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고 사건

 



1. 개요
2. 시작
3. 누명에서 벗어나다
4. 이후


1. 개요


'''Death of Azaria Chamberlain'''
[image]
아자리아 체임벌린(1980. 6. 11. ~ 8. 17.)과
어머니 린디 체임벌린(1948 ~).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어난 사건. 동물의 소행으로 결론났지만 확증편향으로 부모가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희대의 누명 사건이기도 하다.

2. 시작


1980년 8월 17일, 노던 준주 울루루에서 캠핑 휴가중이던 부모에게서 태어난 지 2달 된 아기 아자리아가 감쪽같이 실종되었다. 부모는 딩고가 아이를 물어갔다고 호주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건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경찰이 부모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들의 '차분한' 태도 때문이었다. 아버지 마이클 체임벌린(1944 ~ 2017)은 딸이 딩고에게 물려간 것을 깨닫고 아내가 비탄에 빠졌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자신들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찰은 자체적인 가설을, 아니 소설을 썼는데, 계기판 위에서 핏자국이 발견되었고 근처 땅 위에서 작은 옷 조각이 발견된 것을 근거로, 조수석에 앉아있던 린디가 무릎 위에 딸을 안고 있다가 가위로 찔렀다고, 마이클은 아내의 범죄를 숨기는 일을 도운 사후 공범이라고 단정했다. 다른 캠핑객들은 개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고, 텐트 안과 주변에는 실제로 동물 발자국, 개털, 끌고 간 흔적 등이 분명 있었지만, 경찰은 가설에 부합하지 않는 다른 증거는 '''무시했다.''' 마이클은 목사였고 부부에게 어린 딸을 죽일 동기 같은 것은 없기도 했다. 하지만 남편인 마이클이 하필이면 이단취급을 받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또는 안식교회 목사였다는 점이 화근이 되었다. 결국 경찰은 부모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인신공양 의식을 위해 아기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부모인 마이클과 린디를 기소했다.
여기에는 당시 시점에서 딩고가 아이들을 해쳤다는 기록이 없던 탓도 있었다. 딩고는 무해하다고 생각되는 동물은 아니었고 가축들을 공격하는 일도 잦았는데 말이다. 어쩌면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중은 자기 나라의 정체성의 일부인 딩고가 인간에게 위협적인 짓을 했다기보다는, 차라리 어머니가 딸아이를 죽였다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1][2] 그러나 아자리아 실종 이후 여러 해에 걸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공격 사례가 보고되었고,[3] 사망 사건까지 있었다.[4]
이 어처구니없는 누명은 다행히 1차 공판에서 무죄로 판결났지만, 법정의 과학수사 담당관 조이 쿨(Joy Kuhl)이 진행한 검사도 경찰의 이런 가설을 지지하여, 1982년 10월 29일에 펼쳐진 2차 공판에서 끝내 유죄 판결이 나고 말았다. 엄마는 살인 혐의로 종신형, 아빠는 범죄은닉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만삭이었던 린디는 구속되어 감옥 안에서 딸을 낳아야 했고, 아빠인 마이클 목사는 다른 자식들을 돌보면서 아내의 옥바라지를 해야 했다. 마이클은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목회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안식교회 기록물보관소로 직업을 옮겨야만 했다고 한다.
부부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데는 황색언론들도 한몫 했다. 기레기들은 지속적으로 부모를 엽기살인마로 의심하거나 매도했고 대중들도 아이 부모에 대해 냉담했다. '왜 그렇게 갓난아기를 데리고 여행을 떠났느냐?'부터 시작해서[5] '아이를 살해해서 유기한 후 딩고가 시신을 훼손하게 유도했다.', 그밖에 '딩고가 그렇게 큰 아이를 순식간에 데려갈 수 없다.', '나중에 발견된 옷가지에 나온 혈흔은 짐승의 짓이 아니라 가위 같은 것으로 목을 베었을 때 나온 것 같아 보인다.', '아이의 이름인 Azeria가 히브리어로 야생의 제물(sacrifice in the wilderness)이다.' 등... 심지어 사고 직후 아이 아빠가 침착한 어조로 신고했다는 점도 의심의 대상이 되었고, '''아이 엄마가 '무슨 일이 일어났든 모두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말은 부모가 아이를 죽였다는 자백으로 둔갑했다.'''

3. 누명에서 벗어나다


그런데, 이후 그리고 1986년 1월 한 영국인 여행자가 울루루 등반 도중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그를 수색하던 도중 울루루 바위 밑에서 여행자의 유해 일부와 함께 '''아기가 입었던 상의가 발견'''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의문이 일기 시작한다. 충격적이지만 아기옷이 발견 당시 '''깨끗하게''' 있었다고 한다. (실험 결과 '''딩고는 옷을 쉽게 벗길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린디는 수감 3년 만에 '인도적인 배려'로 풀려났으며 1988년 3차 공판에서 판결이 번복되어 무죄가 인정되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끔찍한 의문점은 남아 있었다. 1995년 사인 규명을 위해 재수사가 진행되었지만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로 부부는 경찰과 언론을 상대로 수백만 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해서 각각 90만 달러와 40만 달러의 배상을 받았고, 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에도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는 이어져 사고 후 32년만인 2012년 6월, 검찰은 '''아이의 죽음은 100% 딩고의 소행이다.'''라는 최종 조사보고서를 발표했고 마이클과 린디에게 공식사과했다. 발전된 과학수사를 통해 부부의 범행을 증명하는 주요 범행물증 중 하나였던 차량에 있던 '혈흔'으로 알려졌던 자국이, 피(유아의 헤모글로빈)가 아니라 페인트 유화도료('우유, 산화동, 기타 제조 과정에서 차량에 쏟아진 다른 화학물질이 혼합된 결과')라는 사실이 밝혀졌던 것이다. 아기의 옷 조각에 남은 '피 묻은' 손자국, 즉 1982년에 린디를 지옥에 떨어뜨린 증거도 사실 피와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이 드러낸 수많은 병폐들은
  • 호주 경찰의 무능함
  • 소수종교에 대한 병적인 편견
  • 딸을 잃은 피해자라면 늘 탈진한 듯 비탄에 젖어 있어야 한다는 가학적인 편견: 특히 이게 제일 컸다. 경찰도, 대중도 모두 린디의 '일반적이지 않은' 반응만 보고 비정상적이라고 여기며 편견과 그릇된 확신을 가졌다.
  • 무모하고 선정적인 보도 관행을 가지고 있었던 호주 언론계의 부도덕성
  • 법적 정의를 보완해야 할 전문가들의 그릇되고 과도한 확신: 과학수사처 토니 존스 박사는 이와 관련하여 '과학자는 결코 지나치게 모험적이어서도 안 되며 지나치게 경쟁적이어서도 안된다. 문제는 우리 모두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인간의 취약함이 이토록 참혹한 결과를 낳은 예를 보지 못했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 배심원제의 취약성
등이 있다. 특히 확증편향의 위험성을 알린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이 엄마가 딸을 죽였다는 가설이 기정사실화되자, 모든 사실(?)이 유죄판결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으며 공정한 것'처럼' 보였던 법의학 분석도 수사관의 선입견에 따라 왜곡되었다.
결국, 이 사건은 호주 경찰과 법정의 희대의 수치이자 흑역사로 남게 되었다.

나는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정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려고 여기 섰습니다.

마이클 체임벌린

오스트레일리아는 더 이상 딩고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린디 체임벌린-크레이턴[6]


4. 이후


부부는 이후 1980년대 후반에 사이가 나빠져서 이혼하고 각자 재혼했다. 아내였던 린디는 이번 사건에 대한 가장 큰 분노를 전남편인 마이클에게 쏟았으나 분노의 이유에 대해서는 '사적인 문제'라며 끝내 밝히지 않았다. 전남편 마이클 체임벌린은 이혼 후 교사 및 뉴캐슬대 겸임교수로 일하다 2011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전신마비로 지내다 2017년 1월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한편 아자리아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것이 한동안 호주의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겨져서 자기가 아자리아라고 주장하는 20대가 나오거나 아이를 물고 있는 딩고를 죽였는데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지금까지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다는 썰을 푼 어르신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물론 둘 다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기에 무시되었다. 물론 시신을 딩고가 먹어치웠겠지만 그래도 남은 뼛조각과 같은 흔적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동물이 사람을 죽이거나 인육을 먹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죽이는 것이 원칙이다. 딩고가 현재 멸종위기등급에서도 상당히 취약한 그룹에 속해 있긴 하지만, '''식인'''을 했다면 해당 개체는 보호종이든, 멸종위기든 예외 없이 '''무조건 사살해야 한다.''' 식인을 한 이후로는 인간을 먹이로 보고 계속 공격하기에 그렇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는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 수많은 야생 개들 중에서 가해견을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데다, 개의 평균 수명이 15년인 이상 '''사실이 확정된 시점에서 해당 딩고는 이미 죽었을 것이 너무 뻔하므로.'''
이 사건과 관련하여 1985년 작가 존 브라이슨이 검찰의 증거훼손 등 수사의 허점을 폭로한 소설 형식의 책 'Evil Angels'를 출간했으며, 아내였던 린디는 1990년 수기인 "Through My Eyes"를 출간했다. 남편인 체임벌린 역시 자신의 사연을 기록한 'Heart of Stone: Justice for Azaria'등 4권의 책을 썼다.
1988년 미국과 호주 합작으로 <어둠 속의 외침(A Cry in the Dark)>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메릴 스트립, 샘 닐 주연. 당시 린디 부부가 겪었던 누명과 편견을 다룬 작품이다. 물론 영화의 특성상 약간의 각색은 있다. 워너 브라더스캐논 그룹이 합작으로 만들었는데 영화 자체는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받아서 상도 받았지만 흥행은 실패했다.
그리고 또 이 사건을 모티브로 1984년 호주에서 영화 <레저백>이 만들어졌다. 피터 브레넌(Peter Brennan) 원작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여기에선 딩고가 아닌 식인 멧돼지가 나오는데 한국영화 차우에도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이 레저백에서는 어린 손자가 멧돼지에게 잡아먹힌 노인이 나오지만, 경찰이나 법원은 멧돼지가 아닌 할아버지가 죽인 것으로 여겨 그를 수감했다. 그러다가 피 묻은 아기 옷이 발견되어 나오게 되는데 복수에 불탄 이 노인은 멧돼지는 보이는대로 마구 쏴죽이며 손자를 죽인 그 거대한 멧돼지를 찾아다니다가... 이쪽은 제법 잘 만든 애니멀 패닉 영화로 감독이 젊었을 적의 러셀 멀케이다.
이 사건은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2015년 4월 26일 660회 방영분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2019년 2월 16일 국내 예능 프로그램 차트를 달리는 남자 119회 '나 정말 억울하다! 누명을 벗은 사람들'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패트리샤 스털링즈 사건을 참조.

[1] 이는 <범죄의 책>의 저자 샤나 호건의 의견이다.[2] 사실 자기 나라 최상위 포식자에게 애증의 감정과 동시에 묘하게 신성시하는 케이스는 생각보다 흔하다. 아즈텍재규어나 멸종하긴 했지만 한국의 시베리아호랑이나 일본의 일본늑대가 대표적인 케이스.[3] 1998년에는 한 아버지가 딩고들에게 물려 끌려가는 어린 딸을 간신히 잡아채서 되찾았다.[4] 2001년에는 9살 남자아이가 딩고에게 물려 끝내 사망했다.[5] 사실, 저 정도로 어린 아기를 데리고 캠핑을 나가는거 자체가 부주의한 행동이긴 했다. 과장을 보태면 학대라고도 충분히 생각할 만하며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처럼 오해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 생각있는 위키러라면 돌도 안 지난 아기를 저렇게 밖으로 대책없이 끌고 나가면 절대로 안 된다.[6] 재혼 후의 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