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리나 메르쿠리
1. 개요
그리스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명배우이자, 그리스 민주화의 영웅.
그리스인 조르바의 영화판 등으로 20세기 중반을 풍미한 명배우이며, 동시에 모국인 그리스의 민주화를 성공시키고 장관까지 지낸 먼치킨이었다. 지금도 그리스에서는 그녀를 자국의 위인으로 추앙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리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톱스타였다가, 군사정권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모국에서 추방당하기도 했고, 그러면서도 끝내 굴하지 않고 자국에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간 사람이었다.
2. 생애
아테네에서 부유한 정치 명문가의 영애로 태어났던 멜리나 메르쿠리는 1945년에 그리스 국립극장에 입단하면서 연극 배우로 데뷔했다. 이때, 그녀는 유진 오닐의 희곡인 《엘렉트라의 비탄》에서 엘렉트라 역을 맡았다. 그녀의 리즈 시절은 영화 배우 시절이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늦은 시기인 35살 때에야 영화 《스텔라》를 통해 영화 배우로 전업했다. 이후에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영화판에 출연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평생을 같이하게 되는 미국 출신 감독 줄스 다신[2] 을 만나게 된다. 당시 줄스 다신은 매카시즘과 블랙리스트를 피해 미국을 떠나 유럽을 전전하고 있었다. 그들의 첫 협업작인 일요일은 참으세요은 1960년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결국 둘은 서로의 배우자랑 이혼한 뒤, 결혼하게 된다.
그렇게 세계적인 배우로서 승승장구하던 와중에 1967년에 요르요스 파파도풀로스의 군사독재정권이 수립되자, 멜리나 메르쿠리는 군사독재정권을 규탄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가 이것이 트집잡혀서 그리스 국적이 말소되었다. 결국 자국 내에서의 활동이 금지된 그녀는 프랑스에 잠시 정착해서 샹송 가수로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이민가서 시민권을 얻었다. 그러면서도 모국인 그리스의 민주화운동을 적극 지원하면서,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80년에 드디어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그리스가 민주화되자, 그리스의 좌파 정당인 범그리스 사회주의 운동에 가입하였고, 당시 총리였던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에 의해 그리스의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두번이나 장관직을 수행하였다. 장관으로 재직하던 중이던 1994년에 미국 뉴욕에서 지병인 폐암으로 사망하였고, 그녀의 시신은 그리스 제1묘지[3] 에 매장되었다. 참고로 줄스 다신은 멜리나 사망 이후 14년이나 더 살았다.
3. 기타
정치적으로는 골수 좌파여서, 사회민주주의를 적극 지지했다. 배우 시절부터 상당한 골초로 유명했는데, 이것 때문에 말년에 폐암으로 쓰러졌고, 그녀의 죽음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엘긴 마블의 반환 문제와도 연관이 깊은 데, 배우로 유명하던 1962년에 영국의 런던을 방문했다가, 대영박물관에 자국의 유물인 엘긴 마블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격분한 적이 있었다[4] . 그녀는 생전에 엘긴 마블이 모국에 반환되는 것을 꼭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문화부 장관 시절에 엘긴 마블의 반환을 위해 영국 정부와 협상을 시도했다. 영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유물들은 엘긴의 조각이 아니라,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들"이라고 역설하기도 했을 정도. 그러나 몇 번이나 실패로 돌아간 적이 있었다. 당연히 영국 정부의 적반하장식 태도에 피꺼솟한 그녀는 죽을 때까지 엘긴 마블의 반환을 거부한 영국 정부를 통렬히 비판했다.
줄스 다신 본인에게는 여러모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다. 멜리나는 줄스 다신을 본격적인 그리스빠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으며 [5] , 다신 본인도 멜리나가 이끌었던 그리스 민주화와 엘긴 마블의 반환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또한 다신과 멜리나가 할리우드 배우들을 이끌어들어 만든 영화들 역시 그리스 영화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때문에 줄스 다신 역시 그리스 내에서 평판이 매우 좋다.
한국에서도 일요일은 참으세요라던가 페드라(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기성세대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영화 일요일은 참으세요 인해 아카데미 시상식 최초로 외국인 배우으로 후보 선정되기도 했다.(여우주연상)
[1] 율리우스력으로는 1920년 10월 20일이다. 당시의 그리스는 율리우스력을 쓰고 있었다.[2] 멜리나를 만나기 이전에도 이미 여러 필름 느와르와 범죄 영화들로 영화사에 명망있던 감독이었다. 대표작으로는 리피피, 밤 그리고 도시가 있다.[3] 한국으로 치면 현충원같은 곳이다.[4] 엘긴 마블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본래 문화재 보존을 목적으로 영국으로 옮겨진 것을 영국 정부가 반환을 거부하는 바람에, 그리스 정부가 억울하게 뺏긴 물건이었다.[5] 다신의 영화 세계도 멜리나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뉠 정도다. 멜리나를 만난 이후 다신의 영화는 친그리스적인 성향을 띄면서 좀 더 밝고 유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