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2014년/5월/7일
1. 경기 내용
1.1. 8회까지
이날 삼성 선발 백정현은 선발 투수로 나와 5⅔이닝 동안 피홈런 1개를 포함 4실점을 내주며 패배요건을 갖춘데 반해 SK 선발 윤희상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6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단 2안타만 허용하는 피칭을 선보이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다. 그러나 윤희상은 큰 부상(?)을 입은 후에 조기 복귀했기에 투구수를 짧게 가져가며 6이닝만 던지고 교체되었다. 이후 경기는 SK쪽으로 기울고, 삼성의 패전처리조인 김희걸[1] 과 SK의 진해수가 호투를 하며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으며 뒤이어 컨디션 점검차원에서 등판한 삼성의 권혁과 SK의 필승조 박정배가 등판할 때까지만 해도 이날 경기는 대첩의 요소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멀쩡한 경기였고, 양팀 팬들은 이대로 경기가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1.2. 9회초
9회에도 이어서 올라온 박정배가 선두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에게 실책성[2] 내야 안타[3] 를 내주었다. 박정배는 나바로에게 내야 안타를 내준 후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때마침 내린 비 때문에 제구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아 박한이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무사 1, 2루가 되었다. 그리고 비가 더 격하게 내리기 시작할 때, 결국 SK 와이번스는 박희수를 등판시켰다. 이날까지 박희수는 삼성전에 2경기 등판해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삼성킬러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었고, 다음 타자였던 채태인을 무난하게 삼진으로 잡을 때 까지만 해도 SK팬들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고 삼성팬들도 대다수가 경기를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1사 1, 2루 상황에서 박희수가 다음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면서 SK가 또다시 1사 만루의 위기에 봉착하고 만다. 그리고 다음 타자인 김태완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면서 밀어내기로 SK가 첫 실점을 했다. 그리고 이어서 타석에 올라온 그란도시즌을 부르는 한 남자에게 박희수가 2볼 이후 펜스에 직격하는 2루타[4] 를 맞으며 2타점을 허용, SK가 스코어 3:4까지 쫓기고 말았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SK가 아직 1점차로 앞서고 있었고 다음 타자는 삼성 타자 중에서도 특히 부진이 심각했던 정형식이었기에 아직까진 SK에게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2볼 2스트라이크라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살리지 못하고 박희수가 또 몸에 맞는 공을 시전하여 다시 1사 만루 상황이 됐다. 그리고 이번엔 이흥련에게 박희수가 '''세 번째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면서 기어코 동점이 되고야 말았다. 이로써 박희수는 시즌 2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결국 이만수 감독은 박희수를 내리고 윤길현을 등판시켰다. 앞서 이날 안타가 없었던 김상수 대신 대수비로 출장한 백상원이 기어코 희생플라이를 만들어내며 스코어는 '''5:4'''로 역전되었다. 이후 윤길현은 껄끄러운 나바로에게 거의 일부러 볼넷을 내주며 2사 만루 위기 상황에 몰렸으나 후속타자 박한이가 초구 땅볼로 물러나면서 길고 긴 9회초가 끝났다.
한편 SK 팬들은 이날 2군에서 1군으로 콜업되어 선발 출장한 허웅을 깠다. 허웅은 이날 윤희상-진해수-박정배와는 괜찮은 호흡을 보이고 타석에서도 근성을 보여주는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유독 박희수와 배터리를 이룰 때 비가 매우 많이 오는 상황이고 박희수의 제구도 좋지 않았으나 정말 대쪽같고 꿋꿋하게 몸쪽 위주로 볼배합을 가져가서 이 사달이 나고 말았다.
이날 '''박정배, 박희수가 9회에만 합작한 기록은 볼넷 2개, 몸에 맞는 공 3개, 안타 2개[5] , 5실점. 그리고 박희수의 블론세이브'''. 그야말로 자멸이라는 단어가 적합한 투구였다. 그리고 경기 종료 후 박희수의 평균 자책점은 '''1.69'''에서 '''4.09'''로 급상승했다.
1.3. 9회말
SK 팬들은 필승조가 털린 이유가 비로 인한 제구난조였기 때문에 역시 비내리는 상황[6] 에서 등판하는 임창용도 잘하면 털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날 임창용은 제구는 박희수와 마찬가지로 흔들려 처음에는 143~144km/h의 볼을 던졌으나, 제구를 포기하고 힘으로 밀어붙이기로 작정했는지 이내 구속이 대폭 올라가 한동민에게 149km/h의 공을 뿌려대며 좌익수 플라이를 잡아냈으며, 대타로 나선 홍명찬에게는 무려 '''시즌 최고 구속인 152km/h를 포함, 150km/h가 넘는 공만 3개를 연달아 뿌리는 등 7개의 공을 모두 직구로 던지며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다음 타자인 김강민에게는 초구 빠지는 변화구를 던진 후 2구째에는 150km/h의 직구를 던지며 직구 승부를 가져가는 척하다 3구에 129km/h의 체인지업을 던지는 등 김강민을 혼란시켰고, 4구째 한참 빠지는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내며 그대로 경기를 종결시켰다.그렇게 박정배,박희수의 핑계거리는 날아가버렸다.
이날 패배로 SK는 여전히 단독 6위를 유지하였다. 다 잡은 경기를 막판에 어이없게 놓쳐버리고 16패로 패수에서 7위 KIA와 동률을 이뤄 SK의 팬들은 설마 지난 시즌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할 정도였다. 공교롭게도 SK는 이 경기에서 패배하자마자 5할 승률이 또 붕괴됐다.
실제로 지난 시즌에서 SK는 7년만의 가을야구 광탈을 하면서 5할 승률과 4할 승률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시즌 막판에는 5할 승률의 불씨를 살려내며 두 경기 남은 시점에서 5할 승률 사수를 눈 앞에 두는 듯 했으나 그 남은 두 경기를 모두 패배하며 끝내 5할 승률을 지켜내지 못했다. SK의 이번 역전패에서 아마도 5할 승률 붕괴가 확정된 2013 시즌 마지막 NC전의 역전패가 오버랩됐으리라. 그리고 눈 앞에서 역전패를 당하며 천당 문턱에서 지옥으로 급추락하는 광경을 지켜본 솩팬들의 멘탈도 처참하게 붕괴됐다.
2. 여담
- 이날 경기의 또다른 특이점으로는 정작 SK의 필승조가 털리는 와중에도 양팀의 그동안 불안한 투구를 펼치던 투수들은 모두 호투를 펼쳤다는 것. 진해수와 권혁, 김희걸까지 1이닝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덧붙혀 이날 컨디션 점검차 패전처리로 올라온 권혁은 뜬금없이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하지만 권혁과 정반대로 윤희상은 전 경기에서 영 좋지 않은 곳에 입었던 부상 후 첫 등판에서 쾌투를 펼치고도 승리에 실패하면서 이날도 또 시즌 첫 승을 챙기지 못했다.
- 이날 SK는 불행하게도 날씨의 도움도 받지 못했는데, 9회초에 신명나게 털릴 땐 비가 억수로 쏟아졌으나 9회말에 공격할 땐 비가 잦아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물론 날씨 때문에 졌다는 건 아니고 박희수의 아스트랄한 제구와 허웅의 몸쪽 위주의 막장 리드가 이런 역전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 한편 다음날인 5월 8일 선발 투수로 예정된 릭 밴덴헐크가 가족과 함께 이 경기를 관람하러 왔다는 이야기가 직관간 사람들에게서 나왔다.
- 이 날 대역전패의 여파로 SK는 다음 날 5월 8일에도 무기력한 경기 끝에 5-0으로 패배, 삼성에게 스윕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것도 2010년 5월 27일 이후 거의 4년만에 삼성에게 스윕패를 당한 것이었다. 바꿔말해 삼성도 정말 오랜만에 SK를 상대로 스윕을 달성했다.
[1] 시즌 중 김건한으로 개명하였으나 아직 개명 신청이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2] 최정이 한번 공을 미끄러뜨릴 뻔하다 가까스로 잡았으나 이후 급한 마음에 1루에 못 미치는 악송구를 범하고 말았다.[3] 기록은 야마이코 나바로의 3루쪽 내야 안타.[4] 중계진이 홈런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타구가 매우 컸다. 타격한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을 정도.[5] 실책성 안타 포함.[6] 9회초보다는 살짝 덜 내리는 상태이긴 하나, 여전히 비가 주룩주룩 오고 있는상태다. 9회말 임창용이 등판하러 그라운드로 걸어가는 장면이나, 한동민의 플라이 타구 이후 1루에서 덕아웃으로 걸어갈 때의 중계화면을 보면 비가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7] 개인 통산 350번째 2루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