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테스트
1. 개요
심리학자 고든 G. 갤럽(Gordon G. Gallup)가 고안한 테스트로, 동물이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 기본적으로 미러 테스트를 통과하는 동물들은 지능이 높다고 여겨지며, 인지학습이 가능하다고 간주된다. 주로 대뇌화지수가 높은 동물들의 지능을 연구하는데 쓰인다. 거울 속에서 움직이는 동물이 '반사된 자신의 형상임'을 인식하는 것은 장기 기억과 자아에 대한 판단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비인간 인격체를 평가하는 기준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자크 라캉의 철학에서 거론되는 거울 단계 역시 인간이 미러 테스트를 통과하는 자기인식의 시점을 말한다고 할 수 있는데 실험적 근거는 한없이 부족해 과학자들에게서는 별로 거론되지 않는 키워드이지만 여전히 국내 철학계에서는 많이 인용되고 있다.
1.1. 미러 테스트를 완전히 통과한 동물
고전적인 MSR[1] 의 마지막 단계까지 통과한 동물들.
- 영장류
- 고래류
- 장비류
- 아시아코끼리 - 처음엔 인식을 못하는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거울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었고, 2.5m 이상의 대형 거울을 가져다 비춰주자 자기 자신을 인식했다.
- 조류
- 곤충
- 개미 - 약 96%의 개미들이 자신과 다른 색의 마크에 반응했으며, 자신과 비슷한 색의 마크에는 대략 3% 정도만이 겨우 반응했다. ##아카이브[2] 자기와 비슷한 색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역설적이지만 시각적인 방법으로 거울 속의 자기자신을 인지했다는 방증이 된다. ## Myrmica sabuleti, Myrmica rubra 그리고 Myrmica ruginodis의 3종의 개미[3] 가 미러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한다. 개미 얼굴에 파란 표식을 해두었는데, 거울을 보자 자신의 얼굴에 묻은 표식을 제거하려는 행위를 했다는 것. 이 개미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기전에는 이러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또한 거울에 비친 대상의 표식을 제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4] 개미의 외피색과 비슷한 갈색 표식에 대해서는 1/3만 테스트를 통과했는데, 개미의 나쁜 시력으로 보아 색을 구분하기 어려워서 그런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성숙한 개체들만 테스트를 통과했고 너무 어린 개체들은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실험과 무관하게 모든 개미들이 거울앞에서는 평소에 보이지 않는 특이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5] 원래 미러 테스트가 자아에 대한 인식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제안된 실험이기는 하나, 본디 포유류를 대상으로 설계됐기에, 비록 이 개미들이 미러 테스트를 통과했고 거울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더라도 자아를 인식하고 있다고 섣불리 단정짓기 어렵다. 반대로 포유류들은 거울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울테스트를 통과 못했다고 해서 반드시 자아를 인식하지 못 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 어류
1.2. 미러 테스트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동물
고전적인 MSR의 마지막 단계까지 통과하진 못했지만, 거울을 이용할 수 있는 동물.
- 고릴라 - 마취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마크를 인식하지만, 마취하고 나서는 마크를 인식하지 못한다. 예외적으로 오직 수화가 가능한 고릴라 코코만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고 한다. #
- 대왕쥐가오리 - 거울 앞에서 별의별 짓을 다하지만 상호적으로 교류하지는 않는데, 이는 거울 속의 자기자신이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아는 듯한 행동이다.
- 회색 앵무 - 비록 마크 테스트는 실패했지만, 거울을 활용하여 상자 속의 먹이를 찾아낼 수는 있다. 일반적인 동물들은 거울에 보이는 먹이 그 자체를 향하여 달려가겠지만, 회색 앵무는 거울의 반사 원리를 이해했다.
- 뉴칼레도니아 까마귀 - 비록 마크 테스트는 실패했지만, 회색앵무와 마찬가지로 거울을 활용하여 먹이를 찾아낼 수 있다. 아무래도 높은 공격성 때문에 마크 테스트에 실패하는 듯.
- 바다사자 - 마크 테스트는 실패했지만, 거울을 활용하여 먹이를 찾아낼 수 있다.
- 큰긴팔원숭이
- 노란뺨긴팔원숭이
- 북부흰뺨긴팔원숭이
- 히말라야 원숭이 - 마크 테스트는 실패했지만, 거울을 활용해 자기 몸의 이쪽 저쪽을 둘러보면서 특히 뒤통수나 생식기처럼 스스로 보기 어려운 부분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기인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 돼지 - 회색 앵무처럼 거울을 활용하여 상자 속의 먹이를 찾아내는 것으로 거울의 반사 원리를 이해함을 알 수 있으며, 고양이처럼 종종 스스로를 인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마크에 별 관심이 없는지 마크 테스트는 실패. 다만 개보다도 더 후각에 의존하는 동물이라는 걸 생각해볼때, 거울속의 자기자신의 상을 확인할때 거울속의 자기자신에게서 자기자신의 냄새가 나도록 한다면 거울속의 존재가 자기자신이라는 것을 학습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후각에 의존하는 동물들은 시각 정보로 확인하고 냄새로 최종 확인을 하기 때문에 거울속의 자기자신의 모습에서 자신의 냄새가 나는 것을 반복해야 자기자신인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참고로 대부분의 동물은 자기자신의 모습을 애초부터 모르지만, 다른 존재의 모습은 알고 있기 때문에 영상이나 사진을 통해서 다른 존재(아빠나 자식)들을 알아볼수는 있다.
1.3. 미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동물
미러 테스트를 통과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실제로 실험을 행한 동물로 한정.
- 개 - 개는 주변을 탐색할 때 시각보단 청각과 후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런 테스트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후각에 의한 테스트[6]
- 고양이 - 처음 거울을 본 이들은 우스꽝스럽게 반응한다. 어린 동물은 거울 속 이미지와 놀거나 싸우려 하고 결국 혼란에 빠진다. 일부 고양이들은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뽐내거나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자신은 거울이 곧 자기자신이라는 것을 아는 듯 행동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가 거울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다른 동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이라고 한다. 심지어 한 과학자는 고양이보다 물고기가 훨씬 다루기 쉽다고 확신했다.# 참고로 페이스 앱 등을 통해 고양이가 고양이 얼굴로 바뀐 주인의 모습을 눈동자를 굴려 확인하는 영상들이 많이 나도는데, 거울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과 거울속에 비친 다른 고양이를 자기자신의 상이라고 인지하는건 차원이 다른 영역이다. 돼지를 비롯한 많은 동물들이 거울의 원리를 이해해서 자기 뒤에 비친 먹이등을 찾아내지만, 자기자신을 인지하는 듯한 행동은 보여주지 못했다. 어디까지나 거울테스트란, 거울속의 자기자신을 스스로의 상으로서 인식하는가의 문제다. 즉, 해당 고양이 스스로의 얼굴이 바뀌었을때 자기 얼굴을 만져보는 행위가 아니라면 거울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보기 어렵다. 돼지의 경우를 참고했을때, 야행성인 고양이는 청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거울속의 자기자신에게서 소리가 난다면 자기자신의 모습을 학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발달해서 후각보다는 실험이 용이하다.
- 인더스강돌고래 - 시각이 대부분 퇴화하여 사실상 이런 동물은 지능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테스트를 통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 판다 - 게을러서 노답이다(...)
- 흰손긴팔원숭이
- 짧은꼬리원숭이
- 게잡이원숭이
- 동부콜로부스원숭이
- 검은머리카푸친원숭이
- 망토개코원숭이
- 박새 - 도전적인 동시에 의심이 많고 신중한 새라서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 문어 - 개와 마찬가지로 지능은 상당히 높지만 문어는 2m만 떨어져도 사물을 인지하기 힘들어하는 상당한 근시에 편광으로 확인을 하기 때문에 이런 테스트에 적합하지 않다.
2. 비판
한마디로 요약해 지능과 관계없이 보노보나 돌고래처럼 온순하거나 시력이 좋은 동물에게만 유리하다.
시력이 높은 동물에게 유리하고 시력이 낮은 동물에게 불리하다. 정확히 말하면 개나 문어 같이 지능과 관계없이 시력 의존도가 떨어지는 동물에게 불리하다.[7] 청각이 다른 동물에 비해 약한 인간의 경우로 예를 들면,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한 다음 다른 비슷한 목소리들 사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고르라는 시험을 낸 것이나 다름없다. 즉, '어떤 동물이 자기 인식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일률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
또 고릴라나 원숭이들처럼 경계심이 강한 동물에게도 불리하며, 직접적인 신체접촉을 통해 교감을 쌓는 동물에게도 불리하다. 또한 사납거나 본능적으로 동족의 모습을 한 형상에 배타적인 넓적부리황새나 홍관조 같은 동물에게도 불리한 테스트.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되는데, 자연계에서 일반적으로 눈을 계속 마주치고 눈싸움을 하는 건 도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장성한 수컷 침팬지나 고릴라를 대상으로 행해진 미러 테스트를 보면 아주 흥분하고 화나서 날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울이라는 '완벽한 형태로 빛을 반사하는 물건'이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인류의 경우 오랜 시간 문명을 가꾸어 왔으며 부모 대에서 자식으로 그 기술이 전수되었기 때문에 거울의 존재가 당연하지만, 야생에서 동물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기껏 해야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는 등 흐릿한 상을 보게 된다. 따라서 어느 정도 지능이 높은 동물들이라도 '거울에 비친 또렷한 상'은 본래 그가 알고 있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시력이 좋은 앵무새, 까마귀 등 새같은 동물들이 지능이 높음에도 불리한 이유이다. 분명 이름을 사용하는 등 자아 비슷한 개념은 있는데 미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
[1] 마취 후에 마크를 표시하고 깨어났을 때 거울을 보고 자기한테 표시된 마크를 발견하는지 테스트.[2] 거울을 통해 원래 자기자신에게 없었었던 표식이 갑자기 생겨난 게 신기했던지 자꾸 긁어봤다. #[3] 모두 유럽불개미 계통이다.[4] 이는 거울의 원리를 이해하고 거울에 비친 대상이 다른 개체가 아니라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5] 거울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행위로 보고 있다.[6] 다만, 후각테스트는 엄밀히 다른 영역이다. 거울 테스트는 거울속에 나타난 상이 명확한 개체를 자기 자신과 동일한 개체라고 인지하는 것이다. 체취는 어디에나 묻힐 수 있기 때문에 거울 테스트처럼 상이 명확한 개체로서 존재하지 않아 오류가 있다. 이 실험이 좀 더 정확하려면, 단순히 냄새를 변형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고, 냄새에 따른 행동 패턴이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병에 걸렸을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존재한다고 하자, 그럼 해당 냄새를 자기자신의 냄새에 섞었을때, 자기자신이 병에 걸린 것 처럼 착각하고 병에 걸린 것 처럼 행동해야한다. 이는 마치 사람이 자고 일어나서 거울을 보는데 눈이 충혈돼있으면 자기자신을 걱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순히 변형된 냄새를 더 오래 킁킁 거리는 것은 어떤 연유로 더 오래 킁킁 거리는 지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확한 실험이 아니다. 즉, 변형된 냄새로 인해 자기자신에게 뭔가 변형이 일어났다고 인지해야한다. 엄밀하게 마크테스트는 거울속의 자신을 보고 자기자신에게 뭔가 변형이 일어난 것을 인지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부러 촉각적인 방법으로도 인지할 수 있는 염료 대신에 거울에 레이저 포인터로 쏴주는 방법도 성립하는 것이다. 사진이나 그림을 보고 자기자신의 초상화인 것을 알아보는 것을 동물들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마취후에 깨어났을때처럼 다른 이유들을 전부 소거하고 한가지 이유로밖에 좁혀지지 않는 특정 행동패턴을 통해 알아보는 것인데, 후각을 이용한 테스트는 여러가지 이유로 해석될 수 있는 행동패턴으로 밖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거울을 이용한 테스트에 비해서 직관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7] 후각과 청각이 시각보다 우선하는 개가 대표적인데, 애완견의 경우 영상통화 속 주인의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할 때가 많다. 문어 역시 2m만 떨어져도 사물을 인지하기 힘들어하는 상당한 근시에 편광으로 확인을 하기 때문에 이런 테스트에 적합하지 않다. 다만, 두 동물 모두 자아인지능력이 있는듯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