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도구)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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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틀에 축을 달아 회전할 수 있게 만든 도구.
2. 어형
바퀴2와 마찬가지로 순우리말이다. '바회(15C)>박회(18C)>박희/박휘(19C)>바퀴'로 정착했다.[1] 중간에 어쩌다가 ㄱ이 들어갔는지는 알기 어렵다.
한자로는 주로 '輪'(바퀴 륜)을 쓴다.
영어로는 'wheel'이라고 하지만 다소 의미 폭이 다르다. 또한, 한국에서 '휠'은 타이어 안의 금속 부품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휠 참고. 영어 'vehicle'은 탈것 중에서 바퀴가 있는 것만을 지칭한다.
3. 역사
자연계에 이미 존재하는 물건을 모방하지 않고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물건이다. 구동부가 본체와 분리되어야만 하는 작동 원리로 인해 몸의 각 부위와 어떤 형태로든 연결되어 세포에 지속적인 영양 공급이 필요한 생명체는 지금까지 어떤 종류도 바퀴의 원리를 이용하는 형태로는 진화하지 못했다.
고고학적 증거들에 따르면 바퀴가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4000년 경으로서, 탈것에 부착된 것이 아니라 도공(陶工)들이 사용하는 물레에 사용되었다. 바퀴달린 탈것을 사용했다는 가장 오랜 기록은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였다. 유사한 시기에 인도와 중국에서도 바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황제 헌원씨(黃帝 軒轅氏)가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다. 이는 이름인 '軒轅'에 부수로 '수레 거(車)'가 들어간 것이 그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이후, 바퀴는 빠른 속도로 북서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처음에 바퀴 달린 탈것은 의식(儀式)이나 행사를 위해 사용되었고, 곧 전쟁에 이용되었다. 바퀴 달린 탈것이 물건을 나르는데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약 1000년이 지난 이후부터였다.
최초의 바퀴는 통나무를 원반 모양으로 잘라내어 다듬은 형태이거나 3개의 널빤지를 서로 결합시켜 원형으로 깎은 형태였다. 이러한 바퀴는 오래 견디지 못하고 쉽게 부서졌으므로, 이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얇은 나무나 구리로 만든 테를 둘러 사용하였다. 기원전 2000년경에는 바퀴살이 달린 바퀴가 처음으로 나타나 이용되기 시작했다.
3.1. 신대륙엔 왜 없었을까?
예를 들어서 신대륙 아메리카 문명들(마야 문명, 아즈텍 제국, 잉카 제국 등등)에서는 출토된 어린이용 완구 등에서 바퀴 자체의 흔적은 발견되지만, 정작 콩키스타도르들이 진출하기 시작한 16세기가 되기 전까지는 바퀴가 실용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이는 아메리카 대륙에는 바퀴를 끌만한 대형 척추동물이 없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북아메리카에서 야생마는 기원전 1만 년쯤에 멸종해버렸고[2] , 아메리카 들소는 성질이 더러워서 길들일 수가 없었다. 남아메리카 대륙은 더 심각해서 애초에 길들일만한 대형 초식동물이 거의 없었다. 길들인 동물은 낙타과에 속하는 과나코와 비쿠냐 정도였으며[3] , 이마저도 덩치가 작은 편이라서 수레를 끄는 동물로 쓰기에는 적절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로 대형 가축의 부재만이 문제인가 하는 반론도 있다. 어쨌든 바퀴가 수송력을 끌어올려준다면, 작은 가축이나 인간이 수레를 끌고 밀어도 된다. 그냥 짐꾼을 쓰는 것보다는 효율이 오를 테니까…
3.2. 미래엔 도태될까?
SF에서는 자기부상열차처럼 공중부양하여 이동하는 차량을 상상하여 바퀴가 없어진 현실을 그리기도 한다. 그래서 오래된 자동차에 달린 이 동그란 물체를 보고 뭔지 몰라하는 전개도 있다.[4]
그러나 차량을 공중에 띄우는 호버크래프트나 반중력으로 중력을 상쇄시키는 것도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한 그런 기술이 등장해도 유사시를 위하여 바퀴를 아예 없애진 않을 것이다. 비행기 랜딩 기어처럼 필요할 때 꺼내쓰는 식으로 변모할 수도 있겠다.
4. 중요성
인류의 중요한 발명품 중 하나이다. 바퀴 덕분에 전쟁, 정치, 경제, 산업, 기술 모든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 바퀴가 발명되고 나서 장거리 이동과 대규모의 물자수송이 가능해져 노동 효율, 작업 효율이 비교도 안될 정도로 상승했고, 문명간 교류가 가능해져 기술과 지식이 전세계로 퍼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바퀴는 그저 효율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의 한계가 있다. 바퀴는 생각보다 만들기가 까다롭고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지형도 꽤 가리므로 적절한 도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도로 역시 돈을 계속 잡아먹는 괴물이다. 도로 밖이나 길이 험한 곳에서 진창에 빠지거나, 바퀴가 나무뿌리에 걸리거나, 바퀴살/바퀴축이 아예 부서진다면 그만한 낭패도 없었다. 즉, 인간이나 가축이 직접 짊어지는 것보다 가격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지역에 따라서는 현지인들이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대륙만 그런 게 아니었다. 중세 유럽도 비슷한 이유로 마차여행보다 도보/승마가 주류였으며, 사막을 건너는 캐러밴들은 그냥 낙타의 등에 짐을 올렸다. 그리고 구대륙 어디건 근대 이전까지 물자 운송을 책임진 건 바퀴보다 '선박'이었다.
종래에는 바퀴의 사용이 불의 사용과 마찬가지로 곧 문명의 발전과 직결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운송 수단으로 바퀴를 이용하지 않으면서도 높은 수준을 보여준 문명권들도 존재했다. 바퀴의 사용은 인류 문명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였다기보다는 특정한 문명권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특수한 요소였던 셈이다.
물론 저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전근대 문명의 한계 내에서 높은 수준이라는 것으로, 산업혁명 이후 내연기관과 도로교통이 급속도로 발달한 지금 바퀴를 이용하지 않는 문명권은 사실상 없다. 바퀴의 중요성이 문명 발달에 결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동력을 소나 말과 같은 생물에 의지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5. 확장 의미: 회전 수
어떤 둘레를 빙 돌아서 제자리까지 돌아오는 횟수를 세는 단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틀리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단위이다. 빙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와야 1바퀴지만 반만 돌아도 1바퀴로 세는 사람이 많다.
징역 1년을 1바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6. 기타
중세 시대에는 고문용으로 쓰이는 고문 바퀴라는 물건이 있었다.
칭기즈칸에 대적하던 타타르 부족은 접대의 관습을 어기고 손님으로 왔던 예수게이를 독살했다가 훗날 세력을 키운 칭기즈칸에 의해 바퀴보다 큰 남자들은 전부 학살당했고 나머지 여자와 아이들은 그대로 몽골족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도시들 중엔 종종 구획을 수레바퀴 모양으로 나뉘어 건축한 도시들이 있으며, 서브컬처의 도시들 중에서도 이런 도시들이 많이 보인다.
7. 관련 문서
[1] '박회>박휘'를 통해 모음조화가 깨져감을 확인할 수 있다.[2] 현존하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야생마인 머스탱은 유럽인들이 진출한 후, 그들이 데려온 말들이 야생화한 것이다.[3] 이것들을 길들여 가축화한 것이 각각 라마와 알파카이다.[4] 기존의 물품이 사용되지 않게 되었을 이후의 세대에서 낯설어하는 현상 자체는 현재도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1990년대 이후 태생자들은 저장을 나타내는 디스켓 모양의 아이콘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모르기도 하고, 2010년대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전화기를 그리라고 하면 다이얼이나 숫자패드가 있는 형태가 아닌 직사각형 거울 같은 스마트폰을 그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