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문화
1. 개요
소비문화란 소비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신의 행위 양식을 결정하게 되는 문화를 말한다. 소비문화에서 자아는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소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어떤 소비를 하느냐에 따라서 개인의 정체성이 평가받는 세상이다.
2. 소비문화의 개념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어떤 상품을 소유하고 있고, 어떤 소비를 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정체성이 평가받는다.
타고 다니는 자동차, 사는 집, 해외여행 여부가 중요하게 생각되고, 그것이 한 개인의 정체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면의 본질적인 부분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을 치장하기 위해 기꺼이 비싼 돈을 들여 명품을 구매하려 한다.
소비문화는 소비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자신의 행위 양식을 결정하게 되는 문화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소비문화에서는 소비가 개인의 사회와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후기자본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상품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생산보다 소비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졌다. 왜냐하면 대량생산된 많은 상품이 팔려 나가야만 이윤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활발하게 광고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도 후기 자본주의 시기를 거치면서부터다.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는 집단의 차이도 소비에 의해 결정된다. 많은 소비 상품들 중 어떤 것을 소비하느냐가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1990년대에 한국 사회에 등장한 ‘신세대’도 소비에 의해 이전 세대와 구분되었고, 이후 나타난 X세대, 미시족 등의 개념도 소비에 따라 구분되는 집단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소비를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수단으로, 또 타인을 평가하는 기제로 사용한다. 현대인들에게 스타일이나 외모는 개인의 정체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대상이 되었다. 여기에서 스타일이나 외모는 소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3. 과시용 소비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그의 책 『유한계급론(Theory of the Leisure Class)』(1899/ 2012)에서 미국의 상층 유한계급이 신분을 명시하는 전통적 수단들인 일이나 직업 대신에 이른바 ‘과시용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를 통해 그들의 신분을 표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857년에 태어난 베블런이 학자로 활동하던 시기는 급속한 공업화와 도시화로 신흥 부호들이 생겨나던 때였다. 유럽 귀족처럼 뼈대 있는 가문을 갖지 못한 그들은 소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했다.
베블런은 이런 졸부들의 행태를 북아메리카 인디언이 자기과시를 위해 손님들에게 온갖 값진 물건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심지어는 부숴 버리기까지 하는 포틀래치 관습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비판했다.
베블런은 졸부들의 자기과시를 위한 소비를 ‘과시용 소비’라고 지적했고, 도시 생활의 익명성 속에서 개인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소비가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블런이 졸부들의 소비를 비판하면서 과시용 소비 개념을 제시한 이후, 좀 더 시간이 흐르자 본격적인 소비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의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반은 ‘대량 소비(mass consumption)’의 시기였다.
이 시기에 들어서 처음으로 노동자들은 ‘필요’보다는 ‘욕망’에 근거해 소비할 수 있는 상대적인 풍요와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시기에 노동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소비를 활용하게 되었다.
미국 사회에 존재했던 청교도주의적 문화, 즉 노동과 자기부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문화가 쾌락주의 문화, 여가, 자기실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그리고 자아 개념도 바뀌었다. 자아는 개인에게 존재하는 고유한 어떤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자아 개념에 따르면, 소비에 의해 새로운 자아를 만들고 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자아 개념, 문화의 변화에 의해 소비문화가 성장했다. 한국에서 소비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미국보다 한참 뒤의 일이다. 1980년대 후반 올림픽을 유치하고, 정치적인 민주화가 실현되었다.
또한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이전 시기보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다. 이 시기 이후 한국에도 본격적인 소비문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1990년대 초반 ‘오렌지족’이라 불리는 신세대가 등장한 것도 소비문화의 영향에 따른 바다.
4. 소비와 소외(소비주의 이데올로기)
현대인들 중 상당수가 쇼핑에 중독되어 있다. 현대인들이 쇼핑의 유혹에 빠져드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노동과 소외의 개념을 언급해야겠다. 현대 산업사회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에서 소외(alienation)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상품 생산과정의 한 부분에서 반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의 부속품처럼 자신이 하는 일로부터 소외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현대 산업적 공장의 노동조건은 물건을 만드는 데 노동자들이 자신의 창조성과 정체성을 투여할 수 없게 만든다.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은 생산물이 만들어지기까지 전체를 관장하고 자신의 창조적 노력의 결실로 그릇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들은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일부분이 되는 한 영역에서 끊임없는 반복 작업만을 한다. 생산의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의미 있는 활동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이 소외의 과정이다.
소비문화의 설명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생산 활동 속에서 정체성을 부정당하기 때문에, 소비에서 정체성을 찾게 된다고 한다. 적어도 소비는 자신이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는 자신의 본질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공허한 대용물에 지나지 않는다. 공허함을 메우기 위해 소비는 또 다른 소비를 요구한다.
이처럼 삶의 의미를 생산 활동이 아닌 소비 활동에서 찾게 되는 것을 소비주의 이데올로기라고 한다. 소비주의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의 주된 관심사인 이익 추구를 정당화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소비에 의해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것은 지속적인 소비를 유도하게 되고, 이것은 지속적인 상품 소비를 통한 이익 추구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철학자 허버트 마르쿠제(Herbert Marcuse)는 소비주의 이데올로기가 거짓 수요나 욕구를 창출한다고 비판한다. 마르쿠제는 『일차원적 인간』(1964/2009)에서 현재의 상태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일차원적 인간을 비판한다.
마르쿠제에게 일차원적 인간이란 자신이 속한 사회와 인간에 대해 모순을 느끼지 못하고 비판이 없는 인간을 말한다.
마르쿠제는 인간의 욕구를 상품생산과 소비의 산업 도구에 종속시키려는 기술적 합리주의가 일차원적 사회의 환원주의적 이데올로기라고 보고, 이를 바꿀 수 있는 비판적 합리주의의 확립을 요구했다. 마르쿠제는 사람들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상품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소비주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했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광고가 거짓 수요나 욕구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소비가 거짓 욕구를 창출하고 사람들을 중독시키기도 하는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소비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비 유발이라는 관점에서 20세기 문화는 자본주의에서 하나의 판매 아이템이 되었다. 코헨과 테일러가 지적한 바와 같이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진정한 여가’를 촉진하며, 반란을 용이하게 하거나 혹은 최소한 일상적인 삶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채널이다. 현대 소비문화의 성장에 대한 이해는 소비를 유발하는 환경의 조성과 소비 방식, 그리고 소비가 가져다주는 즐거움이라는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
5. 현대 소비문화의 발전
소비 유발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때, 20세기 문화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에서 하나의 판매 아이템이 되었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언급처럼 오락은 후기 자본주의에서 업무의 연장이며 기계적인 업무에서 벗어난 이후 생기 회복을 위한 수단이며, 레저 참여는 사무실이나 공장의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형성되었다. 또한 소비자 자본주의에서 욕구(want)는 필요(need)로 변화했으며 광고가 시장조사나 소비자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제품 구매와 사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문화 산업에서 광고의 필요성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소비자의 상품 선택은 자유의사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스포츠를 소비문화의 관점으로 고려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소비 유발 관점에서 소비문화를 획일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서로 다른 사회 환경의 특수성과 소비 관행을 무시하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반응과 수용 태도를 수동적으로 해석하며,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과 일탈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미디어 수용자나 소비자 파워에 관한 연구가 미디어나 시장 파워에 주목하는 것은 소비문화의 연구에서 기본 사항이 되었으며 이것은 ‘소비 방식’과 ‘꿈, 이미지 등 즐거움의 소비’라는 시각으로 발전된 소비생산주의자 이론과 부합한다(Featherstone, 1991).
‘소비 방식’에 의한 소비 연구는 소비자가 무심결에 하거나 예측하지 못한 소비를 유발하는 집단과 상품, 서비스 연구에 주목했다. 소비는 역동적인 소비자·수용자들의 영향을 받으며 개인적으로 권리를 부여하거나 전복하거나 혹은 저항의 수단이 되었다.
그들은 계급이나 성별, 인종, 연령이 사회문화적인 경계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며 도전하는 일상적 삶의 관행에 초점을 두었다. 사람들은 정체성과 사회 연대, 지위 혹은 거리감을 조성하기 위해 소비를 활용하며,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를 활용하고, 스스로나 타인의 기회를 조성·제거하기 위해 소비를 활용한다(De Certeau, 1984; Fiske, 1993).
이러한 사회적인 폐쇄성은 사람마다 서로 다른 스포츠 관행을 추구하는 원인이 되고 다른 분야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발생한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84)의 계급과 계급 표시로서 상품의 역할 연구에서 삶은 하나의 프로젝트가 되어 심미적이거나 혹은 “삶의 관례화에 필요한 기호와 관련된 스타일”이 되었다.
초기의 소비 방식 연구는 개인이 사회신분상 우월성을 나타내기 위한 방법으로 상품을 활용하는 ‘지위재’, ‘경쟁’, ‘차별성’ 등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Hirsch, 1977).
그러나 위계적인 사회 불평등과 소비 행동의 관계는 점차 불명확해졌으며, 사회 계급과 집단 간 수평적 분화가 수직적 사회 구분보다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또한 과거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소비 활동과 달리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폭넓은 접근을 허락하는 기호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
소비문화에서 문화 아이템의 확산은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상품 인식과 서열 결정을 어렵게 했고,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분이 붕괴된 문화적 잡식성 성장”이 이루어졌다(Warde, 2002). 사회 구분에서 계급의 중요성이 감소했고 소비 행동은 더욱 개별화했으며 라이프스타일은 더 이상 특별한 사회집단에 구속되지 않았다.
극빈층을 제외한 사람들 대부분은 동일한 방법으로 소비문화에 참여하고 자의식과 자존심으로 스스로의 선호도를 추구했다.
‘꿈, 이미지, 그리고 즐거움’을 포함하는 소비의 즐거움은 미디어와 함께 이상적이고 긍정적인 소비의 인식 연구에서 출발한다. 벤저민(Benjamin, 1999)은 19세기 파리의 아케이드 쇼핑에 대한 기록이 대중문화와 상품화에 주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한 장소와 그곳을 차지하고 있는 떠돌이, 놀음꾼, 넝마주이와 매춘부들을 주목했으며, 소비문화는 조작을 포함하는 동시에 대중적 창의성과 새로운 민주적 심미성을 만들어 내는 병원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문화에서 그릇된 의식과 축적된 에너지원, 그리고 그릇된 의식을 극복하기 위한 영감 등은 상호 변증법[1] 적 관계다.
바흐친(Bakhtin, 1984)은 소비문화가 어떻게 다양한 형태의 잉여적인 즐거움을 끌어내었는지를 설명한다. 그에게서 놀이, 지각, 신속성, 그리고 일탈의 충격은 무질서, 모호함, 인위성, 이상함, 인위성, 볼거리 등으로 이어진다. 19세기 후반에 뮤직홀, 시장, 백화점들은 카니발과 조화를 이루었으며, 현대의 광고, 비디오, 그리고 영화와 레저 활동이 이루어지는 리조트, 술집, 비디오 아케이드, 쇼핑센터, 그리고 스포츠 이벤트들은 카니발의 연장이며, ‘정리된 무질서’ 지역이다.
카니발은 사회 현상에 순응을 강요하는 수단이면서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관습에 대한 도전으로 볼 수 있다.
6. 현대 소비문화 해석과 비판
소비는 ‘진정한 여가’를 촉진하며, 반란을 용이하게 하거나 혹은 최소한 일상적인 삶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하나의 문화다. 또한 국가적인 이념을 나타내기도 하고[2] 개인이나 집단의 신념을 나타내기도 한다.
소비는 개인 소유를 조장하며, 소비가 유지되기 위해 성실한 업무 수행과 경제적인 생산성을 필요로 조성하며 환영받는다.
상품에 대한 대량 수요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중요한 시스템적 요구이며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특징인 노동과 지출 문화를 나타낸다. 이는 지출을 하는 소비자와, 생산하는 생산자의 조화가 이루어져 만들어진 하나의 문화를 나타나기도 한다. 부의 축적이 무해하게 되고 개인 만족을 자극하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Belk, 2001).
열정은 사회 자본을 구축하고 시민 사회의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개인과 주변인에게 모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Alan Warde, 2002). 전통적인 자동차 경주나 축구 경기, 화초 전시회, 양 떼를 돌보는 목양견들의 대회를 관람하거나 참가하는 것은 집단의 결속력과 소속감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인식된다.
소비 방식과 소비의 즐거움을 통한 소비문화의 해석과 상업화는 다음과 같은 문제로 비판을 받는다.
첫째, 소비 방식과 소비의 즐거움에 의한 접근은 소비보다는 볼거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는 현실적이며 습관적이고 일상적인 생활의 일부로서 주목을 받지 못하나, 소비의 습관화, 관례화, 표준화, 사물화 과정은 특별한 상품과 서비스 소비를 강요하는 관행이다. 인간은 관행과 같은 가치 시스템을 유지하고 전달하기 위해 구타나 위협을 당하기도 하며 감옥이나 수용소에 가기도 하고, 속거나 속이고, 뇌물을 받거나, 영웅을 만들기도 하고 도전에 맞서기도 한다(Moore, 1969).
여기에 스포츠 참여나 관람 촉진, 개인적 혜택에 따른 가치판단과 같은 소비자 가치 개발을 예시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이러한 접근 방법은 실질적인 소비 세계와는 별개로 정체성과 그 유희나 즐거움에만 관심을 집중해왔다. 그럼으로써 소비에 대한 사회적인 정통성은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소비와 소비문화는 개인적 특성과 낭비, 그리고 개인주의에 부정적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겼으며 노동자 계층에서 일어나는 소비는 무시해 왔다. 이는 소비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고도 볼 수 있다.
셋째, 이 접근 방법에서 대중 영합주의[3] 자들의 활동을 강조하며 파워 소비자의 착취와 부당함에 관한 구조적 파워를 무시한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돌 소비자를 착취하거나, 미디어 소비자를 무시하고 상업성을 추구하는 점에서 이를 볼 수 있다. 또한 ‘소비의 즐거움’을 통한 소비 해석은 상업성으로 이어져 상업적 도구나 상업적 목적으로 조직된 이벤트나 미팅을 필요로 한다.
이는 광고비 지출의 증가와 생산 확대 그리고 세계화를 통해 대규모 수용자를 향한 표적화를 가능하게 하고 상품화는 가속되며, 이러한 상품화의 가속화는 법적 조항이나 공동체 상호간의 지나친 의존을 통한 무분별한 과잉 생산을 통해 결국 상품의 질이 하락하게 된다.
7. 글로벌 미디어와 소비문화
유튜브가 생겨나기 이전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 본격 성장한 1990년대는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들이 있었다.[4]
또한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 기구의 등장이 중심에 있었다.
특히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유튜브와 같은 거대 복합 미디어 기업들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시장으로 진출할 때 국가, 민족, 토착문화라는 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게 했다.
결국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디즈니,넷플릭스,유튜브와 거대 글로벌 미디어 재벌이 탄생하고, 그들이 생산하는 영화, 방송 프로그램 등은 위성 기술의 발달로 전 지구에 실시간으로 전달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매일같이 전달되는 방대한 콘텐츠에는 글로벌 소비문화를 조장하는 초국적 광고를 담아 우리에게 상업주의·소비주의를 부추기며 소비를 증진시킨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미디어의 세계화가 이미 진행된 현대사회에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무엇을 생산하고 있는지, 추적하고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소비하는 대부분의 미디어 상품과 콘텐츠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직접, 간접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글로벌 소비문화는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두고 진행 중인 세계화이기도 하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대중문화나 연예오락 분야에서 양질의 오락물을 많이 생산하고 유포하면서 소비주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설진아(2007)는 글로벌 소비문화는 세계화 과정에서 소비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 형성된 것이라고 보고,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토대로 성장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이 두 가지의 유형으로 나눠서 개인적 소비를 우선시하는 탈정치화하는 사람들(엘리트 집단과 중상위 계층)과, 흥미 위주의 가벼운 뉴스를 제공해 정치적 무관심을 갖게 된 일반 시민들의 취향에 맞게 소비문화 모델을 유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글로벌 소비문화가 반드시 민족문화 자주권을 약화시키고, 전 세계 문화를 동질화하거나 민족문화 정체성을 말살 혹은 훼손한다는 일부 비판과 우려에 대해서는 지나친 해석이라고 보고 의견도 있다.
왜냐하면 글로벌 문화가 지역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토착문화와 충돌하기도 하고, 민족주의로 인해 긴장감이 조성되거나 사회적, 경제적 분열을 일으키는 경우를 반드시 글로벌 미디어 문화 소비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사회 민족문화와 다양한 문화 경계와 갈등은 시대적,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국가적 맥락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기술의 발달이 국내에서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했다. 2005년 SK텔레콤은 휴대전화와 관련된 우리의 일상을 『현대생활백서』라는 이름으로 일화를 묶어 발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광고가 제작됐고,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안 되겠니?”, “대한민국에서 안 되는 게 어딨니? 다 되지”라는 유행어가 나오기도 했다. 새로운 서비스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창출해 낸다는 것이다(성열홍, 2010).
한국은 2009년 스마트폰이 도입된 이후 이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정보를 얻으며, 공적·사적 업무를 처리할 뿐만 아니라 사회 연결망(소셜네트워크)으로 가능한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동영상을 실시간 혹은 원하는 시간에 시청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게임을 하면서 재미를 추구하고 산다.
통신과 단말기 제조 기술의 발달로 과거보다 좀 더 싼 가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 우리는 말 그대로 영리한 이용자가 되어 개인의 취향을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문화로 만들어 내고 있다.
8. 세계화와 소비문화의 해석
세계화란, 국제 사회에서 상호 의존성이 증가함에 따라 세계가 하나의 체계로 나아가고 있는 현상이다. 소비문화에서 세계화는 상품, 자본, 노동, 기술, 서비스 등의 국제적 이동이 증가하게 되어 이제는 소비가 하나의 국가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전국가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옛날엔 외국에 나가는 게 흔치 않은 일이었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도 즐기고, 국내에 있는 외국인도 100만 명이 넘어서 이제 50명에 한 명이 외국인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되었으면 이젠 외국이라고 해도 멀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세계화가 이뤄진 것이다.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이러한 문화적 재구조화는 그 어떤 서구의 정책 및 기술보다도 일상적·문화적 삶과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화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2011년 미국의 통신 장비 제조 업체 모토롤라 모빌리티(Motorola Mobility)는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언제 어디서나 멀티미디어를 감상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한국 소비자들은 세계적인 소셜 네트워크와 모바일 TV 사용에서도 글로벌 선두 주자라고 말한다.
특히 아시아 지역 소비자들은 소셜 미디어에 항상 연결되기를 원하며, 언제 어디서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기고 싶어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화가 다양해질수록, 소비자가 경험할 문화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용자들이 언제나 연결되고, 접근 가능한(always connected and accessible) 서비스를 욕망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신기술을 이용하면서 익숙해지고, 적응해 가는 이용자는 그들만의 문화적 특성을 공유하게 된다.
데이터를 검색하고,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하며 게임을 하지만 이용자들의 손놀림은 엄지와 검지면 충분하다. [5] 그리고 그들이 소비하고 이용하는 콘텐츠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국가의 경계선을 초월하고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21세기는 디지털 장비로 무장하고 떠도는 ‘디지털 노마드’의 시대라고 했다. 그리고 아날로그 시대가 토지·노동·자본이라는 유형의 자산 시대였다면 디지털 시대는 지식·기술·정보라는 무형의 자산 시대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공공장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행위를 보자. 그들은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좋아하는 미드(미국 드라마)를 볼 수 있고, 전 세계 실시간 인기 동영상을 확인하며, 뱅킹 서비스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 결제도 할 수 있다.
세계 지도를 보고 여행 경로를 검색하고, 날씨를 보며 항공 현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생활양식은 지인과 혹은 인맥을 맺고 있는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 있고 평가를 받거나 공유하면서 소통의 요소가 된다.
요컨대 소비자와 생산자의 역할이 불분명해지는 시대가 됐고, 디지털 서비스와 상품을 공급하고 생산하는 이들의 소통을 격려함으로써 과거와 다른 생산 방식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고,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는 새로운 소비문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