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 이즈 잉글랜드
1. 개요
'''이성이 잠들면 요괴가 눈뜬다'''
- 영화평론가 이동진
1983년 잉글랜드에 살던 12살 소년이 스킨헤드들과 놀며 겪는 일들을 다룬 영화. 감독인 셰인 메도우스의 자전적인 경험에 기초했다고 한다.
2. 스토리
마가렛 대처, 듀란 듀란, 인베이더, 에어로빅, 포클랜드 전쟁으로 대표되는 1980년대 영국의 풍경을 담은 오프닝 시퀀스와 함께 영화는 시작된다. 1983년 7월의 어느 날 아침 숀은 포클랜드 전쟁에서 전사한 아버지의 사진 옆에서 일어난다. 아버지가 선물한 통이 넓은 나팔바지를 입고 등교하는 바람에 온종일 놀림을 받게 된다. 학교에 가는 도중 가게에 들러 판매 중인 만화책을 구매하지 않고 보다가 파키스탄 출신 가게 주인에게 쫓겨나고 만다. 학교에서도 나팔바지를 놀리던 상급생과 말싸움 중, 아버지를 모욕하자 바로 달려들어 교장실로 끌려가게 된다.
숀은 풀이 죽은 채 집에 돌아오던 길에 우디의 패거리와 마주하게 된다. 우디가 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숀은 그들과 어울리게 된다. 하지만 숀만 챙기면서 자신은 놀리기만 하는 가젯의 질투로 숀은 다시 화가 난 채로 집에 돌아온다.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새총을 가지고 숀은 외롭게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각종 장비를 들고 가젯이 숀의 집을 찾아온다. 첫 만남에서의 일이 신경 쓰였던 우디가 가젯을 보내 함께 어울리고자 한 것. 폐가에 침입해 창문과 내부를 마구 부수며 놀며 숀은 우디 패거리와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이후 숀은 엄마를 졸라 스킨헤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닥터 마틴 워커를 사러 가지만, 점원의 입놀림에 넘어가 '톰킨즈' 제품을 사게 된다. 이후 롤이 머리를 빡빡 깎아주고, 우디가 벤 셔먼 셔츠를 선물해주면서 숀은 스킨헤드 패션을 완성한다. 우디 패거리와 어울리며 숀은 '생애 최고의 날'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들어온 데다가, 머리까지 밀고 들어온 아들의 모습을 보고 엄마 신디는 화를 낸다. 우디 패거리의 아지트로 가서 자신의 허락도 없이 아이의 머리를 민 것에 대해 꾸중하지만, 괴롭힘당하고 있던 숀을 구해준 것과 옷가지들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 숀이 패거리와 어울리는 것을 허락한다. 이때의 스킨헤드 패거리는 정치적인 모습은 커녕, 숀의 어머니에 대해 상당히 예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밤늦게까지 스킨헤드 패거리와 어울리며 숀은 스멜과 키스하며 사랑을 나눈다. 이 와중에 감옥에서 출소한 콤보가 심한 장난을 치며 등장하며 분위기는 급속도로 안 좋아진다. 패거리에 자메이카계 흑인 밀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콤보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다음날 우디의 패거리는 콤보의 발언과 태도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패거리의 일부는 콤보에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며 대립하게 된다. 결국, 다음 날 아침 콤보는 모든 패거리를 모아놓고 진정한 잉글랜드를 위해 자신과 함께할 사람들만 남으라고 선언한다. 싸고 쉬운 노동력으로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외국인들을 공격하자는 것. 이야기 중에 전쟁에 나가 죽는 군인들의 죽음은 의미 없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숀이 반발하지만, 오히려 콤보는 당돌한 숀의 태도를 마음에 들어 한다. 인종차별에 동의하지 않는 우디와 롤, 그리고 밀키는 자리를 뜨지만 숀과 가젯 등은 콤보 패거리에 합류하게 된다.
콤보는 숀을 대리고 '영국(British)'이 아닌 '잉글랜드(England)'를 외치는 정치 집회에 가기도 하며 본격적으로 극우 행보를 시작한다. 숀과 콤보 패거리는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에 인종차별적인 낙서를 하고, 지나다니는 외국인을 공격하기도 한다. 아무런 죄 없이 축구를 하던 파키스탄인들을 찾아가 괴롭히고 협박하기도 하고, 영화 초반에 숀을 쫓아냈던 파키스탄 출신 가게 주인을 찾아가 강도를 저지르기도 한다. 콤보 패거리는 그렇게 훔친 술과 담배를 들고 우디 패거리가 모여있는 스멜의 생일 파티 현장에 찾아간다. 하지만 콤보가 들어오자마자 우디와 롤, 밀키 등은 바로 자리를 뜬다. 그래도 콤보는 우디에게 화해할 것을 요청하지만, 우디는 단칼에 거절한다. 이날 밤 숀은 스멜에게 고백하고 둘은 정식으로 교제하게 된다.
며칠 후 콤보는 롤의 직장으로 찾아가 잠깐만 이야기하자고 한다. 롤은 많은 외국인과 함께 일하고 있으며,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가깝게 지내고 있다. 콤보는 여기서 감옥에 있을 때 만든 상자를 선물하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롤은 콤보가 감옥에 가기 전 함께 보냈던 밤은 '생애 최악의 밤'이었다고 이야기하며 콤보의 고백을 거절한다. 이에 콤보는 심하게 분노한다. 이어서 콤보는 밀키를 찾아가고, 아이러니하게도 밀키는 콤보의 패거리에 합류하게 된다.
콤보는 밀키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다른 패거리 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시간이 지나며 콤보와 밀키는 인종을 떠나 사이좋게 지내는 듯하지만, 밀키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콤보는 극도로 분노하게 된다. 자신의 삶과는 너무 대조되는 밀키의 삶에 분노한 것[1] . 결국, 콤보는 밀키를 거의 죽기 일보 직전까지 구타한다. 극도로 흥분한 콤보는 다른 백인 패거리 원에게 까지 폭력을 휘두루고, 숀은 이 일로 인해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포클랜드 전쟁에 관한 영상이 잠시 흐르고, 숀은 집에서 아버지의 사진을 보며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눈다. 숀은 영화 초반부 혼자 놀던 바닷가에 가서 잉글랜드 깃발을 바닷가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숀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3. 등장인물
- 숀(Shaun) - 토머스 터구즈
아버지가 포클랜드 전쟁에서 전사한 뒤 어머니와 함게 외롭게 살아가는 소년.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서 아버지를 모욕하면 상급생이고 뭐고 일단 덤비고 본다. 이러한 성격 덕분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킨헤드들과 어울리게 된다.
- 콤보(Combo) - 스티븐 그레이엄
정치적으로 무장한 스킨헤드. 배우는 갱스 오브 뉴욕에서 하급 갱스터 역을 맡기도 했던 스티븐 그레이엄. 표면적으로는 자신을 잉글랜드인이라고 여기는 비(非)백인도 스킨헤드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인종차별주의자이다. 우디와 절친한 사이였지만, 감옥에 다녀온 뒤 인종차별주의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중반까지 그냥 생각없이 노는 걸 즐겼던 우디 패거리의 분위기를 갑자기 바꿔버리는 악역. 결국 영화 막판에 사고를 치고 만다. 하지만 감옥에 가기 전부터 감정이 있었던 롤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 신스(Cynth) - 조 하트리
주인공 숀의 엄마. 아버지 없이 자라는 아들에 대해 걱정이 많다. 처음 머리를 빡빡 밀고 온 아들을 보고 스킨헤드 패거리를 찾아가지만, 패거리와 어울리며 밝아진 숀의 모습을 보고 패거리와 어울리는 것을 허락한다.
- 밀키(Milky) - 앤드류 심
패거리의 유일한 흑인. 정치적인 의미는 거의 없는 스킨헤드. 콤보가 감옥에 가있는 사이 우디와 가장 절친한 사이였다. 콤보가 처음 등장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할 때 언짢음을 표현하지만, 후반부 역설적으로 콤보의 패거리에 합류한다. 인종차별과 상관 없이 문화적인 양식으로 스킨헤드를 즐기는 타입이라고 볼 수 있다.
- 롤(Lol) - 빅키 맥클르
우디의 여자친구. 처음 숀의 머리를 밀어준다. 콤보가 감옥에 가기 전 하룻밤을 함께 했지만, 롤은 '인생 최악의 날'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여전히 콤보의 짝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작 롤은 많은 파키스탄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우디(Woody) - 조셉 길건
스킨헤드 패거리의 리더격인 인물. 학교에서 싸우고 기죽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숀을 보고 처음 패거리로 데려온 것이 바로 우디다. 구성원간의 분쟁을 조절하는데 능하고 모두에게 인망이 깊다.
- 스멜(Smell) - 로자먼드 핸슨
숀의 여자친구. 패거리와는 다른 뉴 로맨틱스 패션을 하고 있다. 이름은 냄새와는 관련이 없는 미셸인데 발음이 비슷해서 붙은 별명이라고 한다. 영화 후반부 스멜의 생일 파티에서 사고가 터지고 만다.
- 가젯(Gadget) - 앤드류 엘리스
스킨헤드 패거리의 개그 담당 캐릭터. 뚱뚱한 외모와 남자의 성기를 뜻하는 단어와 비슷한 발음의 이름 때문에 항상 놀림을 받는다. 우디의 패거리에서 떨어져나와 콤보 쪽으로 붙는다.
4. 읽을거리
80년대면 영미권에선 60, 70년대의 급진적인 바람에서 벗어나 보수적인 성향의 정부들이 들어서고 극우 세력이 영향력을 얻던 시절이었다. 1982년의 포클랜드 전쟁은 마거릿 대처의 영국이 마지막으로 힘을 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문화적으로는 머리를 밀고 청바지에 워커를 신은 스킨헤드들이 극우 이념과 결합하기도 했는데 재밌는 점은 이 스킨헤드 문화가 해당 문서를 봐도 알겠지만 자메이카 계통의 노동자들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 당시에도 파키스탄계 등에 대한 공격 행위 같은 게 있었다고 하는데 백인 하층민들에 이 문화가 흘러들면서 공격성은 점점 심해지고 인종차별적인 성향도 드러나게 된다. 콤보가 술 마시다가 갑자기 밀키를 떡실신시킨 건 스킨헤드란 문화적 구호 아래 감춰놓은 인종차별적 성향이 드러난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게다가 82~83년은 서브컬쳐에서도 "트래디셔널"이라 불리는 문화가 종말을 고하는 시대였다. 고전적인 스킨헤드 문화가 종식되고 새로운 문화로 전이되는 시기의 혼란을 그려낸 수작.
5. TV 드라마화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후에 디스 이즈 잉글랜드 86과 디스 이즈 잉글랜드 88까지 제작되었다. 86년도는 스킨헤드와 캐주얼족(Casuals)의 분쟁에 관련된 드라마고, 88년도는 등장인물들이 성장하며 점점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2]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드 팬들 사이에서 약간 알려져있다. 아무래도 국내에는 생소한 서브컬쳐 코드가 잘 와닿지 않은듯.
2015년, 디스 이즈 잉글랜드 90의 제작이 결정되었다.
6. 전문가 평가
[1] 인종차별에 빠지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같이 콤보 역시 자신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민자들과 밀키에게 표출한 것이다. 인종차별이 우월감이 아닌 열등감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2] 88년쯤 되면 주인공 션은 college에 들어간다. 영국에서 college란 우리와 미국이 말하는 대학생에 해당되지 않는다. 영드 스킨스 주인공들도 college라고 하고 고등학생을 의미한다. 유튜브 Luke McClure 채널 미국대학 vs 영국대학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