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
1. 미국의 만화
2001년 한국에서 정식 번역되었으나 이젠 구하기 어렵다. 지은이는 존 휴스(나홀로 집에시리즈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존 휴스(1950~2009)와 다른 일러스트레이터, 광고 기획자이다).
지은이 존 휴스(1938~ )의 아버지 로버트 휴스(1911~1996)와 갈등, 그리고 화해를 다룬 작품으로 대단히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이념적으로 지금까지도 부모세대와 갈등이 큰 이들이 많은 한국에선 꽤나 비슷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1957년 19살 나이이던 지은이 존은 요가에 심취했다.히피라든지 우드스탁으로 유명하던 젊은이들의 반항적인 붐이 불기도 전이며, 당시 미국 백인으로선 굉장히 희귀한 경우였다. 더불어 아시아 문화 및 종교에도 큰 관심을 두고 음악이 좋다면 그 어느 노래라도 거부하지 않고 듣다보니 심지어 소련 군가도 모으며 들었다. 외국 문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전쟁을 반대하고 나아가 대학 미술과를 다니면서 미군의 해외전쟁참전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던 포스터를 그리기도 했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개신교회에 다니길 강요하던 아버지에 반발하여 교회는 일절 가지도 않는다.
반대로 아버지 로버트는 육군 대령에 개신교 교회 장로인 철저한 극우보수적인 수꼴. 큰 아들이 지옥에나 갈 이단의 문물에 빠져드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고 아들이 즐겨듣던 소련 군가를 알고 빨갱이 음악이나 듣냐! 분노하였고 베트남 전쟁이 터질때 당연히 적극적으로 지지하던 아버지와 반대로 전쟁반대를 외치던 시위대로 들어간 탓에 아버지와 아들은 이때부터도 원수지간이었다.
그렇게 초반부를 보면 아들과 아버지를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리고 아버지 아니라면 팼다! 아들 아니었다면 죽였다! 하는 얼굴과 같이 세월이 계속 흐른다. 그나마 아들과 아버지를 서로 잘 대하며 조율하던 어머니의 활약(아버지가 욕하면서 내팽개친 아들의 그림 관련 작품을 어머니는 정성스럽게 모조리 모아두었다..)으로 별다른 큰 사건 없이 서로가 으르렁거리면서도 외면하는 수준으로 그쳤었다.
그리고 1990년 어느 새, 아들인 존도 나이 쉰이 넘어 그의 아들딸도 커서 서로 독립했고, 아내와 이혼하고 홀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여든에 가까운 아버지가 치매증세를 보이고 둘을 언제나 서로 조화롭게 대하던 어머니는 암에 걸려 먼저 세상을 뜨면서. 존이 아버지를 모시게 되는데....이념적으로 정반대 길을 가며 30년 가까이를 서로가 외면하던 50대 아들과 80대에 접어든 아버지의 늘그막 동거 생활은......
지금은 구하는 게 무척 어렵지만, 찾을 수 있다면 추천할 명작 급 만화이다.
2. tvN의 예능 프로그램
연예인과 그 아버지가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 2016년 6월 2일 ~ 동년 8월 4일까지 방영하였다. 출연진은 남희석, 추성훈, BOBBY, 김정훈, 윤박, 에릭 남, 로이킴 등과 이들의 아버지들이다.
3. N.EX.T의 노래
1992년 발매된 N.EX.T의 1집 앨범 'Home'에 수록된 곡으로 신해철의 나레이션으로 된 Part 1과 연주곡의 Part 2로 구성되어있는 곡이다.
이후 2006년 5.5집 'ReGame?'에서 리메이크 되었는데 원래 1집 버전과 달라진 것은 1집의 경우 Part 1에서 나레이션 후 정기송의 기타 솔로가 이어졌다면, 5.5집에서는 나레이션과 기타 솔로가 분리되어 기타 솔로부분이 Part 2이며 5.5집의 Part 2는 김세황이 기타 솔로를 맡았다.
아주 오래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내 키가 그보다 커진 것을 발견한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그가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내가 살아 나갈 길은 강자가 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얘기했다.
난, 창공을 날으는 새처럼 살 거라고 생각했다.
내 두발로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라
내 날개 밑으로 스치는 바람 사이로 세상을 보리라 맹세했다.
내 남자로서의 생의 시작은 내 턱 밑의 수염이 나면서가 아니라
내 야망이, 내 자유가 꿈틀거림을 느끼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기 걸어가는 사람을 보라 나의 아버지, 혹은 당신의 아버지인가?
가족에게 소외받고, 돈벌어 오는 자의 비애와
거대한 짐승의 시체처럼 껍질만 남은 권위의 이름을 짊어지고 비틀거린다.
집안 어느 곳에서도 지금 그가 앉아 쉴 자리는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와 다 커버린 자식을 앞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한 남은 방법이란 침묵뿐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아직 수줍다.
그들은 다정하게 뺨을 부비며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를 흉보던 그 모든 일들을 이제 내가 하고 있다.
스폰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그의 모습을 닮아 가는 나를 보며,
이미 내가 어른들의 나이가 되었음을 느낀다.
그러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어린 새처럼
나는 아직도 모든것이 두렵다.
언젠가 내가 가장이 된다는 것.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그 두려움을 말해선 안된다는 것이 가장 무섭다.
이제 당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나였음을 알 것 같다.
이제,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랜 후에, 당신이 간 뒤에, 내 아들을 바라보게 될 쯤에야 이루어질까
오늘밤 나는 몇 년 만에 골목을 따라 당신을 마중 나갈 것이다.
할 말은 길어진 그림자 뒤로 묻어둔 채 우리 두 사람은
세월 속으로 같이 걸어갈 것이다.
2019년 10월 26일 MBC의 주말 예능인 놀면 뭐하니? 중 하나인 '유플래쉬' 코너에서 신해철이 넥스트 5집 <개한민국> 시절 녹음했던 미공개곡 <아버지와 나 Part 3>의 나레이션 트랙을 기초로[1] 유재석의 드럼 비트에 이승환과 하현우가 릴레이로 곡을 완성하여 'STARMAN'을 발표하였다. 신해철, 서태지와 셋이서 "마태승 콘서트"를 기획하기로 했으나 신해철의 사망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마음속의 부채가 있었던 이승환과, 초등학생때부터 열렬한 팬으로 새 앨범이 나오면 선물드리려고 했으나 결국 이루지 못했던 하현우가 함께해서 남다른 의의가 있었다. 공연 당일 유재석은 추모의 의미로 검정색 정장을 입고 공연에 임했고, 신해철의 생전 목소리와 이승환, 하현우의 연주와 코러스가 어우러진 공연은 현장에 있던 많은 팬들과 동료 뮤지션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와 나 사이를 가로지르는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하지만 그 위론 화해의 비가 내렸고, 심지어는 (후후)[2]
가끔은 꽃구름이 흘러다닐 때도 있다.우리 두 사람은 강의 이편과 저편에 서서 가끔씩 손을 흔들기도 하지만
그저 바라볼 때가 사실은 대부분이다.
그의 잔소리가 언제서부터인지 모르게 살갑게 느껴지는 것은
나의 삶이 타들어가는 번뇌의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인지,
혹은 그의 삶이 휴식과 완성의 시기를 원하기 때문인지,
분명한 것은, 천진한 웃음을 띤 그의 얼굴은 아들의 어릴 적 얼굴을 닮아가고
정작 아들의 거울에 비친 얼굴은 아버지와 닮아있다.
난들, 왜 그가 기뻐할 번듯한 세속의 성공과 안정을 주고 싶지 않았겠는가만은
아무래도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멀지 않은 미래에 안겨줄
그의 얼굴과 나의 얼굴을 모두 가지고 태어날 그의 손주뿐인듯 하다.
그리고 그 아이는 내가 그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언어들을 순간의 울음소리로 알리리라.
그렇게도 나는 나일 뿐이고 싶어 했으나, 이제는 또다른 그가 되어 주고 싶다.
나는 그의 육신을 나누어 받은 자...
아이는 열리지 않는 그의 방문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칭찬에 굶주리고 대화에 목이 마른 아이였다.
기다림이 원망으로 바뀌자, 아이는 망치를 들어 문에 못질을 해버리고 그곳을 떠났다.
세상의 머나먼 끝에서 고독의 눈물이 흐르던 날
아이는, 그가 스스로 방문을 열어준 적은 없었으나 문을 잠근 적 역시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가 오래 전 박아 넣은 날카로운 못들을 하나씩 빼내자 문짝에선 피가 흘렀고
문을 떠밀자 그 문은 힘없이 열렸으며
그 문의 저편엔 주름과 세월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하여, 수줍은 아버지와 겸연쩍은 아들은 난생처음 뺨을 맞대게 되었다.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는 먼지가 되리라.
세상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이
언젠가 이 노래는 잊혀지리라
세상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이
그러나 아들은 아비를 기억하고
또 아들의 아들이 그 아비를 기억하며
그들의 피는 이야기나 노래보다는 조금 더 오래 흐르리라.
그리하여, 우리 세상에 잠시 있었던 것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야기 하리라.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