으니 어느 정도 실력의 저하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치명상을 입고, 생애 마지막에 영고에게 벌을 받기 위해 일목대사와 함께 영고를 찾아간다. 그 뒤 영고주백통에게 용서를 받았으며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숨을 거뒀다.
코믹스판에서는 잊었던 살심을 되살려서라도 법왕이라는 위협을 제거하겠다고 결심하고, 날아가는 까마귀를 죽여 그 피를 마심으로써 다시 살의의 파동에 눈을 뜬 전성기의 무공 실력을 회복한다.  떨어져나간 팔을 쇠기둥을 녹여 대신하는 등 여러모로 정신나간 비범함을 보여주며 선전하지만, 코믹스판의 법왕이 워낙 사기꾼이라 도리없이 깨지고 만다. 사실 코믹스판은 우주로 날아가는 전개가 일품이기 때문에 여기서의 행적은 그냥 재미삼아 알아두는 게 속편하다(...).

4. 안습한 전적


분명 사조영웅전 시점에서는 천하오절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무공 수위를 이룩했는데도 작중 전적은 안습의 연속이다. 사조영웅전 내내 2% 부족한 곽정과 여러 장면에서 어느정도 엇비슷한 승부를 펼치기도 하고,[6]홍칠공에게는 설교를 듣고 자살할 생각까지 하기도 했다. 서역에서 구양봉과 대결은 동수였지만, 주백통과 비슷하다 쌍수호박을 쓰는 주백통에게 밀리며 패배를 인정했다. 화산에서 주백통이 무서워하는 뱀이 아니었더라면 쌍수호박을 구사하는 주백통에게 죽었거나 자살했다. 신조협려에서도 여러 악조건이 있었다고 하지만 까마득히 어린 양과에게 확실하게 제압당하는 등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 외 주백통의 도움을 받은 소용녀에게 달리기 내기에서 패배한다거나, 16년 후 중원에 돌아온 금륜법왕과 사흘 밤낮을 겨루다 패배해 치명상을 입는다거나....[7] 여러모로 능력에 비해 취급이 좋지 않은 캐릭터다.
때문에 작중 수많은 사람들에게 심지어 천하오절과 그들에게 관계 된 인물들에게도 여러 번이나 오절급이라고 묘사&평가받았고 주백통, 구양봉과 대결까지 했음에 불구하고, 독자들에게는 오절보다 한수 아래 아냐?라는 평을 받는다.

[1] 고려원판 영웅문 시리즈에서는 구천리로 등장하지만, 김영사판 영웅문 시리즈에서는 구천장으로 등장한다. 작가가 개정판을 내면서 이름을 바꾼 탓.[2] 당시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그 얘기를 듣자마자 여러 생각에 잠겼다. 주백통과 영고는 불륜, 단지흥은 영고의 아이를 안 구해준 것, 곽정과 황용은 전쟁, 황약사는 제자들 생각. 방금전까지 살기 등등했던 이들이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어 구천인이 도망치는 것을 좌시하다시피 했던 것만 봐도 얼마나 그 일들을 후회했는지 알 수 있다.[3] 이는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지라는 클리셰와 비슷하지만 홍칠공이 깬 전적으로 인해 비슷하지는 않다.[4] 단 대결 당시 시점에서 양과는 이미 신조와의 수련을 통해 천하오절급의 고수로 성장해 있었으며, 구천인의 철장에 맨손으로 대항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현철중검을 사용했었다. 무기 대 무기가 아니라 현철중검의 버프 효과가 좀 덜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확실하게 승부가 가려진 게 꼭 구천인의 솜씨가 뒤떨어져서라고는 볼 수 없는 부분이다.[5] 주백통은 한때 구천인과 몇날 며칠을 뛰어다니며 세계구급 술래잡기를 한 경험 덕분에 본인만큼이나 구천인의 다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걸 이용해서 소용녀에게 앞으로 갈 타이밍을 가르쳐 주었다.[6] 처음 개방에서 대결 묘사는 거의 엇비슷한 대결이었으며 철장방에서 2차 대결은 곽정보다 한수위라 명확히 나온다.[7] 금륜법왕 역시 고강한 실력과 눈물나는 전적을 겸비한 비운의 고수이다. 하지만 구천인을 이겨서 소중한 1승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