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프닉
'''Гопник'''(Gopnik)
1. 개요
러시아와 그 인근 국가들의 청년 슬라브인(주로 러시아인) 양아치들을 지칭하는 말. 주된 패션코드는 '''아디다스 운동복''', 가죽재킷, 뉴스보이 캡[3] 텔냐시카 패션으로, 고프닉들 특유의 쪼그려 앉는 자세[4] 가 매우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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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버전(?)
음악적으로는 위와 같이 (러시아 취향의) 하드 베이스 계열 HDM(펌핑 하우스라고도 함)[5] 을 BGM으로 깔아서 춤추는 고프닉 댄스도 유명하다.
어반 딕셔너리의 해당 문서에서는 운동복에 야구모자, 야외 음주, 잡범죄 행위의 면모를 보면 러시아어 쓰는 차브족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그러나 차브족과 다르게 쪼그려 앉기나 아디다스 깔맞춤, 특유의 춤 때문에 임팩트가 있어서인지 이런 모습이 일반적이지 않은 서구 인터넷에서는 종종 희화화되기도 한다. 가끔은 아예 동구권 출신 유저들이 자학개그로서 써먹기도. 이 일례로 러시아의 antyguf가 제작한 OpenBOR소스 베어너클 시리즈 팬 게임으로 Street of Russia라는 게 있는데, 러시아 블랙유머 풍자 테마로 바꾼 베어 너클이라고 보면 된다. 졸개로 대놓고 고프닉이 나오며 고프닉이 아니더라도 중급 졸개 이하들 대부분, 심지어 일부 보스들까지 아디다스 츄리닝을 입고 있다.(...)[6]
다 그렇지는 않지만 스킨헤드와 마찬가지로 지나가는 행인에게 공연히 시비를 거는 무리도 있으므로 웬만하면 근처에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체격이 192cm, 134kg에 달하는 유명 레슬링 선수 알렉산드르 카렐린을 겨우 두 명이서 린치 하려다 역으로 하루 종일 벌 받은 사건도 있을 정도다.
2. 사회적 기원
러시아의 락밴드 주파르크의 곡 '고프닉들'. 현대의 '하드바스를 즐기며 아디다스를 입고 다니는' 고프닉과는 약간 다른(하지만 폭력성이나 민폐성은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은) 80년대 고프닉에 대한 곡이다.[7]
고프닉 문화의 토대는 길게는 제정 러시아 말기(1900 ~ 1917년)의 죄수들의 생활양식까지 거슬러 올라가나 현대와 같은 모습의 고프닉은 소련의 경제성장이 정점을 찍던 60 ~ 80년대 사이의 대규모 아파트촌 건설과 함께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소련은 공산주의 체제하에 있던 시절이라 한 동네에 수십 단지씩 되는 아파트[8] 를 대규모로 건설한 후 그 집을 신청하면 제공하였는데,[9] 수많은 젊은이들이 시골에서 벗어난 도시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면서 대규모 이주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당시 소련은 모든 인민들에게 평등한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상당수의 공공시설 이용료들을 저렴하게 제공했고, 기초 생필품 또한 매우 저렴하게 유지되도록 통제했다.[10] 게다가 모든 인민들에게 직업을 강제하던 소련 정부의 방침이 역설적으로 성실하게 일하지 않아도 일자리와 거주지를 무조건 보장해준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직업을 가지기보다는 일주일에 2 ~ 3일만 일하고 받는 낮은 임금만으로도 만족하던 젊은이들이[11] 남아도는 시간동안 술[12] 을 퍼마시며 노닥거리는 고유의 문화를 구축한 게 대략적인 유래이다.
이들의 상징 복장인 츄리닝은 1980 모스크바 올림픽 당시 선수들이 입은 아디다스 츄리닝이 공식적으로 처음 러시아에 들어오고 이 서방 세계의 츄리닝의 멋에 매료된 러시아 청년들이 온갖 짝퉁을 사서라도 입고 다닌 것에서 유래됐다. 2000년대 말 ~ 2010년대 초엽 한국 일진들이 노스페이스를 사입는게 유행이었던 것과 비슷한 이유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츄리닝 유행은 올림픽 이후 러시아 서민들에게 아디다스 특유의 삼선 (three stripes) 이 들어간 옷차림이 일종의 사회적 필수요소와 비슷한 역할을 차지할 정도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편 쭈그리고 앉은 자세도 이런 사회가 낳은 문화다. 상기한 '신청만 하면 주는 집'은 대부분 공산당이 치적 쌓기 목적으로 집만 후다닥 짓고 만 것들이다보니[13] 세부적인 요소들, 가령 벤치 같은 편의시설이 없는채로 지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딘가에 앉기는 해야겠는데 앉을 곳이 딱히 없고, 바닥에 철퍼덕 앉자니 귀한 옷이 더러워지고[14] , 겨울에는 지독하게 추워서 앉을데가 있어도 차가워 엉덩이가 시려서 영 다른 방법이 없었다보니 쭈그려 앉기 시작했던 것이 서서히 일반화된 것이다. 이게 밈으로서 유명해진 후에는 벤치나 자동차 위, 심지어는 난간 위까지 '''정상적으로 앉을 수 있는 온갖 곳에서도 꿋꿋하게 쭈그리고 앉아있는''' 괴상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렇지만 기원도 모양새도 영 불량스러우니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았던 데다가, 고프닉이라고 불리던 이들 가운데서 허구한 날 보드카나 맥주를 마시고 해바라기씨나 까먹던 알코올 중독자나 껄렁껄렁한 비행청소년들도 다수 섞여있었기 때문에 소련 정부로부터 잉여인간 취급을 당했다. 단적으로 유리 안드로포프가 사회개혁 조치로 조퇴나 결근을 일삼던 직장인이나 고프닉들을 잡아서 강제로 노동을 시키게 한 걸 보면 소련 고위층 내에서 이들의 인식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케 한다. 1990년대 러시아 사회의 혼란이 극에 달하면서 마피아 졸개나 동네 깡패까지 끼어들면서 이미지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2000년대 들어서 러시아의 치안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이런 일은 줄었다고 하지만 어차피 이미지는 좋지 않기는 매한가지이다. 대략 히피나 차브와 동급으로 멋모르고 상대방을 함부로 고프닉이라고 칭하는 것은 큰 실례이다.
3. 현재
러시아의 개방 이후로 시장 경제가 급격한 변동을 겪은 뒤로는 고프닉의 수는 줄었지만 인상은 더욱 나빠졌다. 이제는 이전처럼 일주일에 3일만 일하고 띵까띵까 놀고 먹으며 사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떄문이다. 물론 러시아의 실업률은 구 소련에 비해서 훨씬 높지만 자기나 부모가 돈이 많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여유있게 사는것은 쉽지 않아졌다는 이야기다. 즉 기존의 고프닉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살던 '단지 열심히 살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빈둥거리던' 전통적인 고프닉들은 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지만 이제는 말 그대로 '남 눈치 안보고 제멋대로만 살아가는 생 양아치' 스타일 고프닉들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즉 '좋은 녀석은 아니지만 나쁜 녀석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고프닉들은 사라지고 남은 고프닉들은 그냥 진짜 나쁜 고프닉들만 남은 셈. 여기에 급격한 개혁개방으로 인해 급물살을 타고 들어오는 외부인들에 대한 반발심리로 급격하게 불어난 민족주의 때문에 스킨헤드 같은 질 나쁜 이들과도 섞이면서 고프닉의 이미지는 더욱 나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고프닉의 존재는 개방 이후로 외국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하여 현재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인터넷 밈으로서도 유명해진 상태이다. 가령 설정상 러시아계 캐릭터들을 고프닉으로 패러디를 하거나 반대로 고프닉과 비슷한 요소(예: 쪼그려앉기, 추리닝복 등)를 가진 인물을 고프닉으로 합성하는 식.
4. 외부링크
위키백과 영어판 - 고프닉 - 영어
집단의 드레스코드 : 고프닉 - 한국어
[1] 영상 속 사람들은 Radio Records 소속 DJ 및 MC들이다. ГОП FM(GOP FM)이라 하여 파티 컨셉을 고프닉으로 잡았는데, 프로모 영상이랍시고 분장 그대로 동네에서 춤추고 논 거다(...) 일종의 자학개그. 고프닉의 현란한 발사위로 유명한 옆 영상 역시 이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물건.[2] 두 영상의 배경음악은 우크라이나 게임 스토커 시리즈에서 밴디트 송으로 유명한 동유럽식 상송 중 하나라고 한다. 참고. 나중에 리메이크도 됐다고. 동구권 유머로서는 밈으로 매우 유명하다. 심지어 영상에 있는 덧글 중에서 "이 음악을 들었더니 제 M16이 AK74로 변했습니다"라는 덧글도 있다.[3] 그 외 벙거지 모자 혹은 우샨카, 비니모자 등을 착용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4] 이건 외국에서 '슬라브 스쿼트' 라 불리며 밈으로 퍼지기도. 따라해보고 싶다면 여길 참고하자. 아시아인들과 동구권 사람들이 쉽게 취하는 자세이다 보니 서구권 사람들은 아시안 스쿼트 내지는 슬라브 스쿼트라 부르며 신기해한다. 본인들은 신체 구조상 잘 안되고 매우 불편한 자세이며 딱히 쪼그려 앉을 필요성이 없다 보니...[5] BPM 155 이상의 좀 빠른 템포에 깡통 굴러다니는 소리 같은 소위 'Donk' 베이스 소스가 강조된 것이 특징. 대표 아티스트로는 XS Project, Hard bass School, Davay, uamee, Professional Gopnik, Badwor7h, DJ Blyatman, Gopnik McBlyat 등이 있다. 마지막 둘의 "Blyat"은 영어로 "Fuck"와 같은 단어이다. 즉 쌍욕(...). Blyat 특유의 발음과 말투도 밈으로 나름 유명해서 이름을 저렇게 지었는지도. [6] 해당 팬 게임에 나오는 적들은 크게 고프닉 같은 불량배와 군경 공무원, 특수부대원으로 나누어진다고 보면 된다.[7] 저 곡을 쓴 마이크 나우멘코는 자신의 숙소 앞에서 죽치고 앉아 있던 고프닉 패거리한테 잘못 걸려 들고 가던 기타를 빼앗기고 눈에 멍이 들 정도로 맞은 경험이 있는데, 팬들은 그 경험이 저 곡에 생생히 들어갔다고 평가한다(...)[8] 이 동네 아파트들은 당시 기준으로 높기도 높았지만, 옆으로도 무지막지하게 길다. 한 블록을 혼자 가로막을 수 있을 정도다.[9] 한국에서는 아파트가 부의 상징이지만 반대로 구미권에서는 아파트가 '자기 집 마련하기 힘든 사람들이 차선책으로 들어가는 곳' 정도의 이미지이다. 즉 한국에서 고시원을 생각하는 딱 그런 시선인 셈이다.[10] 이 때는 5코페이카 동전 1개 정도면 버스와 노면전차, 전철을 마음껏 탈 수 있었고, 아파트 월세비도 5루블이였는데, 소련시절에는 공식 환율과 비공식환율, 암시장 환율이 따로 놀았기에 일률화하기는 힘드나 1루블 = 1달러로 치는 경우에는 5달러였다. 1980년대 중반 당시 평균 월급이 200루블 수준임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쌌던것은 사실이었다. 참고로 1980년대 초반 기준으로 5루블은 보드카 1병 값이었고 1980년대 후반에는 보드카 반병값이었다. 괜히 라이프 오브 보리스 영상에서 "보드카 반병으로 월세를 낼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오는것이 아니다. 최저임금 수준으로도 충분히 먹고 사는것이 가능했을 정도. 다만 자동차나 카페트같이 좀 고급스럽다 싶은것을 구하려면 웃돈을 주거나 몇 달에서 몇 년씩 기다려야 되는 것이 문제였지. 현재도 그 유산이 남아서 러시아의 공공물가는 비교적 싸다. 고프닉 컨셉으로 유명한 러시아인 유튜버 보리스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대학 시절 1주일 용돈은 유로로 환산하면 5유로(2020년 기준 한화 약 6천원) 정도였는데 그걸로도 먹고 사는 데는 충분했다고 한다.[11] 소련에서 '무직'은 범죄였기에, 노숙자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하다못해 부업 정도는 기본으로 가지고 있었다. 언더그라운드 가수처럼 소련 당국이 인정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경우도 이건 마찬가지였다. 빅토르 초이는 화부였고, 마이크 나우멘코는 극장 스태프였으며, 보리스 그레벤시코프는 경비원으로 일했다.[12] 이것도 원래 러시아 하면 보드카가 기본이였지만 이 고프닉들이 돈이 없다보니 더 값싼 맥주를 대신 퍼마셔서 고프닉의 다른 상징 중 하나가 바로 맥주캔이기도 하다. 크바스도 알콜 음료이긴 하나 이건 러시아인 입장에서는 미성년자도 콜라 대신 퍼마실 정도로 간에 기별도 안가는 물건 취급이라...[13] 사실 흐루숍카 자체가 우중충하면서도 비슷비슷한 외관과 심한 층간소음, 낮은 천장으로 이미 소련 당대에도 까임요소였기도 했다. '''1976년 작'''인 운명의 아이러니에서도 당대의 아파트 디자인을 풍자하는 애니메이션이 배치될 정도였다. 다만 소련 붕괴 이후로 집을 직접 사야되는 시대가 오면서 높은 집세를 부담해야되는 러시아 서민들에게는 그래도 이 때가 집마련 하느라고 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며 향수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14] 특히 겨울엔 눈이 얼어 있어도 얼음바닥에 앉으면 체온에 녹아 옷이 젖고, 여름엔 눈이 없어도 길바닥이 이미 더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