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영화)
1. 개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1940년 작품. 영국 출신인 히치콕 감독의 첫 미국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아카데미 수상작(작품상, 촬영상)이다.
2. 시놉시스
평범하고 수줍음 잘 타는 그녀는 몬테 카를로에서 몇년 전 아내 레베카와 사별한 부유한 신사 맥심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아직도 전처를 잃은 슬픔에 다소 불안정한 심리 상태의 맥심과 결혼 후 그의 대저택 '맨덜리'에 입성한다. 아름답지만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대저택 ‘맨덜리’는 죽은 레베카가 마치 살아 숨쉬고 있는 것처럼 레베카에게 깊게 물들어 있다. 집사 댄버스 부인 마저 시종일관 무표정함을 유지하며 경계심을 드러내 그녀를 노이로제 상태로 몰아간다. 하지만 남편 맥심은 자신의 심적 고통 때문에 미처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그들 부부의 결혼 생활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어느 비 바람 몰아치던 저녁, ‘맨덜리’ 저택의 비밀이 드러날 사건이 일어나는데…
3. 예고편
4. 평가
전체적인 완성도가 훌륭한 고전 명작이다.
영화 제작자였던 데이빗 O. 셀즈닉[1] 의 간섭이 너무 심해서, 히치콕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에 손도 거의 못댔을 지경. 그래서 히치콕 감독의 주류 스타일과 다소 다른 스타일의 영화라고 평가받는다.
히치콕의 할리우드 입성 첫 작품이라 엄청 옛날 영화이기도 하고 히치콕 감독 스타일이 덜 들어간 영화라서 1950년대 이후의 걸작들[2] 과 비교해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3] 작품 자체는 충분히 완성도 있고 배우들의 연기나 연출이 뛰어나 지금 봐도 충분히 재미있다.
세익스피어 연극으로 유명한 전설의 배우 로런스 올리비에가 '맥심 드 윈터', 조앤 폰테인[4] 이 '나' 역을 맡았다. 뮤지컬 버전에서도 진 주인공 취급을 받는 '댄버스 부인' 역은 주디스 앤더슨이 맡았는데, 싸늘한 포커페이스와 '나'에게 공포를 주입하는 섬뜩한 연기가 압권이다. 영화를 검색하면 많이 나오는 섬네일도 댄버스 부인이 '나'를 구석에 섬뜩하게 몰아붙이는게 대부분일 정도. 로렌스 올리비에나 주디스 앤더슨은 말할 것도 없고 거의 무명의 신인이나 다름 없던 조안 폰테인의 소심하고 불안에 떠는 연기도 훌륭하다.
뮤지컬 레베카가 원작 소설보다는 영화의 설정을 많이 따왔기 때문에 뮤지컬을 이미 본 사람이라면 비교해서 감상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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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흥행
아직도 인기가 있는지라 홈비디오 출시도 활발하고 4K 복원도 완료된 상태다.
한국에서는 전후에 개봉했다가 2018년 8월에 재개봉한다.
6. 기타
사실 영화에 좀 고약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데, 로런스 올리비에는 자신의 상대 여주인공 역으로 당시 연인이였던 비비안 리를 강하게 원했으나, 히치콕 감독은 비비안 리의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수줍고 수수해야하는 '나' 역할에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상대적으로 신인이였던[6] 조앤 폰테인을 여주인공 역으로 낙점했다. 이 사실에 불만을 품은 로런스 올리비에는 영화 촬영내내 조앤 폰테인을 쌀쌀맞게 대했고[7] , 이것을 본 히치콕 감독은 연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현장스텝들에게 일부러 조앤 폰테인에게 쌀쌀맞게 대하라고 했다. 히치콕 감독의 이 계획은 제대로 적중해, 조앤 폰테인의 혼란스럽고 공포에 질려 위축대는 모습이 잘 표현되기는 했다. 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고 영화를 다시 보면 맨덜리에서 시달리는 여주인공이 불쌍해 보일 지경(...)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당시 "나" 역을 캐스팅 하기 위해 비비안 리와 조안 폰테인이 스크린테스트를 한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비비안 리와 조안 폰테인의 연기 모두 뛰어나서 딱히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만 비비안 리가 바로 직전 연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역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것이 관객들에게 방해요소가 될 것을 우려한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할 수 있는데 실제로 히치콕 감독은 후에 "비비안 리는 완벽한 레베카입니다. 영화에서는 레베카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비비안 리는 영화에 출연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영화의 제작자였던 셀즈닉의 주장에 따라 최대한 소설 원작에 가깝게 영상화 하는 방향으로 제작했는데 몇몇 부분은 원작과 달라졌다. 원작에선 댄버스 부인의 나이대가 꽤 높았으나 영화판에선 당시 40대였던 주디스 앤더스를 캐스팅했고, 과거가 어느 정도 언급되어있는 소설판과 다르게 레베카가 맨덜리에 입성할 때 같이 따라 들어왔다는 것 빼고는 과거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거기에 대사와 감정이 많았던 원작과 다르게 대사가 많이 줄고 시종일관 포커페이스로 연기하는 주디스 앤더스 덕분에 댄버스 부인의 미스터리함이 꽤 강조됐다. 당시 강력한 검열국이였던 미국영화협회와의(헤이즈 오피스)트러블도 있었는데, 사실 대충봐도 보통 관계가 아닌 레베카와 댄버스 사이의 레즈비언적인 표현이나 암시를 금지했다. 그래도 댄버스 부인의 레베카에 대한 강박적인 기억은 영화에 넣을 수 있었는데, 이 절제 때문에 오히려 댄버스 부인의 미스터리함을 강조하는데 도움이 됐다.
거장 히치콕 감독의 작품답게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고,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또, 흑백 영화임에도 몬테 카를로의 고급 호텔, 서늘하고 음습하지만 화려한 맨덜리 저택의 모습까지도 잘 표현한 섬세한 미장센이 돋보인다. 다만 영화에서 흑백이라 아쉬운 딱 한 장면만 꼽으라면 가장무도회를 위해 조앤 폰테인이 선조 캐롤라인 부인의 드레스를 차려 입고 등장하는 장면인데(바로 맨 위에 있는 사진이다) 히치콕 영화를 보다 보면 여주인공의 의상이 정말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어(대표적으로 이창의 그레이스 켈리나 현기증의 킴 노박) 컬러영화였다면 정말 조앤 폰테인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잘 뽑아 냈을 것 같아 아쉽다.한글 자막도 있으니 영화 팬이라면 한번 쯤 봐두어도 좋을 작품이다.
현재 뮤지컬 레베카와 관련된 영상 중 제일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2013년 더 뮤지컬 어워드 레베카 (2막1장) 축하 공연 영상에서 영상 초반 옥주현이 댄버스 부인 시점에서 내레이션하는 장면은 영화 레베카에서 '나'가 폐허가 된 맨덜리 저택을 꿈속에서 보는 장면을 편집해서 넣은 것이다.
역시 검열에 따라서 전개가 조금 바뀐 부분이 있는데, 원작에선 보트 보관소에서 어그로를 끌던 레베카를 맥심이 '''권총으로 직접 살해'''하지만, 영화화하면서 아내 살해라는 점이 문제가 돼서 맥심이 화가 나 레베카를 밀치자 다른 물건에 부딪쳐 사망한 걸로 표현했다.
원작에선 간접적으로 언급[8] 됐던 맨덜리 저택의 불타오르는 최후도 그려냈는데, 당시 제작자 셀즈닉은 맨덜리 저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영어 대문자 'R'을 형상화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으나 히치콕 감독은 별로 탐탁치 않아했고, 셀즈닉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집중하는 동안 그 장면은 침대 위 영어 대문자 'R'이 수놓아진 베게가 불타오르는 장면으로 대체했고 이 장면이 영화의 엔딩이 되었다. 어찌보면 뮤지컬의 불타는 'R'로고도 여기서 따왔을지도 모른다.
7. 2020년 리메이크작
7.1. 개요
릴리 제임스, 아미 해머,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킬리 호스가 출연하며 넷플릭스가 배급을 맡았다. 2020년 10월 2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평은 좋지 않다. 벤 휘틀리 영화로써도[9] , 서스펜스 영화로써도, 고딕 로맨스 영화로도 영 별로라는 평이 지배적. 차라리 히치콕 레베카나 원작, 뮤지컬을 다시 보라는게 중론이다. 특히 댄버스 부인의 포스가 원작에 비해 심하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은 편.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이미지 자체는 차갑고 우아한 쪽이라 댄버스 부인과 잘 어울리고 연기력도 검증된 배우지만, 연출과 연기 지도가 못 살렸다는 얘기가 많다.
또한 남주인공 역인 아미 해머에 대한 비난이 영국에서 엄청났다. 우선 영국인 입장에서 듣기에는 영국 억양이 너무 별로이며, 괜찮은 다른 배우들을 놔두고 왜 굳이 미국배우를 섭외했냐고 말이 많다. 현지 비평가도 연기가 1차원적이라며 깠다. 릴리 제임스는 호평도 조금 있었던 것과 대조적.
그래도 졸작은 아니고, 원작이나 뮤지컬을 아예 모르고 이 영화만 볼 때는 그럭저럭 평타는 치는 범작 수준이다.
여담으로, 주연인 릴리 제임스는 공개 직전 불륜 논란이 터져 홍보 토크쇼에 불참하기도 했다. 이로써 주연 두명 모두 불륜 전적이 생겼으며, 아미 해머는 이후 데이트 폭력 사건으로 소속사에서 쫓겨났다.
[1]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 제작자로도 유명하다.[2] 특히 이창, 현기증,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사이코, 새.[3] 그래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다. 사실 히치콕은 이 시절에도 좋은 영화를 만들었지만, 감독의 개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완숙기에 접어든 1950년대 걸작들이 먼저 거론되는 경향이 있다.[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멜라니 윌크스로 유명한 대배우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의 여동생이다. 평생 언니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본래 연예 활동시에 가족들의 반대로 인해 본래의 성인 드 하빌랜드를 사용할 수 없어서 조앤 폰테인이라는 예명을 사용했다.[5] ~ 기준[6] 당시 조앤 폰테인은 무명 배우였고, 이 역이 성공하지 못했더라면 커리어에 지장이 생길 수준이었다.[7] 영화를 보다보면 나와 맥심 사이는 흔히 말하는 '케미'보단, 한눈에 사랑에 빠져 급결혼까지 했다는 설정이 살짝 어색하게 그냥 연인을 '연기'하는 느낌이 강하다. 맥심이 화가나서 소리를 지르는 장면에선 진심으로 짜증이 느껴질 정도(...) 다만 연기력들이 절륜하기 때문에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트라우마의 빠진 맥심의 혼란스러운 모습으로도 보이기도 하고.[8] 원작소설은 해가 뜰 시간이 아니고 오로라도 아닌데 맨덜리 방향에서 태양 같은 붉은 기가 감돌고, 바닷바람과 함께 재가 날라오고 있다고 표현하는 걸로 끝마친다.[9] 애시당초 고용 감독으로 온 낌새가 역력한데, 기존작들과 달리 벤 휘틀리 (및 휘틀리의 아내 에이미 점프)가 각본을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