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지지층
1. 개요
언론 보도나 여론, 주변의 분위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지지 정당(혹은 후보)를 밝히지 않다가, 투표에 참여해서 자신의 지지 대상에 표를 던지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이미 굳혔으나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지지층이기 때문에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이 결정되어 있지 않은 무당층과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겠다.
2. 상세
이들은 공개적 여론조사나 정치적인 토론에서는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여론에서 대세를 타고 있는 인물에 지지를 표시하거나 아예 침묵한다. 때문에 이런 유권자들이 많을 수록 여론조사의 정확성은 떨어진다. 그래서 이들을 '''침묵하는 지지층'''이라고도 부르며 '''여론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후보면 모두 해당된다. 요약하자면 '''숨은 지지층'''.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도널드 트럼프의 숨은 지지층인 '''샤이 트럼프(Shy Trump)'''가 트럼프의 대역전극을 이끌었다.[1] 미국에서 백인과 흑인 후보가 경합하는 선거의 경우 백인 후보들의 지지율이 일관되게 낮게 나타나는 브래들리 효과와도 비슷한 용어이다. 이 경우에는 유권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 유권자들의 일부가 백인후보를 지지하면서도, 인종차별적인 편견 때문에 흑인 후보를 무시한다고 오해받을까봐 여론조사에서 응답을 하지 않는 것이다.
브렉시트 투표 또한 유로 탈퇴 반대가 많을 것 같았지만 결과는 찬성이었다. 다만 이는 여론조사가 오차범위 이내였고, 실제로 찬성 우위와 반대 우위의 결과가 혼합되어 나오기는 했다. 알다시피 샤이 지지층은 여론조사 신뢰도를 엄청 떨어뜨린다.
2016년 한국에서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전체 유권자들의 30%에 달하는 콘크리트 보수층들이 본심을 숨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으나, 박근혜 지지율이 4%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조차도 이런 압도적인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사실 딱히 특별한 현상도 아닌 것이 한국에서도 소위 '''숨은 표'''라고 해서 역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며 15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의 출구조사가 틀린 일이나 2010년 5대 지방선거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 결과와 완전히 딴판으로 나온 일이 대표적이다. 보통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5% 정도의 보수표가 선거 직전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딱히 샤이 OOO라고 칭하지는 않는다. 굳이 칭한다고 해도 "샤이 OOO"보다는 브래들리 효과라고 칭하는 것이 대세에 가깝기도 했다.
3. 어원
원래 이 단어의 기원은 '''샤이 토리(Shy Tory)'''라는 단어이다. 토리란 영국 보수당의 옛 명칭[2] 으로, 1992년 영국 총선 당시 영국 사회 내에서는 대처 말기부터 국민 사이에서 인기가 바닥을 기고 있던 보수당이 노동당에게 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고, 실제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게 보수당이 39% 대 38%로 1% 뒤쳐졌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선 보수당이 41.9%를 득표하여 7.6%라는 꽤 여유있는 차이로 승리하며 존 메이저 내각이 연임에 성공했고, 이 예상 밖의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샤이 토리라는 표현이 만들어 졌다.
4. 종류
4.1. 샤이 트럼프
Shy Trump supporter[3]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여론조사상 잡히지 않았던 보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세력을 말한다. 이들은 여론조사에 본심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의 여론조사상 지지율은 2016년 9월 이래 줄곧 힐러리 클린턴에 뒤졌으나, 막상 선거가 개시되자 놀라운 응집력을 발휘해 트럼프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트럼프 지지자 10명 중 1명은 본심을 숨긴다.
이렇게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 결과가 상반되자 트럼프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여론조사에서 본심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한 여러 분석이 있었다. 사회학자들이나 정치학자들은 1960년대 민권운동으로 정치적 올바름 문화가 주류가 된 이후에 금기시되어온 인종차별적 발언, 소수자에 대한 막말을 내뱉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주류 백인들이 상당히 많았으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모두 인종주의자 또는 차별주의자'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적극적으로 본인의 성향을 밝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분석하였다. 즉, 10명 중 1명 정도는 트럼프 지지를 숨긴 것이다.[4]
이렇게 무응답층으로 숨어버렸던 트럼프 지지자들의 비율은 각 주에서 약 5~10% 정도 되었고, 이들의 표는 투표날에야 드러나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18년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샤이 트럼프가 나타나지 않았고, 여론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로 끝났다. 트럼프 지지층과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에 의해서 공화당은 상원을 수성할 수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민주당 지지층 역시 결집했기 때문에 하원은 민주당이 가져가게 되었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비록 바이든이 승리했지만 상당수의 주에서 트럼프의 표가 결집해서 경합까지 따라와 샤이 트럼프의 존재는 여전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6년 대선 과정부터 임기 기간의 행적 때문에, 그동안 샤이 트럼프를 제외한 이들을 중심으로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도가 많이 쌓이면서, 단순 득표율은 물론이고 경합 지역에서도 도시 지역과 우편 투표로 결집한 안티 트럼프로 인해 농촌 지역과 현장 투표로 결집한 샤이 트럼프가 패배했다.
4.2. 샤이 박근혜
샤이 지지층/박근혜 문서 참고.
4.3. 샤이 안철수?
19대 대선에서 여론조사에서 보이지 않는 안철수 지지층을 일컫는 말로 주로 국민의당 및 안철수쪽에서 주장했던 지지층이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여론조사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고,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처럼 정치에 관심이 많고 여론조사에 잘 응답하는 지지자는 적지만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었거나 싫어서 여론조사 전화는 끊어버리고 선거날 1,2번 양당이 다 싫으니 그냥 3번 찍자는 식으로 투표하는 정치 혐오적인 성향을 띈 비판적 지지자가 있을 수 있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19대 대선에서 기존 여론조사의 지지율과 비슷한 득표율을 보이면서 샤이 안철수의 존재는 있다고 보기 힘들게 됐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인 윈지코리아 부대표 박시영은 대선이 끝난 후, 샤이 안철수가 실제로 있다고 했다. 즉 블랙아웃(여론조사 발표금지) 기간 동안 안철수의 지지율은 여론조사에서는 15% 근방에 머물렀는데, 최종 득표율은 21.4%로 나와 어느 정도 올라간 것을 말한 것이다. 샤이 안철수의 규모는 국민의당에서 주장한 것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실존하기는 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샤이 안철수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당의 주장과는 달리 국민의당이 대선 기간동안 리얼미터 등을 고소하면서 여론조사 기관들과 마찰을 빚었고, 이 때문에 국민의당 지지층들이 여론조사에 소극적으로 응답했다는 분석을 했다. 즉, 국민의당에서 주장하는 바와는 달리, 샤이 안철수는 원래 있던 존재가 아니라 국민의당의 미숙한 대응이 만든 존재라는 것이다.
4.4. 샤이 보수/진보
19대 대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자 반대측에선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보수 지지자뿐만 아니라 여론조사 관계자들도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도 탄핵 정국 당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5%로 마감된 반면 탄핵 반대 여론이 20% 가량으로 나타나는 점을 들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샤이보수가 10~15% 가량 존재한다고 언론인터뷰에서 밝힌 바가 있다.#
이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한 가장 최근의 사례가 2019년 보궐선거 창원시 성산구 국회의원 선거였다. 리얼미터를 포함한 여론조사 기관들이 여권 단일후보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작게는 10%p에서 크게는 20%p까지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지만 실제 결과는 500여표차의 초박빙 승부였다.# 물론 일반적 지지율이 아니라 적극 투표층 지지율에서는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5% 정도에 불과했으므로, 샤이 보수층의 증거가 아니었다는 반박도 존재했다. 실제 투표 일주일 전인 3월 28일에 발표됐던 리얼미터 조사의 적극 투표층 지지도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 45.3%대 한국당 강기윤 후보 39.5%로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안인 4.8%p에 불과했으며, 차후에 발표된 리서치뷰의 3월 31일에서 4월 1일까지 이틀간 시행됐던 비공표 조사에서는 되려 강기윤 후보 43.1%대 여영국 후보 39.9%로 강기윤 후보가 더 앞선 것으로 나왔었다.
참고로 제7회 지방선거 광역의회 비례대표 득표율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의 범보수표가 약 36%대로 13대 대선의 노태우와 비슷한 득표율이었다. 물론 범민주개혁세력이 분열된 13대 대선과 달리 제7회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한편 여론조사에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에게 투표한 사람의 비율은 전체 유권자 대비 31.6%에 불과한데, 많은 여론조사에서 있어서 응답자의 50% 이상이 문재인을 찍었다고 답변하여, 과대표집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 보수 지지자들은 여당 지지자들에 비해 소극적으로 응답하는 대신 투표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 여론과는 동떨어진 여론조사가 나온다는 주장이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갤럽을 비롯한 여론조사 업체들은 "(과거로부터 설문조사에서는) 대체로 당선자를 더 많이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 몇 년 전 당선되어 현직에 있을 공직자에 대한 현재의 생각이 반영되기도 하고, 과거 낙선한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은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반박한다. 일례로 투표 의향 조사에서 80%가 넘게 나와도 실제 투표율은 60% 남짓 나오는 것처럼, 그런 답변을 근거로 결과를 억지로 보정하면 되려 현재의 여론을 더 왜곡하게 된다는 것.# 해당 기사에서도 칸타코리아 이양훈 이사는 "현직 대통령을 찍었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은 건 실제 선거에선 다른 후보를 뽑고도, 승리한 쪽을 찍었다고 응답하는 응답자들의 경향이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에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현 여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야당 지지자들은 소극적으로 응답하여 표본에 왜곡이 생기는 과대표집현상은 분명히 존재하는 사실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21대 총선의 결과가 나온 후 결과를 미뤄 짐작해 보면, 이른바 '샤이 지지층'은 어느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지지층의 포인트는 샤이 보수 뿐만 아니라 샤이 진보 또한 존재했다는 것이다. 샤이 보수가 있다는 주장의 경우에는, 통합당의 지역구 득표비는 42%였는데,통합당에서 3% 이내로 패배한 격전지가 21곳이 되었으므로, 공표금지 기간 전 여론조사를 했던 시기가 차명진 막말 사태 전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소 3%는 더 득표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5] 그러나 마찬가지로 여론조사에 덜 잡히던 샤이 진보층 또한 존재했는데, 대부분의 민주당 당선자의 경우에 여론조사의 지지율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던 것이 그 근거이다. 일례로 미래통합당의 선거를 지휘했던 박형준 교수의 경우에도 샤이 진보가 더 많았다고 밝혔다. 해당 주장을 듣고 있던 박성민 정치 컨설던트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제스처를 취했었다. @
그러나 후보간의 격차만을 두고 오차범위까지 감안하여 분석 해보면 시중의 여론조사와 선거 결과의 큰 차이가 없었으므로, 결론적으로 말하면 샤이 진보, 샤이 보수라고 딱히 명명할 만한 현상은 보이지 않았고, 단순히 선거 직전의 진영 결집일 뿐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일례로 21대 총선의 예측조사를 진행했던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리서치뷰의 안일원 대표는 21대 총선을 "제동장치가 없는 두 개의 지각판이 정면충돌했던 양상"이라고 하면서, "양측 지지층이 대거 결집했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샤이 보수'가 있을 공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5. 어떻게 해야 잡아낼 수 있는가?
도널드 트럼프를 예로 들면, 전화 인터뷰 여론조사에서 10명중 1~2명은 상담원에게 "트럼프를 지지합니다"라고 말하기 껄끄러웠던 사람들이 샤이 트럼프가 되었다는 분석이 많고 실제로 트럼프 지지율은 전화 인터뷰< ARS< 인터넷 여론조사 순으로 높았다.
따라서 샤이 지지층을 잡아내는 데에는 자신의 응답 결과 비밀이 보장되고 여론조사자에게 직접 말할 필요가 없는 조사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라면 이런 방식들은 트롤링이 쉬워 실제 전화 인터뷰보다 '''신뢰도가 낮은 조사 방식'''으로 취급받는다는 것. 결국은 여러 조사 방식들을 병행하며 비교 및 대조를 통해 정확도를 높여가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LA타임스만이 유일하게 트럼프의 승리 확률을 조금 더 높게 잡았는데, LA타임스는 2016년에 처음으로 실험적인 여론조사 방식을 도입했었다. 다른 여론조사 기관도 이를 수용하려고 검토중이다.
다른 유력한 방법으로는 검색엔진 통계가 있다. 예를 들어 구글 트렌드. 여론조사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며 자기 의사를 1:1로 타인에게 말하는 것이지만, 스스로 검색엔진에 키워드를 쳐넣는 것은 능동적인 행위며, "아직까지는" 사적이고 비공개적인 행위라고 여기므로 보다 솔직할 것이란 논리다. 다만, 언제나 호감만 가지고 검색하는 것은 아니므로, 해석하는 데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모 검색엔진용 검색순위 조작 서비스까지 나온 걸 생각하면 이것 역시 트롤링 위험이 있다. 대신 엄청난 규모의 빅데이터로 승부보는 셈.
[1] 다만 이 경우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보수적이어서라기보다는 성희롱 전력, 성폭행 의혹에 인종차별적인 막말을 퍼붓는 후보를 지지한다고 의사를 표현하기 쉽지 않았던 이유가 크다.[2] 사실 처음에는 반대파 측에서 붙인 경멸조의 단어였다. 그렇지만 쓰다보니 어떻게 그냥 자연스레 고유명사화가 이루어졌다. 여담으로 이러한 작명에 대항하여 보수당 측이 반대파에게 붙인 멸칭은 휘그.[3] 내향적 지지 성향의 트럼프 지지자.[4]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 대하여는 2016년 대선 결과와 여론조사결과가 딱히 상반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였다는 비판이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우위가 계속된다고 나왔지만 오차범위 밖으로 벗어난 적은 거의 없었고, 투표자 기준 득표율에서는 클린턴이 2.1% 앞섰으며, 이는 여론조사결과와 별로 다르지 않는 내용이었다. 25년 이상 민주당이 계속 승리한 곳이어서 클린턴 캠페인이 방심했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에서 의외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선거인단을 가져가 '선거인단 수'에서만 승리한 것일 뿐이다. 위 분석에서 말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오히려 트럼프 승리로 공표한 극소수의 여론조사기관이 틀린 셈이 된다. 선거인단 수까지 분석해서 트럼프 승리를 말한 것이 아니라 득표율에서 트럼프가 앞선다고 공표한 것이기 때문이다.[5] 반면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중에도 큰 흐름의 여론 변화는 없었으며, 막말 사건 이전과는 큰 차이 없이 선거 결과가 나왔다는 주장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