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요리
1. 개요
남아시아 인도 반도 남부 실론 섬에 위치한 스리랑카의 요리에 관한 문서이다. 스리랑카가 그리 큰 나라는 아니지만 한나라안에서도 싱할라인과 타밀족, 무어인, 베다족, 유럽계 이주민들이 공존하다보니 지역색이 강하다. 파키스탄 요리 및 방글라데시 요리가 인도 인근 지역 요리와 상당부분 겹치는 것과 다르게, 스리랑카 싱할라인들이 먹는 요리는 동북부에 사는 타밀족들이 먹는 음식과 매우 다른 편이다.[1] 남인도 음식 특히 타밀 요리가 맵고 자극적인 맛이 강한 것과 다르게 스리랑카 싱할라인들이 먹는 음식은 싱겁고 담백한 맛 위주이며, 음식을 미지근하게 식혀서 먹는 문화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상호영향을 안받았냐면 그런것도 아니라서 싱할라인들도 남인도 요리의 영향을 받아서 겨자, 칠리나 삼발소스가 들어간 매운음식을 즐겨먹기도 한다.
2. 상세
스리랑카 요리는 고대 인도 요리 중 불교 요리/자이나교 요리를 그대로 계승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맛이 상당히 담백하고 심심한 편이다.
출가자들이 승가에서 단체 생활을 하며 탁발을 하던 초기 불교 문화의 영향으로, 양파와 마늘 같은 매운 맛이 나는 야채들은 잘 사용되지 않는 편이다. 양파와 마늘은 성욕을 촉진한다는 이유도 있고 여럿이 모여서 좌선 수행하는데 옆 사람이 마늘 냄새나 양파 냄새를 풍기면 곤란하다는 이유로 저질 식품으로 분류된다. 아유르베다의 영향도 있는데 전통적인 인도 사회에서 가장 우수한 등급의 음식은 '싸뜨윅(Satwik)'이라고 칭해지는데, 사전적인 의미로는 달고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하고 신선한 음식을 의미한다.[2]
물론 외국인 입장에서 스리랑카 전통 음식은 호불호가 심각하게 갈린다. 16세기 대항해시대 스리랑카를 방문했던 포르투갈인들은 스리랑카인들이 쌀밥에 레몬, 약간의 야채 샐러드만 가지고 훌륭한 음식이라고 먹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포르투갈인들도 식생활이 그다지 넉넉하지 않던 시점에서, 아프리카나 인도 지역의 현지 요리를 봤을 텐데 이런 기록을 남겼다는 점을 보면 그 때 당시의 스리랑카의 식문화 역시 다른 지역과 다르게 상당히 독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전통적인 스리랑카 요리는 탁발하는 스님들이 먹기 좋게 하기 위해서인지 식혀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차갑게 식은 커리를 먹어본 사람은 이해하겠지만 이런 문화는 호불호가 심각하게 갈릴 수 밖에 없다.'''[3] 그래서 한국인들이 스리랑카의 음식을 먹고 식어서 눅눅하다, 맛없다고 생각했다가 갓 만들어진 스리랑카 음식을 먹고 맛있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해외에 있는 스리랑카 식당에서는 이런 현실을 반영해서 주로 파는 음식들은 호퍼, 코투 같은 전통적인 스리랑카 요리보다는 도사(Dosa), 삼발 같은 남인도 요리나 나시 고렝 같은 인도네시아 요리가 주류가 된다.[4] 해외에 있는 한식당들이 국밥이나 백반 같은 전통 한식보다는 떡볶이, 삼겹살 구이 같은 분식이나 현대 한식을 주로 파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인도 반도에서는 힌두교와 무슬림 불문 돼지고기를 잘 먹지 않는 것과 다르게, 스리랑카 요리는 돼지고기 관련 메뉴가 많은 편이다. 인도 식당들의 경우 굳이 주인이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돼지고기 메뉴를 찾기 힘든 것과 다르게 해외의 스리랑카 요리 레스토랑은 높은 확률로 돼지고기 메뉴를 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이것도 싱할라계 요리 한정이고, 힌두교를 믿는 타밀족(특히 상층 카스트들)과 이슬람교를 믿는 무어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리고 타밀계 스리랑카 요리는 힌두교의 영향으로 쇠고기가 금기시된다.
할랄 푸드나 코셔 푸드와 다르게 특정 고기에 대한 금기는 없고,[5] 대신 양파와 마늘을 상술한 아유르베다를 이유로 잘 안쓰는 편이다. 양파 대신에 코코넛이나 양배추, 마늘 대신에 계피를 주로 활용하며, 감자보다는 빵나무 열매나 바나나[6] 가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이를 요리에 주로 활용하는 편이다. 다만 타밀족들은 생선을 생각보다 잘 먹지 않고, 싱할라인들은 주로 내륙 지방에 거주했던 영향인지는 몰라도 생선을 그렇게 많이 먹는 편이 아니다. 같은 인도 문화권 섬나라인 몰디브에서 생선 요리가 발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3. 주요 메뉴
- 코투 : 커리에 다진 빵을 넣어서 만든 요리. 비유하자면 카레라이스나 밥 대신에 잘게 자른 빵을 넣었다 혹은 어묵 볶음에 어묵 대신에 그냥 빵을 썼다고 생각하면 얼추 맞는다.
- 아팜 : 짭짤한 뻥튀기 느낌이 나는 팬케이크. 호퍼, 아파라는 명칭으로도 부른다.
- 스트링 호퍼 : 쌀로 만든 면 요리. 케랄라에서는 이디야팜이라고 부른다. 스리랑카는 젓가락 문화가 없으므로 먹기 전에 면을 한 손에 집기 편한 사이즈로 뭉쳐서 나온다. 난(빵)과 마찬가지로 커리에 찍어먹는다.
- 코코넛 로티 : 밀가루에 코코넛 밀크를 부어서 다진 고추 혹은 양파와 함께 부쳐서 굽는 플렛 브레드. 원래는 쌀로 만들던 빵인데 요즘은 저가에 수입할 밀가루를 소비할 목적으로 밀로 만든다고 한다.[7] 과거 전기 밥솥이 보편화되지 않던 시절의 스리랑카에서는 식은 밥을 버리기 아까워서 코코넛 밀크랑 섞어서 로티로 만들어먹는 경우가 흔했다 한다.
- 코코넛 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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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나무 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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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사(Dosa) : 타밀족들이 주로 먹는 요리로, 외국인들 입장에서 진입 장벽이 낮은 요리이다. 쌀가루로 만든 짭쪼름한 맛의 부침을 커리(Sambal)나 코코넛 소스 등에 찍어먹는다.
- 키리바스(Kiribath/කිරිබත්) : 코코넛 밀크나 우유와 쌀밥으로 만든 스리랑카 전통 떡
- 포크 블랙 커리(Pork Black Curry) :
4. 한국에서
경북 경산시와 경기도 안산시, 경남 김해시 동상동에 스리랑카 식당이 하나씩 있다. 스리랑카 전통 음식 코투도 팔지만 커리 류는 북인도 식으로 나온다. 안산시에 있는 스리랑카 레스토랑의 경우 주 수요층이 스리랑카인 이주노동자라서 비교적 스리랑카 음식에 가깝게 나온다. 경북 경산시에 일하는 레스토랑 대표자는 스리랑카인이지만 주방장은 인도 콜카타 출신이다.
5. 그 외 나라에서
해외의 스리랑카 레스토랑들은 의외로 찾아보기 힘든데 이는 스리랑카인 디아스포라가 타밀족 난민들을 위주로 이루어진 이유로 찾기 힘들다. 비교하자면 해외의 티베트 요리 음식점들이 티베트 음식만 파는게 아니라 수요의 문제로 원래 티베트에서 전혀 먹지 않던 치킨 마크니나 치킨 티카 마살라 같은 인도 요리 메뉴들을 주로 파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해외의 스리랑카 레스토랑들도 스리랑카 전통 요리는 아예 사이드 메뉴로 밀어버리고 인도 요리 메뉴들을 주로 파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스리랑카 요리라는 특색을 살리고자 인도 요리에는 잘 활용되지 않는 돼지고기 메뉴가 많고, 스리랑카의 특산물로 알려진 라이언 맥주를 판매한다고 한다.[8] 스리랑카 요리 레스토랑들은 주로 이탈리아의 밀라노와 영국 런던에 많고, 그 외에는 미국 뉴욕의 스태튼 아일랜드 부근에 몇 개 있는 편이다.
6. 같이 보기
[1] 오히려 거리가 더 먼 카르나타카 지역의 자이나교 신도들이 먹는 음식과 유사하다.[2] 그럼 같은 남방불교 문화권은 태국 음식은 왜 맵냐고 궁금해할 수도 있는데 태국 요리는 같은 남방불교 문화권인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요리와 다른 방향으로 독자적으로 발전한 요리이다. 태국 주변 국가들의 전통적인 일상식도 쌀밥에 밍밍한 맛의 야채 반찬이라는 베이스 자체는 스리랑카와 대동소이하다.[3] 혹여나 스리랑카에 관광 혹은 출장을 가게 되는 경우 호텔 말고 일반 식당에서 식사하는 경우 음식을 반드시 데워달라고 하자.[4] 네덜란드 식민 시절 둔전병으로 데려온 인도네시아인들이 전파한 요리이다.[5] 개고기 빼고는 특별한 금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6] 일반적인 바나나 말고 맹맛 나는 플랜테인이라는 바나나가 따로 있다.[7] 과거 우리나라도 한 때 쌀밥 대신 분식을 장려했던 것을 생각하면 된다.[8] 대조적으로 파키스탄 요리 레스토랑들의 경우 주류를 아예 취급하지 않는 식당이 많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