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날
1. 개요
일본침몰의 작가로 유명한 일본의 SF 소설가 코마츠 사쿄가 1964년 발표한 또 하나의 걸작 포스트 아포칼립스 SF 소설. 사실 일본침몰보다 먼저 나왔으므로, 일본침몰이 사쿄의 또 하나의 걸작인 것이다.
일본침몰보다 한술 더 뜬 극악한 막장상황인 '''인류멸종'''을 다룬 소설로 유명하다. 대한민국에서는 <부활의 날> 또는 <인류종말의 MM-88>이란 제목으로 두 차례 번역 출간되었으나 현재 모두 절판된 상태이다.
1980년 6월 영화화되어 개봉했으며 해외수출 당시의 제목은 바이러스(Virus)로 한국에선 부천국제영화제에서 한 번 방영한 적이 있을 뿐 그 외에는 방영된 적이 없으나 VHS는 미국 버전이 동진이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적이 있다.[1]
2. 소설
2.1. 줄거리
1960년대 후반, 미국 육군 세균 연구소에서 영국으로 유출된 통칭 'MM-88'이라는 바이러스를 도로 미국으로 빼돌리기 위한 CIA요원들이 탄 소형 비행기가 터키로 향하던 중 혹한기의 알프스 산맥을 넘으려다 실패하고 추락해 일당 전원이 사망하고 만다. 그런데 추락사고로 MM-88이 든 병이 깨지면서 바이러스가 대기 중으로 누출되고 만다. 이 바이러스는 미국의 인공위성이 지구 대기권 300~500km 지점에서 채취한 외계 바이러스로써 미 육군 세균 연구소에서 개량을 거친 결과, 섭씨 영하 10도 전후에서 싹이 트는 상태로 증식을 시작하여 영하 3도가 넘으면 증식율은 100배 이상이 되며, 섭씨 0도를 넘으면 무한정으로 증식하게 된다. 더 무서운 사실은 섭씨 5도에서 바이러스가 맹독성을 지니게 되고, 이 단계에서 바이러스의 증식율은 놀랍게도 '''영하 10도 때의 약 20억 배에 달하게 된다!'''
곧 3월이 되자, 전세계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퍼져 축사의 닭들은 이미 죽어 있는 계란을 낳고[2] 죽어버린다. 또한 다른 가축들도 이상증세를 보이며 죽어간다. 사람들도 고열을 수반한 독감 증세를 보이다가 심장발작을 일으키며 죽어간다. 언론에서는 이 질병에 '티베트 감기'[3] 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미국에선 일부 과학자들이 이 감기의 무서움에 대해 경고했지만 미군은 자신들이 개발하려했던 세균병기가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불쾌하게 여겨 과학자들을 감금시키지만 과학자들도, 그리고 그걸 지시한 장군들도 모조리 감기에 걸려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죽고 만다. 전세계적으로 이 전염병을 막기 위해 백신 접종이나 연구가 진행되지만, 환자들뿐만 아니라 의사와 연구자들마저 이 질병에 희생당하는 바람에 질병에 대항할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백신을 두고 미국에선 흑인들에게 백신을 주사하지 않으려는 백인 우월주의자들 때문에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키기까지한다. 결국 7월 즈음 남극에 체류하던 1만 명과 핵잠수함 3대를[4] 제외한 당시의 세계인구 35억 명과 모든 포유류들이[5] '''겨우 감기'''[6][7] 때문에 전멸하고 만다. 남극에 남아 있던 1만 명의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아직 닿지 않은 혹한의 땅 남극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미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 각자의 국적을 버리고 '남극인'으로 연합하여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남극이 유일한 안전지대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전세계에서 날아드는 구조요청을 무시하고 어느 어린아이가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보낸 최후의 절규에 응답하려는 과학자들과 그것을 막으려는 과학자끼리 주먹다짐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4년 후, 일본인 지진 연구자 요시즈미 토시오는 몇 개월 뒤에 미국 알래스카에서 일어날 진도 8.9 ~ 9의 강력한 대지진을 예측한다. 그런데 과거 미군 소속이었던 카터 소령이 알래스카 대지진이 일어나면 미국이 보유한 ARS(자동보복장치)[8] 가 이 지진을 소련의 핵공격으로 오판하고 이미 전염병 때문에 무인지대가 된 소련을 향해 핵미사일을 쏠 것이라고 밝힌다. 개념인이었던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은 자신이 죽기 전에 전자동보복장치를 해제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감기로 인해 죽고 말았고 미국의 장군들이 그들의 몸에서 열쇠를 탈취하여 전자동보복장치를 가동시키고 말았다.
뒤이어 소련 국방부의 네프스키 대위는 역시 미국의 핵공격을 감지한 소련의 자동보복장치도 똑같이 무인지대가 된 미국을 항해 핵미사일을 쏠 것이 분명한데, '''문제는 소련의 핵미사일 중 몇 기가 남극을 향해 조준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자동보복장치를 멈추기 위해 워싱턴 D.C.와 모스크바로 가야 할 사람들이 필요하게 되고, 요시즈미와 카터는 워싱턴행을 자원하는데......
3. 영화
3.1. 줄거리
미국에서 개발한 MM-88 바이러스가 탈취당해 동독 과학자 크라우제의 소유가 되었는데, 1982년 2월에 이를 미국 정보 기관에서 회수하여 소형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복귀하던 중 알프스 산맥에 추락한다. 봄이 되면서 알프스의 눈이 녹기 시작하자 인접한 이탈리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발생, 노약자들이 사망하기 시작한다. 언론에서는 이를 '이탈리아 감기'라고 명명한다. 이 질병은 초기에는 고열을 수반한 독감 증세를 보이다가 곧 폐렴 합병증으로 발달하며 무서울 정도의 전염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여름이 되자 전세계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MM-88은 섭씨 0도를 넘으면 무려 20억 배에 달하는 증식율을 보이는 치사율 100퍼센트의 최종병기였던 것이다. 뒤늦게 진상을 파악한 미국 대통령은 인류에게 남겨진 유일한 피난처라고 할 수 있는 남극대륙에 산재해 있는 각국의 기지에 긴급 메시지를 타전한다. "성역(聖域)을 벗어나지 말라. 제군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다. 일치단결해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1년 후 인류는 남극의 863명을 남기고 전멸하지만, MM-88은 여전히 지구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한편, 일본 기지에 파견된 지진 연구자인 요시즈미는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북동부에 대지진이 엄습할 거란 사실, 그리고 이 때문에 미국과 소련의 자동 핵보복 시스템이 가동하면서 발사될 핵미사일 중 하나가 남극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군가가 ARS가 있는 워싱턴으로 가서 시스템을 멈추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끝장인 상황. 마침내 요시즈미와 미군의 카터 소령은 생환이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워싱턴행을 지원하는데......
4. 상세
워낙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 원작자 스스로도 이 작품의 영화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나 일본영화계의 풍운아로 유명한 카도카와 하루키가 직접 원작자를 찾아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가업을 이었습니다"[9] 라고 설득한 끝에 영화화를 허락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으며, 일본영화사상 1, 2위를 다툴 제작비와 6년의 구상기간은 물론 출연배우들도 조지 케네디, 올리비아 핫세, 보 스벤슨, 글렌 포드, 로버트 본, 헨리 실바 등의 유명 헐리우드 배우들이 참가한 대작으로 촬영도 실제 '''남극'''에서 했으며 덕분에 세계 최초로 남극에서 촬영된 영화로 기네스북에 올라갔다. 그리고 칠레 해군의 협조를 받아 사용하던 잠수함에서 촬영 도중 사고가 일어나는 등 영화내외적으로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만든 작품. 하지만 흥행에 대해서 별 이야기가 없는 걸로 보면 그냥 돈지랄이었다 봐야 할 것이다.
수십 년 전의 작품임에도 생물학적 테러와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의 공포에 직면한 21세기 초의 상황을 놀랄 만큼 정확하게 예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탁견을 엿볼 수 있다. 또한 MM-88로 인해 허무하게 멸망해가는 인류문명에 대한 작가의 견해 및 차례차례 죽어가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절망감, 공포심, 허무감의 묘사도 압권이다. 더불어 '''인류의 통제를 벗어난 시스템'''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이건 여러 SF 작품에서 다룬 테마이긴 하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스카이넷처럼 시스템이 능동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게 아니라 그저 방치와 우연한 사고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 것이란 점에서 나름 독특한 시각이다.
5. 결말
참고로 원작소설과 영화의 결말이 다르다.
원작에선 핵미사일의 최종 도달점이 남극이라고 확정되지 않음으로써 인류의 희망이 남는 걸로 암시하나...
영화에선 핵미사일을 남극으로 발사하는 바람에 '''인류의 존재 자체를 확실하게 사라지게 했다.'''[10] 물론 핵을 쏜다고 해도 남극에 핵을 수천여발 그야말로 전 지구를 날릴 수준으로 쏜다면 모를까...남극은 넓이로 치자면 지구상에서 러시아 빼고 더 넓은 나라가 아예 없다. 핵 몇 발을 쏜다고 해도 인류를 싸그리 사라지게 할지 모를 일.
이때문인지 일본 개봉판에선 요시즈미 홀로라도 살아남아 남극을 몇년 간 헤맨 끝[11] 에, 공동체를 조직한 남극 생존자들과 만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난다. 즉, 인류는 아주 소수이긴 하나 '''살아남는다.''' 그리고, 남극 과학자들이 개발한 백신도 효과를 보여 생존자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얻었다는 대사가 나온다.
5.1. 결말에 대한 평가
이에 대해 개봉 당시 오히려 영화가 원작소설보다 더 제목에 걸맞는 결말을 보여주었다는 평도 있었다고 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남극을 제외한 전 지구에서 인류가 사라진 후 자연이 회복되기 시작했는데, 남극에 남은 생존자들마저 결국 몰살당함으로써 '''자연이 부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 바이러스에 의해 지구 자체가 황무지가 되지 않았느냐는 반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묘사로 볼 때 인류 이외의 생명체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12]
영화의 시작 장면이 '''지구 최후의 인간'''이 된 요시즈미가 어디론가 걸어가는 모습이었고[13] , 엔딩크레딧 영상도 '''평화로운 자연 풍경'''이었던 걸 생각해 볼 때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제목인 <부활의 날>이 소설에선 '''인류가 부활하는 날'''을 의미하고 영화에선 '''자연이 부활하는 날'''을 의미하는 것이 상반된다고나 할까. 어째 보면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소설과 영화의 차이점과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1] 현재는 퍼블릭 도메인으로 풀려 있어, http://www.archive.org/details/Virus_Fukkatsu_no_hi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2]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계란의 공급이 부족해지는 바람에 질병이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계란을 이용한 백신 개발이 난항을 겪게 된다.[3] 질병의 최초발견지역이 티베트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4] 그나마도 한대는 감염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대서양에서 승무원들과 함께 격침시켰다.[5] 중앙아프리카 의사와 통화한 결과 코끼리들까지도 죄다 감기에 걸려 전멸당해버렸다고 한다.[6] MM-88를 만든 과학자나 관계자들을 제외하고는 이 티베트 감기가 보통 인플루엔자가 아니라고 의심하긴 했지만, 아무도 이것의 정체가 생화학무기였다는 결론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7]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도 인류가 고작 감기 때문에 전멸했다는 사실에 황당해한다.[8]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허가했으나 휘하 군인이 이에 반발할 경우 또는 소련의 생화학공격 등으로 핵무기 발사를 허가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경우, 컴퓨터가 적국의 핵 공격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9] 카도카와 하루키는 집안의 가업인 출판업보다 영화 쪽에 관심이 많아 집안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 남동생과는 '''평생의 라이벌'''이라고 한다.[10] 이건 상영시간을 줄인 인터내셔널 편집판의 경우이다. 인터내셔널판의 경우 엔딩이 핵폭발 장면으로 끝나며, 일본 현지의 장면을 다룬 씬과 멜로 씬, 후반 부의 에필로그 씬 등 상당수의 장면이 잘려나가 108분으로 개봉하였다. 일본판은 156분.[11] 당연하지만 남극은 무지 넓기에....호주의 2배 가까운 넓이이니 평생 홀로 남아 헤매다가 죽어도 현실적이다...오히려 몇년만에 만나는 게 기적일 듯.수염도 길고 머리도 길어서 정말로 원시인 스타일로 모습을 하고 돌아다니고 있다.[12] 원작에서는 육상에 서식하는 척추동물(인간, 개, 고양이 등등)은 바이러스에 걸려 죽어나가긴 했다.[13] 인터내셔널판의 경우이다, 일본 편집판의 경우 원자력 잠수함 네레이드 호가 폐허가 된 도쿄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인터내셔널판은 빈약해진 이야기와 개연성 없는 등장인물들로 인해 큰 비판을 받았고 해외 흥행 역시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