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피아오사우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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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티란누스를 피해 달아나는 베이피아오사우루스 한 쌍을 묘사한 복원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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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격도
중생대 백악기 전기 중국에 살았던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수각류 공룡의 일종. 속명은 '베이피아오(北票)의 도마뱀'이라는 뜻으로 화석이 발견된 장소의 지명에서 유래했다.
이 녀석은 1996년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 베이피아오 시의 시허툰(四合屯)이라는 마을 근처 익시안(义县/義縣) 층(Yixian Formation)에서 어느 농민에 의해 발견된 아성체의 화석을 모식표본으로 삼아 1999년 학계에 처음 소개되었다. 발굴 당시 골격이 이리저리 흩어진 채였고 그마저도 불완전하게 보존된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전체적인 골격 보존률만 따지자면 아주 열악한 수준은 아니었던데다 연조직의 흔적까지 관찰되는 등 여러 특이한 형질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나름 중요한 발견으로 여겨졌다.
이 녀석을 처음 학계에 선보인 중국의 고생물학자들은 당시까지 알려진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수각류들 중에서 이 녀석이 가장 원시적인 형태라고 분류하였다.[2] 커다란 복강과 뒤를 향해 뻗은 골반뼈 형태 등은 에를리코사우루스나 노트로니쿠스처럼 비교적 진보한 형태의 테리지노사우루스류로 거론되는 친척뻘 수각류와 유사하지만, 이들이 육중한 체구를 떠받친 상태에서 이족보행을 하기에 적합하도록 뒷발가락 4개가 전부 바닥에 닿는 형태였던 반면 이 녀석은 바닥에 닿는 뒷발가락이 3개뿐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퇴화된 채 다리 안쪽에 붙어있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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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피아오사우루스의 화석 표본에서 확인되는 원시 깃털의 흔적 사진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특징은 이 녀석의 화석에서 '''원시 깃털'''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베이피아오사우루스라는 속명을 처음 제안한 연구자들은 이 녀석의 모식표본을 분석한 결과 시노사우롭테릭스에게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형태의 솜깃털이 몸 대부분을 덮고 있었으며, 이는 시노사우롭테릭스 같은 수각류 공룡들의 원시적인 깃털에서 현생 조류의 깃털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이 녀석의 꼬리 부분을 살펴보면 맨 끝의 미추골 7개 가량이 하나로 합쳐져 미좌골을 형성하고 있는데, 현생 조류들의 경우 여기에 비행에 도움을 주는 꼬리깃이 부착되어있는 반면 이 녀석의 경우 4~7cm 길이의 길쭉한 털 같은 깃털들만 달려있었다. 이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깃털이라는 조직이 처음부터 비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후 2009년에는 모식표본과 또 다른 표본의 머리와 목, 몸통의 뒷부분에서 당초 알려진 솜깃털 외에 또 다른 형태의 깃털이 발견되었다. 꽤나 뻣뻣한 구조였을 것으로 보이는 이 깃털은 다른 깃털 공룡들의 것에 비하면 훨씬 굵고 길쭉했는데,[3] 비행에 도움이 될 만한 형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동종 간의 개체 식별용이나 이성 개체에 대한 과시 및 구애용으로 사용되던 일종의 장식깃이었으리라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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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의 크기 비교도
몸길이는 대략 1.8~2.2m 정도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때문에 2012년 유티란누스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깃털이 달려있었다는 화석상의 증거가 발견된 깃털 공룡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녀석으로 여겨졌었다. 두개골은 여타 테리지노사우루스류 근연속들과 비슷한 형태지만 케라틴질의 부리가 달려있었을 주둥이 끝부분이 유독 휘어져있으며, 총 길이도 26cm 가량으로 이 녀석의 대퇴골 길이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대퇴골 대비 경골의 길이가 긴 편이라 비교적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며, 유난히 커다란 앞발에는 테리지노사우루스류 특유의 길쭉한 발톱이 달려있었는데 이는 아마 나뭇가지에 걸쳐서 높은 곳에 있는 식물을 주둥이 높이까지 끌어내린 뒤 나뭇잎 모양의 작은 이빨들을 이용해 뜯어먹기 쉽도록 도와주는 용도였을 것이다.
2011년 방영된 EBS의 6부작 다큐멘터리 '생명, 40억년의 비밀'의 2번째 에피소드인 '깃털 이야기'에서 등장한 여러 깃털 공룡 중 하나다. 화석에 나타난 굵고 기다란 형태의 원시깃털 흔적을 토대로 뻣뻣한 털에 덮인 모습으로 잠시 출연했는데, 어째서인지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수각류라기보다는 오히려 드로마이오사우루스류나 트로오돈류 수각류를 연상시키는 모델링으로 복원되는 고증오류가 있다. 테리지노사우루스류에 속한 공룡 대다수가 초식성이었으리라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육식공룡이었다고 언급하는 나레이션은 덤.
2007년 개봉한 미국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공룡시대 13편에서 리틀풋 일행과 함께 힘을 합쳐서 악역 칼이빨로 등장하는 바리오닉스 4마리를 물리치는 조연급의 루파(Loofah), 두파(Doofah), 푸비(Foobie)를 비롯해 여러 베이피아오사우루스들이 출연한다. 노란색을 띄는 둥글둥글한 배 때문에 "노랑배(Yellow Bellies)"라고 불리며 마치 풍선 같은 탄력성을 보이는 이 배를 서로 맞부딪혀 튕기면서 춤을 추는 게 특기라고 한다. 다만 실제 베이피아오사우루스와는 억만 광년 가까이 떨어진 모습으로 복원된지라 사실상 고증을 따지는게 무의미한 수준이다.[4]
유티란누스를 피해 달아나는 베이피아오사우루스 한 쌍을 묘사한 복원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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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격도
1. 개요
중생대 백악기 전기 중국에 살았던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수각류 공룡의 일종. 속명은 '베이피아오(北票)의 도마뱀'이라는 뜻으로 화석이 발견된 장소의 지명에서 유래했다.
2. 상세
이 녀석은 1996년 중국 랴오닝성 차오양 베이피아오 시의 시허툰(四合屯)이라는 마을 근처 익시안(义县/義縣) 층(Yixian Formation)에서 어느 농민에 의해 발견된 아성체의 화석을 모식표본으로 삼아 1999년 학계에 처음 소개되었다. 발굴 당시 골격이 이리저리 흩어진 채였고 그마저도 불완전하게 보존된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전체적인 골격 보존률만 따지자면 아주 열악한 수준은 아니었던데다 연조직의 흔적까지 관찰되는 등 여러 특이한 형질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나름 중요한 발견으로 여겨졌다.
이 녀석을 처음 학계에 선보인 중국의 고생물학자들은 당시까지 알려진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수각류들 중에서 이 녀석이 가장 원시적인 형태라고 분류하였다.[2] 커다란 복강과 뒤를 향해 뻗은 골반뼈 형태 등은 에를리코사우루스나 노트로니쿠스처럼 비교적 진보한 형태의 테리지노사우루스류로 거론되는 친척뻘 수각류와 유사하지만, 이들이 육중한 체구를 떠받친 상태에서 이족보행을 하기에 적합하도록 뒷발가락 4개가 전부 바닥에 닿는 형태였던 반면 이 녀석은 바닥에 닿는 뒷발가락이 3개뿐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퇴화된 채 다리 안쪽에 붙어있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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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피아오사우루스의 화석 표본에서 확인되는 원시 깃털의 흔적 사진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특징은 이 녀석의 화석에서 '''원시 깃털'''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베이피아오사우루스라는 속명을 처음 제안한 연구자들은 이 녀석의 모식표본을 분석한 결과 시노사우롭테릭스에게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형태의 솜깃털이 몸 대부분을 덮고 있었으며, 이는 시노사우롭테릭스 같은 수각류 공룡들의 원시적인 깃털에서 현생 조류의 깃털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또한 이 녀석의 꼬리 부분을 살펴보면 맨 끝의 미추골 7개 가량이 하나로 합쳐져 미좌골을 형성하고 있는데, 현생 조류들의 경우 여기에 비행에 도움을 주는 꼬리깃이 부착되어있는 반면 이 녀석의 경우 4~7cm 길이의 길쭉한 털 같은 깃털들만 달려있었다. 이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깃털이라는 조직이 처음부터 비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후 2009년에는 모식표본과 또 다른 표본의 머리와 목, 몸통의 뒷부분에서 당초 알려진 솜깃털 외에 또 다른 형태의 깃털이 발견되었다. 꽤나 뻣뻣한 구조였을 것으로 보이는 이 깃털은 다른 깃털 공룡들의 것에 비하면 훨씬 굵고 길쭉했는데,[3] 비행에 도움이 될 만한 형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동종 간의 개체 식별용이나 이성 개체에 대한 과시 및 구애용으로 사용되던 일종의 장식깃이었으리라 추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image]
인간과의 크기 비교도
몸길이는 대략 1.8~2.2m 정도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때문에 2012년 유티란누스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까지는 깃털이 달려있었다는 화석상의 증거가 발견된 깃털 공룡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녀석으로 여겨졌었다. 두개골은 여타 테리지노사우루스류 근연속들과 비슷한 형태지만 케라틴질의 부리가 달려있었을 주둥이 끝부분이 유독 휘어져있으며, 총 길이도 26cm 가량으로 이 녀석의 대퇴골 길이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대퇴골 대비 경골의 길이가 긴 편이라 비교적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며, 유난히 커다란 앞발에는 테리지노사우루스류 특유의 길쭉한 발톱이 달려있었는데 이는 아마 나뭇가지에 걸쳐서 높은 곳에 있는 식물을 주둥이 높이까지 끌어내린 뒤 나뭇잎 모양의 작은 이빨들을 이용해 뜯어먹기 쉽도록 도와주는 용도였을 것이다.
3. 등장 매체
2011년 방영된 EBS의 6부작 다큐멘터리 '생명, 40억년의 비밀'의 2번째 에피소드인 '깃털 이야기'에서 등장한 여러 깃털 공룡 중 하나다. 화석에 나타난 굵고 기다란 형태의 원시깃털 흔적을 토대로 뻣뻣한 털에 덮인 모습으로 잠시 출연했는데, 어째서인지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수각류라기보다는 오히려 드로마이오사우루스류나 트로오돈류 수각류를 연상시키는 모델링으로 복원되는 고증오류가 있다. 테리지노사우루스류에 속한 공룡 대다수가 초식성이었으리라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육식공룡이었다고 언급하는 나레이션은 덤.
2007년 개봉한 미국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공룡시대 13편에서 리틀풋 일행과 함께 힘을 합쳐서 악역 칼이빨로 등장하는 바리오닉스 4마리를 물리치는 조연급의 루파(Loofah), 두파(Doofah), 푸비(Foobie)를 비롯해 여러 베이피아오사우루스들이 출연한다. 노란색을 띄는 둥글둥글한 배 때문에 "노랑배(Yellow Bellies)"라고 불리며 마치 풍선 같은 탄력성을 보이는 이 배를 서로 맞부딪혀 튕기면서 춤을 추는 게 특기라고 한다. 다만 실제 베이피아오사우루스와는 억만 광년 가까이 떨어진 모습으로 복원된지라 사실상 고증을 따지는게 무의미한 수준이다.[4]
[1] 참고로 왼쪽 위에 날아가는 새 비슷한 것은 원시 조류의 일종인 에오에난티오르니스(''Eoenantiornis'')들이며, 오른쪽 위의 익룡은 페일롱구스를 묘사한 것이다.[2] 다만 현재는 2005년 새로 발견된 북아메리카의 팔카리우스가 이 녀석보다 더 원시적인 형태라는 주장이 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2인자로 밀려난 상태다.[3] 일례로 앞에서도 언급된 시노사우롭테릭스와 비교할 경우, 시노사우롭테릭스의 깃털 굵기는 1mm가 채 안 되는데다 가장 긴 깃털의 길이도 목 길이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베이피아오사우루스의 경우 깃털 굵기가 3mm에 달하고 가장 긴 깃털은 길이가 목 길이의 절반에 육박하는 15cm 가량 될 정도.[4] 애당초 실제 베이피아오사우루스의 복부는 작중에서 묘사된 것처럼 무지막지하게 부풀어오르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원래 3개인 앞발가락이 4개로 늘어난데 반해, 머리와 꼬리 부분에 돋아난 장식깃을 제외하면 다른 신체 부위 어디에서도 깃털의 존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문제. 심지어 '''꼬리는 아예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장식깃만 돋아있는 등''' 전체적으로 무슨 닭이나 칠면조를 연상시키는 체형을 하고 있어서 테리지노사우루스류 특유의 길쭉한 앞발톱이 없어진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고 여겨질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