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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Лазарь Маркович Лисицкий. «СССР строит социализм». 1933, #
카를 마르크스가 쓴 공산당 선언의 마지막 문장이자 소비에트 연방의 표어.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와 더불어 마르크스의 어록 중에서 인지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유명하다.[6] 말 그대로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해야 한다는 이상을 품고 있는 표어이며 많은 국가의 공산당에서 표어로 사용하고 있다.[7]
겉보기에는 그저 노동자들에게 호소하는 문구로 보일 수 있겠으나, 사실은 마르크스의 국제주의 사상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마르크스는 하나의 국가에서 일어난 사회주의 혁명으로는 자본주의 체제를 무너뜨릴 수 없으며, '''전 세계적 차원의 동시다발적이고 국제적인 혁명'''이 일어나야 비로소 혁명이 완수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는데,[8] '만국의 노동자'들에게 봉기를 호소하는 이 문구에는 그러한 마르크스의 이념이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마르크스 사후, 런던에 있는 그의 묘비에도 이 말이 묘비 상단에 적혀있다.
동아시아에서 이 문구를 최초로 번역한 사람은 일본의 아나키스트이자 사회주의자인 고토쿠 슈스이이다. 공산당 선언을 번역하면서 최초에는 '만국의 직공이여, 동맹하라 (万国の職工よ、同盟せよ!)'로 번역했었다가, '직공'을 '노동자'로, '동맹'을 '단결'로 수정했다. 이로써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万国の労働者よ、団結せよ!)'라는 문구가 탄생했고, 이를 중국과 한국에서 중역하면서 사실상 공식 번역어로 굳혀졌다.[9]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애초에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이 잘 됐으면 저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10] '''만국(萬國)의 노동자'''가 단결해야 하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발달로 일국에서 단결하여 파업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실패하는 결과를 낳기 쉽기 때문이다.
소련이 민족주의를 배격하고 각국 사회주의 운동 세력을 코민테른의 통제 아래에 묶어두고, 이들을 직접 훈련시키고 거액의 돈까지 줘가며 각국 사회주의 활동에 깊숙히 개입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소련의 개입이 없었으면 각국의 사회주의 운동은 위에서 말한 고립과 국가 간의 이기주의로 인해 자멸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
실제로 이런 모순은 국가간 이기주의로 연결되어서 인터내셔널의 붕괴를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제1차 세계 대전 시기, 각국 노동자들이 적대국 노동자와의 연대하여 부르주아들의 전쟁을 막을 줄 알았지만, 국제주의보다는 애국주의가 대두되고, 노동자들은 자국의 전쟁 수행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11]
당연하지만 저런 선전문에 쓰기 좋은 글은 패러디가 넘쳐난다. "노동자"를 지우고 적당한 문구만 넣어도 그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마법의 글이다.
[1] 왼쪽 위부터 영어, 불어, 독일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핀란드어, 체코어, 헝가리어, 아르메니아어, 아제르바이잔어, 불가리아어, 세르비아어, 일본어, 중국어, 몽골어, 폴란드어, 오른쪽 맨 위는 러시아어다.[2] 실제 발음은 '쁘랄리따리 프쎼흐 스뜨란, 싸이지냐이쩨씨'와 비슷하다.[3] 원어의 느낌을 살려서 the world 대신 all countries를 쓰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Proletarier를 proletariat나 working men, working class로 해석한 바리에이션도 있다. 후술하겠지만 이쪽이 원 뜻에도 가깝다.[4] 파리 발음이 사전 발음과 많이 달라서 파리 발음은 ‹프홀레떼흐 드 뚤 레 뻬이, 위니쎄-부!›와 비슷하다.[5]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는 문구는 최초 일본어 번역본을 한국어로 번역(중역)하는 것에서 출발했다.[6] 대부분의 마르크스 어록이 그렇듯이 마르크스가 창조한 문장은 아니다. 대다수의 마르크스 평전에선 같은 시기의 사회주의자 카를 샤퍼(Karl Schapper, 1812~1870)의 문장으로 본다.[7] 대부분의 국가들에는 공산당이 있다. 세력이 미미하지만,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심지어 대만에도 있으며, 없는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굉장히 적다.[8] 왜냐하면 마르크스는 하나의 나라가 사회주의 혁명이 난다면 주위의 다른 나라들이 이를 위험하게 여겨 경제적으로 고립시켜 고사시켜서 혁명이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례는 사회주의 혁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시민 혁명이었던 프랑스 혁명에서도 있었다. 당시 혁명정부는 말 그대로 전 유럽과 싸워야 했고, 이 과정에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활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립과 봉쇄는 러시아의 적백내전 당시에도 '''현실이 되었고''' 20년 후의 '''대조국전쟁''' 역시 반공산주의 침략의 하나로 볼 수 있으리라. 결국 현실사회주의의 성립에는 공산국가들이 이러한 외압에 굴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변화하지 않았나 하고 볼 만한 부분도 있다.[9] 오늘날 독일어 원문이나 영어 번역문을 번역하더라도 대부분 "만국의 XX(이)여, 단결하라!"라는 형태는 유지되고 있다.[10] 사실 '만국의 노동자'는 당연히 단결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보다는, 단결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단결'할 것을 호소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11] 이를 본 블라디미르 레닌은 <제국주의론>에서 마르크스의 말은 잘못된 게 아니라며 실드를 친다. 다만 '식민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못 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식민지를 먼저 해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