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로니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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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북아메리카에서 살았던 테리지노사우루스과 수각류 공룡. 속명은 '둔중한', '느릿느릿한', '게으른' 등으로 해석되는 그리스어 '노트로스(νωθρός, nothros)와 발톱을 뜻하는 '오닉스(ὄνυξ, onyx)'가 합쳐진 것인데, 처음 발견된 이 녀석의 화석 중 커다란 발톱이 나무늘보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이런 이름이 붙었다.[1]
2. 상세
이 녀석의 화석은 1998년 미국 뉴멕시코 주 주니 분지(Zuni Basin)의 모레노힐층(Moreno Hill Formation)에서 모식종의 좌골이 출토된 것이 최초였으나, 발굴 당시에는 각룡류 공룡인 주니케라톱스의 측두린으로 오인되었다. 뒤이어 뇌실 부분을 비롯한 두개골 일부와 경추 및 배추골 일부, 견갑골, 갈비뼈 일부, 골반뼈, 그리고 앞다리뼈와 뒷다리뼈 일부 등이 추가로 발견되었고, 이 화석들은 2001년 학계에 지금과 같은 속명을 부여받아 정식 소개된 맥킨레이종(''N. mckinleyi'')의 모식표본으로 지정되었다. 맥킨레이종이 학계에 보고되기 바로 전 해인 2000년에는 유타 주 남쪽의 트로픽셰일층(Tropic Shale Formation)[2] 에서 두개골과 경추 일부 등을 제외한 몸통과 사지 골격이 상당 부분 잘 보존된 화석이 발굴되었으며, 이후 2009년 노트로니쿠스속의 두번째 종으로 동정된 그라파미종(''N. graffami'')의 모식표본으로 지정되었다.[3]
테리지노사우루스를 비롯해 세그노사우루스, 에를리코사우루스, 알샤사우루스, 베이피아오사우루스, 난쉬웅고사우루스 등 기존에 알려져있던 테리지노사우루스상과 공룡들의 화석은 하나같이 몽골이나 중국의 백악기 지층에서만 발견되었기 때문에, 당시까지만 해도 테리지노사우루스상과 수각류들의 서식지는 동아시아 일대에 국한되어있었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었다.[4] 노트로니쿠스의 발견은 이러한 통념을 깨고 테리지노사우루스류 공룡들이 북아메리카 지역에서도 서식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학술적 의의를 갖는다. 이후 2005년에는 현재까지 발견된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수각류 중 가장 원시적인 공룡으로 여겨지는 팔카리우스가 발견되면서, 현재는 이 집단에 속하는 공룡들이 단순히 북아메리카 지역에서도 살았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여기서 기원한 뒤 베링 해협을 건너 아시아로 넘어와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보는 시각이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5]
두 종 간에 덩치 차이가 조금 있는 편으로, 모식종의 키가 최대 5m 정도인 반면 그라파미종은 최대 6m 가량으로 좀 더 큰 덩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체중은 대략 1t 정도였을 것이라고. 두개골은 가늘고 길쭉한 형태였으며, 주둥이에는 케라틴질로 이루어진 부리가 달려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 녀석의 이빨 화석을 살펴본 결과 식물을 잘게 씹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형태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아마 연한 식물을 뜯어내 통째로 삼켰을 것이다. 위석 등의 도움을 받아 뱃속에서 잘게 부수지 않았을 경우 이렇게 통째로 삼킨 식물을 충분히 소화시키려면 상당히 긴 내장기관이 필요했을텐데, 실제로 이 녀석은 복강이 매우 컸고 골반 또한 넓게 퍼진 형태였으며 육중한 뒷다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직립한 상태에서도 이러한 대용량의 내장기관을 충분히 지탱한 채로 활동할 수 있었으리라 추정된다.
다른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친척들과 마찬가지로 길이가 30cm 가량이나 되는 앞발톱을 갖고 있었으며, 이는 나뭇가지를 잡고 끌어내려서 긴 목을 쭉 뻗더라도 닿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나뭇잎까지 먹어치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천적을 상대로 저항 또는 위협을 가하기 위한 용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40cm 남짓한 상완골이 비교적 가느다란 편이며 상완골 위쪽의 삼각형 돌기 역시 작은 크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중매체에서 흔히 묘사되는 것처럼 팔 힘을 이용해 발톱으로 강력한 파괴력을 선보이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듯. 한때 땅을 파헤치는 용도였다고 추정한 적도 있었으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팔 힘이 비교적 약했을 뿐만 아니라 알바레즈사우루스과 수각류들과 같은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공룡들은 앞발의 운동 범위가 땅을 파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딱히 널리 통용되는 관점은 아니다.
3. 등장 매체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수각류 중 대중매체에 출연한 빈도로는 이 집단의 대표격인 테리지노사우루스 다음 가는 녀석으로, 테리지노사우루스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드마크인 앞발톱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등장할 때마다 육식공룡을 상대로 앞발톱을 적극 활용해 방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 다큐멘터리에서의 첫 출연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제작한 When Dinosaurs Roamed America로, 오늘날의 뉴멕시코 주를 배경으로 하는 에피소드에서 모식종이 등장한다. 작중 나레이션의 표현을 빌리자면 '''"깃털이 반쯤 뽑힌 칠면조처럼 생겼고 배가 불룩한 곰처럼 걷는 녀석"'''으로 묘사되며, 울음소리 또한 돼지 멱따는 소리(...)를 방불케 한다. 다만 이처럼 다소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긴 했어도 드로마이오사우루스과 수각류[6] 한 마리가 공격해오자 앞발을 이용해 세게 후려쳐 날려버리는 저력을 보여준다. 이후 마지막에 산불이 났을 때는 뒤뚱거리며 도망쳐 나오던 한 마리가 불에 타 죽는 장면이 나오지만,[7] 이후 산불이 잦아들고 숲이 다시 활기를 되찾자 또 다른 개체가 평소처럼 평화롭게 나뭇잎을 따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출연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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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BBC의 6부작 다큐멘터리 Planet Dinosaur의 여섯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주니 분지를 배경으로 모식종이 출연했는데, 이번에는 수스키티란누스[8] 를 상대로 활약한다. 이 다큐에서도 솜털이 달린 형태로 묘사되었으며, 마치 트림 소리와 돼지 멱따는 소리를 뒤섞어놓은 듯 기괴하기 짝이 없는(...) 울음소리를 낸다. 한가로이 나뭇잎을 뜯어먹다가 수스키티란누스 한 마리가 나타나 공격하려 들자 냅다 앞발톱을 휘둘러 방어하는데, 싸닥션을 날리기 직전에 '''칼날을 가는 효과음'''(...)이 들어가 살풍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9] 마침 근처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던 다른 노트로니쿠스 한 마리가 가담하여 수스키티란누스를 격퇴한 뒤 다시 편안하게 식사를 하나 싶었는데, 곧 수스키티란누스가 세 마리나 나타나 또다시 먹잇감이 될 위기에 놓인다. 그러나 비록 한 마리가 목덜미를 물어서 목에 상처를 입긴 했지만 2대3이라는 다소 불리한 구도에도 불구하고 앞발톱을 이용해 수스키티란누스들을 혼쭐내 물러나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미국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룡시대 14편에 등장하는 조연 와일드 암즈(Wild Arms)가 노트로니쿠스라고 한다. 다만 무슨 이유에선지 테리지노사우루스류 특유의 앞발톱이 없는 형태로 묘사되었는데, 초식공룡이 위협적인 앞발톱을 갖고 있으면 어린이 시청자들이 위화감을 느낄 가능성을 우려해서 약간의 데포르메를 가한 것이 아닐까 추정할 뿐.
[1] 다만 속명의 유래가 된 이 발톱 화석은 현재 앞발톱이 아니라 '''뒷발톱'''인 것으로 판명된 상태다. [2] 이 지층은 백악기 후기 당시 가까운 육지에서 무려 '''100km''' 가량 떨어진 바다였는데, 이 때문에 한때 이 녀석이 현생 매너티처럼 해조류를 먹고 살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로 신생대 마이오세 후기에서 플라이오세 후기까지 살면서 앞발의 거대한 발톱을 이용해 해저의 수초를 긁어모으는 방식으로 먹이활동을 했던 멸종한 땅늘보의 일종인 탈라소크누스(''Thalassocnus'') 같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 다만 이 녀석의 골격에서 실제로 이런 생활 습성을 가졌음을 증명해줄만한 이렇다할 특징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오히려 경추와 배추골에서 기낭의 흔적이 발견되는 등 잠수에는 외려 부적합했을 것으로 보이는 해부학적 형질이 확인되었기에 현재 대부분의 학자들은 해당 개체의 사체가 홍수 등으로 인해 바다 깊은 곳까지 휩쓸려내려가 해성층에서 화석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3] 모식종과 그라파미종의 골격 화석을 종합한 결과 대략 전체 골격의 40~50% 가량을 복원해낼 수 있었는데, 이 수치는 현재까지 알려진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수각류들의 화석 보존률 중에서는 가장 양호한 것이다.[4] 다만 러시아 시베리아의 백악기 지층에서도 테리지노사우루스상과 공룡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톱 화석이 발견된 적이 있기 때문에 테리지노사우루스류 공룡이 몽골과 중국뿐만 아니라 시베리아나 사할린, 연해주 등 러시아의 아시아 지역에서도 분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5] 다만 이러한 관점이 바뀔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2001년에 중국 윈난성 위시(玉溪) 시 어산(峨山) 이족 자치현의 '''쥐라기 전기''' 지층인 루펭층(Lufeng Formation)에서 발굴된 이빨이 달린 하악골 화석을 근거로 원시적인 테리지노사우루스상과의 일종으로 분류된 에샤노사우루스(''Eshanosaurus'')가 알려진 바 있고, 2011년에는 북아프리카 모로코 아질랄(Azilal)의 '''쥐라기 후기''' 지층에서 테리지노사우루스류로 추정되는 이족보행형 수각류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었기 때문. 다만 전자의 경우 워낙 파편적인 수준의 화석만 발견된지라 이 녀석을 테리지노사우루스상과 수각류로 볼 것인지 아니면 루펜고사우루스와 유사한 고용각류로 볼 것인지 아직 불명확한 상태이고, 후자의 경우 다른 이족보행형 수각류의 발자국일 가능성도 상존하는 상태이므로 현 시점에서 가장 오래된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수각류임을 화석을 통해 확실히 증빙할 수 있는 녀석은 팔카리우스라고 할 수 있다.[6] 현재는 수스키티란누스의 것으로 여겨지는 화석이 한때 드로마이오사우루스과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큐 제작이 거의 마무리 될 때에 그 사실이 부정되었으나 이미 만든 모델링을 버릴 수는 없었기에 그나마 보완으로 주니 분지의 코일루로사우리아 공룡으로 나오기도 하였다.[7] 이 장면은 국내판에서는 편집된 장면이다.[8] 2019년 5월 6일에야 최근에 정식학명이 등재됐으며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을 당시에는 정식학명이 정해지기 이전이라서 그런것인지 주니티란누스(''Zunityrannus'')라는 이름으로 불린다.[9] 이 구도는 공룡대탐험 스핀오프 시리즈에서 테리지노사우루스도 써먹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