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한자)
1. 개요
略字. 한자를 원래 글자보다 획을 간단하게 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모양으로 만들어 널리 쓰이는 글자를 말한다. 필기체에서 많이 쓰인다. 정자와는 대비되는 용어이며, 속자와도 통하는 점이 많다.
중국의 간체자와 일본의 신자체 역시 대부분이 약자의 일종이며, 비표준이었던 서체가 표준이 된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간체자와 신자체 대부분의 자형은 한국에서도 약자로 널리 통용되어오던 자형이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한국에서 약자는 여전히 표준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2. 각 나라의 약자
2.1. 한국
한국은 일상에서 한자를 쓰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가 한글전용을 한다고 해서 가독성이 크게 떨어지는것도 아니었기에 굳이 국가적으로 한자를 간략화할 필요가 적었다. 따라서 단순히 한문이나 한자를 배우는 경우 간체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정자(正字)를 사용한다. 한국에서 한자 교육은 한국어 어휘에 대한 이해 능력을 키우자는 목적 외에도 1990년대 이전 시기의 출판물, 고전 문헌 등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자는 데도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필기의 용이성때문에 언론계와 출판계, 교육계 등에서 상당수의 약자가 관용적으로 쓰여왔으며, 바위 암(岩←巖) 등 정자가 아닌 속자가 더 많이 쓰이는 경우도 있다. 속자가 아예 정자로 정착해 버린 예도 있는데, 창문 창(窓←窗[1] ),풍년 풍(豊←豐) [2] 이 있다. 참고로 풍년 풍(豊)을 중국에서는 丰로 간화했다. 현행법상 인명용 한자에서는 약자를 쓰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약자도 꽤 많이 있다(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37조 제2항). 예를 들어, '國' 대신 '国'을 쓰는 것도 허용된다.
한국에서 사용되어온 약자는 일본의 신자체와 중국의 간체자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간략화한 글자도 포함되는데, 한국어문회 한자급수시험의 약자 쓰는 문제는 이러한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한자/목록/급수별/약자 항목 참조.
한국에서 간략화한 글자 중 신자체나 간체자에서 볼 수 없는 글자로는 다음과 같다. 옛날 신문이나 영화 포스터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MBC 20년 뉴스를 보면, 1987년 오늘의 주요 뉴스의 자막에서도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觀(볼 관)의 약자로 널리 써왔는데, 유니코드에는 覌만 있고, 이 글자는 없다. 복잡한 부분을 又나 文으로 쓴 사례는 중국 간화자에도 많은데, 這(이 저)를 这로, 劉(묘금도 류)를 刘로 쓴 예가 그러하다. 한국에서는 權(권세 권)또한 중국에서처럼 权으로 널리 써왔다.
廣(넓을 광)의 약자로 쓰인 예가 조선 숙종 때 발간된 선문강요집이나 경종 연간의 자기문절차조열(仔夔文節次條列) 등에서 발견된다. 지금은 전혀 쓰이지 않고 유니코드에도 없다. 아무래도 黃은 획수가 많을 뿐더러 형성의 성부로서 발음도 다른 반면, 光은 필획이 적고 '광'이라는 음을 대번에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신자체는 広이고, 중국은 그냥 广로 간화했다. 이처럼 형성의 원리를 이용하여 간단한 글자로 교체하는 방식은 遠(원)의 간화자인 '远'이나, 原(원)을 '厂+元'로 만든 '이간자' 계획 등에서 보듯 꽤 흔한 방식이다. 또 陸(륙)을 阝+六으로 만든 예도 있다. 다만 이것들은 과거에 쓰였다는 거고 현대의 한자 세대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거의 쓰이지 않는다. 당연하지만 이런 글자는 한자검정시험 등에서 쓰면 안 된다. 廣은 신자체처럼 広으로 쓰고 陸은 간략화하지 않는 게 일반적.
劇(심할 극)의 약자로, 글자가 글자이다보니, 영화 포스터에 많이 쓰였다. 예를 들어, 劇場(극장)을 [image]場으로 썼다.
- 歸 → 敀
- 機 → 栈, 桟
蘭(난초 란)의 약자로, 門(문 문)을 门으로, 柬(가릴 간)을 東(동녘 동)의 간체자인 东으로 줄여썼다(蘭의 실제 간화자는 兰이다). 문주란의 앨범에서도 이렇게 쓴 음반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보기
- 聯 → 聠
상술한 觀의 약자처럼, 離 또한 복잡한 부분을 文으로 바꾸어 약자로 썼다. 유니코드에는 없으며, 중국에서는 难을 難(어려울 난)의 간체자로 쓰고 있어서, 혼동의 여지가 있다. 중국 문헌에는 鳼(메추라기새끼 문)의 이체자로 나온다. 사용례1 사용례2
원래 '달아날 병'이라는 별개의 글자이지만, 한국에선 選(가릴 선)의 약자로 쓰고 있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비망록에 迸任이라고 흘려 쓴 메모를 남겼는데, 이를 한때 逆任(역임)이라고 해석했었으나, 서울대 성낙인 총장이 選任(선임)이라고 해명했다. 기사 이체자로 [image]이 있는데(사용례1, 사용례2) 이것 역시 일본과 중국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 燮 → 变
- 鬱 → 㭗
- 議 → ⿰訁又
한자를 간략화하면서 한글을 합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사실은 '유사 한자'로 한자 비슷하지만 한자는 아닌 기호이다. 위 글자는 과거에 노(盧)씨인 정치인들(특히 대통령이었던 노태우, 노무현)을 장난식으로 간략하게 고쳐 쓴 경우로, 盧의 七, 田, 皿 부분을 빼고 대신 한글 '노'를 쓴 것이다. 시사 만평에서 종종 사용되었다.(사용례) 당연하지만 이런 글자는 한자검정시험 등에서 쓰면 안 된다.
위와 비슷한 사례로 圖의 약자로 圖 안에 啚를 빼고 그 자리에 한글 '도'를 대신 집어넣고 있다. 실제 사용례 당연하지만 이런 글자는 한자검정시험 등에서 쓰면 안 된다. 그리고 현대에 한자 세대 사이에서 쓰이는 일반적인 약자는 신자체와 동일한 図이다.
- 國 → 囯, 囗, ⿴囗국
한국 한자 세대 사이에서 필기 시 엄청나게 많이 쓰이는 약자. 초서체를 펜으로 쓰기 편하게 직선화한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런 글자는 한자검정시험 등에서 쓰면 안 된다. 참고로 과거 싱가포르에서 쓰이다가 폐지된 자체적인 간체자에서는 이런 형태로 썼는데 이것도 초서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한국 한자 세대 사이에서 엄청나게 많이 쓰인다. 그냥 초서를 쓰는 것이라고 보면 될 듯하지만 거의 약자처럼 취급된다. 다만 인쇄물에서 흔히 쓰던 약자는 신자체와 동일한 万이며 한자검정시험에서도 약자 문제에 万을 써야 한다.
- 歷 → 厂
嚴에서 敢을 생략한 형태. 추가로 吅 부분을 𫩏로 줄여 쓰기도 했다[8] . 성씨로 쓰이는 글자라 영화 포스터 등에서 쓰였다. 예를 들어 배우 엄앵란이 포스터에 성씨가 종종 이렇게 표기됐다.
- 淵 → 그림 참조 1, 그림 참조 2
일본 신자체 粛이나 중국 간체자 肃과 다르니 주의.
1967년에는 문교부에서 상용한자를 약자로 지정하려던 적("한자약자안", 한자약자시안 등)도 있었으나 모종의 이유[10] 로 1968년 폐지되었다. 예를 몇 개 들자면, 發의 아랫부분을 介처럼(⿱癶⿰丿丨) 바꾸고, 森의 아랫부분을 渋 오른쪽 부분처럼(⿳木丷八) 바꾸고, 農에서는 辰을 厂으로 바꾸는 등(즉 ⿱曲厂)의 시도를 했었다.
2.2. 중국
중국에서도 약자들이 많이 쓰였으며 이들 중 많은 수가 간체자 제정으로 인해 표준이 되었다.
2.3. 일본
중국처럼 필기에서의 약자들이 신자체 제정으로 인해 표준이 되었다.
[1] 중국어권에서 이렇게 쓴다. 窻, 窗을 속자로 窓으로 쓰는데, 같은 맥락으로 總을 일본에서 総으로 쓴다.[2] 禮 등에 쓰인다.[3] 燮이 들어간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섭리(燮理), 섭화(燮和), 섭벌(燮伐) 딱 3개 밖에 없다. 저 중에 '섭리'는 '자연의 섭리'나 '신의 섭리'라고 할 때의 그 섭리(攝理)가 아니라 '음양을 고르게 다스린다'라는 뜻의 별개의 단어다. 즉, 3개 모두 현대에 쓰이지 않는 단어이다.[4] 欝이라는 속자가 있으나, 획수가 4획밖에 줄지 않았다. 2010년 상용한자로 추가된 한자는 속자 欝가 아니라 정자 鬱이다.[5] 다만 서로 의미가 통하고 발음이 유사하기 때문에 고대 한문 문헌에서 혼용된 사례가 있다. 이런 전례도 있는 데다가 마침 현대 표준중국어로는 둘 다 발음이 같아졌다 보니 간체자에서 郁으로 통일했다.[6] 근데 그런 식이면 體를 体(원래 음훈은 '용렬할 분')로 쓴다든지 하는 것도 허용하면 안 되는데 이건 너무 압도적으로 쓰여서인지 약자 문제로 출제한다.[7] 吅을 이런 형태로 간략화한 글자.[8] 참고로 品도 종종 𠯮이라고 간략화된다. 이건 일본에서도 비공식적으로 사용되는 형태이다.[9] 庸에서 广을 삭제한 형태.[10] 위원회 중 4명이 약자화에 반대하고 동시 퇴장해 정책 방향을 한글전용으로 급전환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