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탈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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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hlhelm
1. 개요
2. 종류
2.2.1. 타국에서의 활용
2.3. 전후 독일에서의 사용
3. 기타
4. 매체
5. 관련 문서


1. 개요



1916년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독일군이 사용했던 철모. 슈탈(Stahl)은 철, 헬름(Helm)은 헬멧. 그러니까 그냥 철모다.[1]
독일군은 제1차 세계대전 초까지 기존 프로이센 시절부터 사용하던 피켈하우베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장적 목적이 강했던 피켈하우베는 비싼 재료가 다량 필요한 데다가 제작시 수고와 시간이 많이 들었다. 특히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현대전이었던 제1차 세계대전에서 대량으로 화기가 사용되면서 군인들의 머리 부상 피해가 막심했다. 천으로 된 모자를 쓴 프랑스군이나 영국군보다는 가죽으로 된 피켈하우베의 방호 능력이 나았지만 독일군 역시 피해가 컸다. 이에 하노버 공대의 프리드리히 슈베르트 박사의 책임하에 새로운 철모(슈탈헬름)의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슈베르트 박사는 중세 시대 철제 투구(sallet)를 참고하여 슈탈헬름을 설계했다. 새로 개발된 슈탈헬름은 1915년 11월부터 독일군 제1공격대대에 시범 착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16년 1월에도 독일군 수뇌부는 독일군의 상징인 유서 깊은 피켈하우베를 버리고 슈탈헬름으로 대체하는 것을 약간 주저하고 있었다. 1916년 2월부터 베르됭 전투에 투입된 독일군 특수부대인 슈트룸트루펜(Sturmtruppen, 영어로 Stormtroopers, 스톰트루퍼)을 시작으로 슈탈헬름을 보급하기 시작했으며, 곧 슈탈헬름의 우수한 성능이 입증되자 전군 보급이 최종 승인되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전군이 착용한 것은 대전 끝물인 1918년.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보면 잘 드러나는데 초반에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피켈하우베를 착용하며, 영화 중반부터 새로 전입된 신병들은 슈탈헬름을 착용하고 영화 극후반이 돼서야 주인공을 포함한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슈탈헬름을 착용한다.
본래 참호전 상황에서 포탄 파편을 막고 포탄 폭발에 따른 충격음을 이겨내기 위해 고안된 그 특이한 디자인과 간지로 밀덕계의 슈퍼 패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여러 매체에서 독일군을 묘사할 때 슈탈헬름을 눌러쓰고 어두운 계통의 제복으로 위압감을 주는 모습으로 많이 등장시킨 덕분에 나치 독일의 아이콘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거기에 측면에 있는 돌기를 통해 추가 장갑을 얹으면 전면에 한정되지만 비교적 근거리까지 상대방의 탄환을 방호가능하였다. 그러나 독일제답게 일반적인 바가지형 철모에 비해서는 생산비가 높고 제작시 공이 좀 더 들어간다는 문제도 있었다.
부분을 덮어주는 독특한 모양의 챙을 갖추고 있는 특징적인 디자인은 측두부와 후두부를 효과적으로 방호해준다는 이점이 있어서 훗날 미군의 PASGT 방탄헬멧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방탄헬멧에 영향을 주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 제국과 동맹국이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과 오스만 제국군 역시 슈탈헬름을 착용했다.

2. 종류



2.1. 제1차 세계 대전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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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무늬를 칠한 M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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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형인 M1918. 운두가 높아지고 위가 좀 평평해진 점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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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부분 양사이드의 둥글게 튀어나온 돌출부는 환기구 겸 증가 장갑판 슈티른판처(stirnpanzer)를 장착하기 위한 것. 매우 무겁고 하중이 앞쪽에 심하게 쏠리지만, 두껍고 표면 처리가 잘 되어있어 350m 이상에서 소총탄에 대해 의미있는 방호력을 제공했다고 한다. 300m 부근부터는 입사각에 따라 뚫린다고 한다.
고로 기동할 일이 잦은 일반 소총수보다는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고 소총수보다 교전거리가 길어 탄환 방어를 어느 정도는 기대해 볼 여지가 있는 저격수나 기관총 사수를 중심으로 사용되었다.[2]
영화판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보면 피켈하우베형 뾰족철모를 쓴 주인공 일행과 달리, 중반부에 합류하는 신병들이 새삥 슈탈헬름을 쓰고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인공 일행을 굴리던 히멜슈타트 상병 역시 슈탈헬름을 쓰고 나타나서 거들먹대다가...
독일의 우수한 금속 제련 기술 덕분에 합금 철강으로 제작된 슈탈헬름은 강철로 제작된 영국군 철모보다 훨씬 뛰어난 강성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귀과 후두부를 보호할 수 있도록 설계된 특유의 디자인 덕분에 독일군의 인명 피해를 줄이는데 공헌했다. 다만 합금이 사용된데다가 곡률이 높은 디자인 때문에 타군의 철모에 비해 제작 단가가 비싼 것이 흠이었다.
독일 제국과 동맹국이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군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슈탈헬름을 착용했다. 1916년부터 독일에서 수입해서 착용하기 시작했으며, 1917년 5월부터는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라이센스 생산하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때까지 42만개의 독일산 수입 슈탈헬름과 53만개의 오스트리아산 슈탈헬름이 오스트리아-헝가리군에 지급되었다. 오스트리아군의 슈탈헬름은 독일군의 것과 기본적으로 동일하지만, 오스트리아 군복 색상에 따라 독일군보다 약간 밝은 컬러였다.
월트 디즈니는 1917년 적십자 구급차량 운전병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다가 전쟁이 끝난 직후 미처 보급되지 못한 신품 슈탈헬름들이 중고시장에 잔뜩 나와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를 사들인 후 자신의 미술실력을 이용해 구멍을 내거나 찌그러뜨리고 생활감을 내는 등 마치 사용한 것처럼 만들어 전선에 투입되지 못했던 미군 신병들에게 기념품으로 팔아먹었다고 한다(...).

2.2. 제2차 세계 대전 모델


Der Stahlhelm M35, Stahlhelm Modell 42 (M42)
제2차 세계 대전에도 독일군의 주력 헬멧으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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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935'''
나치독일군을 상징하는 헬멧. M1918보다 운두가 낮아지고 챙이 짧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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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940'''
M1935의 생산 공정을 단순화하여 대량생산을 쉽게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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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942'''
M1940을 더 간략화한 것.[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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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부대용 슈탈헬름. 일반적인 슈탈헬름이 를 가리는 형태인 것과는 정반대로 귀를 드러낸 형태로 설계되었다. 이는 착지시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것으로(그 외에도 강하시 바람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걸리적거리는 게 없다는 장점 때문에 크릭스마리네에서도 잠수함(U보트) 승조원용 헬멧으로 소수 도입했다고 한다.

2.2.1. 타국에서의 활용


1930년대 국민정부일본 제국의 침략에 맞선 대대적인 국방건설을 진행하면서 독일에 텅스텐을 수출하고 그 대가로 막대한 양의 독일제 무기를 수입하였는데 슈탈헬름도 그 일부였다. 이후 독일식 정예사단인 87사단과 88사단을 비롯한 교도사단을 중심으로 보급되었고 중일전쟁 발발 이후 1941년 독일과 단교한 후에도 일부 정예사단을 중심으로 사용되었으나 추가 보급이 없어서 파편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수준이었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수운과 철로가 모두 마비되어 병력의 배치는 모두 도보로 진행되었는데 이 때문에 무거운 독일제 슈탈헬름이나 방독면 등은 산악지대에서 몇날 며칠을 행군하면서 지칠대로 지친 병사들이 버리거나 파묻어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보급도 안되는 귀한 물자들의 소모가 극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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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구입한 슈탈헬름을 착용한 국부군.
중국 국민혁명군의 장비를 그대로 지원받아 사용한 한국 광복군 역시 슈탈헬름을 착용한 사진자료들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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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탈헬름을 착용한 한국 광복군의 모습
제2차 세계 대전 개전 이후에는 독일 외에도 핀란드군 같은 여러 친독 국가의 군대에서 사용됐다. 겨울전쟁 당시 이걸 쓴 핀란드군이 소련군과 싸웠는데 덕분에 영화 겨울전쟁에 나오는 핀란드군을 독일군으로 잘못 아는 경우도 많다.[4] 세계 대전에 참전하지는 않았지만 스페인군이나 스위스군에서도 오랫동안 애용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에도 몇몇 남아메리카 국가에서는 아직도 제식으로 쓰인다. 주로 피켈하우베와 함께 의장용으로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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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두 사진은 칠레 육군에서 의장용으로 사용 중인 슈탈헬름의 모습.

2.3. 전후 독일에서의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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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시절을 기점으로 서독군미국식의 장비로 전부 교체하였으나, 군대만 아니라면 슈탈헬름 디자인을 사용해도 괜찮았던건지 독일 소방관들은 1956년부터 DIN 소방 헬멧이라 불리는 알루미늄 버전 슈탈헬름을 써왔고 지금도 교체 중이긴 하나 여전히 현역이다. 심지어 1960년 색상이 형광 라임색으로 표준화 되기 전까지 빨간색을 칠해서 쓴 바이에른을 제외하곤 색도 그대로였다.
또한 냉전 시절 동안 서독군에서는 슈탈헬름을 쓰지 않았으나, 오늘날의 독일 연방경찰청(BPOL)의 전신인 서독 국경경비대(BGS)[5]에서는 예외적으로 슈탈헬름을 사용했었다. 이는 동독군과의 구별을 용이하기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한다.

3.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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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구 독일군의 외형을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계승한 동독군은 슈탈헬름의 직계후손이라고 볼 수 있는 이 뒤집어놓은 바가지같이 생긴 헬멧인 M1956를 사용했다. 2차 세계대전 말기에 만들어졌으나 아돌프 히틀러의 반대로 생산이 늦어졌던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하여 소련군의 헬멧도 참고로 해서 전후 약간의 개량을 추가한 뒤 양산화하여 사용한 것인데, 프로토타입의 경우에는 전쟁 다 끝나갈 무렵에 도입된지라 2차대전 당시에는 소량만 생산되어서 종전 후 중순양함 프린츠 오이겐 함 경비에 투입된 히틀러 유겐트 대원이 쓰고 있는 사진 등 극소수의 착용례만 보인다.
동독군은 기존에 사용하던 슈탈헬름이 사실상 나치의 상징이 되어 더 이상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기에 대신 채택하였다고 한다. 일단 피탄각도의 변경에 의한 방탄능력의 개선과 생산단가의 절감을 의도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의 슈탈헬름보다 좀 더 곡선적으로 만들어서 방탄능력을 늘려 보고자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보호면적이 감소되었다는 새로운 문제가 생기고 있었기도 했다. 그 외에도 기존의 슈탈헬름에 비해서 머리와의 밀착이 좀 덜 되어 있는 구조여서 머리 위에서 좀 붕 떠 있는 느낌이었기에 걸리적거림이 심해 착용자의 움직임에 방해를 주는 결함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외형적으로 상당히 간지가 나는 슈탈헬름과 달리 뭔가 상당히 어색하고 기괴한 느낌을 주는 묘한 외관 이었기에 성능과는 별개로 그다지 인기가 있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슈탈헬름의 파생형이자 후손 중 하나인지라 영미권 자료 중에서는 기존의 슈탈헬름들과 더불어 이 M1956 역시 슈탈헬름의 일종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으며, 좀 못 생기긴 했어도 보다 보면 의외로 특유의 묘한 매력도 있기 때문에 동독군 쪽을 파는 밀덕들 중에서는 이 헬멧 역시 좋아하는 사람들도 없진 않다.
한편 냉전 종결 및 동서독 통일 이후의 현 독일연방군의 경우, 미군의 PASGT 방탄헬멧을 참고로 하여 만들어진 방탄헬멧인 M826 헬멧[6]을 도입하고 있으며 이것을 실전용으로서 뿐만 아니라 의장용으로도 쓰고 있다. 현 독일연방군 육군공군의장대군악대와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다 보면 종종 볼 수 있는 모습들인데, 예를 들자면 아래 사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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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독일 육군의 전사자 장례식, 아래 사진은 독일 공군 군악대의 연주 장면을 촬영한 모습. 사진의 화질이 좋지 못해서 알아보기 힘들긴 하지만, 사진 속의 저 헬멧은 예전 독일군에서 사용되던 원조 슈탈헬름은 아니고 냉전이 끝난 이후 도입된 미군식의 PASGT 형태의 방탄모를 위장포 없이 의장용으로 사용한 것이라 한다. 행사 성격에 따라 베레모와 저 방탄모를 지시에 맞춰 착용한다. 독일 해군 의장대 및 군악대 등은 행사시 정모를 착용하는 편이라 방탄모를 쓴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한국에서 식당 배달음식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사람들 중 슈탈헬름 모양의 하이바를 쓰고 다니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 오토바이 헬멧으로 슈탈헬름을 쓰는 것은 미국 폭주족 바이커들의 패션을 모방한 것이다. 초기에 사용된 것은 스페인제.
전후에는 상당량의 슈탈헬름이 재가공되어서 냄비가 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대한민국독립운동가이자 초대 국방장관이었던 이범석도 슈탈헬름을 쓰고 다닌 사진이 존재한다.
2020년 7월 6.25 전쟁 70주년을 기리는 한 국가보훈처의 포스터에 태극기와 슈탈헬름이 함께 그려진 것이 논란을 빚어 교체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4. 매체


독일군의 상징답게 1, 2차 대전기 독일군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매체에서 등장한다. 나치 독일 혹은 독일 제국이 지속되는 대체역사물에서도 냉전기의 독일군은 슈탈헬름을 그대로 쓰거나 비슷한 외형의 개량형을 사용한다.
밀리터리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독일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슈탈헬름이기 때문인지 밀리터리와 무관한 매체에서도 나치 독일군이 묘사될 때 총기 고증은 엉망이더라도 슈탈헬름만은 항상 제대로 착용하고 나온다. 먼나라 이웃나라에서도 나치가 묘사될 때는 언제나 슈탈헬름을 쓰고 MP40을 든 모습이다.
1960년 초반 한국만화 정의의 사자 라이파이에서 악역인 녹의 여왕 군대가 바로 동독식 슈탈헬름을 하고 나와 라이파이에게 털린다.
메탈슬러그 시리즈모덴군독일군이 모티브이니 슈탈헬름을 쓰고 나온다. 이후 메탈슬러그 디펜스, 메탈슬러그 어택 등 모덴군 보병을 팔레트 스왑한 정규군, 아마데우스군의 보병으로 나온다.
김수정의 초기작 O달자의 봄에 등장하는 학주 박기만 선생이 두발 검사를 할 때 여학생들의 머리에 이걸 씌워서 튀어나오는 부분을 가위로 자르는, 21세기엔 상상도 못할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5. 관련 문서



[1] 한자 못지 않게 단어를 직설적으로 붙여서 합성어를 만드는 독일어의 특징이 드러나는 이름이다. 다른 예시로 이 헬멧 이전에 쓰던 피켈하우베(Pickelhaube)도 피켈(Pickel)은 꼬챙이, 하우베(haube)는 모자, 그냥 꼬챙이 모자다.[2] 참조[3] M1940 챙 부분이 말려진 것을 없앤 것이다. 공정을 더욱 단순하게 한 것.[4] Gew98 소총처럼 워낙 세계 곳곳에 뿌려졌기에 요즘도 분쟁 지역에 가면 가끔 튀어나오곤 한다.[5] 서독 국경경비대독일 제국군이 살아남았다면 그 당시에는 그 모습으로 행동했을 거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정도의 디자인을 지닌 군복을 채택했다.[6] 덧붙여 공수부대에서는 약간의 변화가 가해진 파생형인 M828 헬멧을 함께 채용했다고 하나, 이 M828 헬멧의 실사용례는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