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채

 

1. 개요
2. 상세


1. 개요


五辛菜
오훈채(五葷菜)라고도 한다.
대승불교에서 일컫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데 방해되는 5가지 매운 나물로 마늘부추달래흥거(아사푀티다)를 말한다. 상좌부 불교에는 없는 전통으로, 채식과 함께 대승 불교힌두교아유르베다에서 받은 영향이다.[1] 대승불교에도 오신채를 먹지 않는 '문화'가 있다. 육식과 비슷한 경우다.[2] 물론 상좌부 불교라고 해도 스리랑카 요리에서는 오신채를 빼는 문화 자체는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붓다 사후에 생긴 사회적 문화에 따라 계율이 어느 정도 변질된 것이기 때문에 초기의 불교에서는 오신채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 변질된 대승계를 따르지만, 엄연히 따지면 대승계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아니기 때문에 위경이라 해서 그냥 대놓고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매우 많다.[3]

2. 상세


저 다섯 가지 음식을 금하는 이유는 종교적이라기보단 신체작용적 측면이 강하다. 오신채는 모두 자극이 강한 식물이라 '''날것으로 먹으면 화를 잘 내게 하고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을 일으킨다'''고 한다.
비슷한 이유로 도교에서도 오신채나 부추ㆍ마늘ㆍ무릇ㆍ자총이(파)ㆍ평지(油菜, 유채)를 기피한다. 다만 이는 불교의 영향이 강한 교파 한정. 불교의 영향이 적은 종파는 삼염(기러기 고기ㆍ개고기ㆍ장어 고기를 먹지 않음)이나 벽곡법은 실천해도 오신채를 딱히 가리지는 않으며, 오신채 중 대파는 신선의 음식이라고도 할 정도다. 민간 도교의 영향이 강하고 도교 자체가 많이 세속화된 중국타이완/동남아에서는 다른 일을 하면서 도사 일을 부업으로 하고, 청규[4]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다.[5]
어디까지나 용도에 따라서 피하는 음식으로서, 과거에도 일부 지방에서 육체 노동자들이 많이 먹은 음식이라고 한다. 화를 잘 내게 한다는 것은 신체 에너지를 쥐어짜 발산한다는 의미도 있는 듯.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정의가 다소 변화하기도 하니 그냥 '향이 강하고 원기를 자극할 수 있는 식물'은 대체로 여기에 든다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다른 네 가지와는 달리 흥거가 무엇인지는 논란이 많다. 우선 중국에서 흥거는 인도에서 자라는 식물인 아사푀티다와 동의어이다. 비슷한 '래디쉬'(Radish)라는 채소[6]라는 설과, 우리나라에서도 나는 백합과의 식물인 '무릇'을 뜻한다는 설도 있다.[7] 2012년 발표에서는 흥거란 산스크리트어 Hing의 음역으로 아위라는 채소를 의미한다고 한다. 강력한 살균작용을 가지고 있고 에센스 오일 등을 추출하는데 쓰이는데, 그 맛이 상당히 강하다고 한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한국 요리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사신채에 가깝다. 일부에서는 생강을 흥거로 취급해서 먹지 않는 곳도 있다.
오신채가 명명될 당시 국내에 없었던 매운 야채로는 대표적으로 고추양파가 있다. 양파를 두고는 파와 같은 부추속(Allium)이라 사찰음식에 쓰지 않는다는 입장(#1, #2)과 부추속이라도 오신채에 양파는 없으므로 쓴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양파를 반대하는 쪽은 매운 맛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추를 오신채에서 빼고 대신 금하는 듯하다. 고추를 두고는 양파보다도 더 자극이 강하지만 분류상 흥거를 제외한 나머지 사신채와는 이질적이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논란 없이 사용한다. 지리산 금수암 주지이자 금당전통음식연구원 이사장 대안 스님은 “고추나 생강도 열성을 가진 음식이지만 그 정도가 약하고 지독한 향도 없어 수행을 방해하는 산란심(어지러운 마음)을 크게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요리에서 위 재료를 빼버리면 조리 가능한 음식들이 반 넘게 날아가 버린다. 오신채를 따지는 사람들은 당연히 스님일 테니 자동적으로 육류나 어패류 또한 금하므로 나머지 반이 날아간다. 특히 골치 아픈 건 마늘. 거의 한식의 필수요소인지라... 그래서 이 재료들을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아예 사찰음식이란 장르가 생겼다.
사찰식 김치마늘과 젓갈을 쓰지 않고 맛을 낸다. 마늘은 김장을 할 때 맛을 내주는 것 못지 않게 양념이 재료에 잘 붙게 하는 접착제 역할도 해준다. 이 때문에 일반 김장하듯이 고춧가루를 갈아서 담그면 재료들이 싹 미끄러져서 제대로 익지 않으므로 사찰식 김치는 일반 김치보다 굵게 갈은 고춧가루를 쓴다.
심지어 피자 같은 양식도 사찰식 피자처럼 어레인지한 게 있다. 언뜻 그냥 치즈피자나 야채피자면 되지 않나 싶지만, 토마토 소스도 대부분 마늘이 함유된다. 사찰식 피자는 그래서 아예 다른 방식으로 만드는데, 절 근처에는 이걸 만들고 배달해주는 피자집도 있다.
라면도 오신채를 대체해 만든 것이 스펀지를 통해 방영되었다. 채식주의자용 식품을 파는 사이트들에서 같이 파는데, 맛은 보통 라면과 거의 똑같다.[8] 사실 보통 라면에 들어가는 육류 성분은 높아봐야 5%긴 해도 일반 라면보다 덜 기름져서 일반인들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마늘이 빠졌다보니 좀 별로라는 사람도 있다.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주문제작으로만 생산된다고 한다.
짜장면도 불교식으로 어레인지한 게 있다. 고기 대신 콩단백을 넣고 오신채 뺀 짜장면이다. 저런 메이저한 재료를 쓰지 않고 맛을 내려는 눈물겨운 고생의 결과, 의외로 맛도 담백하고 웰빙 식품인 요리가 제법 나왔다. 그래서 굳이 스님이 아니더라도 수요가 많다. 이런 사찰음식들은 할랄 푸드 대용식으로 무슬림들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돼지고기 등이 많이 포함된 한국 음식문화에 거부감이 있는 무슬림들에게 부담 없이 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쩌다 보니 우연히 금지하는 음식이 비슷하게 겹친 경우지만.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다이어트 푸드로 명성이 높지만 사실 사찰음식이라고 무조건 다이어트식은 아니다. 사찰음식 중에는 사찰식 라면, 짜장면, 피자처럼 튀기거나 기름에 지진, 혹은 꽤 칼로리가 높은 것도 많다.
사실 오신채는 몸에 매우 좋은 식재료다. 기본적으로 이들 재료는 정력에 좋은 편이며, 마늘은 항암효과가 뛰어나고, 부추와 파는 한의학에서 열이 많은 식품으로 몸이 허할 때 먹으면 좋다고 하며, 달래도 초봄에 먹는 신선한 비타민 공급원이다. 따라서 웰빙을 생각한다면 사찰음식을 그대로 먹기보다는 이 오신채를 충분히 사용해 개조해서 먹는 게 더 몸에 좋고 맛있다.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도에서 수행 중인 한국 스님과 인터뷰 했을 때는, 의외로 부추를 길러 먹고 있다고 답한 적이 있다. 종파 이전에 절이나 스님에 따라 약간씩 계율이 다른 듯하다. 중국에서 무술을 하는 스님들도 고기를 먹는 경우도 있고, 동자승들도 대부분 몸의 성장을 위해서 고기를 먹는다. 성장기 아동에게 강제적인 채식주의는 '''영양학적인 학대'''이기 때문이며, 절에 따라서는 몸이 약해진 스님에게 고기를 먹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원래 석가모니 시절부터 당시 탁발 계율에 따라 고기든 뭐든 시주받은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었으며, 특히 병든 수행자와 미성년 수행자는 하루에 조식 한 끼만 먹는 계율을 면제하고 식사 횟수를 늘리게 했다. 석가모니는 이 계율을 아들 라훌라가 배고파서 훌쩍이는 것을 보고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참고로 흥거를 제외한 나머지 4가지는 모두 부추속(Allium)에 속한다.
오신채와 관련된 유명한 캐릭터로 저팔계가 있다. 팔계(八戒)라는 이름이 바로 8가지 계율을 뜻하며, 오신채인 '오훈'과 위에 설명된 '삼염', 합쳐서 '오훈삼염을 금한다'는 뜻이다. 저팔계가 관세음보살과 만나 훗날 삼장법사가 찾아오면 제자로 들어가라는 명을 받고 기다리면서 이 8가지 음식을 금하고 있다가 삼장과 만나 이 계율을 풀려 하니, 삼장법사가 그러지 말고 계속 지키라며 '팔계'라는 이름을 내려준 것이다. 참고로 삼염의 세 고기를 금한다곤 하나 실제로는 스님이라 다른 고기도 모두 먹지 않았다. 식탐이 강해서 서유기 내내 먹을 것 타령을 하지만 고기는 절대 입에 대지 않았다.
오신채는 모두 고양이가 먹으면 위험한 음식이므로 먹여서는 안된다.
맛의 달인에선 대차게 까버렸다. 정신수련으로 깨달음을 얻어야지 수련에 방해된답시고 향신료와 고기를 금해놓고 먹어도 힘 안 나는 유사요리 따위를 먹으니 힘이 빠진 걸 깨달음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물론 출가자의 결혼을 허용하는 일본 불교에서는 별로 필요 없는 계율일 수도 있다. 사실 원래 인도 불교에는 없던 개념이기도 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석가모니도 우유죽 드시고 깨달음을 얻지 않으셨던가.
몰몬교에도 비슷한, 바리에이션이 있다. 이쪽은 주로 카페인계열.
[1] 아유르베다에서는 파 대신 양파를 금지한다.[2] 육식도 불교 종파에 따라 고기를 먹지 않는 '문화'가 있다.[3] 단, 이는 대승비불설을 주장하는 근본주의에 가깝다.[4] 淸規. 불교 승려나 도교 도사로서 지켜야 할 계율.[5] 한때 유행한 강시선생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1편 주인공 임정영이 맡은 도사의 본업은 장의사이다. 2편에서는 의원을 하고 있다.[6] 맵싸한 맛이 강하고, 인도에서도 재배된다고 한다.[7] 무릇의 경우, 우리나라의 산야에서 흔하게 보는 식물로 향이 독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다고 하고 본래는 달래처럼 어린 잎과 알뿌리를 채취해 데쳐서 먹거나 조려서 먹었다고 하나 지금은 거의 먹는 사람이 없어 잡초 취급받는다고 한다.[8] 라면 맛은 MSG에서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