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 앤 씨
1. 개요
'''Ідзі і глядзі'''(Idzi i hlyadzi)
1985년 소비에트 연방에서 만든 전쟁영화. 감독은 엘렘 클리모프. 주연은 알렉세이 크라프첸코. 제목인 Ідзі і глядзі(벨라루스어)/Иди и смотри(Idi i smotri, 러시아어)는 '여기 와서 봐라' 정도로 해석되는데, 요한묵시록 6장 7절 '네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네째 생물의 음성을 들으니 가로되 오라 하기로' 에서 따왔다.
영화는 벨라루스 초토화작전이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벨라루스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독일의 전쟁범죄를 고발함과 동시에 전쟁을 낭만적으로 생각하던 철없던 소년이 학살을 목격하며 극도로 피폐해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전쟁의 광기가 인간성을 어디까지나 상실시킬 수 있는지를 리얼하게 표현한 걸작이다.
실제 영화 내에서 플료라의 모습은 단순히 철없는 소년이 아니라, 굉장히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죽을 각오로 파르티잔에 들어가려는 모습이다. 허나, 그 각오를 박살내기는 커녕, "그런거 알 게 뭐야" 식으로 터저나오는, 광기에 가득찬 정도를 넘어 황당하기 까지한 참상들 앞에 초인적인 정신이고 뭐고 아무짝에 소용 없음을 보여주며 관객이 예상 가능한 범주를 아득히 띄어 넘는다. 이 영화가 일반적인 전쟁 기념 영화와는 격을 달리하는 부분이다.
2. 줄거리
1943년 벨라루스. 평범하게 살아가던 소년 플료라[2] (알렉세이 크라프첸코)는 아버지를 전쟁으로 잃었지만, 아직 이 철부지 소년은 그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사실, 플료라는 전쟁의 참상에 꽤 익숙한 편이지만, 이 전쟁은 ''단순히 사지가 분해되어 날아가고 시체는 커녕 흔적도 남지 않는 것''으로 그치는 전쟁 '''따위'''가 아니다.
플료라는 파르티잔에 가담하기 위해 동네 친구와 함께 전쟁이 휩쓸고 간 벌판에서 총을 찾아 땅을 파는데, 외삼촌[3] 이 보기에 그저 전쟁놀이나 하는 꼴이다. 외삼촌은 플료라에게 함부로 총 들고 다니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다른 어른들은 총을 빼앗아 가기도 하는데, 그 와중에 독일군의 비행기[4] 가 지나가 위협 받으면서도, 플료라는 기어코 애써 건진 총[5] 을 가지고 그 부근에 있던 파르티잔에 입대하게 된다.
이미 전쟁으로 남편과 사별한 어머니는 그런 플료라를 나무라며 끝까지 말리려 하나, 파르티잔 부대의 정치장교가 찾아온다. 정치장교와 함께 따라온 병사[6] 는 폭탄의 커다란 파편에 맞아 죽는 참상을 들려주며 은근히 겁을 주는대, 그러거나 말거나, 어영부영 플료라는 언젠가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머나먼 여정을 떠나게 된다.
파르티잔 부대 주둔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수많은 부상병들. 플료라는 잠깐 당황하면서도 굳은 결심을 유지하며 침착히 임무를 수행하려 한다. 플료라에게 주어진 첫 임무는 야간 보초. 누군가 플료라에게 다가오자, 플료라는 암구호를 묻다가, 다가온 인물이 파르티잔의 지휘관인 것을 보고 물러선다. 파르티잔 지휘관은 수하에 불응하는 자는 무조건 쏴버리라 주의를 준다.
얼마 뒤 파르티잔 부대는 소련군 지휘부의 명령을 따라 방어 작전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하게 된다. 이때 지휘관은 환자나 노약자는 후방에 남으라고 명령한다. 플료라는 실망감과 함께 주둔지에 남게 된다. 남겨진 플료라는 부대에서 잠깐 만났던 파르티잔 소녀 글라샤[7] 와 재회한다. 이때의 연출은 청춘 로맨스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청소년의 풋풋한 연애감정이 쏟아진다.
그런데 갑자기 독일군의 비행기가 나타나고 공수부대[8] 가 투하되기 시작한다. 폭격과 함께 독일군의 맹공격이 시작되고, 주둔지에 남겨진 인원은 몰살 당한다. 폭격으로 인한 셸쇼크에 시달리면서도 플료라는 글라샤와 함께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플료라는 움막에서 글라샤와 알몸으로 부둥켜 안고 잠들거나[9] 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플료라는 가족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났음을 눈치챌 수 있지만 애써 그걸 무시하며 넘기려 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플료라는 능청스럽게 아직 스프가 따뜻하다며 글라샤와 나눠먹는데, 역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챈 글라샤는 스프를 토해버린다.[10] 글라샤가 스프를 토하는 것을 본 플료라는 순간 집 바닥에 부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인형[11] 을 보고 자기가 짐작한 것을 넘어서는 끔찍한 상황이 일어났음을 짐작하고 큰 충격을 받아, 환청이 들려오는 가운데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플료라는 독일군이 어머니와 동생들을 죽이고 우물에 던진게 아닌가 하여 우물을 살피지만, 우물 안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깨끗하다. 플료라는 계속해서 셸쇼크에 시달리며 우물을 다시 살피지만, 우물 속에는 멀쩡한 물만 있다. 글라샤는 비명을 지르며 모두가 죽었다고 통곡한다. 플료라는 마을사람들이 피신하는 섬이 있다며 뛰어간다. 플료라를 뒤따라가던 글라샤가 뒤로 고개를 돌리자 외양간 벽 옆에 잔뜩 쌓여 있는 학살당한 마을 사람들의 수많은 시신들이 뜬금없이 나타난다. 희생자들의 모습이 관객들이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곳에서 나타나며 이 광경은 관객과 영화 속 글라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다.
플로랴는 섬으로 건너가기 위해 늪으로 뛰어든다.글라샤는 어영부영 플료라를 따라 늪에 들어가 늪이 깊어질수록 같이 허우적댄다.[12] 늪에 빠져 죽을 지경이 되자 플료라가 제정신이 아닌 것을 느낀 글라샤는 플료라에게 모두 죽었다고 외친다. [13] 그때 다른 파르티잔 조직의 파르티잔 대원이 나타나[14] 이 둘을 건져낸다. 여기서 관객의 예상을 또 깨는 장면이 나온다. 살아 남은 마을 사람들이 있긴 했고, 그들은 늪지 건너 땅에 모여있었다.[15] 하지만 이후의 장면은 전혀 희망차지 않고 더욱 끔찍하다.
살아남은 마을사람들은 통곡하며 패닉에 빠져있고, 그들 가운데에는 독일군이 온 몸에 불을 붙여 화상을 입고 죽어가는 외삼촌이 누워있었다. 아직은 죽지 않은 외삼촌은 눈을 떠 플료라를 보곤 이 말을 하고 죽는다. "이 멍청한 놈아, 그래서 땅을 파서 총을 꺼내지 말라고 했거늘......"[16] 그는 플료라가 총기를 파헤친 것이 들켜서 마을이 게릴라 본거지로 오인되어 나치 독일군이 학살을 저질렀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독일군은 무차별적으로 학살을 저지르고 다녔지만, 플료라는 마을 사람들과 어머니와 누이동생들까지 내가 죽게 했다면서 절망에 빠진다.
죽은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책임감을 느낀 플료라는 자신을 늪에서 꺼내준 파르티잔 대원과 함께 식량을 얻기 위해 떠난다. 플료라를 포함해 일행은 살아남은 그나마 건장한 젊은 남성 넷이었으나 가는 길에 둘은 지뢰를 밟고 허무하게 죽는다. 폭사당한 자리를 찾아보니 별다른 시체 조각조차 없고 남은건 잘려나간 발목 하나 뿐이다. 그것도 정말 "깔끔하게" 잘려나간 발목.
우여곡절 끝에 플료라와 파르티잔 대원은 농가에서 농부를 위협해 간신히 젖소 한 마리를 끌고온다. 그런데 갑자기 조명탄이 쏘아 올려지더니 기관총 사격이 쏟아진다. 일행은 갑작스런 총격에 맞아 사망한다. 플료라는 총격을 피해 포복한채 젖소를 어떻게든 끌고 가려 하지만, 그 젖소 마저도 기관총을 맞고 죽어버린다. 망연자실한 플료라는 그 자리에서 누운채로 정신을 잃는다. 그 자리에서 잠든 플료라는 다음날 아침 지나가는 농부의 도움으로 깨어난다. 플료라는 옷과 총을 숨기고 농부와 함께 그의 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병력수송차량 여러대가 나타나더니 수많은 독일군 부대가 들이닥친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모이라는 독일군의 방송에 불안감을 느낀 플료라는 밖으로 뛰쳐나오지만...
이후 이어지는 영화 후반부의 학살 묘사는 특별히 잔인한 장면은 없음에도 그야말로 광기와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풀 버전 영상을 볼 수 있으나 상당히 충격적이므로 주의할 것. 그 어떤 관객도 전개를 예상할 수 없는, 그야말로 '''또라이''' 같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끔찍함을 넘어 황당하기까지한 학살 연출은 글로 다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다.
가짜 방송으로 독일군은 남녀노소 가리지않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불러모은 뒤 강제로 나무로 지어진 헛간에 쑤셔넣는다. 이때 한 장교가 살고 싶으면 뒤편에 난 조그만 창문으로 '''아이들은 남겨두고''' 나오라고 말한다. 플료라가 먼저 나서자 뒤이어 몇몇 사람들이 따라나오는데, 한 여인이 자신의 아이와 함께 나오자 독일군들은 강제로 아이를 빼앗아 다시 헛간에 던져놓고 여인은 머리끄댕이를 잡힌 채 끌고간다. 어느정도 사람이 나오자 독일군들은 헛간 안에다 수류탄을 던져넣어 터뜨린뒤, 화염병과 화염방사기로 불을 지르고 총을 난사해서 안에있던 사람들을 전부 몰살해버린다.
불길 속에 아녀자들의 처절한 비명과 절규가 울리는데도 '저것봐, 저 재미있는 소리 좀 들어보라구!'라면서 좋아하는 나치 독일 병사들의 웃음이 대조적이다. 독일군은 웃으면서 기념사진도 찍고 다들 하하하하 재미있다면서 좋아라한다. 어리버리한 신병같은 외모의 병사만 울면서 총을 쏘는데, 이마저도 눈물 흘리는 병사가 정말로 슬퍼서 눈물을 흘리는건지 건물이 불타는 연기가 매워서 눈물을 흘리는건지 애매하다. 이는 인간의 본질과 전쟁의 광기 등 여러가지 관점에서 볼 여지가 있다. 심지어 학살 장면에서 지휘관이 애완동물로 기르는 슬로로리스가 고개를 돌리고, 주인이 헬멧을 덮어 가려주는 장면까지 나온다. 생포되기 전까진 야생에 살면서 약육강식을 일상으로 체험해봤을 동물조차 보다 못해 고개를 돌릴 정도로 독일군의 만행이 잔인했음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후 화면이 암전되더니, 갑자기 보이는 장면은 숲에서 독일군 시체들이 굴러다니는 모습과, 마을 주민을 학살하는 중에 확성기 차량에 타서 낄낄 거리던 여성이 뭔가가 배에 찔린채 끙끙 거리는 모습이다. 그 옆에서 플료라가 나타나 붕대를 꺼내간다. 매우 당연하지만, 플료라는 이 붕대를 그 독일군 여자를 치료하려 가져간게 아니다. 플료라는 자신의 총의 부러진 개머리판을 고치기 위해 붕대를 가져간 것 뿐이다. 일말의 동정심조차 남기지 않는 연출. 이어지는 장면에 따르면, 초반부에 떠났던 파르티잔 부대가 돌아와서 마을에서 학살 잔치를 벌이던 독일군을 박살낸 것이다.
이후 '''애초에 이 독일군들은 파르티잔 따위는 알 바가 아니었고 그저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려 온 것'''임이 밝혀진다. 그러니까 독일군은 파르티잔 토벌이라는 미명 하에 인종청소를 하고 다닌 것이다. 심지어 관객들이 얼핏 독일군의 맹공격을 받았을거라 짐작했을 파르티잔 부대는 멀쩡히 돌아왔다. 즉, 그들이 방어하러 간 지역에는 별일이 없었고, 그 지역에 공격을 갈 거라 예상된 독일군은 전혀 엉뚱한, 파르티잔들이 주둔해 있던 마을로 와서 마을 사람들을 학살한 것이었다.[17]
파르티잔에게 격퇴된 독일군의 패잔병들이 파르티잔의 포로로 잡히는데, 포로들을 즉시 처형하려는 대원을 파르티잔 지휘관이 저지할 것을 명령한다. 대원들 중 한명은 이들을 지금 쏴 죽이는 것으로 족하냐며 말 좀 들어보고 제대로 철저히 응징하자 주장하고, 이에 설득된 대원들은 바로 쏴갈기려던 총을 내려놓는다. 그러자 독일군 중 한명이 능숙한 러시아어로 자신은 독일인이 아니며[18] '명령을 따랐을 뿐이니 살려달라'라는 식의 변명을 한다. 뒤이어 그의 통역을 통해 독일군 지휘관은 집에 손자가 있으며 자신은 아무런 나쁜 짓을 한 것이 없다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황당무계한 소리지만 파르티잔 지휘관은 대원들에게 이 변명을 계속 들으라고 명령한다.
살기위해 떠드는 독일군 포로들의 온갖 추한 변명이 이어지는 와중에, 아이들을 남겨두라는 명령을 내린 젊은 SS 장교[19] 가 다른 독일군들을 배신자라며 윽박지른다. 그리고 그는 자기 말을 통역하라며 '너희는 열등한 종족이라 대를 이으면 안된다. 열등민족은 생존할 권리가 없다.' 따위의 정신나간 나치의 인종주의 사상을 늘어놓는다. 파르티잔 지휘관은 이 미친 소리를 꼼꼼히 듣고 새기라 말하며 개소리를 지껄이는 SS 장교를 그대로 두고, 변명을 하던 독일군에게 통역도 계속 제대로 하라도 요구한다. SS 장교의 표정도 내뱉는 소리도 완전 미쳐돌아가는데, 이에 분노조차 하지 못하고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독일군을 바라보는 파르티잔들의 모습이 압권. 마을사람들에게 한 짓처럼 해주겠다며 플료라가 독일군 포로들에게 휘발유를 던져주자 그들은 서로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자기만 빼고 죽이라면서 아비규환에 빠진다. 이를 보다못한 누군가가 총을 쏘자 나머지 대원들도 총을 쏴 포로들을 처형한다.
파르티잔들은 완전히 파괴된 마을을 뒤로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이 때 전에 마을에서 끌려간 소녀가 '''다리 사이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절뚝거리면서, 입에 하모니카를 물고 정신줄 놔버린 듯한 섬뜩한 눈빛으로 멍하게 한 곳을 응시하며 나타난다.'''[20] 독일군에 잡혀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미쳐버린 듯하다.
마지막에 강물 뻘 속에 처박힌 히틀러 초상화[21] 를 발견한 플료라는 분노에 차 그 초상화에 총질을 하기 시작하면서 나치 독일의 파괴-학살-침략-등장 등등 시간을 거스르며 실제 기록 영상이 오버랩된다. 이 때 슈투카가 급강하 폭격을 가하는 소리와 군중들의 환호와 비명소리가 뒤섞인 소음, 그리고 일그러진 히틀러의 연설과 함께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서곡과 니벨룽겐의 반지의 발키리의 비상 등이 브금으로 깔리는데 매우 섬뜩하다. 총질은 계속되지만, 시간을 계속 거슬러 아기 히틀러와 히틀러의 어머니 사진까지 도착한다. 그러자, 플료라는 차마 총을 쏘지 못하고 부대에 합류한다.[22]
3. 평가
벨라루스 초토화작전을 배경으로 만든 작품으로 전쟁에 대한 광기를 가장 미치도록 보여준 영화로 평가받는다. 후반부에 그야말로 주름살이 가득한 얼굴로 변해버린 주인공 플리오라의 모습도 섬뜩하다. 실제로 1985년 개봉 직후 이 영화를 보던 사람들이 실신해 실려나가는 사건이 속출했다. 한 평론가는 "다른 영화가 전쟁을 보여준다면, 이 영화는 화면에서 전쟁의 손이 튀어나와 전쟁터의 한복판으로 질질 끌고 들어간다." 라고 표현했다. 그 결과, 제14회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금 게오르기상을 수상하였다.
로튼토마토에서 크리틱 지수 95%, 관객지수 96%, IMDB에서도 8.3점 으로 호평. 당시 군사정권의 독재가 지속되던 국내에서도 운동권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상영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후 1989년에는 국내 정식 개봉하였다. 당시 국내 영화지 로드쇼에서도 전쟁에 대한 광기를 잘 보여준 명작이라고 호평했으며 90년대 비디오 소개 책자인 열려라 비디오 가이드 5000에서는 한국출시 비디오판을 소개하면서 '''람보같은 전쟁고발 영화는 어린애 장난 수준으로 만든 걸작.'''이라고 호평했었다.
3.1. 비판과 반박
이런 류의 영화들이 다 그렇듯이 역시나 유튜브 등지에서 네오 나치나 심지어 일부 독빠들로부터 '공산주의자놈들이 만든 프로파간다'라며 공격당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문제는 오늘날까지도 독일 내에서 '깨끗한 국방군' 이미지가 널리 퍼져있다보니 독일의 여러 커뮤니티에서 '감독이 국방군을 무장친위대와 헷갈렸나 봄ㅇㅇ'이라는 반응이 매우 많이 나오고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선 독일의 전쟁범죄 항목의 국방군 육군 전쟁범죄 항목 참조.
영화를 제대로 봤다면 이런 반응들은 말 같지도 않은 것이, 이 영화에는 정작 주인공이나 주인공이 들어간 파르티잔들의 영웅적인 그 어떠한 행위도 나오지 않는다. 어린 소년은 물론이고 파르티잔들 역시 마을 주민들의 학살과 초토화를 막지 못하고 후에 등장한다. 물론 마을을 초토화시킨 독일군들이 패배하긴 하나 프로파간다적인 전투 장면은 커녕 죽어가는 독일군들의 모습조차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을 넣음으로써 전쟁 그 자체의 끔찍함에 대해 극도로 현실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그리고 벨라루스 초토화작전은 독소전 당시 독일군이 저지른 대량 학살 전쟁 범죄다. 영화가 없던 사건을 억지로 꾸며내지 않았다. 자세한 것은 항목을 참조. 레벤스라움 확보라는 목적 아래에 독일국방군이나 무장친위대나 인종주의에 물들어 슬라브인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했던 것이 사실이고 유태인, 비유태인 구분없이 민간인에 대한 학살, 약탈, 강간이 독소전 기간 내내 자행됐었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끔찍하면 끔찍했지 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부분일 뿐이다. 워낙 넓은 곳에서 학살이 이뤄졌고, 목격자가 없이 싹 다 몰살당해 밝혀지지 않은 학살도 있었을 뿐더러, 나치가 은폐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목격자들도 거의 다 노환으로 사망하고 있어서 추가적인 학살 현장을 더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4. 여담
- 감독인 엘렘 클리모프도 이 작품 이후로 다시 영화를 만들지 않았는데 2001년에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관심을 잃었습니다. 내가 가능한 것은 전부 이뤘다고 느낍니다.(I lost interest in making films...Everything that was possible I felt I had already done)" 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2003년 10월 26일, 70세로 세상을 떠났다.
- 엘렘 클리모프의 부인 라리사 셰피트코(1938~1979)도 2차 세계 대전 영화인 고양 (Voskhozhdeniye, The Ascent, 1977) )을 찍은 상당히 유명한 감독이었고, 엘렘과 같이 작업하기도 했다. 이 영화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곰상을 받았으며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에 선정될 정도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78년에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지냈고,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도 올랐으나, 1979년 안타깝게도 라리사는 교통 사고로 마흔 한살 한창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때문에 엘렘과 라리사 부부는 러시아 영화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 주연인 알렉세이 크라프첸코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정말 미치는 것이 아닐지 감독이 걱정할 정도로 무섭게 연기했다. 극중 절규하거나 미치도록 웃을때 더더욱 그래서 제작진이 촬영을 멈추고 안정시키게 했다고 한다. 다행히 배우가 미치는 그런 일은 없었지만 크라프첸코는 2000년 인터뷰에서 촬영 끝나고 나서 마음 고생 좀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아역[23] 이었던 크라프첸코는 이 작품 이후의 후유증으로 배우 활동을 하지 않다가 2000년대 와서야 몇몇 영화에서 조연으로 나왔을 뿐이다. 대신 TV 드라마 활동이 활발한 편. 출연한 영화는 즈베즈다#s-6와 제9중대. 2020년 3월에 개봉하는 영화 페인티드 버드에서도 조연으로 출연했다. 2차 세계대전 시기 동유럽 소년의 수난을 다룬 작품이다.
- GTA 4에서 주인공 니코의 친구 '플로리안(Florian Cravic, aka 'Bernie Crane')'이 이 영화의 오마주로 추정되는데, 이름의 유사성과 전쟁 중 학살 등의 기억을 니코와 공유한다는 점 등이 그 근거로 꼽힌다.
- 국내에도 DVD가 정발되었는데 제대로 된 화질 나오는 버전은 예전에 절판됐고 지금 싼 값에 살 수 있는 버전은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저질 화질 구워서 파는 해적판이므로 속지 말자.
- 2020년 크라이테리온 콜렉션가 루시코 측에서 2K 복원한 판본을 [24] 블루레이로 출시했다. 로저 디킨스와의 인터뷰가 새로 수록되었다.
[1] 소련 정부 차원에서 직접 제작한 영화다.[2] 러시아어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Флёра'라고 이름이 나와 있으므로 플료라가 맞다. 다만 이 동네에서도 꽤 이상한 이름으로 통하는지 이름을 가르쳐 줄때 상대가 이게 성인줄 알고 성 말고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모습도 나온다.[3] 마을 촌장이기도 하다.[4] Fw189 우후[5] SVT-40[6] 노획한 독일군 헬맷과 복장을 입고있어 얼핏 거의 독일군과 같은 행색이다.[7] #아마도 작중 두 소년소녀가 행복해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장면[8] 공수부대용 슈탈헬름을 착용하고 있으며, 이 슈탈헬름이 등장한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이다.[9] 성관계를 가진 것 같지는 않다. 옷이 비에 젖었을 때 돌출된 유두가 강조되는 등 섹스어필을 많이 보이는데 플료라의 시선에서 글라샤에게 매력을 느끼는 묘사로 보인다.[10] 영화상에서 글라샤는 모종의 전쟁범죄를 겪고 살아남은 피해자로 추측될만한 암시적 묘사가 몇번 등장했다.[11] 독일군에게 끌려가서 떨어트린 모양이 아니라,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놓아둔 모양세다. 심지어 헝겊을 덮어서 시체를 덮어둔 것 같이 연출해뒀다![12] 기존에는 플로랴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아득히 초월한 말로 못 표현할 끔찍하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한 참상에 정신이 무너졌는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늪으로 뛰어들어 허우적댄다고 서술되어 있었다. 그런데 영화상에서는 플로랴가 마을사람들의 시신을 직접 돌아보고 직시하는 모습이 묘사된적이 없다. 플료라가 멘탈붕괴에 빠져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 진짜로 가족과 동네사람들이 섬에 있다는 일말의 희망 때문에 흥분한 상황으로 볼수도 있다.[13] 플료라가 광기에 사로잡힌 모습은 맞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늪에 빠져 허우적대며 같이 사경을 헤매는 것인지 플료라가 글라샤를 해치려는 장면인지는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14] 행색이나 이후 행보를 보면 파르티잔 대원으로 볼 여지도 있으나, 그가 명시적으로 파르티잔이라고 적시된 적은 없다.[15] 플료라가 '섬'이라며 찾아 헤맨게 이 곳인 듯 하다. 기존에는 플료라가 미쳐서 섬을 찾는다면서 분간 못하고 늪에서 헤맨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을지 참고 바람.[16] 허나 벨라루스 초토화작전은 저항 유무와는 상관 없이 광범위하게 실행되었으며, 이 영화에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17] 사실 그 주둔지에서 폭격 맞고 죽는 비명은 전혀 들리지 않는데, 셸쇼크 연출 때문에 못 듣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거의 빈 주둔지에 사람이 없어 비명이 없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어 관객들이 진상을 알 방도는 없다. 파르티잔 부대 주력이 완전 멀쩡한 상태로 돌아온걸 보면 독일군이 그냥 '''재미로 폭격한''' 것인지 훼이크인지 아무튼 파르티잔에 대한 공격은 독일군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었던것 같은 인상을 준다.불가능에 가까운 작전을 수행할 것을 각오한 파르티잔 부대는 그 어딴 전술/작전술/전략 적인 판단 조차도 뛰어넘는 초유의 광기 앞에서 완전히 당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전투에 패하는 것 '''따위'''가 아니라 백도어 학살 잔치라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마치 스파이 영화에서 사람 죽는 장면을 개그로 보여주는 것만 같은 광기 그 자체에 당했다.[18] 그런데 이런 부류는 자원해서 독일군에 가담한 나치 부역자들이 대부분이다.[19] 집에 손자가 있다며 변명을 하던 장교는 한글 자막에서 소령이라고 언급된다. (독일군의 계급이 작중에서 언급되는 드문 경우) 젊은 SS장교는 중위(상급돌격지도자)였다.[20] 글라샤가 아니다. 글라샤는 헤어진 이후 어떻게 되는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연출은 대놓고 글라샤를 연상시키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플료라도 글라샤가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며 했던 말을 중얼거린다.[21] 학살된 마을 사람 중 누군가가 혹시나 독일군에 잘보일까싶어 들고나왔던 것이다[22] 영미권 밈인 '''당신은 아기 히틀러를 죽일 건가요?'''와 함께, 전쟁에 단단히 미쳐버렸어도 플로라에게 일말의 인간성은 남았다는 해석도 가능할듯. 단순히 나치, 독일, 히틀러를 욕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지 않고, 근본적인 인간의 광기를 지적하는 명연출이다. '''마침 이 장면 중에는 1차 세계대전 장면이 끼어있다.'''[23] 크라프첸코는 1969년생으로, 영화가 개봉할 때의 기준으로 16세였다.[24] 2017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회고 상영을 한 적이 있다. 감수엔 화이트 타이거: 최강 전차군단 감독이었던 카렌 샤흐나자로프가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