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만화)/어인섬 편
1. 개요
원피스의 2부 '최후의 바다 - 신세계 편'의 첫 번째 에피소드이다. 1부 이스트 블루 편부터 간간히 언급되던 어인섬을 주요 배경으로 한다.
단행본 61~66권, 원작 598~653화, 애니 517~574화까지의 에피소드.
여담으로 어느 양아치 해적집단이 난동을 부리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이므로 신 어인 해적단 편이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현재로선 그러한 용어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 내용을 이어주는 주제는 엄밀히 말해 밀짚모자 일당과 징베의 인연을 통한 어인섬의 의식 개혁 및 피셔 타이거와 오토히메, 넵튠 왕의 숙원인 인간과의 평화적 공존이 이루어지는 점에 있기에...
2. 이야기 구성
3. 독자들의 반응 및 평가
밀짚모자 일당이 2년 간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여주는 각종 전투씬과 기술들의 강화가 돋보이며, 특히 지금까지 전투에서는 많은 역할을 하지 못한 나미, 우솝 등도 나름 제대로 된 전투원의 반열에 들 실력이 되었다.
그러나 반대로 악역인 신 어인 해적단은 밀짚모자 일당의 전투력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보여주는 샌드백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의 악역들과 달리 밀짚모자 일당과 마주치기만 하면 피식 쓰러진다. 덕분에 전투씬에서 전체적인 긴장감이 떨어진다. 하다못해 지략적인 모습도 없어서 현재까지 가장 인기없는 악역집단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나 최종 보스인 호디 존스의 경우가 가장 큰 문제인데, 여태까지 인기가 있던 크로커다일이나 로브 루치, 사카즈키 등은 엄청난 힘과 카리스마, 뛰어난 멘탈로 루피 일행을 몇 번이고 위기에 몰아넣어 독자에게 긴박감을 조성시켰으나, 호디는 카리스마는 커녕 사상조차 잘못된 교육[1] 으로 인해 생긴 비뚤어진 사상인 데다가 자신의 본거지인 바다에서 도핑을 했음에도 오히려 루피 일행에게 밀리는 전투력, 부하를 방패로 사용하는 찌질함, 허술한 계획을 세워놓고 전부 다 파토나는 무능함 등 그저 그런 3류 악당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을 보여주어 독자의 긴박감을 느슨하게 만들어 버렸다. 어쩐지 현상금 2천만베리에 불과한 아론보다도 질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정도.[2] 애초에 원피스 에피소드의 인기의 반 정도가 악역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는 매우 치명적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악역으로서의 위엄'이 없었다면 도플라밍고는 정신나간 패륜아, 크로커다일은 허접한 마피아 보스일 뿐이었을 것이다. 악역이 악역다운 포스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배틀 만화에서는 꽤 혹평받을 만 하다.
게다가 으스대듯이 하던 야망이라는 게 고작 어인섬의 왕이 되어 세계정부가 주최하는 전세계 주요 왕국의 국왕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 왕들을 처치하고 세계정부에 맞서는 거대 왕국을 세운다는 허울 좋은 망상을 보여줬다. 그마저도 계획과 실력이 뒷받침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호디도 보스로서의 위엄 같은 것을 제외하고 보면, 어인섬 편 최종 보스에 걸맞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호디 존스라는 캐릭터 자체는 쓰레기지만, 그를 만들어낸 것은 오토히메 왕비가 그토록 막으려던 '''인간과 어인족 사이의 대물림된 증오'''이다. 어인섬 편의 주제를 관통하기에 이보다 더한 배경도 없었을 것이다.
연재 당시엔 난잡한 전개와 지루한 내용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었지만, 에피소드가 끝난 후 돈키호테 패밀리 편의 혹평 및 홀케이크 아일랜드 편의 혹평으로 인해 현재는 어인섬 편의 주제 의식이나 전개 속도에 대해서 재평가 되었다.[3] 위에 언급된대로 악역들이 뭔가 뒤떨어져 보여서 그렇지 어인섬에 대한 과거 묘사만큼은 잘 표현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리고 허접했던 악역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어인족의 인간을 향한 이유없는 증오'''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며, 밀짚모자 일당이 2년간 얼마나 세졌는지를 보일 증거로 남았다. 또 호디 일당이 글러먹은 악역으로 묘사된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자신의 증오를 절제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기 위함 때문인 것 같다. 아론 일당도 초기 행적이 극악무도해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당시 하찌가 실수로 조로를 네즈미처럼 손님인줄 알고 놓아준 것에 어이없어 했을 지 언정 딱히 트집을 잡지 않았고 자신의 부하들을 가볍게 토사구팽하는 크로나 클리크와는 달리 자신의 부하들을 학대하거나 바보취급하기는 커녕 오히려 한 명, 한 명 당할때마다 "네 까짓게 뭔데 감히 나의 동포들을..."라고 윽박지르고, 비록 인어와 어인만 관심의 대상이지만 아론은 자신의 부하와 동족을 소중히 여겼다. 또 부하들의 태도를 봐도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게, 우솝의 농락 때문에 아론이 머리 끝까지 화가 나 코코야시 마을을 몽땅 때려 부수려 하자 부하들이 즉시 달려들어 뜯어말리고 일단 아론 파크로 데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별거 아닌 장면 같아도 그 당시 크로나 클리크 등 다른 악역들의 부하 같았으면 그대로 화풀이 대상으로 험한 꼴 당할까봐 감히 나서지도 못하고 벌벌 떨기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을 증오했어도, 본인에게 쓸만한 인간(EX : 나미, 네즈미)을 학대하지도 않았다. 반면 호디 일당은 그저 자신들 기분 내키는 대로 악행을 저질렀으며, 더 어이없는 것은 수틀리면 동족이고 부하고 뭐고 해코지했다.
그리고 어인섬 편은 2부의 시작으로서 매우 훌륭한 에피소드로 평가된다. 위에서의 언급처럼 밀짚모자 일당의 수련 성과를 눈에 띄게 보여줘야 함은 물론이고 정상결전이라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거쳐왔기 때문에 한 템포 정도 쉬어갈 필요성이 있었다. 너무 길지 않으면서도 주제의식을 충분히 담아냄과 동시에 아론일당과 징베와 나미의 과거, 태양해적단과 천룡인 등 기존의 무거웠던 주제를 효율적으로 풀어냈다. 무엇보다 밀짚모자 일당의 새로운 기술들을 전장이라는 장소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낸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원피스>는 기본적으로 에피소드 하나하나의 분량이 상당히 길다. 따라서 연재분이나 엄청 늘어지기 마련인 애니메이션으로 일주일씩 볼 경우 독자들이 지치는 경향이 많이 보인다. 때문에 본편 연재 당시에는 비판을 받지만 막상 에피소드 종료 후 단행본으로 쭉 몰아보는 경우 평가가 다시 올라가는 경우가 꽤 많이 보인다. 어인섬 편은 이런 면에서 평가가 좋아지는 에피소드이며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전체 스토리의 완성도나 재미 면에서의 평가는 낮지만, 대신 1부 이스트 블루 편의 클라이맥스인 아론 파크 편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종족 차별'''』이라는 주제의식을 메인소재로 잘 다루었기에 이 부분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피셔 타이거와 오토히메 왕비의 대립은 흑인 해방을 둘러싼 말콤 X와 마틴 루터 킹의 논쟁을 보는 것처럼 그려졌으며 두 사람 모두 현재 시점에서는 고인이 되었지만, 자신의 뜻을 이어갈 사람들[4] 을 후세에 남겼다. "의지의 계승"을 강조한 골드 로저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반면 증오에 빠져서 비틀린 마음을 드러내는 호디 존스는 두 사람의 완벽한 안티테제이며, 혐오가 혐오를 낳는 오늘날의 사회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어인섬 편은 주제 의식이라는 측면에서는 단순히 밀짚모자 일당이나 그 주변인의 동료의식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에 관한 철학적 사유까지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3.1. 현재 진행형
밀짚모자 일당이 어인섬을 떠났지만, 어인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장 올해에 시작하는 레벨리에 넵튠왕이 출석하여 천룡인의 편지와 어인들의 서명을 제출하고 그토록 바랬던 '태양으로의 길'을 시작할 것이다. 그에 따라 노아와 조이보이의 지키지 못한 약속도 엮이고 마담의 예언인 밀짚모자가 어인섬을 파괴한다는 떡밥도 이 '''태양으로의 길'''을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결국 루피는 다시 어인섬에 방문할 것이다. 바다와 지상이 만나는 지점인 배(노아), 인간과 어인이 서로에 대해 몰랐기에 막연히 품었던 두려움을 떨치고 두 종족이 태양 아래에서 만난다는 역사적 사건을, 작가가 '''자유'''라는 주제를 포기 하지 않는 이상, 쓰지 않을리가 없다'''상처를 입혀도... 상처를 입어도 흐르는 붉은 피, 도저히 이를 수 없을 만큼... 연약하고 좁다란 그 길이야 말로- 서로를 두려워 하는 편견을... 피를 피로 씻는 전쟁을, 이토록 쉽게 벗어나, 허황되게 그려진 환상보다, 선명히 보이는 '태양'으로 이어지는 길.'''
- 어인인 징베가 인간인 루피에게 수혈을 하는 장면에서
밀짚모자는 호디를 무찌름으로서, 어인들이 인간에 대해 몰라서 가지던 증오와 분노를 끝냈다. 그리고 피셔타이거와 같이 종족을 가리지 않고 해방을 주었다. 그래서 '''인간 중에는 타이거 같은 종족을 가리지 않는 영웅도 있다.'''라는 것을 어린 어인/인어들에게 보여주었다. 타이거의 의지를 계승한 것이다. 그러나 해방은 했지만 아직 오토히메를 계승하진 못했다. 오토히메의 태양으로의 길은 어인의 역사를 짊어진 어인의 손으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626화에서 오토히메가 말하는 "해왕류와 이야기 할수 있는 인어... 곧 시라호시 곁에는 그 힘을 올바르게 이끌어줄 자가 나타나며... 그리고 그때 세계에는 큰 변화가 닥쳐온다."는 전승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인들은 증오로부터 해방되었으나, 아직 1만 미터 깊이의 심해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햇볕 아래에서 자유롭지 않다. 루피가 언젠가 조이보이를 대신해 약속을 지키러 올 이와 함께 어인섬에 다시 올 날을 기다린다. 그날이 바로 어인섬 주민들이 심해를 벗어나는 날이며 자유의 시작이고, 그것이 태양으로 가는 길이다. 어인섬 편은 이때 마침표를 찍고 판단하더라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원피스(만화)/와노쿠니 편에 나온 골 D. 로저의 과거에서 '''조이보이는 원피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라는 것이 밝혀진다.''' 조이보이 문서 참조.
4. 에피소드 목록
5. 주요 명장면
샤본디 제도~ 어인섬 편의 주요 장면들을 꼽아보자면
- 루피와 조로, 상디가 파시피스타를 가볍게 처치하는 장면. 이 장면만 봐도 이미 이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 루피가 레일리에게 해적왕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레일리가 과거 로저와의 첫만남을 회상하는 장면.
- 피셔 타이거가 자신의 태양 해적단을 이끌고 성지 마리조아를 습격하는 장면.
- 오토히메 왕비가 죽으면서 자녀들에게 자신의 의지를 이어나갈 것을 약속하는 장면.
- 징베가 사정을 이해한다는 나미의 말을 듣고, 은혜를 입은 채 마음의 짐을 덜며 우는 장면.
- 시라호시의 구해달라는 말을 듣고 튀어나온 징베와 밀짚모자 일당의 총집결.
- 루피 혼자서 신 어인 해적단 10만 명 중 5만 명을 패왕색의 패기로 끝내버리는 장면.
- 호디 존스의 원한에 대해 알아낸 후카보시가 밀짚모자 일당에게 모든 것을 제로(0)로 돌려달라 부탁하고, 루피가 친구니까 맡겨달라고 말하는 장면.
- 어인섬 바로 위에서 떨어지는 노아를 멈추려고 루피가 고무고무 엘리펀트 개틀링로 노아를 부수는 장면.
- 시라호시의 부름에 답한 해왕류가 노아를 멈추는 장면.
- 루피가 전보벌레로 빅맘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나서 어인섬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겠다고 선언하는 장면.
- 징베가 어인섬의 은인이 된 루피에게 수혈하는 장면을 어인들이 함께 지켜보면서 인간과의 관계관을 새로 정립하는 장면.
- 이는 앞으로 어인과 인간의 관계가 회복되는 가능성의 중요 기점이 될 것이다. 호디가 어인과 인간 사이에 대물림된 증오를 상징한다면, 루피는 그 스스로가 인간과 어인의 우정을 상징하는 몸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1] 다만 이것은 호디가 인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기에 호디 본인에게도 책임은 있다.[2] 물론 3류 악당으로 따지자면 스팬담이 한 수 위지만, 애니에스 로비편은 정말 뼛속부터 나쁜 놈은 스팬담 / 정말 두렵게 강한 놈은 로브 루치 이렇게 분담이 된 상황이기에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었다.[3] 스카이피아 편도 연재 당시에는 혹평이 많았으나, 에피소드가 끝난지 몇년 후 다시 재평가 되었다. 스카이피아 전은 에넬이라는 강력한 존재와 400년을 이어온 우정의 결말 등의 감동적인 면에서 호평을 받았다.[4] 코알라, 묘스가르드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