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타임

 

1. 설명
2. 21세기의 코리안 타임?


1. 설명


근대 서양 문화가 국내에 들어올 당시 약속에 자주 늦는 한국인들을 보며 서양인들이 지어낸 단어다.
근대에는 서양과 동양의 문화적/역사적 차이 때문에 이런 말이 생겨났다. 당시 서양에서는 24시간제에 분(分)과 초(秒)라는 개념이 이미 있었고 시계도 종종 보고 다녔지만, 국내에서는 흔히 12간지 시간을 따랐다.[1] 예컨대 "미시(未時)에 만나세"라고 약속을 했다고 치자. 미시는 오후 1시에서 오후 3시 사이로 꽤나 넓은 시간대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용어가 20세기 이후 한국에서 문제시되면서 이후 국가적인 차원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해서 "시간은 금이다" 현재 코리안 타임은 다소 나아지고 있다.[2]
이런 식의 느긋한(?) 생활 문화는 시계의 보급이 적고 사회 생활자체가 빡빡하지 않은 전근대 지역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그 '''독일'''마저도 산업화되기 이전에는 먼저 산업화된 영국에게 게으르다는 소리를 듣던 시절이 있었다. 시계가 먼저 발달해 딱딱 정해진 시간에 맞춰 생활해오던 북유럽 사람들 기준에서 현지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들 기준으로 재단한 것일 뿐이다.
물론 전근대 생활 문화에서도 어떤 일을 수행함에 있어 정해진 시간이라는 것은 분명히 있었고, 만약 누군가가 적당히 늦게 오면 먼저 도착한 다른 사람들은 시작을 못하고 기다리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단체로 수행하는 일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어떤 시대였던간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게 최고다.
코리안 타임은 용어가 거진 사장됐을 뿐이지 실제로는 지금도 종종 발생하는데 여기에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 누군가는 기다리고 누군가는 늦게 오는 것이 사회적으로 웬만하면 문제시되지 않고 용인된다는 것. 이는 분명히 전근대적 생활 문화가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한 집단의 성격일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경우 지각이 밥먹듯이 일어나서 국민들이 거진 포기 내지는 무시 일변도로 가고 있는데, 이 역시 제때 오는 사람이 바보 취급받는 집단의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3] 시간을 제때 지켜야 한다는 것을 정말 엄격히 교육시키는 문화권이 아니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두번째, 시간 엄수는 수직관계 서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권력과 서열 관계에서 뒤쳐지는 사람일 수록 시간을 더 엄수하라고 강요하고, 스스로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배려하려 들지 않는다. 가령 학생들은 단체로 사열을 하든 숙제를 내든 수업을 듣든 지각이 엄격히 금지되고 그에 대한 처벌도 직접적이고 높은 반면 교사, 교장, 학교 이사장으로 갈 수록 시간 관념은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다. 심한 경우 교사나 행정실 직원이 느긋~하게 일처리를 하다가 장학금이나 좋은 기회를 날려먹거나, 느긋~하게업무처리를 내버려두다가 너무 늦어서 잘못될 것 같으면 학생에게 하루만에 모든 서류를 떼오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식이다. 그리고 항의하면 "어디 어른한테 싸가지없이 눈을 부라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 패턴은 군대와 직장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런 현상은 외국에서도 발견되지만 서열 관계에 따른 폭력적인 문화가 없는 서구에서는 계급과 권력에 따라 배째라 식으로 시간을 어기거나 하진 않는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약속 시간에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까지 늦는 것을 자조적으로 '관악 타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서울대뿐 아니라 대부분의 대학에 ~타임이라는 말이 존재한다. 미국의 유명 대학인 UC 버클리에서는 거의 모든 수업이 명시된 시각보다 항상 10분 늦게 시작하는 문화가 존재하는데 이렇게 뭔가 항상 10분 늦는 것을 '버클리 타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업시간 뿐 아니라 행사, 약속 등등 죄다 원래 시간보다 10분 늦는다. 하버드에도 마찬가지로 하버드 타임이 있는데 이쪽은 7분이다.
코리안 타임 대신 '아라비안 타임'이란 것도 있다. 아라비아의 'IBM'도 있다. 이 IBM은 각각 아랍인들이 약속을 미룰 때 쓰는 세 단어 'Inshallah'(알라의 뜻대로), 'Boqra'(내일), 'Ma'alish'(안됐지만)이다. 아랍인들은 무슨 약속을 하든 느긋느긋하다.
유럽에서는 로망스어권 사람들이 느긋하기로 유명하다. 프랑스에서 식사 초대를 받으면 알려준 시간보다 5~10분 늦게 가는 것이 매너로 통할 정도다. 조리가 복잡한 프랑스 요리의 특징 때문이란 시각도 있지만 이 또한 제 시간에 조리를 완료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스페인의 경우 시에스타와 함께 '마냐나'(mañana)란 표현이 유명하다. 직역하면 '내일'이지만, 곧이 그대로 들으면 안되는 단어이다. 조지 오웰스페인 내전에 참전했을 때 '스패니시 타임'을 체험하고 문화충격을 느꼈으며, 이걸 그대로 '카탈로니아 찬가'에 묘사했을 정도다.
러시아 역시 시간 약속을 잘 안 지키기로 유명하다. 이 쪽은 아예 대통령부터가 상습 지각범이다. 대내 행사뿐만 아니라 정상회담 같은 대외 행사에도 늦게 나타나기로 유명하다. 일반 러시아 국민들도 시간 약속을 하면 그보다 늦게 나타나는 것이 다반사다.
여담으로, 여행스케치의 4집 음반에 〈코리안 타임〉이라는 노래가 실려 있다.

2. 21세기의 코리안 타임?


21세기 이후로는 한국의 시간대가 다른 나라보다 빠르다는 평가가 종종 나오기도 하는데, 대체로 한국에서 오래 살아 본 외국인들이 공감한다고 한다. 단, 단순한 빨리빨리 문화와는 성격이 조금 다른데, 여기서 시간대가 빠르다는 건 유행 등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말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대중가요조차 나온 지 몇 달만 지나도 유행이 지나는 일이 많고, 은어로도 그대로 나타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새로운 은어들이 10대~20대에게서 중심으로 창조되나 대부분은 길어 봐야 1년 정도 지나서 반쯤 사어가 된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빠를수록 고증오류도 많아지기 쉽다.

[1] 그 외에도 식경이나 일다경 등의 용어도 있었는데 식경(食頃)은 밥 먹는 정도의 시간으로 보통 30분이며 일다경(一茶頃)은 말 그대로 티타임 정도의 시간으로 약 10~ 15분 정도였다고 한다.[2] 한국인 관광객들의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문화 때문에 동남아시아등 일부 국가에서는 가장 잘 알아듣는 한국어가 "빨리빨리" 라고 하면서 이것을 코리안 타임이 사라진 것에 대한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3] 대정부 질문의 속개를 위해선 출석인이 5분의 1 이상이어야 하는데 5분의 4가 제때 출석을 안해서 속개를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