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난신

 


怪力亂神
1. 개요
2. 대중매체에서의 등장


1. 개요


공자의 언행을 제자들이 기록한 책인 《논어》(論語)의 술이편(述而篇)에 나오는 말.

"子不語怪力亂神"

선생님은 괴력난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1]

  • 괴(怪): 기괴한 일
  • 력(力): 차력처럼 초인적인 힘
  • 난(亂): 난세에서 일어날 법한 막 나가는 현상들
  • 신(神): 초자연적인 신비로운 일
을 의미한다. 혹은 '괴력'과 '난신', 즉 괴이한 힘과 난잡한 귀신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도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것이라는 것은 유사하다.
주자집주를 보면 괴력난신의 반대를 '상덕치인(常德治人)'으로 설명한다.
  • 상(常): 기괴하지 않은 평상적인 것
  • 덕(德): 꾸준하게 내면적으로 쌓아가는 덕성
  • 치(治): 질서정연한 다스림
  • 인(人): 초자연적 신과 반대되는 인간적인 일
삼국사기를 비롯한 역사서들은 대체로 "군자불어 괴력난신(君子不語怪力亂神)과 술이부작(述而不作)"에 입각하여 저술되었다. 재밌게도 이러한 이유로 삼국사기에는 삼국유사와 달리 단군신화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 이걸로 김부식을 까기도 하지만, 마늘을 먹고 사람으로 변한다는 내용은 명백히 초자연적이고 현대인들도 이것을 일종의 비유라면 모를까 아무도 말 그대로의 실제 역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역사를 기록하는 임무를 왕에게 받은 김부식으로서는 원칙적으로는 넣지 않는 게 합리적 선택이었던 것. 다행히 현실성이 낮은 설화적 기록도 모두 수록한 일연삼국유사 덕분에 후대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무당조선시대 내내 천대받은 이유 중 하나다. 일월성신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천자뿐이고 명산대천에 제사할 권리를 가진 것은 제후뿐이며 아무나 주문을 외워서 편한 대로 복을 받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
(물론 일월성신이니 산악숭배니는 뭐 괴력난신 아니겠냐만...)
그리고 무당보다는 덜했지만 불교나, 좀 더 나중에 들어온 천주교 역시 괴력난신으로 간주하여 탄압하였다. 우리나라 사찰이 대부분 산속 깊은 곳에 있는 것이나 가혹한 조선의 천주교 박해는 그런 연유가 있다. 왕실의 여인들이 무당을 불러서 재해를 쫓고 복을 기원하는 굿을 하는 바람에 정치적 공격의 빌미가 되는 일도 많았고, 율곡 이이가 도를 깨우치고자 잠시 절에 들어갔다가 아니다 싶어 곧 하산한 적이 있었는데 이 일로 평생 반대파들에게 공격당했다.[2]
오해하기 쉽지만 현대의 무신론, 과학적 실증주의와는 관련이 없다.[3] 정작 조선시대 유교 교훈서인 오륜행실도에는 효자가 병든 어머니를 걱정하며 눈물을 흘리자 겨울철에 죽순이 돋아났다든가, 상제가 보낸 신인(神人)이 꿈에 나타나 아버지의 병을 치료했다든가, 아버지 장례비를 마련하기 위해 노비가 된 효자를 천녀가 내려와서 구해주고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든가 하는 초자연적이고 비합리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간단히 말해서 유교적 세계관에서는 인간의 지극한 효성에 하늘이 감응해서 불가사의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자연의 당연한 이치이며 괴력난신이 아니다.

신하가 임금을 위하고, 자식이 아버지를 위하고, 아내가 남편을 위하고, 아우가 형을 위하고, 친구가 친구를 위하는 '''절박한 마음이 일호의 사사로움이나 거짓이 없어서 천리(天理)의 바름에 순수하게 부합하면, 여기서 느끼어 저기에 반응하는 이치가 그렇게 될 것을 기약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는 수가 있다.''' 주공(周公)이 금등(金藤)에 빌고, 검루(黔婁)가 북신(北辰)에 기도한 일, 왕상(王祥)이 얼음 깨고 잉어를 얻은 일, 맹종(孟宗)이 겨울에 대밭에서 울어 죽순을 나게 한 일 등이 있으니, 어찌 이치가 없다면 그럴 수 있겠는가?

남효온, <귀신론>

대가 오래된 먼 조상은 그 기(氣)는 비록 멸하였지만 그 이(理)는 멸망한 것이 아니니, 그러므로 또한 정성으로써 감통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맑고 푸른 하늘에 본래 비가 올 기운이 없다가 갑자기 구름이 모여들어 드디어 큰 비를 내리는 것은, 비록 비가 내릴 기운은 없었지만 역시 능히 비가 내릴 수 있는 이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대(遠代)의 조상은 진실로 감응할 수 있는 기운이 없지만 지극한 정성으로 염원하면 마침내 감응하게 되는 것은, 비록 능히 감응할 수 있는 기운은 없지만 역시 능히 감응할 수 있는 이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이, <死生鬼神策>

마찬가지로 이 말만 보면 공자가 무신론자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공자는 귀신이나 초자연적인 현상 자체를 부정하거나 그러한 문제에 냉담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귀신을 존경하되 멀리하라'거나, '신에게 제사를 드릴 땐 신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행해라'거나, '우임금은 거친 음식을 드시면서도 귀신에게는 효성을 다했고 허름한 의복을 입으면서도 제사 예복은 아름답게 꾸몄으니 흠잡을 데 없다'거나, '고을 사람들이 역귀를 쫓는 굿을 할 때는 제사 예복을 입고 동쪽 섬돌에 서 계셨다'는 등. 이를테면 니콜 오렘이나 장 뷔리당 등 중세 기독교 신학자들이 마술이나 점성술 같은 '미신'을 비판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근거한 자연과학적 설명보다는 허황되고 과장된 이야기에 현혹되는 민중들의 우매함을 경멸하곤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무신론자라고 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2. 대중매체에서의 등장


원문에서의 의미보다는 '엄청난 힘'(괴력)을 사용하는 초자연적 세력이란 뜻으로 많이 사용한다.
  • 괴력난신에 관한 이야기만 모아 놓은 《자불어(子不語)》라는 이야기책도 있다. 이름은 子不語怪力亂神의 앞 세 글자를 딴 것. 같은 이름의 중국 만화책도 있는데 국내에는《아무도 모르는》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 SCP 재단 한국어위키의 카논 중 하나인 "조선"에선 조선시대의 SCP들과 그것을 상대했던 사람들을 다루는데, 이중 정부측 기관인 이금위와 보전원에서 이물, 즉 변칙 개체를 괴이, 용력, 패란, 귀신으로 분류한다. 선비는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대놓고 변칙개체들이 존재하는 세계관 특성상 조정에서 암묵적으로 대항 부대를 운용 중이라고 한다.
  • 영웅의 군단의 태생 신화 영웅 중 괴력난신 나타라는 영웅이 있다. 천제를 모시는 팔신장 중이서도 화력만큼은 원탑이라 한다.
  • 네이버웹툰 호랑이형님의 등장인물 이령의 이명이 괴력난신으로 묘사된다. 이령 또한 죽은 생물을 수하로 부리는데다 본연의 초자연적이면서도 기이하고 강력한 힘을 휘두를 수 있다.
  • 전생검신 에서의 유가는 괴력난신의 존재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설정이다. 그것을 말하는 것 자체가 괴력난신을 불러들이는 행동이기에 언급하지 말라는 규율을 퍼뜨리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상을 정립했다고 한다.
  • 메이플스토리의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호영의 5차 스킬 중에 '선기: 강림 괴력난신'이라는 스킬이 있다.
[1] 공자는 자신이 추구하던 인의(仁義), 시서예악(詩書禮樂)과 괴력난신은 전혀 상반되는 것이라 금하고 안 좋게 평가를 내렸다.[2] 그렇다고 오랜 기간 뿌리깊은 토속신앙과 이전 왕조인 고려가 불교국가였던 덕분에 민간의 믿음이 굳건했기 때문에 완전히 뿌리뽑지는 못했다. 병이 들거나 집안에 재해가 닥치면 양반가에서도 무당을 부르곤 했고, 왕가에서도 공식적인 입장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불교에 우호적인 왕도 있긴 했다. 그렇다고 조직적인 탄압이 없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탄압이 없는데 왜 심산유곡으로 숨는단 말인가. 저런 개인적인 성향을 가지고 국가의 탄압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장쩌민이나 시진핑 등이 불교에 우호적이라는걸 근거로 중국 공산당이 종교를 탄압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3] 일부 유교 찬양자들은 서양의 기독교와는 달리, 동양의 유교는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으므로 유교가 기독교보다 더 우월하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