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동음이의어)
- Spoiler
1. 항공기의 스포일러
출처 airliners.net. 사진에 있는 항공기는 대한항공의 A300-600. 착륙 후 스포일러를 최대한 전개한 모습이다.
핀에어의 A350-900. 착륙전 하강을 위해 사용하는 모습이다.
항공기의 날개 윗면에 자리한 여러 장의 판이다. 여객기를 타면 착륙할 때 날개 윗면의 판들이 서서히 일어나는 걸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스포일러다.
Spoiler의 원 뜻은 훼방꾼, 망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이 항공기용 스포일러가 하는 역할은 바로 날개 위의 공기흐름을 망치는 역할. 항공기가 지면에 닿은 순간에도 항공기의 속도가 제법 빠르기 때문에 날개에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양의 양력이 발생한다. 이는 항공기를 다시 공중으로 띄울 정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타이어의 접지력을 약화시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스포일러를 위로 세워서 날개 위의 공기 흐름을 흐트러뜨려서, 날개에서 생기는 양력을 억제하는 것이다.
비행기가 비행 도중 스포일러를 사용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착륙과정에서 쓰는 것과, 랜딩 기어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작동시키는 것이다.
착륙 과정에서, 비행기는 활주로의 정확한 지점에 닿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고도를 낮춰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때, 고도를 낮추는 방법은 비행기 기수를 낮추는 방법과, 스포일러를 써서 고도를 낮추는 방법이 있는데, 기수를 낮출 경우, 비행기의 속도가 빨라져 착륙을 방해하기 때문에[1] 속력을 줄이기 위해 플랩을 많이 펼친 채로 착륙한다. 또한 활주로에 닿을 때 잘 보면 비행기들은 기수가 들려있다. 노즈 쪽 랜딩기어가 먼저 닿으면 비행기에 가해지는 충격이 커서 메인 랜딩기어가 먼저 닿도록 하는 것인데, 마찬가지로 기수를 낮추면 이 과정도 방해받는다. 따라서 기수를 낮추지 않고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고도를 낮출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스포일러이다. 물론 급작스러운 고도 하강으로 인한 탑승객의 불편함은 어느 정도 있다.
나머지 한 가지가 활주로에 닿자 마자 펼치는 스포일러인데, 이땐 모든 스포일러를 최대로 펼친다. 착륙할 때 비행기 날개를 유심히 본 위키러라면 알 것이다. 착륙 순간 날개에서 판들이 다 죄다 일어나는 걸 볼 수 있다. 특히나 더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기령이 좀 된 보잉 기종은 스포일러 전개각이 제각각 다르고, 에어버스 기종은 대개 일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영상 2분 55초부터 펼치는 B738기종의 스포일러는 날개의 동체쪽과 윙팁 쪽 전개각이 가장 크고, 중간 스포일러가 제일 전개각이 작다.
착륙한 순간에도 비행기의 속도는 빠르고, 어느정도의 양력이 발생한다. 비행기가 일단 활주로에 닿았으면 최대한 빨리 감속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비행기는 랜딩 기어의 브레이크와 엔진 역추진을 이용해 속도를 감소시키는데, 랜딩 기어의 브레이크가 작동하기 위해선 랜딩 기어쪽으로 최대한 많은 힘이 작용해야 한다. 하지만 날개쪽에서 작용하는 양력이 랜딩 기어에 작용하는 비행기의 하중을 감소시키며 결국 마찰력이 줄어 랜딩기어의 브레이크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랜딩 기어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양력을 최대한 줄여 기체의 하중이 고스란히 랜딩 기어로 작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가 바로 스포일러이다.
일부 항공기는 좌,우 날개의 스포일러를 다르게 작동시켜서 항공기를 기울이는 용도로도 쓴다. 보통 항공기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에일러론이지만 날개 구조상 에일러론을 쓰기 힘든 전투기[2] 는 기체를 기울일때 한 쪽 스포일러만 올린다. 이를테면 만약 항공기가 비행중 왼쪽 스포일러만 올리면 왼쪽 날개의 양력이 약해진다. 그러면 항공기는 왼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3]
스포일러는 일부 여객기, 그러니까 에어브레이크가 따로 장비되지 않은 항공기(대부분의 여객기 등)의 경우 양쪽 날개의 일부만, 혹은 최대전개 각도를 줄여서 에어브레이크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보잉 767의 경우 전체 스포일러 중 한쪽 날개당 3개의 스포일러만 편다던가, 보잉 737의 경우 스포일러 모두를 사용하되 최대 전개 각도를 제한한다던가, 에어버스 항공기의 경우 컴퓨터가 알아서 제어한다던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감속 용도라기보단 하강률 제어의 목적이 크긴 하지만 말이다. [4]
일부 항공기의 경우 스포일러 최대 전개시 에일러론도 위로 젖혀 스포일러의 용도도 겸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스포일러론이라 부른다.
2. 자동차의 스포일러
자동차의 경우 다운포스를 내는 윙과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스포일러와 윙은 역할이 조금 다르다. 다운포스를 내는 윙의 경우에는 차량을 아래로 눌러줌으로써 접지력을 좋게 해주는 것인데, 주로 경주용 자동차에서 많이 쓰며 윙 대신 Fin[5] 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 다운포스용 윙의 단면은 실제로 항공기용 날개(윙)과 닮아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양력을 만드는 항공기의 것과 달리 힘을 아랫방향으로 내야 하므로 항공기의 것을 뒤집어 놓은 형태가 자동차용 윙이다.
반면 스포일러는 일부러 자동차 뒤쪽의 공기흐름을 망쳐 놓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경주용 자동차의 경우 윙이 차체 뒤쪽과 앞쪽에 균일하게 있는 반면, 스포일러는 뒤쪽에만 있다.
스포일러는 보통 경주용 자동차의 윙 처럼 차체위로 높게 설치되지 않으며, 뒤쪽 트렁크 문 끄트머리에 매우 작게 설치되어있다. 여기에서 스포일러가 일단 공기의 흐름을 흩어 놓으면,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자동차의 공기저항이 줄어든다.
자동차 뒤쪽의 직각으로 갑자기 아래로 꺾이는 부분은 공기흐름이 유지되지 못하고 흐름이 떨어져나가는, 이른바 유동박리(separation) 현상이 발생한다. 그런데 그 공기흐름이 떨어져 나가면 그 공간은 일종의 진공상태가 되어서 일명 압력저항이라고 부르는, 전면과 후면의 압력차이에 의해 뒤쪽 방향으로의 힘이 작용하게 된다. 이 공기흐름이 떨어져나가는 현상은 공기흐름이 매끄러울수록(층류) 심하며, 공기 흐름이 어지럽게 흐를수록(난류:turbulence) 덜하다. 그래서 스포일러를 달아서 일부러 공기 흐름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이다. 골프공에 곰보자국(딤플; dimple)이 난 것, 일부 수생 유영 생물의 표피에 홈이 있는 것과 같은 이유인 셈.
일반적으로 승용차를 살 때부터 달려 있는 것은 다운포스용 윙이 아닌 스포일러이며, 일반 승용차에 윙을 다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한편 요즘은 속도에 따라 튀어나오거나 각도가 달라지는 가변형 스포일러가 고성능 차에 달리는 경우도 있다.
멋을 위한 목적으로 사제로 차에 다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들은 위의 효과는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규 이내 속도에서는 윙에서 나오는 다운포스는 별 도움이 안 되는데다가, 시판되는 대부분의 차량은 그 스포일러가 별 것 아닌 힘으로 눌러대는 후륜이 아니라 전륜이 구동륜이다. 또한 멋을 위해 다는 것들은 대부분 스포일러도, 다운포스를 내주는 윙도 아닌 애매한 것들이다. 철제 스포일러는 오히려 무게와 공기 저항만 늘려 연비에 악영향을 주고 차체 밸런스를 망치는 경우가 많다. 기성품 자동차에 추가로 스포일러나 윙을 다는 것은 현행법상 자동차 검사도 통과하고 큰 문제없이 지나가지만, 차체 사이즈를 넘어가거나 재질이 금속재질인 경우는 불법. 다른 운전자에게 위험하므로 이런 행위는 절대 하지 말자.
해치백 스타일의 차량에 스포일러를 다는 것도 약간의 도움이 된다. 해치백 특성상 뒷유리에 와류 현상으로 비오는 날 흙탕물이 많이 묻는데, 스포일러를 장착하면 좀 덜해진다. 아예 현대자동차의 튜닝 브랜드인 튜온에서는 모닝 전용 스포일러를 팔 정도 # 직접 달아본 바로는 고속에서 좀 더 차가 묵직해지는 느낌이 들고, 고속에서 풍절음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단, 연비는 조금 떨어진다.
버스에도 스포일러를 장착한다. 국산 버스의 경우 1994년 쌍용 트랜스타에서 최초로 장착했으며, 2002년 현대 에어로 하이클래스 차종에 스포일러가 장착되면서 주로 전세버스를 중심으로 사제 스포일러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현재는 고속/관광 차종에는 스포일러가 순정 옵션으로 제공되며, 자일대우버스 FX 의 경우에는 차체 일체형 프론트/리어 스포일러가 적용되어 FX 전 차종 스포일러 기본 사양이었다. 그러나 2016년 하반기에 출시한 FX116, FX120(마이너스 옵션)은 2017년형부터는 스포일러를 제외한 채로 나와 사실상 212만 해당된다. 현대자동차의 버스로는 현대 유니시티가 해당.[6]
또한 소형 버스인 현대 카운티나 자일대우버스 레스타에도 사제 스포일러를 장착하는 차량이 많다. 중형의 경우는 현대 에어로타운이 해당된다.
버스에 장착되는 스포일러는 주로 멋내기용인 경우가 많다.[7] 버스 스포일러로 유명한 회사로는 지우테크, 기호스포일러가 있다.
[1] 비행기는 떠있을 수 있는 최대한 느린 속도로 착륙해야 필요한 활주로 길이가 짧아진다.[2] 이를 테면 가변날개를 가진 전투기인 파나비아 토네이도[3] 참고로, F-4는 좌우로 기체를 기울일때 에일러론과, 작은 스포일러를 함께 사용한다.[4] "하강한다 = 위치에너지가 속도에너지가 된다 = 속도가 늘어난다 = 양력이 커진다 = 상승하려는 힘이 생긴다 = 하강이 안된다"의 연쇄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펴서 양력도 줄이고 속도도 줄인다. 양력이 너무 없어질 경우 비행기는 시밤쾅하기 때문에 여러 개 중 몇 개만 펴거나, 조금만 펴거나, 아예 컴퓨터가 제어한다.[5] 지느러미[6] 2018년 이후론 에어로시티도 스포일러 옵션 선택 가능. 블루시티는 후방의 전기 배터리를 덮는 커버가 사실상 스포일러 역할을 한다. 그 외에 CNG 채택 저상버스는 가스통 커버가 동일하게 적용.[7] 스포일러 측면에 차폭등이 있다면 도움이 되긴 하나 현재는 법으로 금지되어서, 스포일러에는 전후면 마크등 이외의 등화를 설치하면 안 된다. 그랜버드 이노베이션과 같이 순정 스포일러에 측면 조명이 순정으로 달린 차들도 모두 측면 조명을 탈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