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트다운 인

 


[image]
(필트다운 인의 모조화석)
1. 개요
2. 전개
3. 뒤늦게 사기로 밝혀진 이유
4. 결과
5. 기타
6. 관련 문서


1. 개요


영국 필트다운(Piltdown) 지방에서 1911년에서 1915년까지 발견된 현생 인류와 원시 인류의 연결점(미싱링크)이라고 간주'''되던''' 턱뼈 한 개와 머리뼈 일부의 모조 화석으로, 인류학 역사상 최대의 사기이다.

2. 전개


영국 서섹스주의 변호사이자 아마추어 고생물학자 찰스 도슨 (Charles Dawson, 1864~1916)이 어느날 필트다운 지방의 농장을 걷다가 한 돌무더기를 보았다. 얼마 후에 다시 그 돌무더기를 파헤쳐 보았더니 일련의 화석들이 발견되었다. 인간 머리뼈 화석이었는데, 놀랍게도 턱은 유인원과 같고 뇌용적은 현생인류의 두개골과 비슷하여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원래 필트다운 지방은 1908년부터 1912년까지 고대인류 화석이 자주 발견되던 장소였기 때문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 화석은 곧 '필트다운 인(Piltdown Man)'이라는 이름을 얻어 유인원이 인간으로 진화한 중간 연결고리를 이어주는 존재라고 공표되었다. 필트다운 인 화석을 두고 의혹을 제기한 이들이 몇몇 있었지만 무시됐고, 학계에선 중요한 발견으로 인정했다.
[image]
(당시 상황을 재현한 그림. 뒷쪽에 안경을 쓴 이가 도슨)
그러다가 무려 '''41년이나 지난''' 1953년에 들어서야 인류학자 윌프리드 르 그로스 클락 (Wilfrid Le Gros Clark), 케네스 오클리 (Kenneth Oakley), 조셉 와이너 (Joseph Weiner)가 필트다운 인이 사기라는 학설을 발표했다. 조사해보니 두개골/턱뼈/치아의 연도가 맞지 않는 데다가, 잘 보니까 중세 인류의 두개골/오랑우탄의 턱뼈/침팬지의 치아를 조합한 모조품이었던 사실이 드러난 것.[1] 그 이후, 사람들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고, 그후로는 '필트다운 인 화석을 누가 만들었는가.'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수많은 용의자 중에는 코난 도일도 있었다. 최초 발견자 찰스 도슨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도슨은 1916년에 사망해서 수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끝내 진범은 밝혀지지 않았다.[2]
2016년 여러 연구자들이 최신 연구기법을 사용하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도슨이 진범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연구자들은 공범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해당 논문

3. 뒤늦게 사기로 밝혀진 이유


이렇게 오랫동안 사기임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 원본은 박물관 지하에 꽁꽁 숨겨놓고 복제품으로 연구하게 했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실제로 영국자연사박물관은 연구를 위해 필트다운 인 화석을 외부 학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매우 꺼렸다. 이로 보아 박물관 측에서는 어느 정도 의심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유물이 손상될 것을 염려해서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 당시의 제국주의인종주의적 측면에서 세계 제일의 강대국인 영국에서 어떻게 인류의 조상이 안 나타날 수 있냐는 믿음까지 겹쳐서 필트다운 인의 진위를 의심하는 것은 불경한 일이 되었다. 다만, 이는 영국에만 국한된 현상이었다.[3]
  • 그 당시에는 인류의 진화에 대하여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당연히 화석도 몇 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 화석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이후 원시 인류의 유골 발굴이 계속되면서 필트다운 인이 이상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미 발견(?) 당시인 1913년 후반에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해부학자 윌리엄 킹 그레고리도 역시 도슨의 획기적인 발견에 대해 의혹을 표명한 적이 있었다. 그는 결국 그 발견물을 진품으로 승인했지만, 그 이후에도 몇 차례나 생각을 바꾸곤 했다.

4. 결과


40년 동안이나 사람들을 속여먹은 필트다운 인은 이렇게 사장되었고, 그 탓에 현재도 이 필트다운 인 사건은 창조설 신봉자들이 계속 우려먹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현재도 이 필트다운 인의 예를 들어서 아르카이옵테릭스이나 네안데르탈인이 조작이라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허나 이 사기를 밝혀내고, 오류를 잡아낸 것도 과학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가령 창조설 신봉자들이 두고두고 공격하는 것이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인데 필트다운 인이 사기라는 것을 밝혀낸 결정적 증거가 바로 불소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측정이었다.[4]
한편 필트다운 인 사건은 다른 의미에서 과학자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필트다운 인의 머리뼈는 현대인의 것을 사용했으므로 필트다운 인의 두뇌 크기는 당연하게도 현대인과 같았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당연히 진화가 진행될수록, 후대에 나타난 종일수록 두뇌크기도 클 것이란 선입견으로, 필트다운 인의 두뇌 크기를 다음과 같이 간주했던 것이다.

침팬지 < 피테칸트로푸스 < 필트다운인 < 네안데르탈인 < 현대인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두뇌 크기는 현대인보다 크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지적했듯이, 이러한 잘못된 도식은 진화가 선형적으로 일어난다는 선입견이 정확한 관찰을 방해한 좋은 사례였다. 그리고 이 사건은 과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5. 기타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쥬라기 공원에서도 이 사건이 잠시 언급된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다곤(Dagon)과 벽 속의 쥐에서도 필트다운 인을 거론하는 게 나왔다. 하긴 러브크래프트가 살던 시절에는 이게 정설로 인정받는 것이었으니….
이 사건이 일어난지 10년 후 미국에서는 네브라스카인 사건이 일어났다(...). 또한, 거의 100년이 지난 시점에서 또 다른 섬나라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리고 2000년도에는 중국에서 아르카이오랍토르 위조사건이 일어났다.
마이크 올드필드의 데뷔 앨범 Tubular Bells의 앨범 커버 뒷면을 보면 사용된 악기 목록 중 'Piltdown Man' 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는데, 아마 본 항목과 관련된 것일지도. 이는 Part 2의 야수적인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6. 관련 문서



[1] 중세 인류의 두개골과 오랑우탄의 턱뼈는 일부러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고자 크로뮴으로 착색했고, 현미경으로 확인해보니 침팬지의 치아는 줄칼로 갈아서 평평하게 잘라낸 흔적이 있었다.[2] 조작이 밝혀진 이후 서섹스주 출신 어느 고생물학자가 도슨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한 짓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 고생물학자는 조작한 유골임이 빨리 드러나 도슨의 위신에 크게 손상되리라고 기대했지만, 도리어 미싱링크를 찾아내었다고 존경받는 역효과를 냈다는 것. 이 소문이 사실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각에선 도슨의 성격상 조작을 했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해서 이런 소문이 나왔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3] 이 시기 비슷한 추태가 남극탐험에서도 있었다. 아문센 vs 스콧 항목 참고.[4] 그 이전에도 필트다운 인은 인류의 진화와는 뭔가가 맞지 않았기에 의심을 받고있었다. 문제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