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1. 개요
반은 지상에, 반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주거공간을 의미한다. 채광창은 사람이 밖에 섰을 때 발쪽에 위치하고 있다. 옥탑방과 반대인 듯 하면서도 비슷한 공간.
2. 반지하 주택의 형성
1970년, 정부에서는 건축법을 개정해서 전시에 방공호 또는 진지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물 신축 시에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했다.[1] 서울은 휴전선과 불과 약 40k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이 당시에는 냉전중이었기 때문에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소련, 미국 등에서도 군사적인 용도로 지하 방공호를 짓도록 의무화한 경우는 흔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창고 용도 등으로만 사용되었고, 사람이 거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촌향도 현상으로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주요 대도시 지역과 수도권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때였기 때문에 오래지나지 않아 지방에서 상경한 가난한 사람들이 세들어 사는 경우가 생겨났고, 지하실을 개조해서 주택으로 활용하는것이 일종의 유행이 되었다. 이는 원칙적으로 합법이 아니었지만 수도 서울의 급격한 팽창에 비례한 충분한 주택 공급 여력이 없었던 정부는 이를 묵인했으며 1990년대 초반에 아예 합법화했다.
반지하를 굳이 만드는 이유는, 일반 주택은 4층까지만 허가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지하는 지하로 분류되기 때문에(지층) 반지하를 포함하면 총 5개 층을 만들 수 있어 월세를 조금이나마 더 받을 수 있다. '''본래 반지하 방식으로 주거용 건물을 짓는 것은 불법이었으나 1984년 지하층 규정이 완화되면서 반지하 주택이 급증했다.'''#
아래와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반지하 방이 계속 존재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래와 같은 단점으로 인해 월세가 싸 저소득층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2010년 한바탕 홍역을 치른 서울특별시는 신규 건축물에 대해 '''반지하 신축 금지''' 정책을 꺼내들고, 신규 주택 보급과 재개발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반지하 비율을 줄여나갈 계획이라 한다.
3. 단점
볕이 잘 들지 않아서 환한 대낮에도 형광등이라도 켜놓지 않으면 깜깜하다.
습도가 높기 때문에 곰팡이도 많아서 '''반지하 특유의 그 오묘한 냄새'''가 많이 난다. 방치할 경우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 습기의 원인인 물은 가습기에 넣는 깨끗한 물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환기도 잘 안 된다.
달랑 하나 있는 창은 길바닥에 붙어 있어서 사람들 발만 보이고,[2] '''밖에서 방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라 창문을 마음 놓고 열지도 못한다.''' 이게 여름에는 상당히 고역이다.
게다가 도로변에 있는 반지하의 경우 자동차 매연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동차의 배기구 높이와 반지하 창문의 높이가 비슷한지라 이 고충은 어쩔 수 없다.
바퀴벌레나 쥐가 들어오기 쉬우며 살아보면 정말 대책이 없는 고난을 선사하는 존재는 개미. 연립주택 앞의 화단이나 가로수 밑의 흙에 집을 짓고 연립주택을 사냥터 삼아서 번식하기 때문에 반지하는 필연적으로 이들의 서식처가 된다. 환경정리도, 음식물 발생 억제도, 약도 다 안 통한다. 그냥 답이 없다.
지하이기 때문에 오토바이 소음도 굉장히 크게 들린다.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바로 장마철에 발생하는데 비가 방에 그대로 스며들어온다는 문제가 있다. 홍수가 심하게 나면 상당수의 반지하가 물에 잠기기도 한다. 그렇기에 대규모 침수 사건이 일어나면 저지대에 위치한 반지하방이 가장 먼저 잠기는 경우가 많다.
무거운 방사능 물질인 라돈이 쌓이기 쉽다.
겨울에는 반지하일 경우 보일러 시설을 꼭 확인해야 한다. 과거 연탄 보일러를 쓰던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현 가스/등유 보일러를 사용하더라도, 구조적으로 보일러실에서 나온 가스가 반지하로 스며들 수 있는 구조의 집이라면 최대한 피해야 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선 가스 중독이 되기 힘든 정도의 보일러 이상[3] 에도 구조상 환기가 거의 되지 않고, 아래쪽으로 가스가 쌓여갈 수 있는 반지하의 특성상 사람을 잡을 수가 있다. 예시
곰팡이로 인한 도배, 배수 관련 수리 및 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수리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아, 세입자가 오래 있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가 나는 경우가 있다. 건물주의 입장에서 보면 세입자를 다시 받기 위해서 도배도 다시 하고, 장판도 다시 깔고, 이전 세입자가 더렵혀 놓은 것들을 전부 청소해야 하기에 거주자가 2년 계약 딱 끝나자마자 이사를 가려고 하면 건물주가 까탈스럽게 구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구조 상 도둑이 들기 매우 쉽다. 아파트의 경우도 1층이 가장 저렴한 이유가 바로 도둑 때문인데 반지하의 경우 넘을 담조차 없기 때문에 창문만 열면 도둑질하기 아주 쉽다.
4. 인식
대중매체에서 은근히 미화되어 나오는 옥탑방과 다르게 취급이 매우 참혹하다. 옥탑방은 배경이라도 멋지게 뽑을 수 있으며, 옥상을 마음껏 이용가능하므로 자유롭고 낭만적인 이미지 연출이 가능하고, 2010년대 이후 지어진 신축 옥탑들처럼 처음부터 거주공간을 상정하고 지을 경우 일반적인 원룸, 투룸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에 반지하방은 도저히 '''미화하려야 미화할 구석이 단 하나도 없다.''' 비슷하게 가난한 처지라도 옥탑방이 '''씩씩함'''을 나타내는 코드로 사용된다면, 반지하는 '''처절함''' 또는 '''비참함'''을 나타내는 코드로 사용된다.
영화 기생충에서 작중 주인공의 가족이 살고 있는 이 반지하는 주인공 가족의 입장, 빈민층을 대표하기도 했다.
5. 종류
- 일반형: 앞서 설명한 일반적인 지하실을 반지하로 만든 경우. 가장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값이 가장 싸다.
- 지상형: 반지하의 정의가 지면에서 계단 1개만 내려가면 되므로, 이를 이용해서 지면보다 아주 약간 낮은 형태의 반지하층을 만든다. 이렇게 하면 건축법 상으로는 n층짜리 건물에 n+1개 층을 넣을수 있기 때문에 최대 층수가 제한된 대지에서 제한보다 1개 층을 더 넣을수 있어서 집주인에게 유리하다.
물론 건축법상 지하층은 평균적으로 층 높이의 절반 이상이 땅 아래로 묻혀 있어야하기 때문에[4] 너무 조금 묻으면 건축법상으로는 아무 혜택을 못 받을 수도 있다. 형태상 1층과 다름이 없으므로 가장 가격이 비싸다. 단 지면보다 낮은 것은 사실이므로 여름 같은 시기에는 침수의 위험성이 있다.
- 경사형: 경사가 심한 비탈길에 세운 건물의 경우, 오르막 쪽으론 지하인데 내리막 쪽은 지상인 구조의 층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 역시 반지하라 부르지만, 보통 진짜 반지하에 비해 값을 비싸게 부른다. 지상형보다는 조금 부족하지만 1층과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다. 지형에 따라 창문을 열어둬도 별 문제없는 경우도 있고, 상황에 따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한 좋은 방을 찾을수도 있다. 다만 경사로를 따라서 언덕에서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에 침수가 수시로 발생할 수 있으며, 지하측 벽면에는 습기가 찰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ex: 한양대역
- 두꺼비집형: 일반 건물로 지으면서 1층 주변을 흙으로 메꿔버렸다. 즉 1층의 창문 근처까지 흙으로 메꿔서(마당이나 텃밭 부분을 1미터 가량 흙으로 쌓아올렸다고 보면 된다) 안 흘러내리게 바깥쪽은 담장 올린다는 명목으로 콘크리트 벽을 세우고. 반지하처럼 보이게 만든 것. 정말 희귀한 경우로, 이 경우에는 1층과 거의 차이가 없다. 심지어 채광도 별 차이가 없고. 방 구하다 이런집을 보면 직접 찾아가서 보고 문제가 없으면 바로 계약하자. 땡 잡은 거다. 두꺼비집이 이해가 안간다면 링크 참조하자. 전면 및 내부사진과 간략한 도면을 볼 수 있다.
6. 해외에서
유럽 국가들도 반지하가 존재하는데 'souterrain'이라고 부르며 1년 내내 비가 고르게 오는 유럽의 기후 특성상 늘 습하고 추워서 사람 살 곳이 못되었고, 과거에는 다락방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산다는 인식이 강했다. 특히 근세 네덜란드같은 경우 '''계단세''' 때문에 극빈층들이 반지하를 선호했다. 그러나 환기와 제습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대에는 인식이 나아졌다.
1992년도 스페인 영화인 하이힐을 보면 한국과 기후가 정반대인 남유럽권에서조차 반지하방에 대한 인식이 썩 좋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국 또한 대도시에는 반지하가 존재한다. "Basement apartment"라고 하는데 정말 지하에 있기보다는 대부분 작은 창문이 달려있는 반지하 방이다. 일반 주택에서도 지하실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창고용으로 쓰이지만 미국 중남부 등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비상시 피난처 및 주택으로 쓰인다.
중국 주요 대도시에서도 한국의 반지하처럼 지하방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주거하기 좋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의 반지하와 거의 비슷한 인식이다. 본래 방공호나[5] 지하주차장, 관리실등으로 사용된 지하공간을 부동산 업자들이 주거시설로 개조한 공간인데 당연히 주거시설은 열악한데다가 한국의 반지하보다 한술 더떠서 화장실과 주방도 공용으로 쓰기때문에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방세가 싸기는 싸기때문에 돈이 별로 없거나 월세비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요는 많다.[6] 주로 강수량이 적은 북방 지역에서 보이는 형태로, 상하이나 광저우 등 남방에서는 보기 힘든 편이다. 애초에 남부지방은 습도가 엄청나서 도저히 지하에서 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일본 역시 오래된 아파트에는 반지하가 있다. 일본의 주거 환경 특성상 아파트에서 산다는것 자체가 빈곤함의 상징이기 때문에 반지하는 아오안이다.
7. 여담
기생충이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일본 언론들도 반지하에 대해 하나둘씩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다만, 기사화한 내용들을 잘 살펴보면, 영화 얘기를 하는 듯 하면서도 주인공 일가가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다는 점을 들먹이면서 은근슬쩍 한국 까기를 시전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지상파 방송국에서는 굳이 한국의 반지하 주택에 찾아와 취재를 하고 가더니, 이를 뉴스에서 보도할 때에는 한국인들은 모두 이러한 반지하방에서 생활한다고 왜곡보도를 해댔지만 틀린 말도 아닌 것이 반지하에 사는 사람이 무려 약 100만명 이나 된다!(서울인구의 10명 중 1명 꼴) 이를 본 혐한 세력의 반응은 아니나 다를까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일본인이라서 행복하다." 식의 자국 찬양, 타국 폄하의 반응이 당연한 것이 일본은 지진이라는 특이환경으로 인해 반지하 거주형태가 거의 없다. 물론, 앞서 소개한 두 유튜브 동영상들의 댓글은 그와는 다르다. 오히려 대체로 "일본도 일본의 문제들이 많이 있는데 좀처럼 조명하지 않는 듯하다" 하는 반응이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심지어 "최소한 한국은 사회적 격차를 인지하는데 우리(일본)는 인지하지 못한다" 하는, 마치 그래서 일본이 겉으로 보기에 그러한 문제점들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적인 댓글도 볼 수 있다.[7][8]
[1] 참고로 일산신도시의 도시 설계에도 군사적인 요소가 고려되었다.[2] 이를 이용한 괴담 등도 있다. 창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여긴 반지하라든지, 아파트 베란다 할머니 괴담과도 비슷하다.[3] 연통이 조금 찢어졌다던지, 연소기에 이상이 생겨서 일산화탄소가 무럭무럭 나온다든지....[4] 이 때의 기준은 대지를 둘러싸는 도로면의 가중평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겉보기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5] 물론 크게 넓찍한 방공호는 관리가 잘 되어서 여름철이나 겨울철에 피서공간으로 널리쓰이고 있고, 식당이나 도서관으로도 임대를 내주고 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방공호의 경우에는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살기에는 열악한 곳이 된 곳이다.[6] 중국내에서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의 집값과 임대료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7] 실제로 일본은 사회 내 계층적 격차가 상당 부분 고착화되어 있고 당연시되다 보니, 우리 눈에는 명백한 문제로 보임에도 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이는 마찬가지로 사회 계층 및 계급 간의 격차가 뿌리 깊게 고정된 영국 등의 국가에서도 나타난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로워도 실제로는 그것이 자국민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계급차 내지는 계층차의 엄격한 적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8] 그러나 일본언론이 그러한 문제점을 다루지 않은것은 아니고 과거 2000년대와 2010년대 전반기에 걸쳐서 저소득층이나 노숙자들이 넷카페나 맥도날드 등을 전전거리며 주거지로 삼는다는 식의 어렵게 산다는 식의 보도도 내오기도 했지만, 아베가 재집권 이후로는 언론인들을 상대로 밥사주기를 시전하고 일본 방송매체들이 한 동안 국뽕류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일본 언론이 입을 닫은것에 가깝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