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지도

 

1. 소개
2. 중요성
3. 문제점
4. 이야기거리


1.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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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좋은 거지만 중간에 김정일이 시찰한 공장에 적힌 구호가 중간에 잘려있는데, '내 당성을 알려거든 내가 만든 제품을 보라!' 라는 구호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현장을 시찰하는 것을 말한다. 평양 시내의 어느 건설장이나 멀리 량강도 시골 농장을 찾거나, 심지어는 무슨 공연을 관람해도 현지지도가 된다. 이 경우 보통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1]께서 몇월몇일 어디어디를 현지지도하시였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온다.
최고지도자와 직접 만난 사람, 앉았던 자리, 봐 준 물건 등은 그 날부로 특별 관리대상이 된다. 이를테면 주체 XX(XXXX)년 X월 X일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께서 앉으셨던 자리라거나 김정일 장군님께서 보아주신 기계라거나 하는 혁명사적물들이 북한 전역에 널려있다.
김일성은 집권 당시 한 집단 농장에 현지지도를 나갔다가, 한 노동자가 '일일히 손으로 밭을 갈다보니 인민의 손이 너무 탄다. 현지 지형에 맞게 설계된 뜨락또르가 있으면 좋겠다' 라는 발언을 듣고 부하들에게 "당장 우리 지형에 맞는 뜨락또르를 생산할 것"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쏘련에서 트랙터를 사들여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성공했다 한다.
가끔 최고지도자가 아닌 후계자, 예를 들어 김일성 시대의 김정일이나 김정일 시대의 김정은 같은 경우나 최고실무책임자, 즉 총리나 당 고위직 등의 인물들이 현지시찰을 나가는 경우도 있다. 김정일의 경우 1988년 이전까지는 실무시찰, 실무지도 같은 단어들을 쓰다가 1988년부터 아버지 김일성과 동일하게 현지지도라는 단어를 쓰면서 확고한 후계자의 위치를 드러내보였다. 내각총리나 당 고위직들이 현지시찰을 나가는 경우는 현지에서 료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이 양반들부터가 최고지도자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위치다 보니 현지료해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1개월에 1~2번 정도.
물론 일반적인 민주정의 지도자들도 일선 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상황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만나서 정보를 청취하는 것은 흔하게 행한다. 다만, 후술하겠지만 북한의 이 것은 민주정의 그것과는 달리 상당한 부작용이 존재한다.

2. 중요성


철저한 1인지배체제를 고수하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동정은 곧 북한의 국가정책과 직결된다. 때문에 국내외 관련 기관들은 수시로 북한 최고지도자의 동정과 현지지도 패턴을 점검하고 분석하는 데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일례로 김정일 이후 김정은은 줄곧 군부대 아니면 평양시내에서만 현지지도를 다녔기 때문에, 과연 김정은이 언제쯤 지방 경제부문 현지지도를 나갈 것인가가 상당한 관심거리였다. 정권이 안정화(?)된 2013년부터 지방 경제 지도를 나갔고 2019년에는 지방 현지지도 일정이 전체의 80% 이상이다. 평양 일정은 대규모 열병식 같은 거 아니면 소화를 안 한 지 꽤 됐다.
21대 총선 이후에 김정은 사망설이 돈 원인도 4월 내내 김정은의 현지지도가 없다는 점이 컸다.

3. 문제점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시골 공장이나 농장까지 일일이 찾아가 인민들을 만나준다는 면에서 꽤 낭만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실제로 1950년대까지는 일제강점기의 타성에 젖어있던 당·행정일군(관료)들을 다그치고 분발을 촉구하는 나름의 명분과 역할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문제는 고도로 전문화, 분업화된 현대 사회에서 지도자 1인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건 이미 18세기부터 전문화된 관료집단을 통해 해결하려 시도한 문제다. 당장 남한도 큰 일이 터졌을 때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관계자들을 독려하는 경우는 수두룩하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이런 건 그야말로 소수 사례다. 물론 한국에서도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전봇대가 뽑힌 말도 안될법한 일이 있지만, 이게 왜 그렇게 이야깃거리가 되었는지 생각해보자.
국가적 재난이 터졌을 때 대통령이나 총리가 직접 움직이는 건 일반인들은 그저 쇼라고 치부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조직과 인력이 투입되어 이리저리 뒤엉키는 상황을 최고결정권자가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교통정리를 해주면서 현장의 요구사항을 청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후속대책을 정책화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이고, 이걸 불합리한 정책결정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물론 군대에서야 아직까지도 지휘관 말 한마디의 권위는 산도 움직이는 수준이고, 이는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이건 병영부조리나 군대 특유의 상명하복 체계에서 비롯된 산물이지 진지한 의미에서의 정책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군대와 국가는 엄연히 성격이 다른 조직이다. 즉 군대의 사례와 비교된다는 것에서 이미 북한이라는 나라가 일반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결여된 이른바 병영국가임을 인증할 뿐이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그리고 21세기에 나름 산업화된 국가인 북한에서 지도자 1인이 부지런히 전국을 쏘다니며 일일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해주는 방식의 지도방법을 고수하고 있으니, 지도자는 지도자대로 자신이 잘 모르는 부문에서도 일일이 뭔가 지침을 내려줘야 하고 관료들은 관료들대로 최고지도자가 무슨 지침을 내려줄지 알 수가 없으니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다. 이런 문제점들을 아주 명료하게 보여주는 예가 대안의 사업체계[2]8.3 인민소비품생산운동같은, 아직도 북한 경제를 좀먹는 각종 뻘짓거리들이다.
중앙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지방 개발에서도 현지지도의 뻘짓은 크게 나타난다. 일례로 청진시는 "후방 제철기지를 잘 지원해주라"는 김일성의 현지지도 교시 한 마디에 직할시가 되었다가 이후 별 실속 없이 함경북도도당과의 알력문제만 커져 일반시가 되기를 반복했고, 신의주시는 역시 김일성김정일이 현지지도 중에 국경 관문도시를 잘 꾸리라고 지시한 것이 발단이 되어 남신의주 개발, 호텔 및 공항 건립, 지하철 건설 등의 계획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가 결국 일이 지지부진해지자 만들다 만 남신의주 시가지만 덩그러니 남아버렸다(...)
심지어는 이런 사례도 존재한다.
수령님께서 어느날 평양시내에 나오셔서 시내버스들이 무리지어 다니는 것을 보시고는 일일이 버스의 운행간격을 재어보시였다. 그리고는 행선지별로 번호를 달고 균일하게 배차간격을 지어 다니도록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인민사랑으로 수도시민들은 편리하게 버스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버스에 노선번호를 달고 운행간격을 정하는 정도는 이미 근대부터 상식 중의 상식이다. 이런 걸 지도자가 지적해주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든가, 아니면 이런 간단한 것조차 지도자의 업적으로 날조했든가, 어느 쪽이든지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할 만하다.
다른 문제로는 지도자 본인의 극심한 피로와 부담이 있다. 물론 다른 국가들에서도 지도자가 그냥 앉아만 있는 것은 아니라 하루 온종일 빡빡하게 방문 일정이 잡혀있기는 한데, 북한 지도자들은 이 방문 일정이라는 게 사람이 뛰어가는 수준의 전용열차를 타거나, 비포장인 도로들을 3~4일 씩 걸려가며 이동해야 하고 그 빈도 또한 엄청나게 높다는 게 문제. 그나마 오로지 육로이동만 고수한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비행기를 꽤 좋아하고 본인이 직접 타고 다니는 모습도 여러 번 보여줬지만, 비단 개인 취향뿐만 아니라 비행장 시설이나 기타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매번 항공기를 이용하기도 힘든 노릇이다. 김정은이 괜히 문재인 앞에서 대놓고 자국 교통이 한심해 죽겠다고 토로하는 게 아니다.

4. 이야기거리


  • 북한에서 주장하기로는 김정일이 현지지도를 다니다가 열차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긍정하는 쪽에서는 수명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김정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진짜로 무리하게 빨빨거리고 다니다가 죽었을 것이라고 보고, 부정하는 쪽에서는 인민들에게 "너희를 위해 일하다가 돌아가셨다" 라는 식으로 선전을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핵심은 진짜로 현지지도 다니다가 죽는 게 가능은 하다는 것(...)

멕시코에서도 북한의 현지지도와 다를 바 없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 국가라 일반적인 나라 수준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이를 현직 대통령의 치적으로 이용하여 각종 매체에 광고를 때리는 건 북한의 현지지도와 다를 바 없다. 제도혁명당 소속인 엔리케 페냐 니에토 취임 이후 더 심해졌다고. 비디오는 멕시코시티 국제공항을 대체할 멕시코시티 신공항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하는 모습이다.
군대 버전으로 현장지도가 있다.[3]

[1] 김정일 사망 직후에는 명확한 직위호칭 없이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로만 나왔으나 2016년을 전후하여 인민군 관련 보도에서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동지'로 칭했고, 2017년부터는 부문에 상관없이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로 칭하고 있다.[2] 김일성이 공장 등의 기업소도 당이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해서 만들어진 체계로, 당에서 공장의 생산계획부터 인사까지 '지도'하게 한다. 이론상으로는 중앙에서 효율적으로 컨트롤한다는 생각이였지만, 결론적으로는 비전문가들의 경영개입이 좋은 성과를 낼 리가 없다.[3] 현지지도와 다른 점은 지도자가 전적으로 지도하는 현지지도와 달리 현장지도는 지휘관이 자신이 담당하는 부대만 신경쓰는데다 정 타이밍이 안좋으면 주임원사나 밑의 핵심 부서장과 최선임 참모장교(대대는 작전과장, 주임원사, 연대는 부지휘관, 기타 참모들, 사단 이상은 참모장이나 작전, 군수, 인사 부서장급 참모)들에게 업무를 분할해서 처리하기 때문이고 현장 지휘관의 재량으로 인해 보완부분만 지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물론 병사들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가 있는데 바로 다 뒤집어 엎으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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