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의 쥐

 

EBS 영미 문학관 #1 #2 #3 #4
1. 소개
2. 줄거리
3. 기타


1. 소개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코즈믹 호러 단편으로, 크툴루 신화 작품 중 하나이다. 다른 작품들도 다 그렇지만 이 작품도 끝 간 데 없는 공포를 보여준다. 특이점은 가문에 얽힌 이야기라는 점. 러브크래프트가 저술한 또다른 소설인 우주에서 온 색채가 약간 컨트리송 같은 느낌을 준다면, 이 벽 속의 쥐는 끔찍한 진실에 사로잡히는 것이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있으며, 포의 검은 고양이의 반전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넓은 영지를 사고 그 저택에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미지의 쥐와 굉음[1]에 대해 끔찍한 공포를 세밀화시켜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사문 형식으로 써낸 수작이다. 이 벽 속의 쥐는 어렸을 때부터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소설을 읽었던 러브크래프트의 끈끈한 포와의 뗄 수 없는 정신관계를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다. 러브크래프트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꼽을 만한 단편 중 하나이며, 러브크래프트의 방식대로 똑같은 서문이나 빠른 전개에 툭 끊어지는 그만의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가 없어서 초보자에게 권할만한 소설이다.
이 책은 1923년 9월경에 쓰여졌으며, 1924년 3월 위어드 테일즈에 처음으로 수록되었다. 그러나 제일 먼저 기고한 아거시 울스토리 위클리 지에서 거절을 당했다고 하는데, 러브크래프트의 설명에 의하면 "너무 끔찍해서 일반 독자의 부드러운 감수성에 도저히 맞지 않는다"라는 편집장의 설명이 그 이유라고. 러브크래프트는 말년에 이 작품을 "아주 평범한 사건, 즉 한밤에 찢어진 벽지를 보고 잇따라 상상이 떠올라서 썼다"고 밝히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이 짙은 작품이면서도, 포의 영향력이 주조를 이루는 고딕 계열에서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를 받으며, 주인공인 델라포어는 러브크래프트 이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수동적 관찰자로 묘사가 되는 것에 반해 단호하고도 적극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신화적 과거가 곧 미래라고 하는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주의 의식이 잘 나타난 소설이며, 주인공 델라포어가 인간 이외의 혈통을 지니고 있다라는 메세지를 통해 이후 소설에서 좀 더 적극적이면서도 현실 세계와 유리된 인물이 대거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옴니버스 형태의 네크로노미콘(1994)으로 영화화된 바가 있다.
줄거리는 대충 아래와 같다. 그리고 추상적인 줄거리가 많은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 작품 중에서 그나마 이해하기 쉬운 줄거리를 가진 작품 중 하나다. 사실 기존의 공포 소설들과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은지라...[2]

2. 줄거리


주인공의 집안 델라포어 가는 본래 영국의 귀족 델라포어 가문이었으나 어느날 모든 집안 사람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뒤 유일한 생존자(겸 용의자)인 후손이 미국으로 추방되다시피 이주한 집안이다. 본래 가문의 역사가 담긴 봉서를 집안의 장남에게 물려주는 전통이 있었지만 남북전쟁 때 봉서가 소실되어 주인공은 자기 가문의 역사를 모르고 평생을 살아오게 된다. 사업가로 성공하나 세계대전에 참전한 외아들을 잃은 주인공은 아들의 전우이자 주인공 가문의 옛 영지를 대신 차지한 노리스 가문의 청년과 친분을 쌓는다.
옛 영지에서 델라포어 가문에 대한 영 좋지 않은 소문이 자자하다는[3]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은 여생을 가문의 명예를 복원하는 데에 바치겠다고 생각하고 노리스 가문에서 영지를 다시 사들여 가문의 옛 저택을 복원하는데, 복원한 저택에서 밤을 보낼 때마다 벽 속에서 '''쥐떼'''의 소리가 들려오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4] 탐색 끝에 지하 납골당 아래에 또다른 공간이 있음을 알아챈 주인공은 제대로 된 탐사를 위해 노리스 청년과 함께 런던에서 학자들을 초빙한다. 탐사 결과 저택 아래에는 광대한 천연동굴이 있었고...

그 곳에는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계속된 인신공양의 잔해가 잔뜩 널려 있었다. 즉, 주인공의 가문은 선사시대부터[5][6] 계속해서 인신공양과 식인을 벌여온 주술사 가계였던 것. 가문을 몰살시킨 건 바로 그 유일한 생존자였으며, 그는 자신의 가족들이 벌인 끔찍한 만행을 중단시키기 위해 그런 짓을 벌였던 것이다.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아 혼란해하던 주인공의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광기는 그만 주인공을 미치게 만들어[7] 노리스를 절반쯤 뜯어먹게 만든다.[8] 결국 주인공은 학자들 중 탐색결과를 견디지 못했던 사람인 '''손튼'''과 함께 정신병원에 갇히고 저택 건물은 폭파된다.
이 작품의 백미는 최후반부 주인공의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나오는 독백이다. 아들의 전우이면서도 살아있는 노리스 청년에 대한 억눌린 적의가 있었음[9]을 표현하는 유일한 부분인데다 이 독백에는 고대 영어, 중세 영어, 라틴어, 게일어가 혼합되어 있어서 주인공의 가문이 어떤 일을 해왔나를 암시하는 부분. 덧붙여 이 때 '''"손튼, 이 빌어먹을 놈! 내 가족(조상)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말해서 기절시켜 주마!"'''는 나름의 명대사.[10]
이 작품에 언급되는 신은 니알라토텝. 아자토스 주변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아우터 갓 둘과 나타나 주인공을 향해 미친 듯이 웃어대는 모습으로 잠깐 나온다. 여기에서 니알라토텝이 사람을 파먹는 쥐떼를 보내는 건지 아니면 쥐떼 자체인 건지는 확실치 않으나, 인신공양을 요구한 것이 이 신임은 확실하다.

3. 기타


  • 로그라이크 RPG다키스트 던전의 배경 스토리가 이 소설과 매우 유사하다. 외지에 살고 있던 주인공이 몰락한 자신의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가문의 영지를 찾아가고,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 가문의 몰락과 관련된 무언가를 파헤치지만, 결국 조력자들은 물론 가문의 진실을 깨달은 주인공 자신까지 파멸로 치닫는다는 점에서 벽 속의 쥐를 스토리의 기반 뼈대로 삼아 판타지 및 어드벤처적 요소를 직접적으로 가미했다고 볼 수 있다.
  • 코난 사가의 작가인 로버트 E. 하워드가 10대 중반때 이 작품에 나오는 고대어의 고증이 잘못되었다고 팬메일을 보냈다. 당시 러브크래프트는 30대였는데 한참 어린 하워드의 지적을 좋게 받아들이면서 직접 답신까지 해주었고, 그 둘의 친분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 스티븐 킹의 단편 '예루살렘 롯'의 전반적인 줄거리가 이 소설과 상당히 유사하며, 작중에서 직접적으로 '벽속의 쥐'라는 말이 나오는 등 의도적인 오마쥬가 보인다.

[1] 벽 속의 쥐에서 나오는 쥐들은 "유령의 공포"를 상징하며, 보이지 않는 유령에 대한 인간의 공포를 쥐의 발소리로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다.[2] 내용 자체도 에드거 앨런 포검은 고양이어셔 가의 몰락을 오마주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실제 러브크래프트 자신도 자신의 글은 에드거 앨런 포나 로드 던새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편지에서 밝히고 있다.[3] 그냥 그 가문의 이름만 꺼냈을 뿐인데 경계심을 보이더라고.[4] 이 소리는 주인공과 그가 키우는 9마리의 고양이만이 들을 수 있었다. 콜 오브 크툴루 TRPG에서 무려 Cat Love 90%를 자랑한다. [5] 작품에서 주인공이 추정하면서 언급하는 것을 볼 때 작품 안에서는 적어도 '''1만 년'''은 아득히 넘어가는 유적으로 보고 있다. 발견된 골격 중 아무리 봐도 '''현생 인류가 아닌 것'''이 있는 걸로 볼 때 적어도 네안데르탈인이나 아님 이들보다 훨씬 전에 살았던 사람속 인류종에게서 부터 기원한 의식 같다. 작품에서 피테칸트로푸스필트다운 인이 언급되기도 했고.[6] 이 고대의 의식은 인도유럽어족 계통의 민족들이 유입된 후에도 이어져서 켈트족 부족국가 시대와 로만 브리튼, 칠왕국, 노르만족 정복기에도 유적은 파괴되지 않았으며 풍속 자체도 사라지지 않았다(초반부의 묘사를 볼 때 유입된 이주민들도 이 의식에 동참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중세 수도원 때 지금의 저택 형태가 완성되어 주인공 가문 1대 조상이 해당 영지를 상속받았다.[7] 주인공의 혈통에 잠재된 뭔가가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걸로 보인다. 주인공이 배운적 없는 온갖 외국어를 떠들어 대는가 하면, 고대에 벌어진 일이나 본 적도 없는 살인방법을 언급하는 등.[8] 아니면 진짜 쥐떼가 파먹은 것일 수도 있다.[9] 노리스 가문은 주인공 가문의 땅을 차지한데다, '''"같은 전쟁에 참전했는데 왜 내 아들은 죽고 너만 살아 돌아왔느냐!"'''라는 감정. 본래 이러한 감정은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내색하지 않아왔으나 결국 기어이 뒤틀린 형태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10] 손튼이 결국 미쳐서 정신병원에 간 걸로 보아 진짜로 저 와중에 다 말했나보다. 손튼 지못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