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체어
1. 개요
오스트로네시아어족 말레이숨바와어군 내 참어군에 속하는 언어. 마인어, 순다어, 마두라어 등과는 같은 말레이숨바와어군에 속하여 많은 특성을 공유한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최북단의 아체 주에서 사용되는 언어이다.
뜬금없게도 베트남 남부 고대 참파 왕국에서 사용된 참어와는 같은 참어군으로 아주 가깝다. 고대에 이루어진 해양 이주의 결과.
화자 수는 350만~500만 명 수준이나 자바섬, 말레이 반도와 다른 독자적인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매우 강한 지역이다 보니[1] 문어로도 쓰인다. 발리어와 비슷한 사례. 물론 이 지역에서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문어는 인도네시아어다.
2. 음운과 표기
오스트로네시아어족 언어들 중 음운 구조가 복잡하기로는 마두라어와 함께 수위권을 달린다. 우선 단모음은 이하의 10개가 있다. 왼쪽은 로마자 표기법 상 표기, 오른쪽은 IPA.
이 외에도 12개의 이중모음이 존재하는데, /ɤ/로 끝나는 것(/iɤ, ɯɤ, uɤ, ɛɤ, ʌɤ, ɔɤ/)과 /i/로 끝나는 것(/ui, ɤi, oi, ʌi, ɔi, ɑi/)이 있다.
또한 비모음도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위의 표에서 중고모음 3개를 제외한 7개 모음 전체가 비모음화 가능하다. 음운론적으로 비모음의 출현에는 엄격한 제약이 따른다. 강세 없는 음절의 모음이 비모음일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앞의 자음이 아래에 나오는 후폐쇄비음인 것이다. 비모음으로 실현되는 이중모음은 5개가 있다.
자음 구조에서 특이한 점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후폐쇄비음(post-stopped nasal)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후폐쇄비음은 불완전비음(incomplete nasal)으로 불리기도 하며, 비음에 짧은 파열음이 결합되어 하나의 자음 음소처럼 취급되는 것이다. 아체어에서 사용되는 후폐쇄비음은 mb /mᵇ/, nd /nᵈ/, nj /ɲᶡ/, ngg /ŋᶢ/ 넷이 있다. 이 4종의 후폐쇄비음을 제외하면 자음 표기는 인도네시아어와 기본적으로 같다(ny /ɲ/, sy /ʃ/ 등). 같은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인 말라가시어나 부기스어에서는 반대로 전비음화(prenasalization)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과 비교해볼 수 있다.[5]
현대에는 로마자 표기법이 정립되어 주로 로마자로 표기하지만 과거에는 아랍 문자를 차용한 자위 문자로 표기되었다.
3. 문법
오스트로네시아어족에서 볼 수 있는 접사의 활용이 상당히 정교화되어 있다. 마인어나 자바어라면 단순히 부사로 표현하거나 무시했을 온갖 문법요소를 나타내는 접사가 있다. 특히 인칭접사가 광범위하게 붙으며, 동사의 인칭접사에 따라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잦다.
의도성(volitionality)에 따라 동사의 일치가 달라지므로 분열 능격성(split ergativity)을 보이는 언어이기도 하다.
[1] 아체 술탄국은 근세 동남아시아에서 말라카 해협의 통제에 관여하던 지역 강대국 중 하나로서 전성기 때는 말레이 반도의 조호르 술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물론 말레이 반도와 가까워 말레이 반도의 문화적, 정치적 영향도 많이 받았다. 전통 시대에는 아체어 외에 고전 말레이어도 문어로 쓰였다.[2] 중설 평순 고모음 /ɨ/와 이음 관계.[3] 일부 서적에서 /ə/로 표기하기도 함[4] 일부 서적에서 /a/로 표기하기도 함[5] 후폐쇄비음과 전비음화된 파열음(가령 /ᵐb, ⁿd/) 모두 비음-파열음이 결합되어 하나의 자음처럼 쓰이는 것인데, 둘의 차이는 비음과 파열음 중 어떤 음이 더 길게 발음되느냐이다. 즉 비음이 길고 파열음이 짧으면 후폐쇄비음, 비음이 짧고 파열음이 길면 전비음화된 파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