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커 잽

 

1. 개요
2. 플리커 잽 사용자


1. 개요


'''Flicker Jap'''
의 변종 기술 중 하나.
5체급 석권하고 7번의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 전설적인 복서 토마스 헌즈가 고안해낸 기술이자 헌즈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무브. 플리커(flicker)라는 것은 본디 뱀 혓바닥이 날름날름거리는 것을 묘사하는 의태어인데,[1] 플리커 잽 역시 이처럼 날름날름 나가는 잽이다.
'''일단 알려진''' 원리는 이렇다. 크랩 가드에서, 아래로 내려간 왼손에 강한 스냅을 주어 마치 올려치는 것처럼 팔을 털면서, 그 후 궤도를 마음대로 바꾸어 타격하는 것. 마치 채찍과도 같은 유연한 궤도변경과 강력한 타격력, 매우 빠르고 거기다 사정거리가 좀 무자비하게 길다는 것, 치고는 특이하게 이나 어퍼의 궤도로도 들어간다는 점(물론 훅이나 어퍼에 비해 비교도 안되는 스피드를 자랑한다.), 등등 여러가지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파워도 되면서 밀도도 되는데 사정거리도 좀 길고 궤도변경이 자유자재인 (...) 잽이라는 것.
이렇게 단점이 없어 보이는 기술이지만, 플리커 잽을 주력으로 쓰는 선수는 현대 복싱 혹은 MMA에서 찾아보는게 극히 어렵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다른 선수들은 헌즈가 아니니까.'''
사실 플리커 잽이라는 기술 자체는 대단할 게 없다. 크랩 가드 상태에서 '''내린 손으로 잽을 하는 것 뿐. 오히려 손을 내리기 위해 플리커 잽을 사용하는쪽이 맞다.''' 크랩 가드 상태에서 아래에서 위로 올리듯이 치는 잽. 오히려 펀칭방법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아 샌드백이나, 미트를 치는 법은 금새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앞손을 내려놓는 크랩가드 자체가 조금 어려운 편이고, 본래 정석의 잽은 궤적이 직선인데 비해 플리커는 밑에서 위로 쳐 궤적 자체가 사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동거리가 더 긴 편이라 스파링시에는 상대방의 커버링에 막힐 확률이나 미리 캐치될 확률이 높다. 굳이 장점을 찾자면 아래에서 올리는 공격이기 때문에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일반적인 궤도의 잽과 다르기 때문에 느끼는 이질성 정도의 장점밖에 없다. 우선 낭설에 대해 전부 다 논파해 보면,
  • 궤적이 변화무쌍하다? : 잽은 잽일 뿐이다. 사람 팔이 삼절곤이나 관절이 뭐 몇 개 더 붙지 않는 이상, 팔꿈치를 폈다 접는 잽의 궤적이 다양할 수가 없다. 밖에서 안으로 휘면 그냥 오픈성 스윙일뿐이고, 안에서 밖으로 가는건 손등으로 치겠다는건가? 실제로 해보면 알겠지만 타격 순간엔 거의 직선상태이므로 가드를 피하는건 말도 안된다. 역으로 생각해보라. 위에 말한 플리커잽의 장점을 스트레이트에 대입하면 플리커 스트레이트만큼 무서운게 없을거다.

  • 파워가 세다? : 딱히... 플리커 잽이 물리적으로 일반 잽보다 파워가 딱히 셀 이유는 없다.
그런데 왜 이런 이미지가 붙었는가? 우선 가장 큰 원인은 더 파이팅 등 권투 관련 창작물에서 이 기술을 그런 식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마치 뱀처럼 주먹이 휘고 채찍처럼 찰싹찰싹 상대를 난타하는 필살기 마냥. 하지만 여기서 또 의문이 생기는데, 그런 미디어는 왜 플리커 잽을 이렇게 묘사했느냐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한데 '''헌즈가 딱 저랬기 때문이다.''' 사실상 저 위에서 말한 플리커 잽의 강점은 그냥 '''헌즈의 강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 헌즈는 핸드 스피드가 무지막지했다. 때문에 경로상 일반 잽보다 더 긴 거리를 가는 플리커 잽을 다른 선수의 일반 잽보다 빠르게 내밀고 빠르게 회수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플리커 잽이 스피드가 빠르다는 오해가 나왔을 수 있다.
  • 헌즈는 긴 리치를 이용해 앞손으로 다양한 펀치를 섞어주며 능숙하게 활용했다. 헌즈는 동체급의 선수들보다 키가 큰 편이었고, 팔은 비정상적으로 길었다. 키는 185 센티미터인 양반이 윙스팬은 2m 5cm였다. 헌즈가 팔을 내리면 거의 무릎까지 내려왔으며, 그가 팔굽혀펴기하는 동영상을 보면 무슨 거미나 곤충의 형상이 떠오를 정도로 일견 기괴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 긴 리치를 활용, 헌즈는 원거리에서 앞손 롱 훅이나 앞손 롱 어퍼같은 펀치를 섞어 주었다. 또 크랩가드와 오소독스 자세를 오가며 잽을 날리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앞손 활용이 모두 '플리커 잽' 으로 뭉뚱그려져서 '플리커 잽은 궤도가 변화무쌍하다' 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 거기에 헌즈는 펀치 파워가 셌다. 통산 61 승 48 KO 인 선수다. 잽만 톡톡 맞아도 그 잽이 일반적인 선수들의 잽이 아니었다. 상대 입장에서는 잽만 맞다가 그로기로 가기도 했다.
거기에 이 플리커 잽은 명백한 단점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크랩 가드에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드가 오픈된다. 상대에게 오픈된 턱과 머리를 어떻게 보호하느냐? 헌즈의 해답은 '''그냥 반사신경으로 피한다.''' 였다. (...) 헌즈의 경기를 보면 원거리에서 상대방을 묶어두고 패는, 더 파이팅에서 마시바가 보여주는 모습은 잘 나오지 않는다. 원거리에서 가드를 내린 채 헌즈가 몇 대 때리면, 그 공격을 버티던 상대는 헌즈의 노출된 안면을 노리고 파고 들었고, 이런 파고듬을 헌즈는 굳이 막지 않았다. 헌즈는 놀라운 반사신경의 소유자였으니까. 덕킹과 위빙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한 헌즈의 품 안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건 살인적인 라이트 훅 - 레프트 어퍼 컴비네이션, 혹은 레프트 어퍼 - 라이트 훅 컴비네이션이었다. 팔이 길기에 인파이팅이 약할 거라는 편견이 있는데 헌즈는 인파이팅에 대단히 능한 선수였다. 긴 팔을 몸에 딱 붙히고 치는 어퍼컷과 훅의 위력은 살인적이었다. 헌즈의 턱을 노리고 달려든 수많은 선수들은 어퍼컷이나 훅을 맞고 링 바닥에 쓰러졌다.
사실 헌즈 뿐만이 아니라 현대에도 크랩 가드를 써서 유명해진 선수가 한 명 있으니 바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메이웨더도 플리커 잽을 자주 사용했다. 자주 사용한다기 보다 크랩 가드 상태에서 잽 치면 뭐 플리커 잽이니... 메이웨더는 상기에서 말한 헌즈의 장점들을 거의 다 공유한다. 키에 비해 긴 리치, 빠른 핸드 스피드, 크랩 가드와 오소독스를 오가는 유연한 자세 변환, 앞손의 다양한 활용, 엄청나게 좋은 반사신경. 다만 메이웨더는 리치와 체격 조건이 헌즈처럼 극단적이진 않아서 잽을 칠 때에는 일반적인 가드
자세에서 잽을 칠 때가 많다. 또 월장을 하며 빠르게 파워를 잃었고, 헌즈에 비해 피니쉬 율이 낮아졌다. 뭐 그래도 메이웨더가 반사신경 및 방어 기술은 더 좋다고 할 수 있고 커리어도 헌즈보다 낫다고 할 수 있으니 누가 더 낫다고 단언하긴 좀 힘들다.
어쨌든 상기의 사실을 보면 알겠지만, 플리커 잽은 딱히 '내가 이걸 익히면 강해질 수 있어!' 같은 필살기성 기술이 아니다. 그저 긴 리치, 좋은 반사신경을 가진 선수들이 '난 가드를 올려서 시야를 굳이 가리지 않을 거야. 상대를 내 긴 리치를 활용해 원거리에 묶어두면서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디펜스는 반사신경으로 대처하는 쪽이 더 좋아. 그럼 크랩 가드를 써야겠네.' 라는 선택지에 도달했을 때 자연스럽게 쓰게 되는 기술에 가깝다. 다른 스포츠로 치면 가레스 베일치고 달리기노아 신더가드의 100 마일 강속구에 가깝다. 누구나 공 차넣고 치달을 시도할 수 있고, 누구나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에 패스트볼을 뿌려볼 순 있다. 하지만 베일의 치달이나 신더가드의 강속구에서 중요한 건 시속 35 킬로미터의 속도를 내는 준족과 100 마일을 던질 수 있는 어깨이다.
실제로 메이웨더는 플리커 잽을 자주 사용함에도 플리커 잽으로 유명하진 않다. 오히려 완벽에 가까운 디펜스 기술과 숄더롤로 유명하지. 토마스 헌즈 역시 마찬가지인데 당시 한 잡지에서 '나의 라이트 스트레이트는 크롱크짐에서 익힌 것이다. 나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데 이건 우리 짐의 비법이라 공개할 수 없다.' 라고 헌즈가 말한데에서 알 수 있듯이, 당대에 헌즈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플리커 잽이 아니라 라이트 스트레이트였다.
메이웨더의 영상이야 유명하니 많이 봤을테고, 실제로 헌즈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 플리커 잽보다도 다른 요소가 더 시선을 사로잡는다. 상대 선수의 주먹을 덕킹과 위빙으로 거의 다 피해버리는 무시무시한 반사신경, 자신보다 작고 민첩해 보이는 선수들보다도 훨씬 빠른 핸드 스피드, 그 핸드 스피드를 이용해 쏟아붓는 화려한 연타와 쫄깃한 라이트 훅 - 레프트 어퍼 컴비네이션, 또 지친 선수를 일격에 보내버리는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보며 열광하게 된다.
즉 플리커 잽은 4체급 챔피언, 5체급 제패 챔피언, 무패 은퇴 같은 업적을 남기는 사기캐들이 썼기에 강해보인 기술에 가깝다. 평범한 신체조건과 반사신경으로 이걸 시전해봤자 딱히 강력하게 써 먹을 수 있는 기술도 아니다. 헌즈나 메이웨더처럼 텅 빈 가드를 완벽하게 커버할 수 있는 반사신경과 디펜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핸드 스피드, 압도적인 리치 이 세가지는 갖춰져야 비로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한다. 안면은 텅 비어 있고 어쨌든 잽은 잽이니 안면에 맞지 않으면 타격도 적고 [2], 직선 궤도를 가지지 않으니 타격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회수에 걸리는 시간이나 조금씩 느릴 수 밖에 없고.
토마스 헌즈의 하이라이트 모음. 위에서 언급된 그 기괴한 팔굽혀펴기와 플리커 잽 등이 나온다.
애초에 더 파이팅에서도 이 기술을 쓰는 마시바 료 역시 동체급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긴 리치를 가진 것으로 나온다.[3] 그 외에 미야타 이치로마시바 료를 상대로, 또 타카무라 마모루가 토마스 헌즈를 오마주한 리처드 바이슨과 싸우면서 플리커 잽을 똑같이 사용해 엿을 먹이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변칙 이상의 의미는 없었을 뿐더러 미야타와 마모루의 재능을 보여주려는 만화적 과장에 가깝다.
여담으로 더 파이팅 한국어 더빙판이 방송되던 2000년대 초중반에 꼬꼬마들이 체육관에서 '''이거 갈켜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에요''' 하며 징징대던 대표적인 기술 중 하나다.[4]

2. 플리커 잽 사용자




[1] 이외에도 (눈이나 램프를)깜빡깜빡거린다는 뜻도 있다.[2] 글러브를 끼고 있기 때문에 이렇다. 히트 블로는 크게 찌르는 타격, 휘두르는 타격, 손목 스냅을 이용하여 터는 타격으로 나뉘는데 찌르는 타격은 점을 공격하여 급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것을 위주로, 휘두르는 타격은 체중을 한껏 실어 물리적인 충격을 가하는 것을 위주로, 터는 타격은 견제타로 보통 사용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스냅을 주어 뇌를 흔들리게 만드는 것을 위주로 사용하게 된다. 맨손이라면 터는 타격 역시 강력하지만 글러브를 낀 상태에서 손목 스냅식은 파워가 상당히 떨어져 물리적인 충격이나 손상을 가하기란 힘들다.[3] 설정상 마시바의 리치는 185cm / 일보가 162cm다. 일보가 패더급 평균 리치라는 걸 생각하면 그야말로 사기.[4] 나머지로는 뎀프시 롤, 코크 스크류 블로, 졸트 등이 있다. 당연히 이 모두 현실에 존재조차 하지 않거나, 시합에서는 영 써먹지 못할 기술들.[5] 431화에서 플리커 잽으로 파리를 잡는다(…).[6] 영사권이라는 무공을 쓰는데 묘사가 플리커 잽과 상당히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