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아르티에 드 빌포르
1. 개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2. 작중행적
2.1. 의도치 않게 에드몽 당테스의 몰락 원인을 제공하다
에드몽 당테스의 복수대상 중 한 명인 제라르 드 빌포르의 아버지. 본디 친나폴레옹 계열 정치세력인 '황제파' 의 일원으로서의 명성이 드높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작품 초반에서 제라르 드 빌포르가 '아버지에게는 황제조차도 산악당의 무서운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부분이나 몰락 과정에 들어선 나폴레옹에게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서 혁명의 대의에 봉사한다면, 기꺼이 민중 속에서 수십만의 군대를 만들어 내겠다' 고 호언장담하는 장면을 보면, 황제파라기보다는 골수 공화주의자에 가깝다. 이 인물이 나폴레옹 지지자처럼 묘사된 부분은, 작가 자신이 시대적 한계로 인하여 프랑스 혁명 당시의 공화주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작중에서 보나파르트파에 가까운 인물은 오히려 모렐이다.
나폴레옹이 유배를 가 있던 본작의 초반부 시점에선 반나폴레옹 파의 위치에 있는 제라르 드 빌포르의 출세에 걸림돌이었던 인물로, 나폴레옹이 백일천하 이후 또다시 유배되어 사망하고 소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는 시점에서는 중풍으로 전신불수 환자가 되어 있는 상태다.
위치상으로 보면 백작의 원수인 빌포르의 육친이자 편지의 원 소유주로 감옥에 집어넣게 만든 원인제공자이지만, 백작은 이 사람에겐 딱히 복수할 생각을 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에드몽 당테스는 자신이 운반하던 편지가 이 사람에게 가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일이 꼬이다보니 원인을 제공한 거지 에드몽 당테스에게 무슨 해꼬지를 하려던 사람은 아니라는 점과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나타난 시점에서는 이미 눈꺼풀을 깜박이는 것 외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신세였던 것도 참작될 듯.
2.2. 플라비앵 데피네를 죽이다
본래는 나폴레옹의 심복이었던 프란츠 데피네의 아버지 플라비앵 데피네 장군을 끌어들이려고 했으나 이미 변심한 데피네는 거절했고, 비밀을 지킬 것을 강요당한 데피네는 자존심이 상해서 누아르티에에게 계속 시비를 건 바람에 서로 결투를 하게 된다. 대부분의 축약판에는 잘리지만, 원작에서 에드몽 당테스를 감옥에 집어넣고 제라르 드 빌포르가 루이 18세를 알현하는 장면에서 데피네 장군의 실종사건을 보고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 무기가 데피네 장군은 세이버였지만 누아르티에 드 빌포르는 소드 스틱이었다는 점과 누아르티에의 나이[1] 를 생각하면 그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2.3. 발랑틴 드 빌포르를 아끼다
누아르티에 드 빌포르는 손녀 사랑이 지극했는데 어린 시절 어머니인 르네 드 상메랑을 여의고 엘로이즈 드 빌포르와 에두아르 드 빌포르에게 박해받는 처지가 불쌍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재산을 발랑틴에게 물려주려고 해서 엘로이즈는 이를 불쾌히 여겼다.
발랑틴 드 빌포르는 막시밀리앙 모렐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집안에서는 그를 좋게 여기지 않았고 프란츠 데피네와 혼인시키려고 했다[2] . 그러자 손녀를 위해서 데피네 사건의 진범이 자신임을 증명하는 서류로 혼담을 파기하게 만든다. 이 때 제라르 드 빌포르는 그것을 "아버님이 늙어서 망령이 나셨다" "실성하셔서 그런 거다"는 말로 무마하려 하는데[3] , 나중에 정작 실성하고 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보면 복선이라고 해야 할 지 은근히 소름돋는 부분.
2.4. 엘로이즈 드 빌포르에게 죽을 뻔하다
며느리인 엘로이즈 드 빌포르는 집안의 모든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연쇄독살사건을 벌이던 와중 시아버지인 누아르티에도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시종이었던 바루아가 독을 탄 레모네이드를 대신 마셨다 죽어서 운 좋게 살았다.
2.5. 결말
아들인 제라르 드 빌포르는 미쳐버리고, 며느리인 엘로이즈 드 빌포르는 손자 에두아르 드 빌포르와 함께 동반자살하는 비극을 겪지만 손녀는 살아남고 무사히 결혼했다. 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데 발랑틴 드 빌포르와 막시밀리앙 모렐의 보살핌 하에 안락한 노후를 보냈을 듯.
3. 기타
존속살해, 독살, 재산암투, 스와핑, 시체유기 등 막장의 향기가 강렬한 빌포르 가에서 발랑틴 드 빌포르와 함께 몇 안 되는 개념인이다. 평소 다브리니 주치의에게 용담독 성분이 든 약을 처방받고 있는데 만약을 대비해 손녀에게도 약을 먹였다. 그 때문에 발랑틴이 엘로이즈 드 빌포르의 마수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주인공에 필적하는 놀라운 정신력과 의지의 소유자이자 독특한 정치적 특성의 소유자. 산악당의 혁명파로서 사실 나폴레옹과 왕당파 모두에게 특별한 신념을 품고 있지는 않다. 초반에는 경찰의 추적을 받으면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아버지에 대한 걱정+아버지때문에 자신의 경력이 끝장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제라르에게 빈정거리는 농담까지 던지면서 변장하고 도피를 계속할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로베스피에르 파로부터 숙청당할 위험에 처해서 도주하다가, 나폴레옹의 집권 이후 복권되었는데도 도리어 나폴레옹을 윽박질렀다고 한다. 전신 불수가 된 상태에서도 그 위엄은 여전하여 말 한마디도 할 수 없이 눈의 깜빡임만으로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처지에서도 프란츠 데피네와 결혼하기 싫다는 손녀를 위해 먼저 '이 혼담을 계속 진행하면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제라르를 압박하고, 그 수가 먹히지 않자 케넬 장군을 죽인 것이 자신임을 폭로하여 결국 혼담을 끝장내는 등 거침없는 활약을 보여준다.
멀쩡한 시절에는 매우 검에 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술에 능했다는 정식군인 데피네를 고작 소드 스틱으로 죽인 걸 보면...
영화판에선 크게 너프되어 그냥 사람좋은 영감님 외모로 아들의 사주를 받은 페르낭 몽데고에게 살해된다.
[1] 작중 초반부인 이 시기에 20대 중후반의 장성한 아들이 있었으니 이때 이미 못해도 중년의 나이였을 것이다.[2] 정확히 말하면 이 시점에서 빌포르 집안의 가장인 제라르는 막시밀리앙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제라르가 막시밀리앙에 대해 알게된 것은 한참 뒤, 발랑틴이 죽었다고 오해한 시점의 일이다. 즉 프란츠 데피네와의 혼담이 오고가던 시점에서는 그냥 발랑틴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줄도 모르고 적당히 좋은 남자와의 혼담을 진행시키던 상황인 것. 그리고 막시밀리앙은 골수 나폴레옹파인 모렐 가문 출신이니 만약 이 시점에서 제라르가 막시밀리앙의 존재를 알았다면 좋게 여기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절대로 딸과의 결혼을 허락할 수 없다고 미친듯이 날뛰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딸이 죽은 줄 알고 비탄에 빠져있던 제라르 앞에 막시밀리앙이 나타났을 때 제라르의 태도는 '평소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고 깐깐한 성격이었던 제라르' 가 '딸을 사랑한답시고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남자'를 대하는 태도로써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러운 편이다. 막시밀리앙이 자기 집에 멋대로 침입한 상황이었는데도 자신이 사랑했던 자기 딸을 사랑했던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축복해주고, 다만 자기가 혼자 있을 수 있게 나가달라고 부탁할 정도. 이는 제라르라는 인물이 스스로를 파멸에 이르게 할 정도로 큰 죄를 지은 인물이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만은 지극했음을 알려주는 장치 중 하나.[3] 누아르티에게 착착 사건의 진상을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어차피 옛날 일이라 범인을 밝혀내진 못할 것' 이라느니, '아버지가 망령이 들고 실성했다'는 등 아무도 안 믿을 소리를 하면서 상황을 무마하려고 들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꼭 알고싶었던 프란츠 데피네가 누아르티에에게 제발 그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달라고 애원하면서 실패한다. 이 역시 타인을 상대할때는 지극히 엄격하고 깐깐한 인물이었던 제라르가 자신이나 가족에 대한 문제에서는 억지를 부리고 사실을 대충 무마해서 덮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인물임을 보여주는 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