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공영권
1. 개요
기동전사 건담 UC에 등장하는 구상.
소데츠키의 수장 풀 프론탈이 지구연방을 타도하기 위해 구상하고 있던 것으로, 작품 후반까진 언급이 없다가 미네바 라오 자비가 그에게 라플라스의 궤를 손에 넣은 뒤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으면서 그 윤곽이 드러난다.
명칭을 볼 때 현실의 대동아 공영권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2. 설명
현재 지구연방의 힘이 되는 경제력의 원천은 달과 콜로니 일곱 사이드로, 달과 콜로니 사이드들이 경제 협정을 맺어 지구란 중앙권을 배제한 새로운 경제권을 확립해 지구를 고립시킨다면 연방은 자연스럽게 무너진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의 지구는 표면적으론 세계의 중심지라곤 해도 이미 몇 번의 전쟁으로 인한 피해로 크게 오염된 데다가 자원도 거의 고갈되어 낙후된 상태인 반면, 스페이스 노이드들은 지구 없이도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콜로니 사이드들과의 연결고리가 끊긴다면 지구는 촌락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지구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연방도 더 이상 틀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현재 세계의 강자와 약자 구도를 뒤바꿔 스페이스 노이드를 강자의 위치에 서게 하는 것. 그리고 기존 지온과 네오 지온의 근간에 있던 연방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하게 한다는 발상을 버리는 것. -
그러나 전 사이드권 규모의 새로운 경제권 확립은 전쟁이 아닌 제도적 합의를 통해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각 콜로니간 연계를 이러한 형태로 합일시키기 위해선 합법적인 총괄 구심점이 필요하다. 현재 그것이 가능한 후보지는 과거 지온공국이었던 사이드3. 이는 사이드3가 과거 협정을 통해 콜로니 사이드들 중에서도 형식적으로나마 유일하게 자치권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중 무대가 되는 UC 96년에 이르러선 이 자치권의 반환도 4년 뒤로 다가온 상황이었다. 그리고 연방은 이를 염두한 것인지 스페이스 노이드 압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예가 바로 UC 계획.
이 때문에 프론탈은 연방의 아킬레스 건이라 할 수 있는 라플라스의 궤를 손에 넣은 뒤 정치적 거래를 통해 사이드3의 자치권 반환을 연기하고, 그 사이 사이드 공영권을 이룰 심산이었다. 단, 궤의 존재는 공개하되, 내용은 숨기는 것으로 비스트 재단과 비슷하게 정치적 거래에 쓰려는 목적이 더 강하다.
3. 비판
이에 대해 방송으로 듣고 있던 넬 아가마측 승무원들 일부는 논리적으론 앞뒤가 맞는다는 반응을 보였고, 실제 작중에서도 대체로 논리적으로는 타당하다는 묘사다. 그러나 미네바는 이에 대해 과거 지구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면서까지 전 인류의 혁신을 이루려 했던 샤아 아즈나블의 광기, 그 열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그녀에 의하면 단지 지구와 우주의 서열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양 계열의 화합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바뀌지 않는 자에게 바뀌라고 강요하는 것보단 무시하면 된다고 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것. 거기다 그렇게 지구를 몰아세우면 지구 역시 경제적으로 자립을 이루려 할 것이고, 최악의 경우 핍박된 빈곤 속에서 자란 세대가 스페이스 노이드에 대한 증오를 품어 1년전쟁과 같은 어스-스페이스 노이드의 대립의 격화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즉 현재 약자로서 박해받는 스페이스 노이드를 강자에 세울 수는 있지만 단지 그 뿐이며 샤아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지온 즘 다이쿤의 이상은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나지 링크스가 유니콘을 통해 느꼈던 모두의 염원이 모인 듯한 따뜻한 빛을 거론하며 인류 혁신의 가능성을 피력했으나, 이에 프론탈은 "그보다 더욱 커다란 기적의 빛을 인류는 보았다. 그러한 가능성을 목격하고서도, 인간은 그저 현재에 안주해 미래의 가능성을 묻어버렸다"며 그러한 인간의 현실을 인정하고 전 인류가 살아갈 타협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방법은 극단적이었으나, 마지막까지 인간의 가능성을 믿고 행했던 샤아 아즈나블, 그와 풀 프론탈 자신의 차이, 인류 혁신을 향한 의지와[1] 인류를 향한 사상적 차이. 그것이 드러났던 장면.[2]
사실, 이 구상이 실현화 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콜로니의 우위성'이 '지구의 우위성'보다 훨씬 미약하다는 점이다.
우주세기에서 지구와 스페이스 콜로니의 격차는 단순한 정치적·경제적 요소만이 아니다. 스페이스노이드의 정서에는 '지구에 대한 동경'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고, 지구에서 거주하는 것은 일종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것이 기동전사 건담에서부터 기동전사 V건담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묘사된다. 예를 들어 기동전사 건담에서 화이트 베이스에 탑승하고 있던 피난민들은 지구에 도착하게 되자 인질을 잡는 억지를 쓰면서까지 지구에 내려달라고 부탁하며, 기동전사 크로스본 건담에서는 스페이스 콜로니라는 '불안정한 인공 구조물'은 결국 '지구의 자연'을 대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체적으로는 자원도 고갈되고 오염도 심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인구 밀집 지역의 인문·지리적 거주 편의성은 지구가 월등하다는 것이 우주세기 지구의 현실인 것.[3]
이러한 인류의 가치관은 어떻게 되었든 지구를 차지한 세력이 강력한 기득권을 누리는 '지구의 우위'를 절대적으로 보장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지구연방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정부를 만든다고 해도, 이는 지구연방을 답습한 또 다른 지구연방이 될 뿐이다. 마치 과거의 에우고처럼. 샤아가 그렇게 대량 살상을 수반하는 극단적인 구상을 추구한 것도 이 '지구의 우위'를 핵심 원인으로 보고 그 자체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었다.
4. 현실성
도덕적인 잣대를 치워두고 봐도, 프론탈의 이런 구상은 이뤄질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았다. 우선 그 시점에서 라플라스의 궤를 거머쥐어 은폐하려 혈안이 되어 있던 마사 비스트 카바인이나 로난 마세나스 모두 연방에 대한 영향력이 지대한 데다 상자를 손에 넣을 수 없을 바엔 아예 없애는 게 낫다는 극단적 결론을 내린 상태[4] 였고, 그를 위해 그리프스2 콜로니 레이저까지 동원하려 들고 있었다.[5]
설령 정말 정치적 거래가 이뤄져 사이드3의 자치권 반환이 뒤로 연기된다 해도, 그 뒤 경제적인 고립을 막으려는 연방의 무력 개입이 일어날 것이 자명한 만큼 결국 드러나지 않는 곳이라 해도 무력적 힘의 대결로 이어질 것이고 이 경우 잔당의 잔당 중에서도 잔당밖에 안 되는 소데츠키로서는 그걸 저지하기 어렵다. 제아무리 경제적으로는 스페이스 노이드가 우위라고 해도, 군사력은 연방이 꽉 쥐고 있다. 연방이 그때까지 버텨왔던 건 군사력을 장악했고 지구자체도 1년 전쟁 때 보여줬듯이 경제적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경우 크게는 연방군 전력 전체를 상대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 동안 그리프스 전역 이래로 전쟁의 크기가 작아진 건 연방 내에서의 내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이드 공영권이 이뤄질 경우 그 규모는 1년전쟁 당시 지온 공국보다 몇 배는 더 클텐데, 연방은 절대로 이런 정치집단의 성립을 인정할 리가 없다. 거기다 정말 샤아가 맞는가 의구심이 제기되는 프론탈로서는 콜로니의 뜻을 하나로 모으기도 어려운 편. 무엇보다도 지온의 전성기였던 1년 전쟁 당시에도 기렌 자비가 언급했듯 지온의 국력은 연방의 1/30 이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연방과 지온의 격차는 커졌으면 커졌지 줄어들진 않았다. 잔당의 잔당 밖에 남지 않은 현재의 지온으로선 군사력이나 경제력으론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6]
그리고 작중 풀 프론탈의 발언대로 만약 소데츠키가 관을 손에 넣게 되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 유니콘 7권의 풀 프론탈이 사이암에게 말했던 것처럼 관의 내용물은 연방의 존재 자체를 무너뜨릴 수는 없을 지언정 뒤흔들 수 있는 효과는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거기에 사이암이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당시의 사건을 벌인 범인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연방의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조르주 마세나스가 본인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지게 되면 크리티컬이 되겠지만 최대 연방 내 집권세력 물갈이 이상을 바랄 수는 없다.
또한 소데츠키의 전력이 전성기 지온 및 액시즈, 역사 때와 비교해서 가여울 정도로 약소하다. 그나마 연방군이 지온 공국, 데라즈 플리트, 내전, 액시즈를 거치며 전력이 급감했던 2차 네오지온 항쟁 당시 연방의 수도였던 라싸를 날려버리고 연방 함대를 농락함과 동시에 엑시즈로 지구권의 인류를 위협했던 샤아의 네오지온도 못한 마당에 UC계획이니 뭐니 하면서 우주군 재건 계획을 돌리는 현재 아무리 단신으로 최소 1개 함대를 거뜬히 제압할 수 있는 OVA에서만 존재하는 네오 지옹이 있어봤자 그것을 받쳐줄 전력이 없다. 콜로니 레이저도 당장 가용 가능한데다 레이저 공격을 가해줄 콜로니, 핵미사일, 기타등등 정 없으면 솔라 시스템 등을 다시 설치해서 속칭 다구리를 가하면 네오 지옹이래봤자 오래 못버틴다. 그나마 저런 말도 안되는 모빌아머가 없는 원작으로 간다면? 더 답이 없다.
'''결론적으로는 풀 프론탈이 미네바 앞에서 사이드 공영권을 설명한 시점에선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 사이드들의 공영권을 지켜줄만한 군사력을 형성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지온 공화국 조차 구식 무사이를 운용하는 상황이고 사이드 공영권을 위해서 지온 잔당들이 조력한다고 해도 팔라우 전투와 토링턴 습격에서 싹 말아 먹었다.[7]
- 사이드 공영권을 다른 콜로니들이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다. 당장 스페이스 노이드의 독립운동이 가장 강력했던 1년 전쟁때 지온 공국에 반대하여 지구 연방의 편을 고수하거나 아예 중립으로 돌아선 콜로니들도 존재했다.[8] 또한 지온이 지구 강하 작전을 시행해서 지구 연방이 멸망할 듯 했던 시기에도 나머지 콜로니들이 지온의 편에 선 것도 아니었다. 즉 단순하게 "스페이스 노이드들이 정치적으로 불이익을 받으니까 뭉쳐서 지구 연방에 대항하자"라는 주장만으로는 실질적인 콜로니들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 라플라스의 궤의 영향력도 극히 미약하다. 어찌 어찌 풀 프론탈이 라플라스의 궤를 손에 넣었다고 해도 진실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 결정적으로 연방이 사이드 공영권이 실현되는 것은 가만히 놓고 보고 있을리가 없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규모 적대 세력이 없음에도 우주전력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그 전력을 써먹을 대규모 적대 세력을 만들어 주는 격이 된다. 무엇보다 사이드들의 방위를 책임 질 수 없는 상황에서 연방군이 행동에 돌입한다면 지구 연방에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기 전에 제압을 당할 수도 있다.
근데 상술된 현실성 결여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버나지와 미네바는 그닥 대안도 제시 못하면서 무조건 안 된다는 식으로 나와서 되려 주인공 팀이 논리도 없이 땡깡만 부리는 철부지들로 보이게 만든다.
5. 기타
팬들 사이에서는 지구를 멸망시키려던 샤아의 과격수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주장과 샤아의 짝퉁스러운 무리수 구상이라 깎아내리는 주장이 충돌한다. 전자는 샤아의 액시즈 낙하가 성공해 정말 지구가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 한들 그것이 전 인류의 혁신-뉴타입화로 이어질 리는 없으므로 차라리 비교적 무혈의 방식인 콜로니 공영권이 낫지 않냐는 주장이고 후자는 연방이 아무리 무능하더라도 잔당 중의 잔당에 불과한 소데츠키와 도련님 정치가인 모나한 바하로가 이런 어마어마한 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보긴 힘들다는 주장이다. 다만 시기상으로는 오히려 역습의 샤아때 샤아였다면 사이드 공영권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은 조금 남아있었다. 지온의 후계자라는 정당성도 있고 위장용이지만 연방과의 교섭이라도 했기 때문.
여담으로 게임 킬존에서 헬간 제국의 지도자 스콜라 비사리가 이와 비슷한 것을 실현하려했다. 지구 정부인 UCN휘하의 식민 행성들과 연계하여 UCN을 고립하려고 헬가스트군이 벡타 행성을 침공하는 것이 그 내용.
[1] 샤아의 전 인류의 뉴타입화' 라는 극단적이지만 범인류적 발전방안과는 달리 네오지온만의 번영이라는 집단 이기주의적이며 현실 순응적인 목표를 수립했다.[2] 작중에서도 이에 실망한 미네바 라오 자비가 "내가 알던 샤아는 정말로 죽었군" 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3] 이와 같은 지리적 관계는 현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멀리 찾아볼 것도 없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극심한 대한민국이 그 중 하나. 산업단지나 물류 거점, 농업 지역은 지방에 더 많이 있지만 서울은 대기오염도 심하고 건물만 잔뜩 있을 뿐이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가급적 서울에서 살기를 원한다. 이렇게 산업 역량과는 별개로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심한 국가로는 러시아. 북한 등이 있다. [4] 알베르토 비스트, "이젠 궤의 존속도 절대 조건은 아니다."[5] 다만 그리프스2를 바로 사용한게 아니라 넬 아가마 측이 궤를 손에 넣고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지켜본 뒤 교섭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되자 그제서야 발사를 결정한다.[6] 여태껏 연방이 지온에게 쩔쩔 매던 건 네오 지온의 게릴라 전술과 크고 작은 내전 때문이기도 하다. 역습의 샤아때도 그 모습을 알 수 있는데 론도 벨의 뛰어남을 강조하는 면모도 있지만 기껏 있는대로 모은 군사도 겨우 론도 벨 하나의 독립 부대에 막히거나 겨우 비슷한 정도에 불과했다.[7] 팔라우 전투는 먼저 공격을 받은것이라고 해도 OVA 4화의 토링턴 습격이 1년 전쟁~2차 네오지온 항쟁의 모빌 슈츠를 보여주는 훌륭한 화였지만 연방의 입장에서 보자면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벌이던 게릴라들이 갑자기 한군데로 몰려 들어 일망타진 하기 좋게 만들어 논 거나 다름 없다. 결과적으로 지온 잔당이 가진 최고의 비대칭 전력인 모빌 아머 샴블로가 파괴되고 10년 넘게 버틴 베테랑들도 수없이 전사하였다. 신병 보충과 보급의 어려움을 보면 지온 잔당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였던 셈이다.[8] 덕분에 지구연방 편에 든 콜로니들을 개전과 동시에 지온군에게 NBC무기를 세트로 공격받아서 수십억이 몰살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