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카를로스
1. 에스파냐의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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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Carlos''', 1545년 7월 8일 ~ 1568년 7월 24일(만 23세)
스페인의 왕자. 펠리페 2세의 장남. 펠리페가 첫 결혼 상대이자 결혼 2년 만에 죽은[2] 포르투갈 공주 마리아 마누엘라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이다.
펠리페가 차남(펠리페 3세)을 갖게 되는 건 돈 카를로스 사후로, 그는 살아 있을 때 펠리페의 외아들로서 사실상 하나뿐인 후계자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돈 카를로스에겐 증조할머니 후아나 여왕과 마찬가지로 정신 장애가 있었다. 이 정신 장애는 근친으로 인한 유전병일 거라는 설이 유력하다. 특히 스페인 합스부르크 가문은 친척 간의 결혼이 빈번한 편이었으므로, 돈 카를로스의 증상은 유독 더 심했던 게 아닌가 추측된다. 이 유전적 정신 질환은 카를로스 2세도 앓았다.
펠리페 2세는 아내와 사별한 후 9년을 홀아비로 지내면서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고 지능도 모자란 아들 돈 카를로스를 데리고 참을성있게 피크닉을 다니며 대화를 시도하고, 지속적으로 아들의 치유를 위해 기도를 올리는 등 나름대로 하나뿐인 아들에게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가 지나가는 행인을 채찍질하고, 토끼를 산 채로 구워버리고, 마굿간에 들이닥쳐 말을 20마리나 죽여대는 기행을 저질러도 아량으로 감싸주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국을 이끌 후계자로서는 엄격하게 키우려 했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었는지 그는 아버지에게 반감을 갖고 성장했다. 펠리페 2세 역시 지쳤는지, 돈 카를로스가 성년이 되던 해에 알바 공작에게 아들의 저지능과 성격 장애를 한탄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 다음 해에 돈 카를로스가 궁전의 지붕을 바꾸도록 허락해 달라고 비서를 통해 아버지에게 서신을 보냈을 때, 건축에 대해서는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펠리페 2세가 "원한다면 해도 최대한 돈하고 손 덜 가는걸로 대충 해라."라는 식으로 대답한 걸로 보아 이때를 기점으로 펠리페 2세 또한 관심과 걱정이 포기와 적대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펠리페 2세의 3번째 아내인 이사벨[3]은 원래 약혼자이자 자신과 동갑이었던 돈 카를로스에게 처음부터 호감이 있었고, 또한 가엾은 전처의 아들을 불쌍히 여겼는지 돈 카를로스와 친근하게 지냈다. 이로 말미암아 궁정에 추문이 횡행했다. 이 때문에 대놓고 둘을 연인관계로 묘사한 작품도 나왔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 둘이 연인이었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역사학자들은 거의 없다. 돈 카를로스는 고모인 후아나(펠리페의 막내 여동생)와도 사이가 좋았는데, 다정한 새어머니와 고모에게서 어렸을 때부터 받지 못한 친어머니의 애정을 충족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강하다. 이사벨도 정작 남편과는 하루에 십여분 정도 대화를 나누는 정도라[4] 주변에는 따분한 궁정인들 뿐이니, 나이도 비슷한 돈 카를로스와 친구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 보내는 걸 좋아했다.
어느 날 돈 카를로스는 술래잡기하면서 시녀를 쫓아가다 엎어져, 머리를 크게 다친다. 펠리페는 의식을 잃은 아들을 위해 의사들보고 어떻게든 살려내라고 닥달하며 며칠 밤을 새우며 기도를 올리는가 하면 100년 전에 죽은 성인의 유해를 가져다 아들놈 곁에 두기도 했다. 나중에 기적적으로 돈 카를로스가 깨어났지만, 문제는 아들이 '''더 미쳐버렸다.'''
이후 플랑드르 원정군에 참가했던 돈 카를로스는 네덜란드 왕이 될 욕심에 돈을 들고 날라서 반란군 편에 붙기도 했다(…). 아버지가 그토록 고집하는 가톨릭도 내팽개치고 자신은 신교라고 주장해서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서자 출신 숙부[5]를 끌어들여 잔소리를 한 아버지를 암살할 계획까지 세웠다(…).[6] 그것이 탄로나자[7] 다이아몬드를 삼키고 화톳불에 뛰어드는 자해 시도까지 했다.
사태가 이 정도까지 되자, 내심 하나뿐인 아들과의 사이가 좋아지길 바랐던 펠리페 2세는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였다. 이젠 카를로스가 구제불능인 미치광이라는 것을 알자 탑에 유폐했다. 그리고 돈 카를로스는 그 안에서도 기행을 일삼다 죽었다.[8] 일설에 따르면 그런 꼴을 견디다 못한 펠리페 2세가 독살했다고도 한다.
어쨌든 돈 카를로스의 죽음은 스페인 왕국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왕자가 죽었다는 불행만으로 끝난 것도 아니었다. 이후 펠리페 2세는 돈 카를로스를 총애하던 막내 여동생 후아나와 사이가 틀어졌고, 카를로스와 염문설이 돌 정도로 그를 가까이 대했던 이사벨 왕비도 충격으로 앓다가 딸을 사산한 후 후유증으로 사망한다.
펠리페 2세도 마음의 상처가 워낙 커서 자신이 죽을 때까지 카를로스에 대한 언급을 아무도 못 하게 했다. 이후 카를로스 사후에 후계자인 펠리페 3세를 얻게 되었다. 펠리페 3세는 이복형 카를로스에 비하면 정상이었으나 문제는 이 사람이 스페인 최악의 암군... 하여튼 펠리페 2세는 자식 복이 정말 없었다.
참고로 막시밀리안 1세가 자신의 아들인 펠리페 1세에게 손자인 카를 5세의 외모를 들먹이며[9] 손자를 낳아준 것은 고마운데 왜 하필 저런 버러지를 낳았냐고 투정한 바 있는데 카를 5세 역시 자신의 아들인 펠리페 2세에게 왜 하필 저런 아이를 낳았냐며 실망했다고 전해진다. 스페인의 드라마 Carlos, rey emperador에선 직접적으로 펠리페에게 실망했다는 말을 하진 않지만 카를로스의 행동을 보고 카를이 굉장히 실망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
2. 프리드리히 실러의 운문 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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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인물인 스페인의 왕자, 돈 카를로스를 주인공으로 한 운문 사극으로 총 5막으로 이뤄져 있다. 국내에는 문학과 지성사에서 번역판이 나왔으며, 여기에 잔 다르크의 이야기를 담은 실러의 픽션 "오를레앙의 처녀"도 수록되어 있다.[10]
3.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스(베르디 오페라) 참조. 실러의 희곡을 원작으로 삼아서 작곡한 오페라이다.
[1] 이 초상화는 미화해서 그린 것이다. 실제로는 신체적으로도 장애인이라서 굉장한 혐오감을 주었다.[2] 카를로스를 낳은 지 4일 만에 산고로 사망했다.[3] 프랑스 왕 앙리 2세의 딸이며 프랑스식 이름은 엘리자베트 드 발루아.[4] 그렇다고 남편 펠리페와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다. 펠리페는 이사벨과 결혼한 뒤에는 정부도 들이지 않고 이사벨이 천연두에 걸리자 직접 옆에서 자리를 지킬 정도로 그녀를 아꼈다. 단지 펠리페 특유의 일 중독 때문에 너무 바빠서 이사벨과 지낼 시간이 없던 것뿐이다.[5] 레판토 해전때 기독교 연합군의 총사령관. 숙부라고는 하나 돈 후안이 카를로스보다 2살 더 어렸다.[6] 더 심하게는 200여년 뒤 조선의 사도세자처럼 무기에 미쳐서 아버지 몰래 무기를 수집하고 있었던 것이 탄로났다. 특히 근위병들이 카를로스의 방을 수색했을때 숨겨둔 무기가 가득했다. 그래서 이게 펠리페 2세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7] 애초에 돈 후안은 펠리페와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그에게 미움 받을까봐 두려워 바로 이 암살 계획을 고발했다. 한 마디로 돈 후안을 끌어들이려 한 것부터가 문제였다.[8] 자신을 석방해달라고 계속 단식을 하여 간수들이 강제로 수프를 먹여야 했고, 아버지한테 편지를 보내어 음식을 주문받아 폭식을 했다. 이러다보니 위장병이 심해져서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만것이다.[9] 합스부르크 특유의 유전병이 심해 음식을 잘 씹지도 못했고 입을 다물기도 힘들어했다고 한다.[10] 이 오를레앙의 처녀 역시 베르디가 오페라화 한다. 바로, 조반나 다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