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엽청
1. 개요
竹葉靑
중국에서도 꽤 인기가 있고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술이지만, 특히 대한민국산 무협소설에서 인기가 상당히 높은 술.
산서성의 특산주인 '''약재술'''로 도수는 43도며 여러가지 약재가 첨가되어 달달하다. 기본적으로 한방전통약주이며, 산서성 분양시 행화촌(山西省汾阳市杏花村)에서 만드는 백주인 분주(汾酒)[1] 를 베이스로 하여 각종 약재를 첨가해서 만든다. 죽엽청주의 기원은 남북조(南北朝)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가며 술의 역사가 대략 1,500년 정도되는 오래된 전통주로 독특한 향과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다.
2. 내용
2.1. 제조방법
기본적으로 약주이며, 상기한 대로 분주에 자단(紫檀), 당귀(當歸), 귤껍질(陳皮), 치자(梔子), 축사씨(縮沙, 砂仁), 정향(公丁香), 대나무잎(竹葉), 백국화(白菊花), 운목향(云木香) 등의 한약재와 백설탕이나 자당(얼음사탕), 달걀 흰자위 등을 재워 만든다.
기원은 명확하지 않으나 고량주에 대나무잎을 재워 만들었거나 대나무잎을 쪄 낸 물을 혼합한 것으로 추정되며, 서기 500년대부터 문헌에 나타나는 걸로 봐서 이전부터 대나무잎 이외에 다양한 종류의 약재가 블랜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청나라 초기 사상가이자 의학자였었지만 철학, 의학, 유학, 불학, 시가, 서법, 회화, 금석학, 무술에까지 다방면에 걸쳐 이름을 떨쳤던 푸샨(傅山, 부산)이 지나가다 잠시 들른 싱화촌에서 사람들이 흔히 마시는 이 술을 조금 더 몸에 좋도록(?) 한약재의 기본 레시피를 조절해줬다고 한다. 이에 다시금 싱화촌 사람들이 조금 더 원료의 배합과 제조공정을 개선하여 현대적인 제조법이 완성되었다.
1975년 중국의 저명한 수학자 화루어겅(华罗庚)이 싱화촌 분주 공장에 방문했는데, 약재를 물에 담그는 공정 등을 여러번 반복실험을 통하여 공정을 최적화하였으며 이로 인해 이전 고품질의 수율 32%를 52%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하여 연 생산량 만톤으로 늘여 주당들을 기쁘게 해줬다.
2.2. 효능 및 특징
아무래도 한의학자가 직접 손을 대서 만든 약주인 관계로 효능으로는 위를 편안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기를 편안하게만들고 소화를 촉진해 준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술이다.''' 게다가 베이스가 '''고량주'''다. 들어있는 약재의 효능과 알코올의 기본적인 기능으로 인해 적당히 마시면 혈액순환을 돕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면서 소화를 촉진시킬수도 있긴 하지만 '''과하게 마시면 위장 빵꾸나면서 간이 맛이가고 혈압이 올라가'''는 건 매한가지.
죽엽'''청주'''가 아니라 '''죽엽청'''주인데, 즉 청주가 아니라, 다시 말하지만 고량주 베이스의 약주다. 그러니 작작 마시자. 설탕이 들어있어 달달하고 지속적인 개량으로 한가지 강한 향에 치우치지 않고 잘 어우러져있기 때문에 크게 걸리는 것 없이 술술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베이스로 사용되는 분주의 기본 알코올도수가 50도에서 시작하고, 심하면 70도까지 가는 놈으로도 만들기도 하며, 시판되는 제품도 최저 38도에서 시작해서 60도까지 가는 놈들이 수두룩하다. 중국집에서 죽엽청을 시키면 소줏잔 절반 용량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술잔을 내오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는 것. 시판 소주 두 배 도수라 소줏잔이나 글라스로 마시면 금방 훅 간다. 보통 그 작은 잔에 데우지도 식히지도 않고 원샷 스트레이트로 마시지만, 스카치 위스키처럼 글라스에 얼음을 넣고 온더락스로 마셔도 좋다. 얼음으로 꽤 희석이 되므로 몸에도 좋고 매운 요리에도 어울린다.
하여간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기본적으로는 고량주인 분주에 속하지만 고량주로 분류하기에는 애매한, 후가공 조치로 인하여 조금 아리송한 위치에 있는 술이다. 제조 과정을 보면 알겠지만 술 원액에 약재, 설탕 등을 넣고 숙성시킨다는 점에서 리큐르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
국내에는 중국산과 대만산이 함께 있는데, 대만산이 믿을만하고 맛있다는 이유로 좀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주로 중국 식품을 취급하는 소매상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이 중국산이고 대만산은 좀 적은 편.
3. 기타사항
- 무협지에서는 너무 어딜 가나 죽엽청을 마시다 보니 무협 세상에는 죽엽청 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절대 품절되는 법이 없다. 조금만 맘에 안 들어도 살인부터 저지르는 초법적 깡패들이 죽엽청만 찾으니 목숨 걸고 구해다 놓는 듯. 그리고 웃긴 건, 한국 무협소설에서 나오는 호걸들은 이 달달한 죽엽청을 마시며 사나이의 우정을 돈독히 한다. 사실 이렇게 죽엽청만 나오는 것도 이유가 있다. 80년대 한국 주류시장은 국내 양조회사들이 패스포트 등의 양주를 외국회사와 합작으로 생산해서 국내 시장에 선보이던 시절이었으나, 외국의 명품 주류들은 주류에 대한 수입세금도 엄청 비싸고 수입도 원활하지 못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바스 리갈 마시다가 총 맞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발렌타인을 좋아한다더라는 이야기가 젊은이들의 화제가 되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에 국가경제가 조금씩 풀리면서 제일 처음으로 수입된 술이 비교적 저렴한 죽엽청이었다. 한마디로 죽엽청은 제한적인 정보에 의해서 그 술의 실체와는 어울리지 않게 우리 무협소설의 대표적인 술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기껏 나와봐야 여아홍(소흥황주) 정도 나온다. [2] 설정이 세세해 봐야 돈 많으면 금존청, 그지깽깽이면 백건아(=빼갈) 정도. 사실 죽엽청도 무협지상에 설정된 시대를 생각하면, 절대 싼 술이 아니다. 애초에 위에서 설명한 내용을 봐도 저 시대에 저 도수를 내려면 엄청난 고생이 필요한 데다가, 거기에 더해서 이 술은 약주다. 뭐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맛은 좋은 편이다. 중국술 답게 독하지만.
- 죽엽청주의 유래에 관한 전설로는 옛날 샨씨에서 매년 한 번씩 열리는 술 품평회에서 늘 꼴찌만 하던 양조장이 있었는데, 한 번은 어차피 가봐야 꼴진대 뭐 첨부터 욕먹느니 맨 나중에 제출하고 욕이라도 좀 덜먹어보자는 얄팍한 생각으로 술을 나를 짐꾼한테는 잠시 쉬었다가 천천히 출발하라 일러두고는 사장은 품평회장에 먼저 들어갔었었다. 양조장에서 늦게 출발한 짐꾼들이 한창 짐을 나르다 보니 어느덧 한낮이 되었고, 유별나게 더웠던 그 날 짐꾼들은 근처에 물도 없이 짐을 나르다가 그냥 나르던 술을 퍼서 마셨고, 그렇게 한참 퍼먹다 보니 항아리 반을 비워버려서 어쩌지 하다가 대나무 숲 속에 나있는 샘을 보고는 거 기물을 퍼서 채워 넣기로 합의하고 그걸로 대충 블랜딩 한 다음 회장에 도착해서 그 물반 술반을 제출했다. 양조장 주인은 그런 사정을 모른 채로 그냥 꼴등 할 각오로 술을 내밀었는데, 품평회장에 있던 사람들이 호평하면서 일등을 줬다고. 어리벙벙한 양조장 주인이 짐꾼 불러다가 이실직고시켜서 그 샘이 있는 곳으로 양조장을 옮기고 난 다음부터 죽엽청주의 전설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 또 다른 유래로는 계모에게 구박받는 아들이 매일 식사 때마다 나오는 겨밥을 몰래 참대 담은 항아리에다 넣었는데, 나중에 항아리에서 발효된 술을 먹었더니 맛이 좋아서 임금님에게 바쳤더니 감사해하면서 아들에게 큰 상을 내렸으며, 후에 아들이 계모를 용서해서 그 계모가 개과천선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1] 행화촌 분주도 중국을 대표하는 명주 가운데 하나다.[2] 그런데, 여아홍(女兒紅 뉘얼홍)은 소흥(紹興 샤오싱)의 명주인 황주(黄酒) 중에서도 10년 이상 묵힌 놈인지라 샤오싱 밖에서 그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술이 아니다. 냉장 기술이 없었던 옛날 술을 다른 지방으로 운송하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더구나 강남은 황주를 마시지만 강북은 백주(白酒)로 음식문화 자체가 아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