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
1. 정의
'''등유'''(燈油)는 원유(原油)를 분별증류해서 얻어지는 석유의 일종이다. 가솔린, 나프타 다음에 나오는 물질이며, 상온에서는 액체상태이다. 영어표현인 케로신(kerosene) 은 원래 1854년 캐나다의 물리학자인 에이브람 게스너(Abraham Pineo Gesner, 1797-1864)가 상용화한 등록상표로 어원은 왁스를 뜻하는 그리스어인 케로스(keros)에서 유래한 것이나 오늘날에는 일반명사로 쓰인다. 단 모든 영어권에서 이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니며, 영국, 남아시아 및 남아공에서는 파라핀(paraffin) 또는 파라핀 오일이라고 부르고, 캐나다에서는 Stove oil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중부유럽에서는 petroleum이라고 불리는 등 사용지역에 따라서 통용되는 표현이 다르다. 각국언어의 표현도 대체로 kerosene을 자국어의 체계에 맞게 수용한 발음이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1]
한국에서는 등유 및 석유의 표현이 혼용되어 쓰인다. 가정용 연료를 석유라고 부를 때의 그 석유가 바로 등유이다. 노르웨이어 및 핀란드어에도 각각 Lampeolje, Lamppuöljy 등의, 등유를 그대로 직역한 듯한 어휘가 존재한다.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남포등이라고도 불렀던 석유램프의 연료로 잘 이용되어 왔으며, 전기가 보급되어 석유램프가 역사 속으로 퇴장한 오늘날은 가정용 난방 및 제트 엔진, 로켓 연료로 이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실내용 등유와 보일러용 등유(1998년 시판)[2] 두 종류가 시판되었으나, 환경상 문제와 부당 행위 등의 이유로 보일러용 등유는 2011년에 판매가 중단되었다. 보일러용 등유는 정제과정을 한 단계 더 거쳐서 경유와 특성이 거의 비슷했으며, 보일러용 등유를 실내 난방 기구에 넣으면 그을음 등의 문제가, 보일러 등유용 보일러에 실내용 등유를 넣으면 화재 사고 등의 위험과, 보일러용 등유보다 실내용 등유의 열량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3] 이러한 경유와 비슷하며 가격도 훨씬 싼 점을 악용하여 경유 차량 운전자들이 보일러 등유와 경유를 섞어서 쓰는 행태까지 발생하기도 했었다.
2. 성분 및 화학적 성질
등유는 탄화수소를 주성분으로 한 투명한 미색 액체이며, 분별증류를 할 때 대략 180~250℃ 범위에서 나온다. 분자당 탄소의 수는 16개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화학적 성질은 다음과 같다.
등유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들이마시거나 머리의 이를 제거하는 용도로 써서는 안 된다. 그러나 휘발유보다는 독성이 낮고 안전한 기름이라 기름때 범벅인 손을 씻는 용도로 쓰는 정도는 괜찮다. 원래 등유는 세척유로 많이 쓰인다. 당연하지만 손이 불어서 주름이 생길 정도로 등유에 담그고 있으면 안 된다. 가능하면 뜨거운 비눗물로 세척하고 처음부터 장갑을 끼고 작업하자.
3. 용도
등유는 대체로 가정용 연료나, 교통기관의 연료로 쓰이며, 살충제, 산업용 솔벤트, 의료용으로도 쓰이고 있다. 아주 위험하긴 하지만 드물게 불쇼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쓰인다. 상술했듯 제트 엔진의 연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3.1. 가정용 연료
19세기 후반에는 포경업이 퇴조하면서 공급이 격감해 버린 고래기름을 대체하는 연료로 등장하여 조명용, 난방용 연료로 쓰였다. 그러나 유증기로 인한 폭발 등 화재사고와 밀폐된 공간에서의 질식사고가 많았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등유전등과 등유난로의 제작기술이 발달하여 안전사고의 위험은 크게 줄었으나,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 주고, 일일히 연료를 사 와야 하는 등 불편함은 어쩔 도리가 없어서 조명은 전기에, 난방은 LPG, LNG 등의 가스의 보급으로 급속히 시장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그래서 20세기 후반부터는 저개발국을 제외하고는 조명용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고,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크게 줄었다. 일본과 대한민국에서도 20세기 후반까지 등유를 연료로 하는 석유풍로 및 히터를 많이 사용하였으나, 가스와 전기가 보급된 이후 일반 가정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아이템이 되었다. 그러나 환기 등 난로의 관리가 번거로워서 사용도가 매우 줄어들었지만 도시가스나 LPG를 들여놓기 어려운 건설현장 등의 소규모 사무실과 매장 등에서는 등유난로를 찾아 보기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석유 보일러(중앙난방용)의 연료로 여전히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아웃도어용 휴대용 버너 연료로도 애용되고 있다.
3.2. 교통기관용 연료
3.2.1. 항공우주용(케로신)
제트 엔진과 로켓 엔진의 연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과거에는 이 등유와 휘발유를 5:5 정도로 섞은 것을 썼으나 현재는 완전 등유로만 이뤄진 연료를 쓰고 있다.[4] 물론 아무 등유나 쓰는 것은 아니고 매우 높은 순도의 등유를 사용하며, 여기에 부식방지제, 정전기 방지제, 결빙 방지제등의 첨가물을 더 추가한다. 사실 과거에 쓰던 휘발유+등유가 어는점이 더 낮아서 결빙 위험이 없고 화염유지 특성 등도 더 좋지만, 대신 상대적으로 화재사고 위험이 더 높다. 반면 등유는 유증기만 없다면 성냥불이나 라이터를 던져도 그대로 불이 꺼져 버릴 정도.[5] 자세한 내용은 항공연료 참조.
비행장에 있는 각종 항공기 점검용 장비도 이 제트유로도 돌아가는 디젤 계통 엔진을 쓰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별도의 경유나 휘발유를 쓰는 것 보다는 구하기가 쉬우니까. 물론 비싼 제트유를 그냥 쓰는 것은 아니고, 가급적이면 여러 이유로 순도가 낮아져 항공기에는 못쓰게 된 제트유를 모아뒀다가 쓴다. 이를 테면 점검을 위해 항공기에서 한번 뽑아낸 연료라든지.
또한 특별히 정제된 등유는 액체 로켓의 연료 중 하나로 쓰인다. 등유는 액체수소보다 무게당 비추력은 낮지만 비중이 커서 추력당 부피는 훨씬 작고 또 냉각이나 단열이 필요없어서 연료탱크의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증발하지 않으므로 취급도 편리해서 다단계로켓의 1단로켓(부스터)의 연료로써는 액체수소보다 유리하다. 아폴로 계획에 사용된 로켓인 새턴 로켓의 1단 연료에도 등유가 사용되었다.[6]
3.2.2. 혼유 문제
그런데, 경유를 연료로 쓰도록 설계된 디젤 엔진 탑재차량에 등유를 쓰는 경우가 있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 달러를 넘은지 오래인 초 고유가 시대에 경유보다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일부 버스 회사, 트럭 운송 사업자들이 등유를 사용하고 있다. 이럴 경우 운행 중 '''차량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 난로가 아닌 보일러용으로 판매되는 '보일러용 등유'(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등유는 '실내용 등유')는 경유와 같은 온도에서 증류되는 '사실상의 경유'이므로 사용상에 큰 문제는 없다. 단, 이 경우 탈세가 문제가 된다. 원래 보일러 등유라는 종류 자체가 없었다. 기름 보일러에는 원래 경유를 넣고 돌렸는데 세금 더 걷겠다고 자동차용 경유에 세금 올리면서 보일러 등유라는 희한한 유종을 억지로 만든 것이다. 차량 연료용 경유에 비해 보일러용 경유는 세금을 적게 물리기 때문. 일단 걸리면 주유소나 판매소는 최하 영업정지 3개월(3번 걸리면 폐업처분), 소비자도 과태료 50만 원~300만 원이다. 거기다가 소비자 차량의 엔진 연료 분사 시스템이 CRDi라면 '''엔진이 사망할수도 있다.[7] ''' 자세한 것은 혼유 문서 참조.
3.3. 기타 용도
살충제로 쓰이기도 한다. 석유유제(石油乳劑)라는 것이 바로 그것으로, 비눗물과 등유 또는 경유를 혼합하여 유액으로 만든 후 사용한다. '''소독차가 내뿜는 흰 연기'''의 정체도 바로 석유유제이다.
산업 분야에서는 윤활유 등의 기름때를 제거할 때 쓰는 솔벤트 용도로도 쓰며, 휘발유보다는 화재의 위험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이런 성질 덕분에 착 달라붙은 스티커등을 제거하는 데 탁월하다. 특히 자동차 유리에 부착된 주차경고 스티커를 제거할 경우 스티커 제거 스프레이, 에프킬라, 물파스 등을 쌈싸먹는 위력을 발휘한다.
서커스 등에서 볼 수 있는 각종 불쇼도 등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메탄올은 화력도 약한데다 인화점이 낮아 위험하고, 독성이 등유보다 더 높아서 혹시나 삼켰을 때 실명 및 사망이 위험이 비상히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등유가 안전한 것은 아니므로, 불쇼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이외에는 절대 따라해서는 안된다.
자전거 구동계 청소에 이용하기도 한다. 기름때와 녹제거에 환상적이다. 다만, 윤활성분이 모두 등유에 씻겨나가므로 꼭 해당 부품만 개별적으로 탈거하여 세척한 후 잘 말린다음 꼭 기름칠을 해주자. 하지만 시마노에서는 자사의 체인 세척에 등유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요즘은 거의 보기 드물지만 과거에는 자동차나 이륜차 엔진의 에어 필터를 등유로 씻어서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까지나 습식이 아닌 건식 에어 필터이기에 등유가 충분히 마르기 전에 운행하다 엔진 부조가 나는 모습도 비교적 흔했던 케이스.
4. 여담
위기탈출 넘버원 2005년 12월 10일 22회 방송분에서 인화점이 낮은 등유의 위험성을 방영했다.
5. 관련 문서
[1] 독일어에서는 일반적 의미의 등유를 Petroleum, 제트엔진의 연료를 Kerosin이라고 구별해서 부르고 있다.[2] 일반 실내용 백등유와 구분하기 위해 빨간 색소를 첨가한다. 그래서 속칭 딸기우유(...)라고 부른다.[3] 정확히 말하면 보일러 등유는 경유와 특성이 비슷해서 등유보다 발열량이 높고, 발화점 역시 등유보다 높았다.[4] 군 규격은 JP-8, 민간 규격은 Jet A[5] 영화 다이 하드 2에서 항공기에서 흘러 나온 기름에 라이터 불을 붙여 항공기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 실제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TV에 여러 번 나왔다.[6] 2, 3단은 액체수소 연료 및 액체산소 산화제를 탑재한다.[7] 그말은 '''꿈에서도 보기 싫은 천만원대 수리 견적서가 나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