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Pippin
1. 개요
Apple에서 반다이와 손잡고 개발하여 1996년에 출시한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겸용 게임기.
2. 설명
1990년대 초반에 하드웨어의 발전과 CD-ROM 드라이브의 보급으로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시스템 붐이 일어나고 있었다. 1993년에 반다이에서는 Apple에 Macintosh를 간소화하여 게임기를 만들 것을 제안했고, Apple에서는 Macintosh가 IBM PC 호환기종에 찌부러지면서 타개책을 바랐기에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겸용 게임기를 개발했는데, Apple 컴퓨터에서는 게임기 하드웨어 설계를, 반다이에서는 게임기 외관 디자인을 맡았다.
1994년 초쯤에 피핀의 사양은 Macintosh Classic II을 기반으로 했으나 인터넷 연결 기능 추가와 Power Macintosh 개발 등으로써 개발이 점점 지체돼서 결국 Power Macintosh의 CPU인 PowerPC 603으로 바꾸었고, 개방형 표준 플랫폼 방식으로 개발하면서 Apple 컴퓨터에서는 반다이에 Power Macintosh 라이선스를 내줬을 뿐, 마케팅, 생산, 서드 파티 확보 등을 떠밀었으며, 반다이에서는 Pippin 생산을 미쓰비시에 맡겼다.
사양은 PowerPC 603 66 MHz 프로세서, 14.4 Kbps 모뎀, 6 MB의 통합 메모리, 128 KB NVRAM, 최대 16비트 색상과 640×480 해상도의 그래픽 칩셋에 운영 체제는 시스템 7.5.2를 탑재했으며, 4배속 CD-ROM 드라이브를 채용해 CD를 매체로 사용한다. 온라인 게임 서비스인 @World(앳월드)도 있었다.
풀네임은 'Apple 반다이 피핀' 내지는 '반다이 피핀 앳마크'로, 사과 품종 이름인 '뉴턴 피핀(Newton Pippin)'이 유래이다. 일본에는 '피핀 앳마크(ピピンアットマーク, ピピン@)'라는 이름으로 1996년 3월 28일에 발매했고, 북미에는 '애플 반다이 피핀'으로 1996년 9월 1일에 발매됐다.
아타리 쇼크 때문에 완전히 망한 뒤로 게임기와 게임 모두 일본에 의존하게 된 미국의 게임기 시장에서 새로운 게임기가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어느 정도로 받았고, Apple에서 본격적으로 32비트 게임기 시장 개척을 위해 개발한 듯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플레이스테이션과 세가 새턴이 이미 등장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고, Pippin의 사양은 피핀보다 먼저 발매한 Power Macintosh 5200 LC의 사양보다 더 낮다. 그렇기 때문에 Pippin의 3D 게임들도 다른 게임기들의 3D 게임들보다 전혀 나은 것이 없는 실망스러운 그래픽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피핀 출시 석 달 뒤에 닌텐도 64까지 뛰어들어 완전한 3강 체제를 구축했고, 북미에서는 피핀 출시 20여일 뒤에 닌텐도 64가 뛰어들어 완전한 3강 체제를 구축했으며, 4세대 게임기인 네오지오가 후속작의 실패로 2000년까지 살아남아 경쟁하였다.
심지어 Apple 특유의 개념 없는 가격 정책 탓에 가격이 무려 '''599달러'''였고,[1] 일본판의 가격은 '''64,800엔'''이었다. 북미 시장의 피핀 출시 당시에 세가 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 모두 가격이 199달러였으니 앞서나간 게 가격 하나뿐이었다. 네오지오, CD-i, 3DO보다는 가격이 낮았지만 훨씬 크게 실패했다.
반다이에서 이 게임기를 1996년 한 해 동안에 일본에서 20만 대가 팔리고 미국에서 3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여 미쓰비시에 10만 대 생산을 발주했는데, 공식적으로 1997년 단종까지 '''세계에서 4만 2천 대가 팔렸다.''' '세계에서 적게 팔린 게임기' 1위에 당당하게 노미네이트하기도 했다. Apple에서는 1997년에 Mac OS X 개발을 위해 NeXT를 인수하였고, 이에 따라 스티브 잡스가 복귀하였다. 스티브 잡스는 복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같은 Macintosh 클론 계획들을 전부 중지시켰다. 반다이 역시 1997년에 피핀을 단종하고 1998년에 피핀 사업을 접었다. 이 과정에 반다이는 무려 270억 엔의 손실을 입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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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핀으로 이식된 슈퍼 마라톤, 타이틀 목록)
Pippin으로 Power Macintosh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게 해주는 타이틀도 있다. Pippin에 쓰인 시스템 7.5.2 운영 체제는 기존 Macintosh 운영 체제를 간소화해 탑재한 것으로 Power Macintosh의 응용 프로그램은 Pippin에 돌아가지 않지만, 반대로 Pippin의 게임들은 모두 Power Macintosh에 돌아간다. 그래서 Power Macintosh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굳이 Pippin을 살 필요가 없었고, 이 또한 피핀이 망한 원인이 되었다.
게임 컨트롤러에 트랙볼을 도입하긴 했지만 14년 먼저 출시된 게임기인 아타리 5200에 주변기기로 트랙볼 컨트롤러가 있고[3] 요즘에 나오는 게임기들 기본 컨트롤러에도 트랙볼이 없을 정도로 별로 필요 없는 기능이다. 이 게임기의 의의는 '''처음으로 모뎀이 장착된 게임기'''인 것이다.[4]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런 게임기로는 '''이 게임기는 모르고 드림캐스트를 기억하고 있다.''' 덤으로 처음으로 VGA 단자를 탑재한 게임기이기도 한데, 이것 역시 사람들은 드림캐스트를 기억하고 있다(…).
21세기의 한국 Apple 팬들도 잘 모르는 사실이 있는데, 이 피핀이 1997년에 Apple과 굉장히 친하던 삼성에서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할 뻔했다. 삼성에서 수입해 유통하던 세가 새턴의 후속 기종으로 점찍었으나 새턴이 망한 바람에 Pippin 수입 계획도 백지화했다. 만약 계획대로 됐으면 가격이 얼마나 됐을지 궁금해지는 대목.
결국 이러한 삽질 탓에 단종된 지 수년이 흐른 2006년에 PC 월드에서 공개한 세계 최악의 기술 25위 중 하나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위키피디아에 문서 2개가 있는데, <Apple Pippin> 문서는 Apple에서 제시한 개방형 표준 방식 플랫폼인 Pippin 플랫폼을 다룬 설명이고, <Apple Bandai Pippin> 문서는 Apple 반다이 Pippin 게임기을 다룬 설명이다.
에뮬레이터가 없는데, 게임들이 Power Macintosh도 돌아가기 때문에 굳이 필요없다는 듯하다. Power Macintosh 에뮬레이터를 써도 되고.
Apple의 게임 산업으로의 진출은 2019년 'Apple 아케이드'를 출시하며 다시 시작되었다. 거치형 콘솔인 Pippin과는 달리 구독형 서비스이며 iPhone, iPad, Mac, Apple TV 4개의 플랫폼을 지원한다.
[1] 2013년 기준의 가치로는 '''$889'''... [2] 반다이는 이후에 세가와 합병을 시도했으나 세가와 반다이의 이사회가 모두 반대하면서 결렬했다. 결국 반다이 창업주 야마시나 나오하루의 장남이며 2대째 사장이던 야마시나 마코토 사장은 피핀과 반다이-세가 합병 실패를 책임지고 물러났다.[3] 조악한 조작감이 최악이란 평가가 많은 데다가, 더 큰 문제는 트랙볼이 너무 커서 인식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4] 정확히는 당시의 Macintosh 주변장치인 GeoPort 기반의 외장형 소프트 모뎀이 동봉된 것이다. 나중에 이게 빠진 염가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