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시안

 


Milesian
1. 아일랜드 신화에 등장하는 민족
2. 밀레시안 신화의 해석
3. 한국의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플레이어 종족을 지칭하는 단어


1. 아일랜드 신화에 등장하는 민족


투어허 데 다넌 족을 물리치고 에린에 여섯 번째로 도래한 민족. 11세기 문헌 에린 침략의 서에 그 전설이 전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게일인들이 자기들의 진짜 조상인 켈트족비기독 다신교 신앙을 믿었다는 사실을 지우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 조상들'''이다.
사실 "밀레시안"이란 "밀의 아들들"이라는 뜻으로, 삼촌(밀과 형제) 이흐가 투어허 데 다넌에게 살해되자 복수를 위해 에린으로 쳐들어온 "밀의 아들들"만이 정확한 의미에서 밀레시안에 해당한다. 문헌상에서 전하는 그들 민족의 정확한 이름은 '''고이델(Goidels)'''. 그냥 게일인과 같은 민족이다. 말하자면 쳐들어간 민족은 게일인, 그들을 지휘한 지도세력이 밀레시안이라는 설정이다. "밀레시안의 후손이 게일인"이라는 설명은 옳지 않다. 민족명은 에린에 쳐들어가기 전부터 고이델-게일인이었다.
노아의 아들들 중 야벳의 후손인 스카티아의 왕 페누스 파르사드(Fénius Farsaid)가 고이델인의 시조라고 한다. 페누스의 아들 넬(Nel)은 이집트 파라오의 왕녀 스코타(Scota)와 결혼해서 기델(Goídel)을 낳았다. 이후 바벨탑이 무너지고 언어의 혼란이 벌어지자 기델은 72개 언어들로부터 좋은 점만 골라 새 언어인 기델어, 즉 고이델어를 만들었다. 이로부터 고이델인이 비롯되었다.[1] 이스라엘인들이 이집트를 떠난 것과 같은 시기에 고이델인들은 이집트를 떠나 스키타이 땅으로 갔다가, 이후 440년을 더 지구상을 방황했다.
기델의 후손 브로간(Breogán)의 아들 갈람(Galam)은 스키타이와 이집트에서 군인으로 활동하다가 자기 후손이 서쪽 땅의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받고 서쪽으로 갔고, 그들 무리는 히스파니아를 정복하여 갈람은 "히스파니아의 전사"라는 뜻의 밀 에스파너(Míl Espáine)[2]라고 불리게 되었다. 갈람=밀은 히스파니아에서 죽고, 브로간이 오늘날의 갈리시아 지방에 "브리간티아"라는 도시를 세우고 높은 탑을 지었다. 브로간의 아들이며 밀의 형제인 이흐(Íth)가 그 탑에 올라갔다가, 바다 건너에 땅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에린 침략의 서는 여기까지 게일인의 역사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시계를 한참 전으로 돌려서 카사르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리고 카사르 - 파르홀론 - 네메드 - 피르 볼그 - 투어허 데 다넌의 집권까지 다룬 한참 뒤에 다시 게일인들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발견한 땅에 건너간 이흐는 선주민족 투어허 데 다넌의 세 왕(에후르 막 쿠일・테후르 막 케크트・케후르 막 그레네)을 만나 환대를 받지만, 누군가에게 암살을 당한다.
밀의 아홉 아들들, 즉 "밀레시안"들은 삼촌의 복수를 위해 군대를 일으켜 쳐들어간다. 그들은 투어허 데 다넌의 수도로 향하는 길에 투어허 데 다넌의 세 왕비(반바・포들라・에리우)를 만난다. 세 왕비들은 이 땅에 자신들의 이름을 붙이면 축복이 있을 것이라 예언한다. 게일인들의 음유시인 아메르긴(Amergin)이 그 요청을 받아들였고, 그 중 에리우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알려진 에린, 아일랜드의 어원이 되었다고 한다.[3] 투어허 데 다넌의 세 왕은 수도까지 몰려온 게일인들에게 3일간의 휴전을 제안한다. 휴전을 승낙한 게일인들이 바다로 나가자 투어허 데 다넌은 약속을 어기고 강풍을 소환해 게일인들의 배들을 침몰시키려 한다. 하지만 아메르긴이 주술적 노래를 불러 바람을 가라앉히고, 다시 섬에 상륙한 게일인들은 투어허 데 다넌을 몰아내고 새로운 지배민족이 된다. 투어허 데 다넌은 바다 건너의 환상섬[4]이나 지하세계로 쫓겨난다. 에린 곳곳에 산재한 고분("시")들이 지하세계로 통하는 통로였기에 그들은 "고분의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이스시라고 불리게 된다.[5]
밀레시안 중 에레원이 에린 섬의 북쪽 절반을, 에베르 핀이 남쪽 절반을 분할해서 다스렸다. 투어허 데 다넌의 수도를 계속 수도로 사용한 에레원은 아내 테아(Tea)가 죽자 수도에 아내의 이름을 붙여 타라(Tara)라고 했다. 1년 뒤, 에베르 핀이 절반의 영토에 만족하지 못하고 형에게 싸움을 걸어 죽고 에레원이 에린 전체의 왕(아르드리)이 되었다.
에레원이 10여년을 다스린 뒤 죽자 전처 오드바(Odba)의 소생인 밈네, 리그네, 라그네(Muimne, Luigne, Laigne)가 공동으로 아르드리가 되었다. 3형제 중 밈네가 먼저 역병으로 죽고, 3년만에 그들의 사촌이자 에베르 핀의 아들들인 에르, 오르바, 페론, 페르그나(Ér, Orba, Ferón, Fergna)가 리그네와 라그네를 죽이고 아르드리가 되었다. 하지만 1년을 못 채우고 에레원과 테아의 아들 이리얼 파드(Irial Fáid)가 그들을 죽이고 아르드리가 되었다.
이리얼 파드는 10년을 다스린 뒤 아들 에흐리엘(Ethriel)에게 양위했다. 에흐리엘은 20년을 다스리다가 에베르 핀의 막내아들 콘말(Conmáel)에게 죽었다. 에흐리엘은 투어허 데 다넌을 몰아낼 때 에린에 도래한 "밀레시안"들 중 마지막 생존자였고, 콘말 이후의 아르드리들은 에린에서 태어나 자란 세대로 구성된다.
콘말은 30년동안 에레원계와 25번을 싸운 끝에 에흐리엘의 아들 티게른마스(Tigernmas)에게 죽었다. 티게른마스는 에베르계와 27번을 싸워 에베르계를 완전히 멸족시키고, 77년을 다스린 뒤 크롬 크루어히 신을 숭배하던 도중 인구의 4분의 3과 함께 불가사의한 죽음을 맞았다.
이후 7년간 아르드리 왕좌가 공석이다가, 밀 에스파너의 조카이자 이흐의 아들인 루가드의 후손 오하드(Eochaid)가 왕위에 올랐다.

2. 밀레시안 신화의 해석


아일랜드 신화의 다른 요소들(투어허 데 다넌 이야기나 쿠 훌린, 핀 막 쿨 등 영웅들의 이야기들)에 비해 밀레시안 도래 신화는 상당히 뜬금없는 편이다. 대양 건너 이베리아반도에서 섬을 발견해 건너왔다는 부분부터 이상하다.
밀레시안 신화가 기록된 『에린 침략의 서』는 순수한 켈트 신화 기록서가 아니다. 이 책은 옆동네 웨일스브리타니아 열왕사와 같은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다. 즉, 당대 아일랜드의 지식인이었던 수도사들이, 자신들의 민족인 게일인이 성경의 선민종족인 히브리인이나 유럽 세계의 정통성을 가진 로마인들만큼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목적으로 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작 고대의 켈트족이 신으로 모셨을 것이라 추측되는 존재들인 투어허 데 다넌은 게일인들의 조상으로 설정된 밀레시안에게 패배해서 밀려난 이민족으로 격하되었다.
게일인이 이베리아반도에서 건너왔다는 설정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세 가지 설명이 존재한다.[6]
첫째, 이베리아의 라틴어 이름 "히스파니아"가 아일랜드의 라틴어 이름 "히베르니아"와, 그리고 이베리아의 "갈리시아" 지방의 이름이 "게일"이라는 민족 이름과 우연히 비슷했다는 점이다. 근현대 한국의 환빠들이 그러하듯이, 중세의 유사역사학자들은 자기 민족의 역사를 기독교적으로 유구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렇게 발음상의 유사성만 가지고 소설을 쓰곤 했다.
둘째, 이들 유사역사학자들은 고대말 중세초의 파울루스 오로시우스, 히에로니무스, 이시도루스 히스팔렌시스 등 고명한 주교, 교부들이 작성한 유사역사서들에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 세비야 대주교였던 이시도루스 히스팔렌시스는 수에비, 서고트, 반달 등 온갖 이민족들이 할거한 이베리아를 "모든 종족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그래서 게일인 유사역사학자들도 자기 조상들 역시 거기서 건너왔겠거니 생각했을 것이다.
셋째. 가장 결정적인 원인일텐데, 파울루스 오로시우스, 타키투스 등이 아일랜드섬의 위치를 이베리아와 브리타니아 사이에 있다고 기록했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아일랜드와 이베리아 사이가 그렇게 멀지 않다고 착각했고, 원양항해를 할 동기도 능력도 없었던 중세인들은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종합적으로, '''밀레시안 신화는 고대로부터 전해진 켈트 신화가 아니고, 중세에 게일인들의 민족적 자존감과 게일인 왕들의 권력을 위해 창조된 기독교 신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옆동네의 아서왕 신화가 그렇듯이, 19세기까지 진짜 역사처럼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었다.[7]
여러모로 밀레시안 신화는 민족적 자존심을 고취하고 지배자의 정통성을 윤색하기 위해 날조된 정치적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유사한 것으로 일본 기기신화가 있다. 예컨대 에레원과 에베르 핀이 섬을 나누어 다스렸다는 것은 7-8세기에 아일랜드의 왕도가 북쪽의 타라(전통적인 수도)와 남쪽의 카러그 파드러그(먼스터의 수도)로 양분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신화였다. 중세 아일랜드의 게일인 군주들은 자신들의 정통성을 투아하 데 다난을 몰아내고 아일랜드를 정복한 밀레시안들로부터 찾았다. 심지어 16세기부터는 에드먼드 캠피언, 에드먼드 스펜서 등 잉글랜드인들이 영국의 아일랜드 침략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밀레시안 신화를 사용하기도 했다(!).[8]

3. 한국의 온라인 게임 마비노기플레이어 종족을 지칭하는 단어


밀레시안(마비노기)항목참고.
[1] 7세기에 쓰여진 『학자의 지침서』에서는 페누스의 손자 기델이 아니라 기델 막 에헤르라는 학자가 페누스의 명을 받고 고이델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오감 문자도 이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2] 라틴어로는 밀레스 히스파니아이(라틴어: Miles Hispaniae)[3] 즉 밀레시안이 쳐들어오기 전까지 이 땅에는 "에린"이라는 이름조차 없었던 것이다.[4] 히브라실 또는 티르 너 노그.[5] 아일랜드에는 피라미드나 스톤헨지보다 오래된 석기시대의 거대 고분들이 많이 있는데, 켈트족이 유입되기 전부터 있던 것이라 누가 세운 것인지 알 수 없다. 마치 암흑시대 이후 그리스인들이 미케네 문명의 건축물을 거인들의 소행으로 돌렸듯이 중세 게일인들은 이 고분들을 요정족의 소행으로 돌렸던 것이다.[6] Carey, John. "Did the Irish Come from Spain? The Legend of the Milesians", History Ireland (Autumn 2001), pp.8–11.[7] Ó hÓgáin, Dáithí (1991). Myth, Legend & Romance: An encyclopaedia of the Irish folk tradition. Prentice Hall Press. 296–297[8] Andrew Hadfield, "Briton and Scythian: Tudor representations of Irish origins", Irish Historical Studies 28 (1993) pp. 390–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