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터
1. 개요
거리의 단위. metre 혹은 meter. 국제표준표기는 metre지만 미국식 영어에서는 meter라고 쓴다.
1m는 '''진공 중에서 빛이 $$\displaystyle \frac{1}{299,792,458}$$초 동안 전진한 거리'''로 정의된다. 국가표준기본법 시행령 별표 1도 "빛이 진공에서 1/299 792 458 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라고 미터를 규정한다. 2019년 SI 개정 정의로는 진공에서 빛의 속도를 '''''c'' = 299,792,458 m⋅s-1''' 가 되도록 하는 길이의 단위며 수학적으로는 같은 말이다.
SI 단위(=미터법)의 대표적인 단위이다. 약자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m으로 표기한다. 착각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으나 소문자로 표기함이 원칙이다.[1]
한국에서는 장·노년층을 중심으로 '메다'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본어로 미터를 '메타(メーター)'라고 했는데, 한국인들이 발음하기 쉽게 바뀐 것이다.[2] 현대 일본에서는 '메타'보다는 프랑스어에서 들여온 '메토루(メートル, ㍍)'를 더 사용한다.
중국에서는 米(미) 혹은 公尺(궁츠)을 미터의 의미로도 쓴다. 전자는 '미터'를 음차한 '米突(mǐtū)'를 줄여 부르는 것이고, 후자는 중국 자체의 표현법을 의미한다. 公은 중국어 도량형에서 '국제 단위계에 의한 단위'를 의미하고 그것과 값이 비슷한 중국 단위를 덧붙인다. 즉 尺와 값이 비슷한(실제로는 상용로그를 취해야 비슷해지지만) 국제 단위계라서 公尺이다. 여기서 1000을 곱한 킬로미터는 公里(공리)라고 표현한다. 역시 里와 값이 비슷한 국제 단위란 뜻이다.
2. 미터의 기원
프랑스 혁명 정부는 1799년 미터법을 국가표준으로 채택했지만, 대중들은 이미 익숙한 기존 도량형을 사용했기 때문에 정착이 지지부진했다. 결국 1840년에 법적으로 사용을 강제한 뒤에야 대중 사이에 정착했는데, 벌금 10프랑씩 매긴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후 이 미터법은 배우고 사용하기 쉬우며, 객관적 표준이 프랑스와 같은 특정세력이 독점한 무언가가 아니라 지구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채택될 수 있었다.
사실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창조된 단위는 아니다. 1미터에 가까운 단위나 미터라는 이름 자체는 그 이전부터 있기는 했다.
첫 미터의 정의는 북극에서 적도까지 자오선 호 길이의 1천만분의 1이었다. 이 자오선 프로젝트는 프랑스 혁명으로 파리를 탈출했던 루이 16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서명한 서류라고 한다. 즉, 자신들이 뒤집은 왕정의 유산을 프랑스 혁명 정부가 전 세계에 퍼뜨린 것이니 얄궂은 일이다. 덕분에 지구의 둘레는 약 4만 km가 되어 기억하기 쉬워졌다..
처음으로 미터법을 정의할 때에는 3가지 제안이 있었다.
- 한가지 방법이 그 결과가 상당히 부정확하여 반려되었다.
- 다른 하나는 최고점 사이를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초인 단진자의 길이[3] . 탈레랑이 길이 단위에 시간이라는 다른 단위가 얽힘에 난색을 표하여 채택되지 않았다. [4]
- 다른 하나가 자오선을 기준으로 하는 길이였는데, 위의 2가지가 탈락하며 최종적으로 자오선을 기준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2.1. 자오선의 측정
내용 출처
이미지 출처
정의하기로는 북극에서 적도까지 거리의 천만 분의 1이라 하였으나, 당시로서는 인공위성은커녕 비행기도 없었고 바다 위에서 동원할 정밀한 측정도구조차 없었다. 그리하여 실제 자오선 길이를 측정할 때, 적당히 자오선의 일부를 추출하여 육지 위에서 측정하는 방법으로 대체하였다.
[image]
위 그림과 같이 됭케르크(가장 북쪽에 있는 파란색 표시)에서 바르셀로나까지, 경로의 대부분이 프랑스 영토 남북을 가로지르는 두 지역을 기준으로 떨어진 거리와 위도 차를 측정하고 자오선의 길이를 유추하였다. 측정참가자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한 쪽(Delambre 담당)은 됭케르크에서 로데(Rodez, 연두색 표시)까지, 다른 한쪽(Mechain 담당)은 바르셀로나부터 로데까지 맡았다.
측정 과정에서 육지 위 랜드마크를 군데군데 선정하고 삼각측량으로 거리를 계산하였다.(각도 측정에 사용한 도구가 위 출처에 있다.) 사실 자크 카시니(Jacques Cassini)가 이미 1718년 됭케르크에서 콜리우르(Collioure, 바르셀로나의 바로 위 붉은색 표시에서 살짝 남쪽 해변)까지 거리를 재고자 삼각측량을 이용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사이 프랑스 혁명 등 굵직한 사건으로 기존에 설정했던 랜드마크 상당수가 철거 혹은 소실되어, 다른 랜드마크를 골라야 했다. 더욱이 측정 과정에서 도구가 망가지는 등 각종 크고 작은 일을 겪기도 했다. 한 예로 거리와 각도 측정의 기준점을 정하기 위해 하얀 깃발을 세웠는데, 하얀색 깃발이 왕당파를 의미해서 잡혀간 일도 있었다.(...) 그 당시로서는 천 km에 이르는 거리를 측정하기란 매우 험난한 과정이었다.[5]
3. 새로운 미터의 정의
미터의 첫 정의는 '적도에서 북극까지 자오선 길이의 1천만 분의 1'이었다. 따라서 정의대로라면 북극에서 남극을 거쳐 북극으로 돌아오는 자오선의 길이는 4천만 미터여야만 한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 기술이 발전하자 정의와 달리 지구 자오선의 길이가 4천만 미터보다 약간 더 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6] 만약 더 정확한 자오선의 길이에 따라 새로 미터를 정의한다면, 새로운 1미터는 기존 1미터보다 약 0.2 mm 더 길어야 한다.[7] 그렇다면 선택은 두 가지밖에 없다. 정의에 따라 새로 미터를 다시 만들거나, 아니면 기존 미터를 내두고 정의를 바꾸거나.
또다른 문제도 있었다. 아무리 특수한 합금으로 만들더라도 미터 원기의 길이는 역시 온도 등 외부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주 정확한 기준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지구는 이상적인 구형도 타원체도 아니고 당시 측정 과정에서 잰 경로(혹은 지오이드면)가 정확히 원호라는 보장도 없었다.
1미터 길이가 0.2 mm쯤 달라지면 정밀한 측정/측량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큰 문제가 생긴다. 또한 기존 미터를 기준으로 삼은 실험이나 공업제품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측정을 다시 하여 기존 정의에 맞는 정확한 미터를 새로 구하느니, '잘못 측정된' 미터를 그대로 두고 정의를 바꾸어 그 길이를 재현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1960년에는 좀 더 과학적인 기준으로 크립톤 원자가 방출하는 빛의 파장을 정의로 채택하였다. 이때 1미터는 크립톤-86 원자가 방출하는 오렌지색-적색 범위의 빛의 진공에서의 파장의 165만 763.73배로 정의했다.
그런데 측정이 점점 정확해지고 더 높은 정밀성이 요구되자 이 정의도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크립톤 원자는 열운동을 하기 때문에 파장이 미미하게 분산되어 단일한 값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파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는 다소 어려움이 생겨 100만 분의 1 정도 오차가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1983년에 마침내 1미터를 빛이 진공에서 2억 9979만 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하는 거리로 정의했고, 이 정의는 현재까지도 쓰인다. 그러나 측정상 편의 문제로 실제 실험에서는 현재에도 레이저의 파장을 측정하여 거리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3억분의 1 같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2억 9979만 2458분의 1이라는 복잡한 숫자로 정의한 이유는, 이전에 정의한 길이와 맞추기 위해서이다. 백금-이리듐 원기나 크립톤 원자를 이용하여 약속한 1미터의 길이를 함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1미터의 길이 자체를 바꾸면 과거의 '미터'를 적용한 기기나 측정기록 등의 호환이 깨진다. 물론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그 정도 차이를 무시해도 되지만, 정밀한 실험 등에서는 새로 정의된 미터과 기존 미터의 차이 때문에 과거의 실험결과로 나온 수치를 그대로 사용하지 못하여 큰 지장이 생긴다. 이 때문에 원래 있던 정의에 근거하여 정해진 길이 1미터를 그대로 두고, 정밀도를 높이는 식으로 정의를 바꾸면서 숫자를 위와 같이 복잡하게 잡은 것이다. 이는 1초의 정의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다른 값, 예를 들어 빛이 3억 분의 1초 동안 지나는 거리를 1 m로 정했다면 지금의 1 m당 0.7 mm 더 짧아진다. 일상적인 단위 사용에서야 이 정도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정밀한 측정분야에서는 엄청난 오차이다.
4. 여담
- km 이상의 미터 단위는 Mm, Gm, Tm, Pm, Em, Zm, Ym 순으로 늘어나는데, 생소한걸 보면 알겠지만 잘 안 쓰인다. 지구의 둘레가 4만 km 남짓이기에 Mm정도는 쓸 법 하지만[8] 익숙한 km쪽이 Mm보다 잘 와닿기 때문에 이조차도 많이 쓰이진 않는다. 그 이상 단위들은 말할것도 없다. 그렇다고 우주에서 이 단위를 쓰자니 우주의 기본단위인 천문단위나 광년이나 파섹이 있다.[9]
- 2018년 4월 22일에 방영된 도전 골든벨에서 마지막 골든벨 문제로 등장하였다. 문제는 '이것'의 역사에 따라 변화했던 정의를 던져주고 답으로 미터(m)를 적으면 되는 것.[10]
- 한국어에선 종종 센티미터를 줄여서 '센치' 또는 '쎈치'라고 읽곤 하는데, 일본어식 발음 센치(センチ)가 들어온 것이다. 밀리미터 역시 줄여서 '미리'리고 발음하는 사례가 흔한데, 역시 일본어식 줄임말 미리(ミリ)가 들어온 것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1] 단위의 대소문자 구분은 일반적으로 사람 이름이나 성에서 따온 경우엔 첫 글자를 대문자로, 그렇지 않다면 소문자로 표기함이 기본이다. 가령 온도단위인 Celsius는 18세기 스웨덴 천문학자 안데르스 셀시우스(Anders Celsius)의 이름에서 따왔기 때문에 대문자 C를 씀이 원칙이다. 자세한 내용은 미터법 문서나 도량형 문서를 참조하자.[2] 일제강점기에 한국어로 들어온 일본어 단어는 청음(清音)이 예사소리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다다미. 요새 들어온 단어였다면 타타미, 또는 다타미라고 했을 것이다.[3] 최고점이 두 개이므로 주기는 2초가 된다. 중력가속도의 첫 두자리가 파이의 제곱과 같은 것은 이 흔적이다.[4] 현대의 미터 정의가 '빛이 1/299 792 458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로 시간 단위가 얽힘을 생각하면 참으로 얄궂은 일이다.[5] 물론 고대에 에라토스테네스도 비슷한 방법으로 길이를 쟀지만, 미터 원기를 제작하고자 측정하는 작업은 매우 정밀해야 하므로 사정이 판이했다.[6] 정확하게는 대략 4천만 7863미터 정도이다.[7] 오차가 있었다 하지만 겨우 0.2 mm 남짓이었으므로, 최초의 정의에 따라 측량하고 미터 원기를 만든 이들은 당시 기술수준을 감안하면 대단히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8] 서울(인천국제공항) - 뉴욕(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의 거리는 11 Mm 정도로 나타낼 수 있다.[9] Pm 이상부터는 광년이나 파섹에 비해서 작은 편이 아니다. 가령 1 Em은 100광년이고 1 Zm은 10만 광년, 1 Ym은 1억 광년이며, 관측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약 880 Ym이다. 이미 굳어진 단위가 있는데 굳이 접두사를 붙이면서까지 미터를 쓸 이유가 없을 뿐이다. 다만 광할한 우주를 다루는 게임인 엘리트: 데인저러스에서는 C (빛의 속도) 이하의 단위로 Mm/s가 나오긴 한다.[10] 고등학교 물리1 교과서 첫 부분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