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후의 날 기계
1. 설명
Doomsday Device/ Doomsday Machine
냉전 시절, 파멸의 날 시나리오(Doomsday Scenario)에 이르렀을 때의 행동강령이다.
파멸의 날 시나리오란 가령 미국이 ICBM으로 소련의 도시 하나를 날릴 경우 소련도 보복으로 미국에 미사일을 쏘고, 또 보복하고… 서로 핵미사일 발사량을 늘려가며 양쪽이, 심한 경우 인류 전체가 모두 공멸하는 공포의 시나리오다. 인간이 갈 데까지 가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미소 양국의 '''공포에 의한 강제적 평화'''를 유지한 상호확증파괴 전략도 이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것이다.
지구 최후의 날 기계(Doomsday Device)는 핵전쟁이 터지면 위의 시나리오대로 행동하게 되는 행동 메커니즘 일반을 일컫기 때문에 말 그대로 기계가 될 수도 있고, 어떠한 인물이 될 수도 있으며, 지휘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파멸의 날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것을 모두 통틀어 지구 최후의 날 기계라고 부른다.
2. 사례
2.1. 영국
영국은 최후 수단의 편지(Letters of last resort)라는 지구 최후의 날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전자동은 아니다. 일단 이 편지는 '''총리의 친필'''로 작성된 핵공격 목표물 리스트로 평상시에는 영국 해군의 뱅가드급 전략원잠의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만약 특별한 통보 없이 갑자기 2주 이상 영국 본토의 사령부와 연락이 두절된다면 영국이 핵공격을 받게 되어 총리가 죽었거나 사령부가 소실되는 사태라고 판단하고, 잠수함 함장 이하 장교들이 함에 비치된 2개의 금고를 열어 그 안에 넣어둔 총리의 친필 편지에 쓰인 목표물에 핵 보복하는 식이다. 그래서 영국 총리가 바뀌게 되면 신임 총리가 취임 당일 이 편지를 새로 작성하여 금고에 넣고 잠근 다음 금고째로 해군에 보내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현재 영국은 핵투발 수단이 SLBM 뿐이기에, 해군이 이를 전담한다.[1]
2.2. 미국
미국 또한 비슷한 시스템을 갖고 있었으나, 후술할 소련과 같이 완전 자동 시스템은 만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 인터넷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알파넷이 핵전쟁에 견디기 위한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알파넷의 목적은 당시 연구용 컴퓨터가 몇 대 없었던 미국 내 모든 연구소가 당시의 제한된 컴퓨터 자원에 엑세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생존성을 중요시한 것은 당시의 컴퓨터간 네트워크라는 것이 매우 불안정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일부 시스템이 다운되더라도 네트워크는 유지되도록 설계했던 것이지, 절대로 핵무기의 발사·관리를 위해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핵전쟁이 나도 네트워크가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알파넷의 가동이 정지한 이후 밀리넷이 만들어졌고 현재 Global Command and Control System(GCCS)이 밀리넷의 뒤를 이어 미군의 통합 지휘를 담당하고 있다.
2.3. 러시아
1984년 우랄산맥의 코스빈스키 산에서(지하 300m의 천연암반) 가동된 소련의 지구 최후의 날 기계 '죽음의 손(Периметр, Dead hand)'이 자동핵미사일 격발기계의 한 예. 만약 소련 지휘부가 미국의 ICBM으로 괴멸할 경우 자동으로 소련 전 지역의 핵미사일을 미국으로 쏘는 '최종해결' 프로그램이다. 냉전이 끝나면서 폐기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2003년에도 '''러시아의 핵무기와 연동해 작동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2]
작동방식은 다음과 같다. 국가 수뇌부가 핵전쟁 위기에 대비해 시스템을 가동하면, 컴퓨터가 러시아 전역에 설치된 방사능·지진·기압 센서들을 통해 국토 내에서 핵폭발이 있는지 감시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센서가 허가되지 않은 러시아 내 핵폭발을 감지하면 컴퓨터는 곧바로 모스크바와 다른 지휘부 백업 벙커들과의 통신연결을 점검한다. 만약 모스크바 지휘부의 연결도 끊어지고 지휘부가 있을 법한 벙커와 연결도 되지 않는 경우, 데드맨 스위치가 발동해서 '''시스템은 모든 통상 지휘체계 및 제한사항을 무시하고''' 시스템이 설치된 기지의 지휘관에게 '''핵무기 발사권한을 넘긴다.''' 만약 기지 내의 지휘관이 Activate 버튼을 누른다면 바로 발사 시퀀스가 시작되고, 만약 기지 내의 지휘관마저 응답하지 않는다면 다시 데드맨 스위치가 발동되어 '''이후의 전쟁은 전적으로 컴퓨터에 의해 수행된다.'''
발사가 승인될 경우 시스템이 설치된 지휘소에서 지령 로켓을 발사한다. 만약 살아있는 지휘소가 없을 경우 앞서 언급한 데드맨 스위치 때문에 컴퓨터가 자동 발사한다. 그리고 지령 로켓은 아직 남은 핵기지와 전략핵잠수함 전체에 신호를 보내고 핵미사일들은 방사능에 뒤덮인 소련을 뒤로하고 서방 세계로 날아가 불타버린 모국의 복수를 수행한다.
현재에도 우랄산맥 지하 기지에서 러시아의 핵무기들과 연동하여 작동하고 있다.
여담으로 냉전 시절 대한민국의 서울특별시와 대전조차장(!)이 핵미사일 공격 대상이기도 했다.
3. 가상
일단 왠지 죽음의 손은 지구 최후의 날 기계의 대표적 존재로 인식되어 웨스트우드의 C&C 시리즈에도 등장한다.(여기서는 핵미사일로 나온다.)
-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에서 T-800 (외피 모델: 사이버다인 시스템 모델-101)과 사라 코너와의 대화에서 언급된다. T-800의 설명과 이후에 만나는 마일스 다이슨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미국 정부가 1984년 로스 앤젤레스에서 사라 코너를 공격했던 T-800의 잔해를 회수하였고 그 중 부서진 CPU가 사이버다인 시스템즈라는 IT 기업에 전달된다. 사이버다인의 수석과학자인 마일스 다이슨은 T-800의 부서진 CPU를 검토하고 그것은 시대를 앞서는 매우 뛰어난 프로세서 장치라는 것을 파악하고 그 CPU를 기반으로 매우 뛰어난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개발하였다. 사이버다인은 다른 기업과의 압도적 기술력 차이로 세계 최대의 군사용 컴퓨터 공급 업체가 되고 전세계 많은 군수 공장들이 이 컴퓨터 기술력을 이용하여 기존의 노동자들이 조립하는 공정을 무인 자동화 생산공정으로 전환하기 이른다. 미국 국방부는 이 사이버다인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매우 복잡한 국방 알고리즘을 인간의 실수 없이 거의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인 스카이넷 개발을 승인하고 1997년 8월 4일에 가동이 시작된 스카이넷이 인간의 명령을 무시하고 자체적으로 군사 명령 알고리즘을 수행한다. 스카이넷의 위협적인 발전을 두려워한 미국 국방부가 스카이넷의 가동을 중단하려하자 스카이넷은 미국 동부시 기준 1997년 8월 29일 새벽 2시 14분에 핵미사일을 러시아에 발사하였다. 난데없이 핵공격을 당한 러시아는 당연히 미국에 핵 보복을 하였고 미국과 러시아 간의 우발적 핵전쟁이 발발하여 약 30억 명의 인류가 사망하였고 남은 인류도 핵폭발의 여파로 대부분의 가용한 자원과 인프라가 소실되어 생존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스카이넷은 이 혼란을 틈타 파괴되지 않은 자동화된 군수공장[3] 을 해킹하고 인간 살상 로봇을 양산하여 남은 인류를 몰살하는 메커니즘을 수행하게 된다.
-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 등장해서 엄청난 파국을 일으킨다. 소련대사가 Doomsday machine이라고 설명하던 이 물건은 코발트 폭탄으로 한 방으로 지구 전체를 100년 동안 방사능 물질을 퍼트려 죽음의 세계로 만드는 위용을 자랑하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거기에 완전 자동화 되어있어서 파괴나 정지를 시도했다가는 닥치고 터지는 시스템이라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무기다. 나중에 스트레인지러브 박사가 이런 물건이 효과를 얻으려먼 공개적으로 알려야 하는데 왜 숨겼냐고 묻자 소련대사 왈 서기장께서 깜짝쇼를 좋아하셔서... 더 어이없는 사실은 소련이 이걸 만든 원인이 하나는 미국도 같은 걸 만든다는 소식을 뉴욕타임즈에서 들어서였다.(사실 미국은 그런거 없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가 핵무기 경쟁으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핵무기 좀 줄여보려고 만들었단다!! 아이러니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 피스 워커 계획
- 웹툰 하이브에서 초국가적인 군사·권력기관 제너두가 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해상 함정에 위치한 제나두 본부 컴퓨터는 일정 시간 암호 코드가 입력되지 않을 경우 전세계 주요 도시를 향해 핵무기를 날린다. 작중에서 핵무기가 평택과 서울 남부에 투하된다.
4. 같이 보기
[1] 이에 대한 영화가 울프콜이라는 영화이다. 프랑스 영화긴 하지만 비상시 미사일 발사 절차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기 쉬우므로 관심있는 위키러는 보는것을 추천한다[2]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공격수단이 핵무기이다. 최강대국의 공격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3] 터미네이터 1과 2에서 등장하는 T-800의 생체외피(아놀드 슈워제네거 형태) 모델명은 사이버다인 시스템 모델 101인데 사이버다인의 생산시설에서 제조되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것으로 유추해보면 사이버다인 시스템즈의 생산시설은 핵전쟁에도 파괴되지 않고 스카이넷의 주요한 병참기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