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로자문회의
國家元老諮問會議
1. 개요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필요한 조언을 구하고,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설치되는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이다.① 국정의 중요한 사항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국가원로로 구성되는 국가원로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
② 국가원로자문회의의 의장은 '''직전대통령이 된다.''' 다만, 직전대통령이 없을 때에는 대통령이 지명한다.
③ 국가원로자문회의 조직 직무범위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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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90조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구 자체가 사람들에게 보통 존재감이 희미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 같은 것을 빼면 별 힘도 없지만 국가원로자문회의는 아는 사람이 더 적은데, 1987년 개헌으로 출범했다가 1개월 만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2. 역사
2.1. 전신
엄밀히 말해 국가원로자문회의의 출발은 1963년 12월 6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가결된 정치자문회의법이라 할 수 있다. 전직 대통령, 총리, 국회의장 등 정계 원로들로 정치자문회의를 구성할 수 있게 한 이 법은 당시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부가 정통성 확보를 위해 추진하였으나, 정작 정치자문회의 출범이 번번이 무산되어 결국 이 법은 단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하였다.
그로부터 17년 뒤, 최규하 대통령은 1980년 1월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화 개헌 등의 현안에 있어 사회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국정자문회의를 신설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이후 1980년 1월 29일 국무회의에서 국정자문회의 설치 대통령령을 의결시켰으며, 2월 18일 국정자문회의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이미 근거 법률이 있는 정치자문회의를 구성하지 않고 대통령령까지 사용해가며 새로운 기관을 만든 것은 정계 원로 뿐만 아니라 학계, 교계, 언론 등 사회의 다양한 분야의 원로 인사들을 포함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두환이 5.17 쿠데타를 일으키며 민주화 개헌은 물건너갔고, 국정자문회의는 전두환 정권 내내 어용 단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채로 명맥을 유지했다.
2.2. 개헌과 국가원로자문회의 탄생
이렇게 탄생한 국정자문회의가 1987년 제6공화국 헌법에서 이름이 바뀐 것이 바로 국가원로자문회의였다. 설치 명목은 물론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필요한 조언을 구할 때 사회적으로 명망있고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원로들에게 자문하고, 원로들이 조언을 해서 국정 운영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또한 국가원로자문회의는 기존의 국정자문회의와 비교했을 때 소속 공무원들의 수가 3~4배 늘고, 공무원들의 직급도 한 단계 씩 높아졌으며, 소속원들의 하는 일도 보다 자세히 규정되는 등 권한이 대폭 강화되어 있었다. 개헌에 따라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은 '''직전 대통령'''이 임명된다.
정부는 1988년 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원로자문회의법을 통과시키고,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취임하고 개정 헌법이 시행된 2월 25일에 전두환은 직전 대통령으로서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3월 10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원로자문회의법 시행령을 의결하는 등 국가원로자문회의를 출범시킬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2.3. 논란
이렇게 국가원로자문회의가 설치되고 위상이 높아진 것은 이 기관이 전두환이 퇴임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이 '''직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다.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관한 조언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임 대통령이 막후에서 대통령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어 대통령의 중임 금지를 교묘하게 비껴나갈 수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전임 대통령이 퇴임 후 모두 권력 면에서 밀렸고 집권당이 바뀔 수 있어서 큰 의미 없을 것 같지만 6공화국 헌법을 만들 당시의 대통령은 바로 전두환이다.
전두환은 대통령이 될 때부터 대통령 더 해먹으려고 무리수를 뒀던 전직 대통령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7년 단임만 하고 물러나겠다고 지겹도록 강조했다. 그렇다고 사람의 권력욕이 어디 가지는 않기 때문에,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로도 상왕 노릇을 하기 위해 이런저런 장치를 마련하려 했다는 의혹을 많이 받는다. 5공 당시 민주정의당의 의원 내각제 개헌 주장도 내각제에서 국회의원 공천권을 전두환이 갖는 식으로 상왕이 되려는 의도라는 의혹이 있는데, 국가원로자문회의도 이와 비슷한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너무 뻔하게 의도가 보였기 때문에''' 당시에도 "퇴임 후에 상왕 짓을 하려고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제13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가 당선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국정에 직접 관여하려기보다는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이었거나, 집권당 상관없이 퇴임하면 허전하니 감투나 쓰고 있으려는 생각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또한 기구의 목적이 모호하다. 현직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위해 원로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거야 이상할 게 없지만, 저녁식사나 하면서 물흐르듯이 하면 그만이지 공식적인 자문기구를 헌법에까지 박아넣어가면서 해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이들은 가까이는 청와대 참모진부터 국무위원을 포함한 각부 장관 및 기관장들, 넓게는 여당까지이다. 대통령은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하는데 이들과 상의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정책 판단과 결정에 직접 관련된 조직 외에 원로들에게 자문하는 건 개인적인 판단 영역의 문제일 뿐, 정책적 자문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2.4. 사실상 폐지
하지만 국가원로자문회의 설치 규정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현직 대통령이 설치를 안 하면 그만'''이라는 점이다. 법 조문을 보면 자문에 응하기 위해서 '''"둘 수 있다"'''(재량행위)고 했지, '''"둔다"'''(기속행위)고는 써 있지 않다. 단 네 글자짜리 문구 하나로 인해 현직 대통령이 그냥 기구 설치를 하지 않거나 기구를 폐지하면 직전 대통령은 손 쓸 방법이 없게 된다.[1]
전두환의 내란 및 집권기의 사건을 하나하나 규명하기 시작하자 자기 뒤에서 상왕으로 국정에 입김을 발휘하는 게 마뜩잖았던 노태우는 직선제 대통령이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무기로 쉽게 전두환을 버렸다. 전두환은 자신의 동생 전경환 전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의 비리 스캔들이 터진 후인 4월 13일 돌연 의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전두환에게 국가원로로서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것을 아무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두환이 사퇴하자마자 재빨리 기구 자체를 폐지했다. 1989년 3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원로자문회의법 폐지안이 통과되면서 국가원로자문회의는 구성할 수 없게 되었다.
김대중 전 평민당 대선 후보는 1988년 4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의장직을 사퇴한 것은 노태우가 전두환에게 의장직을 사퇴하면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폭로하였다. 김대중의 말에 따르면 전두환이 대통령직 퇴임 후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노태우의 명을 받은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이 JFK공항에서 전두환을 만나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김대중은 노태우가 전두환과 이같은 밀약을 체결한 것은 전두환 엄벌을 원하는 국민들을 배신하는 행위이며, 전두환에게 제기된 일해재단 기금 횡령 등의 의혹들을 즉각 수사해야 할 것이라도 주장하였다. 기사
민주화 이후 한국 대통령들은 모두 전임 정부의 실책을 물어뜯으며 집권한 특성 때문에 이런 기구를 설치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문민정부는 전두환과 노태우를 감방에 넣은 김영삼이었으니 역시 노태우를 의장으로 앉혀놓고 국가원로로 대접할 턱이 없고 다음 대통령은 김대중으로 정권 교체가 일어났으니 만들어질래야 만들어질 수가 없었다. 전 대통령이 상왕 노릇하려 만든 자리였기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던 김대중-노무현[2] 때도 안 했다. 그 권한과 영향력이 대통령 개인의 의사 문제가 큰 조직이기 때문에 만들어지더라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원로들에게 감투나 씌워주고 식사나 하는 경로당 비스무리한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증거물로 제출된 태블릿 PC의 아이디가 greatpark1819인 것을 볼 때 제18대 대통령인 박근혜가 자신의 후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바로 이 국가원로자문회의를 부활시켜 실질적인 제19대 대통령 노릇을 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3. 향후
향후 10차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헌법 조문에서 삭제하자는 주장이 많다. 그도 그럴게 애초에 국가원로자문회의 자체가 권력을 연장해보려는 전두환의 의도로 헌법에 규정된 것이고 그동안 별 문제가 없었지만 향후 이 기구를 악용하려는 인물이 나타날 수 있다. 10차 개헌/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서도 삭제되어 있다.
4. 관련 문서
[1] 국가원로자문회의는 5공화국 헌법 제 66조에서 규정한 국정자문회의에서 유래한 것인데, 여기에도 "둘 수 있다"고만 규정해놨다. 전신인 국정자문회의에서 전직 대통령들이 무슨 일을 할지 몰라서 수틀리면 기구를 폐지할 방책을 세운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되려 전두환 본인의 발목을 잡았다.'''[2] 노태우 때는 안 했고,김영삼이 노태우를 부를 가능성은 0에 수렴했으며,김대중 때는 정권이 바뀌었고,이명박 때도 정권이 바뀌었고,박근혜 때는 서로 물어뜯은지라...그나마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