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할미

 



1. 개요
2. 내용
3. 설화


1. 개요


마고(麻姑)할미는 한국 신화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여신 또는 창세신, 거인신이다. 마고할망, 마고할미, 마고 할머니, 혹은 마고선녀[1] 등으로도 불린다. 엄밀히 일컫자면 본명마고이며 할미는 존칭에 해당한다.
한국 무속에서 창세 신 위치에 있는 신.[2][3]이었으나, 무속의 힘이 약해지고 외래 종교가 거듭 거듭 유입됨에 따라서 위상이 축소될 대로 축소되어, 현재 시점에서는 그냥 무속 신앙 속 미미한 존재의 여신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한반도 각 지방의 마고 관련 전설이나 마고를 모시는 사당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신 당(神堂)의 일종인 노고 당의 할미도 마고할미일 가능성이 있다. 어릴적 전래동화 을 열심히 읽었다면 의외로 친숙할지도 모르겠다.

2. 내용


전승에 따르면 마고할미는 하늘도 없는 세상에서 을 자면서 를 골다가 하늘을 내려앉게 해서 카오스 상태를 '''만들고''', 깨어나면서 하늘을 밀어서 갈라지게 만들어 이 생기게 하고, 땅을 긁어서 을 만들고, 큰 홍수를 막고, 마지막으로 무당에게 자신의 힘을 내려주고 자신은 승천했다고 한다. 이러한 소임은 세계 각지 신화의 거인 신, 특히 중국의 반고제주도의 선문대 할망과 유사하다. 물론 스케일은 이쪽이 훨씬 크다. 또한 이름만 다르고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여신들의 사당도 우리나라에서 여럿 찾을 수 있다.#

3. 설화


워낙 임팩트가 크기 때문인지 각종 설화 속에서 계속 등장하는데, 예컨대 바리공주의 전승에서 바리 공주에게 빨래를 시키는 할머니도 마고할미라고 한다.
마고할미가 거한 산은 지리산, 천태산 등. 거제도에는 마고할미가 쌓은 성이 남아 있다는 전승도 존재한다.
할미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 무속 등지에서 젊은 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사실 우리나라의 신화에서 ~할매(혹은 할미), ~할배는 나이를 기준으로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찬양하기 위한 느낌(일종의 권위를 주는 호칭에 가깝다)으로 쓰인다. 할배 또는 할미란 말은 지금 쓰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뜻이 아니라 한+아비, 한+어미, 즉 大父, 大母였다.
북한 평양시 강동군 남쪽 구빈마을에는 마고할미에 대한 전설이 하나 내려온다. 최창조 교수가 남북교류가 활발할 때 북한에 가서 채집한 설화인데, 다음과 같다.

단군이 거느리는 박달족이 마고할미가 족장인 인근 마고 성의 마고족을 공격했다. 싸움에서 진 마고할미는 도망친 후 박달족과 단군의 동태를 살폈는데, 단군이 자신의 부족에게 너무도 잘해주는 것을 보게 된다. 마고는 단군에게 진심으로 복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단군은 투항한 마고할미와 그 아래 아홉 장수를 귀한 손님으로 맞아 극진히 대접했다. 아홉 손님을 맞아 대접한 곳이 구 빈(九賓)마을이고, 마고가 항복하기 위해 마고 성으로 돌아오면서 넘은 고개를 왕 림(枉臨)고개라고 한다.

조현설 저, <우리신화의 수수께끼>, 한겨레출판

왠지 부도지스럽지만 그려려니 하자. 애초에 현존 부도지 만든 사람도 북한 출신이니... 뭐, 부도지가 한국 설화를 적절히 뒤섞어 놓은 책이니 부도지의 저자가 위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걸지도 모른다.
마고할미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거나 창조의 과정에서 최후를 맞는다는 계열의 설화도 전해져 오는데, 이를 외래 거대 종교나 아예 무속을 배격한 유교 사상의 유입으로 전통적인 권위를 갖던 무속 신들의 신격을 격하한 영향으로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제주도의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창조한 거인이지만 다리를 놓는 데 실패하고 물에 빠져 익사 했다고 하며, 강원도의 서구할미는 아이들에게 홍역을 옮겨 죽게 하고, 미녀로 둔갑해 남자를 홀리고, 행인들을 습격해서 제물을 뺏는데 나라에서도 이를 어찌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효심이 지극했던 효자가 나서 서구할미의 머리에 쑥 뜸을 놓자 '효자가 벌을 주는데 받겠다'며 한 다음 며칠 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에 대해 이러한 격하는 모두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것으로 선문대할망은 다리조차 제대로 놓지 못한 채 물에 빠져 익사 하는 신이 되었고, 서구할미는 창세신의 지위를 완전히 잃고 요괴의 이미지가 덧 씌워졌는데 이는 민간 신앙을 억압한 조선 시대 유교의 이념이 들어가 있으며, 서구할미가 효자에게 퇴치 되는 것은 그 증언이라는 해석이다.

[1] 다만 마고를 선녀에 비유하는 것은 중국 도교의 영향이며 한국 신화의 마고는 엄연히 다른 신이다.[2] 고대인들의 세계관은 그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였기에 세상을 창조한 신을 여신으로 비정한 경우가 상당수 발견되는데, 마고도 이러한 예에 해당한다. 생명을 잉태하고 아이를 낳는 걸 신비롭게 여겨 이러한 여성의 생산성을 신격화한 형태로 세상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하였기 때문. 다만 후대의 유일신 종교의 영향으로 창조 신이라면 무조건 가장 높은 위치에 위치한 주 신이자 가장 출중한 능력을 가진 신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다신교에서는 창조 신이 창조의 임무를 완수한 후에는 그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과 능력을 발휘하는 주 신은 따로 있는 경우가 더 많으며, 창조 신과 주 신은 별개의 문제이고 창조 신은 창조의 임무 완수 후 세상을 다른 신들에게 인계 해 주는 사례가 많다. 고대인의 신앙 속 등장 시기가 창조 신이 먼저일 것으로 잘못 생각하기 쉬우나, 도리어 고대인들의 세계관은 우선 주변 세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으며 이 주변 세계에서 가장 힘센 신인 주 신에 대한 신앙이 먼저이고, 고대인들의 관심이 그 주변 세계의 시작이 어떻게 일어났느냐라는 데까지 옮겨갈 수 있을 만큼 성장한 한참 후에야 비로소 창조 신이 비정되기 때문이며 아예 창조 신이 비정되지 않은 신화 체계도 상당수이다. 하늘과 땅과 물의 구분도 없던 혼돈 세계에서 이를 구분하고 세상을 창조한 창조 신의 능력과는 별개로 하늘과 땅과 물이 구분된 현 세계에서 가장 큰 권능과 능력을 발휘하는 신은 새로 등장한다고 이해한 것이며 주로 천 신(天神)이 주 신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창조 신이 남 신이냐 여 신이냐 와도 별개이다. 예를 들어 힌두교만 보아도 세상을 창조한 것은 브라흐마(남성 신이다)이고 비록 이 브라흐마도 힌두교 3대 신으로 쳐 주기는 하지만, 훨씬 뛰어난 능력과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 신은 비슈누 신 및 시바신이다. 마고 전승에서도 마고할미가 세상 창조를 완료한 이후에는 자신의 힘을 샤먼에게 내려주고 하늘로 다시 승천했다고 하고 있다.[3] 또한 남성 창조 신의 경우에는 후대의 거대 종교의 대다수 남성 신에 쉽게 흡수되고 치환되어 버리면서 아예 그 신화 자체가 후대의 거대 종교 남성 신이 행한 일에 대한 신화로 둔갑해버리고 기존 남성 창조 신에 대한 전승은 소실되기 매우 쉬웠으나, 여성 창조 신의 경우는 이러한 일이 비교적 어려워 그 전승이 좀 더 유지되었던 탓도 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산 신이 남성 신인 경우에는 그냥 산신령 내지는 심지어는 천지신명신으로 뭉뚱그려 통합되어 버렸으나, 여성 신인 경우에는 각각의 부족 사회 단위 별로 붙였을 이름이 해당 산마다 각각 따로 남아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