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피온급 잠수함
'''암피온급 잠수함(Amphion-class submarine)'''
1. 태평양 작전을 위한 신형 잠수함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에 영국 해군성에 의해 발주된 '''암피온급 잠수함'''은 진주만 습격 이후 미 해군으로부터 전달받은 전훈을 반영하여 대서양 뿐만이 아니라 태평양에서도 작전이 가능한 긴 항행 능력을 가진 잠수함에 관한 소요 제기에 대한 응답이었다. 아케론급 잠수함(Acheron class Submarine)이라고도 불린 이 함급은 처음에는 해군이 쓰고 있던 S급 잠수함과 T급 잠수함을 대체하도록 설계가 시작되었다. 영국의 기존 잠수함들은 항속거리가 짧고 잠항 심도도 얕아서 태평양의 원양 작전에 투입하기에는 여러모로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1년 이내에 신형 잠수함의 네임쉽을 취역시킬 것을 요구받고 기한에 쫓기던 설계진들은 T급의 기본 선체구조를 확대시키고 일부 무장과 장비까지 공유하여 신속하게 완성하려고 했다.
태평양의 거친 바다에서 항해하기에 알맞도록 암피온급의 함수에는 플레어 바우(flared bow : 상단이 넓적하게 좌우로 넓은 형상을 가진 선수) 모양으로 만들었고, 열대 지역에서 작전을 하려면 필수적인 대용량 에어컨도 추가되었다. 이 잠수함의 운용에는 최소한 60명 이상의 승무원이 필요했는데, 취역한 이후에는 대개 68명이 정원이었다.
2. 새로운 건조 방식
처음에 암피온급은 46척이 발주되었다. 1번함을 위시해 18척이 해군 조선소(HM Dockyard)와 빅커스-암스트롱 조선소, 캠멜 조선소(Cammell Laird), 스캇 조선(Scotts Shipbuilding)에서 진수되었으며 그중에서 미완성된 2척은 내압선각의 테스트와 내구성 실험 같은 테스트에 이용되어 실제로는 16척만이 취역하게 된다. 빠른 건조와 취역을 위해 설계된 암피온급은 각 섹션에서 강재 절단과 조립, 용접을 끝낸 블록을 합쳐 이어붙여서 하나의 선체를 완성시키는 현대적인 공법이 도입되었는데, 이것은 영국에서는 처음이었다. 당시 나치 독일은 일찍부터 블록 건조 공법을 도입해 유보트를 빠르게 건조하고 있던 것과 비교해보면 흥미롭다. 각 잠수함은 이전 T급 잠수함이 건조에 15개월이 걸린 것에 비하면 용골을 놓은 후 8개월만에 진수시켜 공기를 거의 절반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다.
암피온급은 영국 해군에서 2차 세계대전 도중에 개발되어 건조된 단 두 종류의 신형 잠수함 중 하나였는데, 다른 잠수함은 실질적으로 4인용 잠수정이라고나 불러야 될 X-정(X-Craft)이었으니 실제로는 유일한 신형 잠수함이라고 할 수 있다. 좁은 지중해와 대서양에서 작전을 치르면서 영국 잠수함대는 잠수함의 항해거리에 그다지 욕심을 낼 필요가 없었지만, 나중에 머나 먼 극동 해역까지 작전 구역이 미치자 초계 임무 자체가 어렵게 되었다. 그러므로 암피온급은 더 큰 연료탑재량은 물론이고, 장기 항해에 적합한 거주성 문제도 개선해야만 했다. 독일 잠수함대는 신장비인 슈노켈을 도입해 수중 항행 능력을 대폭 늘리고 있었는데, 사실 이것과 비슷한 장비는 영국도 1차 대전에서 일부 실험적으로 도입했으나 해군성 고위 장교들의 반대로 사장되어버린 일이 있었다. 암피온급에는 스노트 마스트(Snort Mast)라는 이름으로 이 장비가 도입되었다.
3. 한발 늦은 취역
1번함인 암피온(P439 Amphion)이 1945년 3월 27일에야 취역했는데, 이때는 대서양에서 유보트나 추축국 선박을 마주치는 경우가 아주 드물어진 시기여서, 그보다 더 늦게 취역한 후속함들은 실전을 치룰 일이 없었다. 암피온급 중에서 2차 대전이 끝나기 전에 취역한 함선은 네입쉽 암피온과 2번함 아스튜트(P447 Astute)뿐이었다. 결국 본 함급은 전쟁의 향방에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고 평화를 맞은 시기에 훈련과 단순한 일상을 맞으며 나이를 먹어갔다.
몇 년 후 냉전이 시작되자, 암피온급의 목표는 소련 선박과 잠수함으로 바뀌게 된다. 1948년 1월에 영국 잠수함대가 작성한 백서에 따르면 암피온급은 북부 러시아의 군항 부근 해역까지 진출해 매복하고 있다가 항구에서 발진한 소비에트 잠수함들을 요격하는 것이 주임무였다. 또한 만일 전면전이 벌어지는 경우에는 소련과 그 위성국가의 선박들도 2차 타겟이 되었다. 다행히도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암피온급은 시대에 발맞춰 신형 소나 같은 새로운 장비들을 탑재하는 실험함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본급은 영국 잠수함 중에서 마지막으로 데크건을 장비한 재래식 잠수함이기도 했는데, 이 무기는 1963년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위기 사태에서 회물을 실어나르는 정크선들을 검색하고 정선시키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2차 대전 도중 개발된 이 잠수함들은 1974년에 앤드루(P423 Andrew)가 퇴역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지금은 그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앨리언스(P417 Alliance)를 고스포트 영국해군 잠수함 박물관(Royal Navy Submarine Museum)의 지상 전시관에서 구경할 수 있다. 이 잠수함은 최근 2017년에 개봉한 영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에서 출연한 바 있다 !
4. 함명
Amphion (P439/S43) : 1번함이자 네임쉽
Astute (P447/S45)
Auriga (P419/S69)
Aurochs (P426/S62)
Alcide (P415/S65)
Alderney (P416/S66)
Alliance (P417/S67) : 현재 고스포트 영국해군 잠수함 박물관에 전시
Ambush (P418/S68)
Anchorite (P422/S64)
Andrew (P423/S63) : 암피온급 중에서 마지막으로 퇴역한 함선
Affray (P421) : 영국해군에서 마지막으로 침몰한 잠수함
Aeneas (P427/S72)
Alaric (P441/S41)
Artemis (P449/S49)
Artful (P456/S96)
Acheron (P411/S61)
5. 제원
건조업체 : Vickers Armstrong, Cammell Laird, Scotts, HM Dockyard
취역 및 운용 시기 : 1945~1974
건조척수 : 46척 계획 / 16척 건조
배수량 : 1,385 톤 (수상) / 1,620 톤 (수중)
길이 : 85.5 m / 함폭 : 6.8 m / 흘수선 : 5.1 m
속도 : 18.5노트(34.3 km/h) 수중 / 8노트(15 km/h) 해상
항해거리 : 11노트시 10,500 해리(19,400 km) 해상 / 8노트시 16 해리(30 km) 수중
잠항심도 : 150 m
승무원 : 61명
주무장 : 21인치(533 mm) 함수 어뢰발사관 6문 / 함미 어뢰발사관 4문 (어뢰 16발)
부무장 : 4인치(102 mm) 데크건 1문 / 욀리콘 20mm 기관포 1문 / 기관총 3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