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대비 성능
1. 개요
'가격 대비 성능'은 말 그대로 '사용하거나 투입한 금액과 비교한 성능'이란 뜻이며, 가격과 성능의 비율을 뜻하는 줄임말인 '''가성비'''(價性比)의 사용이 압도적으로 많다.[1]
유사어이자 반의어로 가심비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쪽은 가격에 상관없이 심리적인 만족감을 이르는 단어이다. 개인의 감정에 만족감을 주어 가격은 신경 안 쓰는 제품이란 뜻이다. 디자인이 예쁜 제품, 명품, 개인적 취향에 딱 맞는 제품이 가심비 제품에 속한다.용례: '가성비가 좋다' = 제품의 외관이나 자잘한 아쉬움은 있(을 수있)지만, '''투자한 돈에 비해''' 출력과 효율(자동차라면 연비 및 주행속도, 컴퓨터라면 사양, 스피커라면 음질, 배터리라면 충전량)이 뛰어나다. 제품이 비교적 저가임에도 내실이 좋다.
2. 명칭
가성비라는 단어는 ''''가'''격 대비 '''성'''능 '''비'''율'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PC, IT 관련 커뮤니티에서 CPU의 성능 비교에 있어서 가격을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했고 이 때 흔히 사용되던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이라는 단어가 편의를 위해 '가성비'라는 축약형으로 사용된 것이 시초이다. 그 후 A/V 등 전자제품의 영역으로 사용이 확장되었고 이후로는 상품 및 서비스 전반의 영역에서 쓰이는 단어가 되었다.
대응되는 공식석상의 용어는 '가격 경쟁력'이다. 가성비가 가격을 기준으로 성능을 보는 것이라면, 가격 경쟁력은 성능을 기준으로 가격을 보는 것이란 차이가 있긴 하지만. 특히나 생산수단의 투자 대비 이익을 따질 때는 cost-effective 또는 cost-efficient 하다는 표현도 경제학에서는 더러 쓰인다. 토목건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는 B/C[2] 값이 같은 맥락이다.
영어에선 Performance per price나 Price–performance ratio 같은 표현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Performance란 단어 자체가 성능이 정확하게 측정되는 컴퓨터 벤치마킹할 때나 자주 쓰는 표현이라 구매가치와 직접적으로 연결짓기 어려운 개념인데다가,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이 국내 IT커뮤니티에서 쓰던 표현이 일상화 된 것이니 표현 사용에 있어서 문화적으로 다를 수 있다. 대신 실제 영어생활에서는 단순히 '''value'''를 쓴다. Value For Money 같은 표현이 일반적이며, 아마존 사용후기 보면 Best value, Great value 식의 표현을 자주 쓴다. 혹은 영어 속어로는 '가성비가 좋다', '가성비 좋은 물건'을 'bang for the buck'이라는 표현으로 가리키거나, 좀 더 순화된 표현으로는 'worth every penny'. 여기서 buck은 달러의 속어이다. 다만 이런 말들은 가성비라기보단 돈값을 한다, 돈 주고 살 만하다는 말에 가깝다.
비슷한 말로는 value proposition이 있다. 정확히는 가치제안이라 가성비와는 조금 다르지만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만족도)[3] 를 돈의 값으로 계산한다는 점은 가성비와 개념이 비슷하다고 볼 수있다.
중국어로는 性价比(성가비)나 CP值(C와 P는 각각 capability, price)란 표현을 쓴다.
일본어로는 'cost-performance ratio'를 '코스파(コスパ)'로 줄여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어로는 'Preis-Leistungs-Verhältnis' 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4]
엄밀히 따지자면 성능이라는 표현은 도구(사용/구동하는 물건)에나 쓸 수 있는 말이므로 '한국 과자의 가성비' 같은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조금만 생각을 해 보면 식료품 등에 '성능'이라는 단어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당장 본 항목의 예시에도 이러한 오류가 더러 보이지만, 유행어처럼 번져버린 2010년대에는 음식, 서비스 등을 포함하여 거의 무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경제학적으로 보면 모든 재화에서 얻을 수 있는 효용을 사용해 '가격 대비 효용비' 또는 '가격 대비 만족도'라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기계의 성능도 경제적으로 보면 결국 효용이다.
최근에는 단순 상품이 아닌 운동선수나 게임 아이템 등을 평가하는데도 쓰인다. 단적인 예시가 프로야구 스카우팅 리포트. 선수 페이지에 기록과 함께 가성비가 표시되어 있다.
가성비가 미친 수준으로 좋을 경우엔 '''갓성비''' 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3. 특징
이 세상의 거의 대다수의 물건에서 우선되는 평가 척도. 극단으로는 AK-47, 맥심 기관총, 내연기관 엔진처럼 정치, 역사도 바꾸고 뒤집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비싼 물건은 성능이 좋고, 싼 물건은 성능이 좋지 않다. 그런데 싸면서도 성능이 좋은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가성비가 높다고 한다. 유명세를 타는 제품은 성능에 비해서 그 브랜드, 프랜차이즈 거품이 끼어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다. (구매자가 거품에 얼마나 가치를 두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실용적 관점에서는) 이를 가성비가 낮다고 한다. 유의할 점은 '''가성비가 나쁘다'''는 말이 항상 '''성능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격 대 성능비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그 곡선의 모습이 경제학에서 나오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과 사실 동일하다. 시장에 나와있는 제품 카테고리를 1개만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X축을 지출 비용으로, Y축을 스펙으로 보면 투입되는 비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내가 구입한 물건의 성능은 보통 좋아지게 되며 그에 따른 만족이 늘어나지만 자신이 목표로 하는 만족을 넘으면 기울기는 점차 작아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0에 수렴하게 된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가격 대 성능비는 인간의 경험상 축적된 지식을 통해서 얻어낸 휴리스틱 정보로 봐도 무방하다.
특이하게도 의도적으로 가성비를 나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일정 이상 고급 제품은 오히려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이 발견했고, 해당되는 제품들은 베블런재(Veblen good)라고 불린다. 대부분의 명품, 한정판, 시그니처, 플래그십, 귀금속과 보석으로 장식한 고급 액세서리 제품들이 이에 속한다. 흔히 말하는 '네임밸류(이름값)'가 높은 제품들. 사실 이런 제품들은 존재 의의부터가 금력과시이므로 '''높은 가격이 곧 성능'''이다. 명품간의 우위(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은 손목시계 최상급 브랜드. 롤렉스도 상대가 안 된다), 한정판('진퉁' 절대시계)이 모두 적용된 하나의 예시로는, 롤렉스 시계 차고 나와서 본좌 먹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이 파텍 필립 혹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차고 나왔거나 혹은 그 와중에 진퉁 절대시계가 나와버린다든가 하는 상황도 가능하다.
전술한 베블런재의 성격인 가격이 비쌀수록 잘 산다라는 현상은 '''가장 경쟁이 심한 사회'''중 하나인 대한민국에서도 매우 잘 적용되는 원리다. 그 결과 대한민국에서도 기업에서 가격을 올려도 많이 팔리니까 해외보다 비싸게 파는 추세가 된다. 심지어 가성비에 환장하는 소비자층조차도 결국 성능경쟁을 유도하고 그게 소비자 스스로 가격상승 요인을 제공할 정도. 문제는 이것이 어느 정도여야지 '''관세+물류비+기타 위험부담(불량 등)'''을 다 더해도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이 싼 괴상망측한 시장교란 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이라 해외직구로 구매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자기기 같은 것은 세계 어디서 사도 품질보증을 해 주는 '월드와이드 워런티(월드워런티)'가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비싼 가격 주고 사면 완전히 바보가 될 판.
높은 가성비 = 안정된 품질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서 대체로 장수만세에 해당되기 쉽다. 무기는 전자적인 부분이 필요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무기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낸다. 하지만 제품 자체가 매우 싸면 안정된 품질이 없어도 무조건 가성비에서는 좋다. 메이드 인 차이나와 같은 열등재가 이런 것들이다. 단순히 아사를 면한다는 기준만 두고 보았을 때, '''꿀꿀이죽'''보다 가성비 높은 음식은 없다.
범위의 경제, 규모의 경제가 극대화 돼서 나타날 때도 쉽게 발생한다. 품질은 그대로인데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
4. 한계
이렇게만 보면 '무조건 가성비가 좋은 물건을 사면 되겠군!' 할 지도 모르지만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만약 그렇다면 가성비가 상대적으로 나쁜 제품들은 죄다 시장에서 사장되고 말 것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21세기의 현대 사회에서는 기술들이 대부분 평준화되었고 시장의 가격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져 특정 제품의 가성비가 극상으로 나타나는 일은 보통 쉽게 벌어지지 않으며, 가성비가 좋다고 해도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4.1. 절댓값을 고려하지 않은 상대적 개념이다
예를 들어 1,000원의 가격으로 1,500원의 성능을 발휘하는 제품은 (가격 대 성능비 1.5) 2,000원의 가격으로 2,000원의 성능을 발휘하는 제품보다 (가격 대 성능비 1.0)보다 분명 가격 대 성능비가 높지만, 성능 자체는 떨어진다. (1,500원<2,000원)
따라서 가격 대 성능비는 "비싼 제품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값에 비해서는 성능이 괜찮은 것 또는 그런 상황"에서 자주 쓰이므로 '''어쨌든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이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개념적으로는 가격이 높지만, 성능이 그보다 더 높은 경우도 가성비가 좋은 것이지만, 이런 경우에는 우수한 성능 자체를 강조하지 가성비라는 용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5의 가격으로 10의 성능을 가진 제품이 있고, 8의 가격으로 12의 성능을 내는 제품이 있다면 가성비는 전자가 훨씬 좋지만, 문제는 당신이 요구하는 성능이 11을 충족시켜야 한다면 전자는 사면 손해인 제품이 된다. 즉 가격 대 성능비가 좋다고 '''덥석''' 살 게 아니고 분명히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을 미리 고려하여 구입을 해야 한다. 간단한 예로 개인 입장에서는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의 가성비가 훨씬 좋지만, 대중교통으로는 도저히 출근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면 비싸더라도 자가용 구입을 고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성능이 나쁜 PC 여러 대를 싼 값으로 보유했다고 해서 성능이 좋은 PC 하나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러 개를 사면 효과가 그대로 배수로 증대되는 경우에는 가성비가 높은 걸 사는 것이 맞다. 주로 RAM이라든지 데스크탑에 설치할 하드디스크가 그렇지만, 이럴 때도 전력 소모가 증가한다거나 꽂을 자리가 부족하다거나, 혹은 내구성이 떨어지고 불량이 발생해도 교환이 어려운 등의 문제가 터지는 일이 많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거기에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당시에는 가성비가 너무 좋아서 충격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당시보다 더더욱 가성비가 좋아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되며 진짜 가성비가 좋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4.2. 성능 외적인 요소는 측정하기 어렵다
저렴한 제품이 단순히 성능만 따지면 비슷한 것 같지만, 성능 외적인 요소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으며 이때는 가성비로 따지기 곤란해진다. 심리적인 요소라는 것으로 뭉뚱그려지는 것들이 여기에 속하고,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 이라는 '가심비'라는 파생표현도 마이너 하지만 은연히 퍼져있는 편.
중국산 IT상품들은 가성비 측면에서 우수해서 써본 사람들은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다고 평한다. 그러나 중국제 IT 상품 구입 의사가 없는 사람들의 가장 큰 불매 사유는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에 상당히 휘둘리게 되는 중국 IT기업들 자체의 신뢰도를 꼽는다. 가성비에서 한국 기업 제품을 압도하든 일본 기업 제품을 씹어먹든 중국 공산당의 백도어가 설치 되었을지 모르는 장비들을 쓰는 건 도박.
PC나 자동차 같이 여러 가지 부품들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나지 않을 수도 있는 재화는 위의 경제학 모델을 대입시켜서 측정하기도 난감하다. 변인요소가 너무 많고, 이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려고 노력하기에는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울 수 있다.''' 그래도 인간은 합리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나름의 방법으로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찾고자 한다.
노트북 컴퓨터는 동일 성능/사이즈의 제품에서 무게나 두께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들어가면서 개발단가가 상승하므로 필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나온 제품은 대체적으로 가성비가 나쁘다고 까이는 경우가 많다. 가성비라는 단어에 무게나 두께에 관한 의미는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노트북은 동일 가격의 데스크탑보다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성비가 매우 나쁘다. 그나마 가성비가 좋은 편인 MSI의 150만 원짜리 노트북도 120만 원짜리 데스크탑과 큰 차이가 난다. 물론 가성비가 더 나쁜 삼성, LG 같은 대기업제 완제품 데스크탑에 비하면 양반이다. 노트북은 들고 다닐 수 있고 컴팩트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데스크탑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는데, 이걸 무시한 채 단순 가성비로만 비교하면 데스크탑보다 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일반적인 노트북은 애초에 성능보다는 휴대성을 필요로 한다는 측면에서 수요층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노트북 치고는 휴대성보다 성능을 중시하는 게이밍 노트북으로 가면 논란이 특히 첨예하게 발생한다. 가성비만 놓고 보면 300만 원 짜리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도 200만 원 짜리 조립식 데스크탑 풀 세트보다 성능이 낮은데[5] , 거기에 무게도 어댑터 포함 4~5 kg 가까이 나가는 경우가 많아 딱히 휴대성도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컴퓨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게이밍 노트북 유저들을 심하면 컴알못, 돈지랄 취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데스크탑보다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점, 무거워도 '''어쨌든 들고 다닐 수는 있다'''는 점, 데스크탑과 휴대용 노트북으로 이원화하면 결국 그만큼의 이중지출이 발생하니 금전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 등 때문에 게이밍 노트북의 수요와 시장은 꾸준히 있다. 2019년 기준 지난 5년간 게이밍 노트북 시장은 무려 '''12배'''나 성장했는데, 그들을 모두 바보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문제는 복잡한 제품일수록 커지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동차다. 물론 수치상의 성능(출력, 최고속력, 연비 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만 카탈로그상에 표현되지 않는 성능[6] 도 많을뿐더러, 디자인, 인테리어 재질, 메이커의 명성, 각종 편의 장비, 심지어 중고차로 되팔 때의 잔존가치까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한히 많다. 페라리는 높은 가격과 긴 대기기간으로 악명이 높지만 페라리 재테크라고 부를 정도로 중고차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카탈로그 스펙상 가성비 킹왕짱인 데다 실제 성능도 '''공도의 제왕''' 취급받는 닛산 GT-R의 판매량과 중고값이 경쟁 모델에 비해 낮다 생각해 보자.
컴퓨터나 게임기 등 소프트웨어가 구동되는 전자제품은 소프트웨어를 어느 정도 포함해야 되는가 포함하지 않는가도 이견이 있다. 애플처럼 제품 자체에 소프트웨어가 내장된 제품은 계산하기 어렵지 않으나, 게임기처럼 가격 대 성능비가 뛰어난데도 할 게임이 적다든가, 그 반대를 고려해야 한다.[7] 구매 후의 제품의 만족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에 이러한 논쟁이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가성비만으로는 기기의 질을 정확히 재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변호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게 가성비만으로 기기의 질을 따질 수는 없다는 건 원래 당연한 거다. 컴퓨터에서의 가성비는 '''가격 대비 하드웨어 성능'''을 말한다. 당연히 기기의 품질을 하드웨어 성능만으로 논할 수는 없다. 그냥 수많은 기준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부 PC 환경에 익숙한 컴덕들은 하드웨어 스펙만을 따지고 디자인이나 구동할 소프트웨어와 같은 다른 요소는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큰 오산이다. 하드웨어는 구동할 소프트웨어가 없거나 변변치 않다면 그저 깡통에 불과하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스펙'''만''' 보고 기기를 사는 사람은 없다. 당장 차를 구입할 때 고려해야 할 항목들을 생각해보자. 디자인, 보증기간, 할부, 승차감, 안전, 해당 기업의 평판 등등 따질 게 오만가지다. 여기서 오로지 스펙만 따지고 앉아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가성비만으로 기기의 질을 논할 수 있다면 IT 관련 웹진은 리뷰 쓰기가 매우 편할 것이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삼성과 LG가 왜 가성비 관련 비판을 받는데도 현재와 같은 가격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잘 팔리는지 생각해보자.
또한 명품과 같은 사치품도 좋은 예다. 단순히 물건 담아 다닐 게 필요하다면 비싼 가방을 살 필요는 없겠지만, 굳이 비싼걸 추구하는 명품시장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게다가 제품 자체의 가격뿐만 아니라 유지비용도 역시 고려해야 한다. 싸구려 물건을 샀다가 싸구려답게 계속 고장나서 자주 수리해야 한다면 오히려 비싼 물건을 한 번 사서 오래 쓰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중국제 스마트폰을 사서 구매비용은 아꼈을지 몰라도 고장이 나기라도 하면 신뢰도가 떨어지는 사설 수리업체를 이용해야 하며 아예 새로 사여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아낀 비용은 얼마 들지 않는 데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오면 성능이 많이 뒤쳐져 금새 바꿔야 한다면 이 역시 효용이 떨어진다.
한편 음식에 가성비를 들이대면 음식의 '성능' 중 '음식의 양'만이 중시되고, 영양이나 맛, 위생과 같은 다른 성능은 고려되지 않는 때가 많다. 때문에 그저 양만 많은 저질 식당이 '가성비 맛집'으로 둔갑하여 인기를 끄는 일도 종종 있다. 저질 식당과는 다른 문제이지만 이른바 '국밥충'도 이와 연관이 있는 형태이다.
4.3.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다
같은 물건이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다. 예를 들어, 가격도 저렴하고, 퍼포먼스도 중상급이며, AS 문제도 없지만, 디자인이 투박하고, 전체적인 마감 품질이 약간 떨어지는 A라는 제품이 있다고 치면, 퍼포먼스나 사후지원에 중점을 두는 소비자에겐 가성비가 비교적 좋다고 느낄 수 있지만, 디자인이나 재질을 중시하는 사람에겐 가성비가 좋지 않게 느껴진다.
또한 스펙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수치로 증명되는 것도 있지만(주로 퍼포먼스나 물리적인 스펙),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다. 그런 부분에서는 주관이 다소 개입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면 결국엔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 제각각이 된다. 음식도 누구 입맛에는 싼데도 맛있는 음식이지만 누구 입맛에는 싸다 보니 맛없는 음식이 될 수도 있어서 골치가 아파진다.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여럿 있지만 특히나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다. 대우 티코는 어마어마하게 저렴하지만 충돌사고 나면 탑승자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공구나 기계 장비에서 안전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효율은 어느 정도 희생되는데 그 대신 사람의 목숨과 안전보다 더 귀한 가치도 없다면 어느 쪽이 더 가성비가 높은지도 윤리적인 문제에서 따지기가 힘들다. 싼 거 사도 사고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만에 하나 비상시를 대비해서라도 비용을 투자해야겠다는 것은 쉽게 결정나는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당연하게 돈을 더 들여서라도 안전장치가 더 많이 갖춰진 장비를 사겠지만 돈이 없는 개도국일수록 안전 개념이 미흡하고 인권과 생명 중시를 잘 모르다 보니 돈 많은 선진국처럼 당연히 가성비를 희생해서라도 안전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 보니 생명 경시 풍토가 사라져도 당장 예산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기 쉽지 않아서 문제가 생기는 것.
이것이 가장 극단으로 드러난 사례가 1970년대 미국의 포드 핀토 연료탱크 결함 파문이다. 요약하자면, 사람 목숨까지 가성비 계산에 포함시켰다가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맞았던 사건이다.
5. 주의점
가성비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설정한 조건에서''' 투자한 비용으로 최대한의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지표이다. 하지만, '''가격은 항상 상대적인 것이며''', 특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
자동차를 비유로 들면 다음과 같다. 자동차 경주에서 전문적으로, 그리고 자주 달리기 위해 차를 사야 한다면, 당연히 국산 승용차보다는 포르쉐 911 GT2 RS 같은 차량이 더 어울릴 것이다. 안티 롤 바와 강력한 엔진 등으로 트랙에 최적화된 차량이 경주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컴퓨터를 다른 예시로 들어보자면, 당신은 SolidWorks 를 전문적으로 쓰고자 하는 3D CAD 설계자라고 가정하자. SolidWorks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용 그래픽카드인 NVIDIA 사의 QUADRO 제품군 그래픽카드를 이용해야만 제대로 된 효율을 얻을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아무리 최신이자 좋은 GeForce RTX 3080를 구매해서 쓰더라도, QUADRO를 제외한 그래픽카드는 성능에서 뒤쳐지기 때문에 구매하더라도 성능 기준치에 '''미달''' 되어 쓸 수가 없다. QUADRO RTX 5000의 가격은 약 280만원이나, '''값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성능을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하나 뿐이라면 그 방법이 가장 가성비가 좋은 방법이다.''' 성능 기준치에 맞춰서 가성비를 따지지 말아야 할때는 그냥 구매하는 것이 최선이다.
6. 여담
외계인 고문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대개 개발비용 과다, 제조 국가의 예산에 따른 자체 조달 문제 및 정치적인 이유로 인한 타국으로의 판매 금지, 이로 인해 판로 개척 불가로 인한 규모의 경제 실현 불가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인해 대부분 가성비가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오디오를 비롯해 사치품으로 진입하기 쉬운 상품들은 일정 가격대까지는 가격과 성능이 같이 상승하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싸질수록 가성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 경우는 거의 성능보다는 이름값을 돈 주고 산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물건은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릴수록 가성비가 떨어진다.
스포츠 세계에서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선수는 모든 팀이 영입하고 싶어한다. 이런 선수들은 아무리 불황에 시장이 침체되어도 롤플레이어로 자리를 잘 찾아나간다. 대신 그때 그때마다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저니맨이 될 각오도 해야 한다.
이게 매우 좋으면 가성비 종결자 또는 국민 XX 등의 칭호가 부여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진다. 예를 들면 스피커로 아주 대중적인 브리츠 사의 BR-1000a가 있고, 통큰치킨이라든지, 레이싱휠 자체가 대중적이진 않지만 레이싱휠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국민휠 로지텍 G27 등이 있다. 이렇게 되는 현상은 굉장히 당연한 것이 '''폭발적인 보급으로 인한 접근성'''에 있다. 왜 AK-47이나 맥심 기관총이 단순하게 보면 공학적으로 가성비만 좋은 총이 정치적인 의미로는 얼마나 한없이 가치를 발휘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그깟 가성비 하나가 역사를 바꿨으니 언급이 따로 필요 없다.''' 현재에 살 때는 가격이 굉장히 싸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처음 나온 당시에는 너무 비싸서 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출시 자체를 상징적이고 학문적인, 연구실적에 따른 성과를 나타내는 용도로만 쓰는 데 그칠 정도였다. 그래서 발명품이 나와도 최초의 발명품 못지않게 근대식, 현대식 발명품이 제품에 따라서 더 유명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높은 가성비로 인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보급되어서 실질적으로 더 많은 문명의 혜택을 누렸기 때문. 포드 모델 T만 봐도 자동차의 대량보급이 얼마나 생활, 사회를 많이 바꿔놨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전자제품은 가성비의 하위개념으로 전성비가 고려되기도 한다.
비디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취향을 많이 타기 때문에 명확하게 가성비를 따지기는 힘들지만, 대개는 질리지 않고 오래 플레이할 수 있게 즐길 거리가 많은 게임을 가성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확실한 건 상당 수의 쓰레기 게임이 전체 플레이 시간이 아주 짧다는 특징을 가졌다는 것.
디시인사이드에서 찌질이들을 놀릴 때 짧은 단어로도 찌질이들의 과한 열폭을 불러올 시 '''가성비 딜교환'''이라고 칭송한다. 아예 이러한 용도를 위해 즐겨 쓰이는 댓글로 가성비 댓글이라는 것도 생겼다.
좋은 가성비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이를 비난과 조롱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는데, 일명 '국밥충'이 그 예시이다. 국밥충의 주요 발언으로는 "야, 그거 사 먹을 돈이면 뜨끈한 국밥이 몇 그릇인데!"가 있다.
7. 관련 문서
- 가성비 좋은 CPU
- 가성비 좋은 GPU
- 다이소: 여기서 파는 제품들은 한 마디로 이 분야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로.
- Bic: 고급 제품군을 기웃거리는 타 문구 회사들과 비싼 제품 자체를 만들지 않는다.
- 평가와는 별개로 흥행한 작품
- 먹튀
- 무능
- 창렬
- 혜자
- 국밥충
- 규모의 경제
- 연금술: 금이 아닌 다른 금속으로 금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거보다 금광을 파는 게 더 싸게 먹힌다.
- 기회비용
[1] 가격 대 성능비라고 전자와 다르게 전자의 비율을 나타낸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둘 다 견주다, 대비하여(비율)라는 의미의 比가 포함되어 있다. 애초에 상황에 맞추어 생성된 신조어인 데다 쓰이는 상황자체가 상품의 가치와 비용의 상대적 크기를 나타내는 말이라 전자든 후자든 비율이 포함되어 의미가 같다.[2] Benefit per Cost. 비용 대비 편익성[3] 만족도가 높으면 high(great) value proposition이라고 말 한다.[4] 문화적으로 절약을 강조해온 독일인들을 이 표현을 영어권에 비해 상당히 즐겨 쓴다.[5] 본체 성능 외에 모니터도 문제다. 2021년 현재는 큰 노트북이래봐야 17.3 인치가 상한선이며(다나와 기준 그 위로는 아예 선택 옵션 자체가 없다.), 해상도 또한 성능을 위해 2~4K보다는 FHD가 여전히 많다. 반면 데스크탑으로 게임 좀 하겠다고 각 잡고 맞추는 사람들은 20~30 인치 이상의 4K 모니터를 맞추는 일이 흔하며, 모니터 가격만도 웬만한 중급 노트북 가격이 나온다. 문제는 그렇게 세팅해도 고작(?) 17.3 인치 하이엔드 게이밍 노트북과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다는 것.[6] 제동능력, 조향능력, 서스펜션, 각종 세팅, RPM별 최대출력, 냉각능력, 접지능력, 부품 내구성 등[7] 사실 출시 당시 기준으로 닌텐도 DS는 휴대기치고는 성능이 좋은 편이었고, 엑스박스 원 X도 경쟁 기기인 PS4가 고품질 독점작이 많은 탓에 상대적으로 할 게임이 적어 보이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