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식 피자
1. 개요
피자의 종류 중 하나로, 한국식 피자에서 파생된 불교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만드는 피자이다. 원조는 누군지는 모르나 출가 후 속가의 피자를 그리워한 한 불쌍한 스님이 피자를 먹기 위해 사찰식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스님들이 먹어야 해서 육류와 오신채를 배제한 것이 특징이다.
2. 상세
우선 도우부터가 다른데, 감자를 삶아서 으깨어 도우를 만들거나 감자를 갈아 소금간을 한 이후에 천으로 물을 짜주거나 감자를 갈아 감자전으로 도우를 만든다. 감자전을 만들어서 하는 경우엔 사찰음식 연구가인 홍승 스님의 말을 인용하면 도우가 질어 손으로 집기 곤란하므로 젓가락 사용이 필수라고 한다.
이후 케찹이나 토마토를 갈아 꿀과 섞은 소스를 바르고 소금간을 해준 이후에 야채로 토핑을 한다. 오신채가 들어가지 않은 백김치나 사찰식 김치, 온갖 야채를 버무려 얹고 피자 치즈를 뿌려 굽는다. 경상남도의 금수암에 있는 대안스님이 개발한 방식은 피자치즈 대용으로 마를 갈아 치즈처럼 걸쭉하게 만들어 쓴다. 마를 사용한 피자는 인스턴트 피자에 비해 소화가 잘 된다고 한다. 토핑으로 채소를 쓰기 때문에 온갖 채소를 두루 쓴다. 그 중엔 연근 피자, 햄 대신 당근을 동글게 썰어 얹은 사찰식 페퍼로니 피자도 있고, 콩고기를 토핑으로도 사용한다.
치즈도 대용을 쓰는 이유는 승려 중에도 입맛이나 알레르기 혹은 유당불내증 등을 이유로 유제품도 먹지 않는 스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유제품은 딱히 금지할 이유가 없다.[1] 석가모니의 일화 중에, 거의 곡기를 끊는 엄격한 수행을 하느라 고생하다가 이런 건 고통만 줄 뿐 깨달음을 얻기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닫고 지나가던 아낙네 수자따가 공양한 타락죽[2] 을 먹어 몸을 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불교계에서도 우유나 유제품은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사실 동북아 사찰음식에 유제품이 별로 없는 것은 불교의 원산지인 남아시아와 다르게 우유가 귀하고 너무 비싸서 왕족이나 귀족, 부자, 고위급 관료 정도나 되어야 맛볼 수 있었기에 대다수 대중들에겐 익숙하지 않았고, 또한 현대에 들어서도 승려들 중에도 유당불내증인 인원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대승불교 경전인 법화경에는 깨달음의 경지의 단계를 우유 가공품과 그 맛에 빗대어 설명했는데, 유(乳)[3] , 락(酪)[4] , 생소(生蘇)[5] , 숙소(熟蘇)[6] , 제호(醍醐)를 예로 들었다. 이 중 제호는 지금의 치즈, 혹은 고급 요구르트나 우유에 갈분을 타서 쑨 죽을 뜻한다.#[7] 이렇게 귀한 취급을 받았으면 받았지 달리 금지하는 식품은 아니었다.
이뿐만 아니라 석가모니는 '''자신의 육식을 위해 동물을 죽이는 것'''은 금지했지만 기왕 잡은 고기를 공양받은 것은 금지하지 않았다. 일반 민중이 먹고 남긴 것을 받는 탁발에서는 승려가 살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승려에게 주기 위해 일부러 살생을 하지도 않았으므로 받은 것이다. 서력기원 무렵, 대승불교가 기존의 부파불교와 뒤섞여 공존하던 상황에서 조금씩 기존의 부파불교보다 더 강하게 육식을 금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동향은 대승불경에도 반영되었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대승의 승려들도 기존 부파불교의 승려들처럼 생활한 듯하다. 그러나 점점 더 육식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기존 부파불교와 갈라져 생활하게 되면서 육식 금지가 실생활에도 반영이 되었다. 동북아시아의 대승불교계에서 육식을 피하는 것은 6세기 초 중국 남북조시대에 양무제가 육식을 금지시키는 법을 만든 영향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승려들조차도 육식을 금하지 않았다. 다만 양무제는 대승불경을 근거로 육식을 금지한 것이다. 기존에 이미 경전 등에는 반영된 경향을 양무제가 승려 집단에게 실천하도록 만든 것이다.
오늘날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에서 대중적인 종교인 상좌부 불교는 부파불교 중 분별설부의 후예인데, 육식을 금한다면서 탁발받은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을 더 금기시한다. 애초에 남한테 밥 달라 하면서 메뉴는 가리는 게 더 웃기니까. 동북아시아 사찰은 탁발 대신 사찰에 귀속된 토지에서 농사를 지었기에 메뉴를 가릴 여유가 있었다.
승려가 아닌 단순 불교 신자들은 육식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스님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워낙 불교=육식금지 인식이 세간에 깊게 박혀있어서 괜히 땡추 이미지 뒤집어쓰지 않으려고 육식을 금한다. 그나마 요샌 이런 사실이 옛날보단 잘 알려진 덕에, 위 금기에 해당하지 않은 고기들을 대놓고 먹는 젊은 스님들도 늘어났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면 즉석 교리 강연을 하는 것으로 무마한다.[8]
2.1. 일반 피자집에서는?
드물게 일반 피자집에서도 스님들을 볼 수 있는데, 순수 치즈 피자나 야채 피자, 감자 피자, 고구마 피자 등 육류나 어패류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 채식 토핑이 들어간 메뉴를 주문해 먹는다. 절 대부분이 산간에 있기 때문에 보기 힘들긴 하나, 시내에 가까이 있는 사찰에는 근처 동네 피자집들이 아예 스님용 메뉴를 만들어 스님들을 상대로 영업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도우는 그냥 일반 도우를 쓴다. 애초에 도우 자체는 그냥 밀가루 반죽일 뿐이니 스님의 규율에 딱히 어긋나는 게 없으니까. 앞서 설명한 감자 도우는 특색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피자 굽는 화덕이 없는 사찰에서 피자를 만들기 위해서 쓴 것일 뿐이다.
또한 비록 일반 피자집에선 쓰면 양심없는 짝퉁 사용 업체 취급을 받지만 팜유를 이용한 이미테이션 치즈 제조법도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치즈를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고기가 들어가는 부분에는 일반고기 대신 양송이 버섯이나 콩고기 등을 토핑해 비슷한 식감을 내는 것이 포인트. 물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소수의 몇몇 종파를 제외하면 유제품을 금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진짜 모차렐라 치즈를 쓰기도 한다.
3. 기타
[1] 다만 동물의 젖을 이용하는 것이 살생과 관계가 없다는 거지 모든 유제품이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치즈는 응고를 위해 동물을 도축한 뒤 그 위장에서 얻은 레닛을 사용하기 때문에, 락토 베지테리언들 중에서 우유는 마셔도 치즈는 (종류에 따라) 안 먹는 사람들도 많다. 식물성 응고제도 있지만 아무래도 도축을 필요로 하는 동물성 응고제보다 타산성이 적기 때문. 그런 이유로 치즈(가 포함된 음식)를 공양받는 게 아니라 직접 사거나 만들어 먹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도축된 고기를 공양받는 것과 직접 고기를 사서 요리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음과 마찬가지인 이치.[2] 우유죽. 불교계에서는 우유와 쌀을 섞어 끓인 죽이라 하여 유미죽(乳米粥)이라 부르기도 한다.[3] 소 등 짐승의 젖[4] 동물의 젖을 조금 발효시킨 액상 요구르트 비슷한 것. 혹은 연유 같은 농축 유제품.[5] 발효유 윗부분에 뜨는 굳은 덩어리. 요거트라 보기도 한다.[6] 생소를 정제한 것. 버터라 보기도 함.[7] 그 밖에 한자 문화권에서 최상의 맛을 뜻하는 낱말로도 쓰인다. 기타 참조링크[8] 다만 이 경우에는 다른 문제가 생긴다. 초기불교의 기준에 따라 육식을 금하지 않는다면, 역시 초기불교의 기준에 따라 오후에는 먹지 않고 돈을 직접 만지거나 쓰지 않으며 탁발을 하는 등 초기불교의 율장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대승불교의 관습, 또는 규정과 초기불교의 율장에서 자기 편한 대로 취사선택을 하는 것은 오히려 사실상 어떤 규정도 존중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